은지가 다가가려고 하는데, 준호가 은지의 손목을 잡고 욕조 쪽으로 밀어붙였다. 은지는 준호와 욕조 사이에 껴서 꼼짝할 수 없었다. 준호는 은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아니야, 너무 뜨거워서 잘 못 잡았어.”‘뜨거워서 못 쥐고 있겠으면 땅에 버려야지, 내 팔등에 쏟으면 어떡하자는 거야? 그걸 누가 믿어!’“너 진짜...! 아, 아파.”은지가 준호가 덴 곳을 잡아 준호가 비명을 지르자 그제야 손을 뗐다.“미안.”은지는 약을 상처에 발라주었다. 준호의 팔은 이미 물집이 생긴 상태였고 대면적으로 빨개져 있었다.이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고 은지의 체향이 감돌았다.염옥란은 그 당시 해원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는데, 은지가 염옥란과 닮았기에 아주 아름다웠다.생김새뿐만 아니라 은지가 풍기는 아우라가 사람의 이목을 끄는 힘이 있었다.지금 은지가 몸을 숙여서 준호를 위해 약을 발라주고 있는데, 준호는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준호는 차갑게 웃었다.“너 이렇게 병 주고 약 주면서 우리 아버지 꼬신 거야?”은지는 약을 다 바르고 고개를 들어 준호를 바라보았다.“너희 아버지 너처럼 이렇게 유치하지 않아, 병 안 줘도 돼.”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유치하다고 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특히 준호처럼 남자다운 남자는 더 하다.준호는 화가 나 은지를 등 뒤쪽의 거울에 눌러버렸다.“고은지, 너 언제까지 이렇게 나올 거야?”은지의 상체가 뒤로 기울며 하체가 준호와 더욱 가까워졌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도련님은? 네 아버지 여자도 탐내는 너는?”은지가 비웃자, 준호는 은지가 손에 들고 있던 약을 쳐버리고 강제로 하려고 했다.요란한 소리에 준호와 은지가 또 싸움이 난 줄 알고 집사는 걱정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아침에 서로 기분이 좋지 않게 식사를 마쳤고 두 사람이 화장실에서 싸웠다는 말을 들은 곽도원은 은지를 서재로 불렀다.은지가 서재에 갔을 때, 곽도원은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고개도 들지
망가진 브로치의 변두리를 보면서 곽도원의 눈에 있던 빛이 사라졌다.“중요하지 않아, 다 처벌했으니까.”곽도원의 시선이 은지의 얼굴에 머물렀을 때, 차갑던 눈빛이 사라졌다. 그는 은지의 어깨를 토닥였다.“월말에 집안 사람들을 다 모아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그러니까 잘 준비해.”곽도원은 자신이 재혼한다는 소식을 막 퍼트리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집안 사람들이 은지를 다 알 수 있도록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식사했다.은지는 곽도원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숙여 브로치의 흠집을 바라보았다.“알겠어요.”...결혼식 날짜가 잡히고 곽씨 집안 사람들은 이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삐 돌아쳤다.준호는 팔이 덴 뒤로 은지를 찾아가지 않았고 2주 뒤 신옥영을 찾으러 가려고 문을 나서는데 도우미가 속닥이는 말을 들었다.“그거 들었어? 오늘 국장님께서 아현원에서 주무신대.”“그러게, 다음 주면, 결혼식을 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은지 씨 쪽에 가서 주무시네. 집사님께서 은지 씨 방 다시 꾸미라고 하셨다던데.”“은지 씨 저렇게 아름다우신데, 국장님께서 앞으로 엄청나게 아끼시겠어.”말하고 있는데, 뒤에 준호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도련님...!”준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그게 진짜야?”도우미들은 준호의 화를 돋울까 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저희 막 말한 거예요.”준호는 도우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정원으로 돌아가 나이가 있는 도우미 진성에게 물었다.“누가 날 찾은 적 있어?”진성은 귀가 안 좋아 큰소리로 되물었다.“네?”“누가 날 찾은 적 있냐고?”“없어요.”이 말을 들은 준호는 화가 나, 이가 간질거렸다.은지는 준호에게 도움을 청한 적도 없이 곽도원과 함께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아니지, 아버지 챙기는 게 고은지가 주요하게 할 일이지. 다음 주면 정말 우리 집안 사람이 되는 건데.’은지는 부끄러움이 전혀 없는 여자다.“네? 도련님, 뭐라고요?”진성이 또다시 묻자, 준호는 짜증이 났다.“나 아무 말도 안
은지는 반항하지 않고 탁자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다음 주면, 결혼식 하지 않나요?”“맞아.”곽도원은 은지의 어깨를 감쌌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가슴팍에 단 브로치에 맞혔다. 그러자 곽도원은 다른 쪽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며 익숙한 그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서 우리 이젠 정말 부부가 되는 거야.”사실 은지의 눈이 너무 차가워서 염옥란과 너무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을 계속 밀어내는 느낌이 오히려 더 끌리게 했다.그러나 전과 다른 것은 은지는 곽도원의 손안에 있다.은지는 곽도원의 눈을 바라보며 그 타오르는 눈빛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은지는 이성희를 따라서 어릴 적부터 다녔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성희한테 누군가 이런 표정을 지으면 그는 은지에게 용돈을 주면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주고, 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 구두를 반짝반짝하게 닦아 놓고 웃고 있는 것을 그 사람이 보고 좋은 말을 들으면 팁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은지는 그 돈으로 이성희에게 아침을 사줄 수 있었다.어느 날, 은지가 또 다른 사람의 구두를 닦아주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바지를 입으면서 걸어 나와 은지의 손을 잡아당겼었다. 익숙하고도 익숙하지 않은 눈빛으로 말이다.그 뒤에 그 남자가 은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이성희가 나와서 은지의 뺨을 때렸던 기억이 있었다. 이성희는 은지에게 어린 나이에 벌써 남자를 꼬시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비위가 상한다고 했었다.그 뒤로 은지가 누구랑 말하던, 누구랑 웃던 이성희는 항상 그녀의 뺨을 때렸다.그렇게 천천히 은지는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차가운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만약 이성희가 지금 은지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알았다면 미쳐서 환장했을 것이 분명했다.다행히 이성희는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싫어?”곽도원이 아무 표정이 없는 은지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은지는
이 일을 곽도원이 알게 되면 은지는 첫 번째로 벌을 받게 된다.‘고은지를 내보내면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집으로 돌아온 이유가 고은지를 쫓아내려고 온 거잖아.’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준호는 이를 악물고 은지의 손목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당겼다.“맞아! 너 죽이려고 그래! 빨리 나와!”준호가 너무 세게 잡아당기자, 은지는 넘어질 듯이 끌려 나갔다.계속되는 연기에 곽도원도 화가 났다.“준호를 정원에 묶어 놔!”준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처벌을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 반항한 적은 처음이었다.곽도원은 준호가 자신의 것까지 위협하려고 하자, 정말 화가 난 것이다. 그는 직접 가서 준호를 밀어냈다.한참 동안 애를 써서야 준호를 정원에 묶을 수 있었다. 준호는 강제로 묶인 말처럼 거세게 반항했다.곽도원은 이번에 엄청나게 힘을 써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채찍을 들고 준호를 때리기 시작했다.저번보다 더 빈번하게 더 세게 때렸다.준호는 이를 악물고 굴복하지 않았다. 그저 불이 켜진 방안을 바라볼 뿐이다.부자가 이렇게 붙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싸움을 말릴 신옥영도 곁에 있지 않았다.집사는 준호의 목에 선 핏줄을 보고 또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보고, 참지 못하고 땅에 무릎을 꿇었다.“도련님께서 잘못하신 걸 알았답니다!”곽도원이 멈추지 않자, 집사가 준호를 대신해서 빌었다.“도련님, 제발 잘못했다고 하세요!”준호는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잘못한 게 없어!”곽도원은 그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잘못한 게 없다고? 그럼, 네가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때릴 거야!”곽도원은 평소에 준호가 자신의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봐줬었는데, 오늘은 마음을 먹고 때릴 심산인 듯했다.집사는 곽도원에게도 빌어보고 준호에게도 빌어봤지만, 쓸모가 없음을 깨닫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은지에게 무릎을 꿇었다.“은지 씨,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맞다가는 도련님 죽겠어요!”...집사가 말한 것처럼 준호의 입가에 흘
곽도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준호가 은지에 대한 미움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준호가 신옥영을 아끼는 마음을 생각하면 또 이해는 갔다.그리고 곽도원은 신옥영이 곽도원이 은지를 새 아내로 맞이하는 사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옥영이 준호를 위해, 곽씨 집안의 사모님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 것일 수도 있다.이런 생각이 든 곽도원은 머릿속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신옥영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혼을 꺼낸 일이 곽도원의 마음에 응어리로 남은 듯했다.크진 않지만, 존재감이 강한 응어리로 말이다.신옥영 때문에 이러는 것으로 생각하자, 곽도원의 화가 조금 사그라졌다.“결혼식 날짜를 뒤로 미뤘다. 그러니까 너도 맨날 미친 사람처럼 날 찾아와서 태클을 걸지 마. 먼저 몸 좀 사리고, 앞으로 우리 집안을 계승할 사람이 몸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결혼식을 미뤘다는 말을 들었지만, 준호의 얼굴색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결혼을 미뤘다고 해도 곽도원은 여전히 은지와 한 침대에서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준호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그날 준호가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본 광경은 말 안 해도 다 알 수 있었다.준호는 화를 참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퇴원 안 해도 돼요. 근데 고은지 보고 와서 무릎 꿇고 날 간호해 주라고 하세요.”곽도원은 화가 났다.“작작 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붕대 속의 상처 난 피부가 눈앞에 나타나자, 곽도원은 손에 든 컵을 땅에 내팽개쳐 버렸다.“가서 고은지 불러와.”...집에 있던 은지가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별 반응이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어요.”그러나 한 도우미가 은지를 대신해서 걱정했다.“도련님과 국장님께서 저렇게 싸우시는데, 사모님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국장님한테 애원해서 가지 마시죠.”은지는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더니 그 도우미에게 말했다.“못 들었어? 국장님께서 나보고 오라고 하
은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준호가 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은지는 곽도원의 눈치를 살피고 준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준호는 은지의 말에서 그녀가 자신을 돌봐주기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준호는 은지의 손목을 더 꽉 잡았다.곽도원이 준호를 때릴 때, 은지는 차가운 눈으로 옆에서 방관했고 준호가 다쳤을 때, 그녀는 또다시 피하려 했다.‘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여자가 있을 수 있지? 독사도 얘보다 착하겠다!’말 못 할 화가 준호를 감쌌다.“거절하면 아버지한테 네가 내 침대에도 올라왔었다고 이를 거야!”은지는 이 세상에 이렇게 사람을 협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는 것에 깜짝 놀란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이렇게 잠시 대치한 사이에 곽도원은 통화를 마쳤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은지는 침대 옆에 서서 준호를 위해 물을 떠주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곽도원은 마음이 좀 놓였다.“할 일이 있어서 준호 좀 부탁할게.”은지는 준호를 무시하고 곽도원을 배웅하러 문 쪽으로 갔다. 문 앞에서 곽도원은 우울해 있는 은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준호 성격이 좀 그래서 네가 아주 힘들지? 그래도 넌 내 미래의 아낸데 이런 집안의 일들은 너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그래. 너희 둘 사이의 일로 날 신경 쓰이게 만들지 마. 알았어?”그 말을 들은 은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기사가 와서 재촉하자, 곽도원은 할 수 없이 병원을 떠났다.곽도원 같은 남자는 사업, 권력이 가정보다 중요한 사람이다.만약 곽도원에게 준호를 제외하고 시름 놓을 수 있는 후계자가 한 명 더 있다면 준호한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은지가 병실 문을 열자마자 아픈 몸으로 침대 위에서 아등바등하는 준호를 보았다.땅에 떨어진 물건으로 보아 준호는 먼저 문 쪽에 가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다시 돌아와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하고 있다는 것을 은지는 바로 보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준호가 현재의 몸
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에게 물을 떠다 주면서 의사가 먹으라고 한 약을 건네주었다.준호는 약을 땅에 던져버렸다.“나 안 먹어!”은지는 한번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응.”은지는 컵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그 모습을 본 준호는 깜짝 놀랐다.“내가 안 먹겠다고 하면 다시 안 줘?”은지가 되물었다.“그러면? 네 입이라도 강제로 벌려서 먹여줘? 도련님, 너 이젠 25살이야, 5살이 아니라.”“너!”준호는 상처가 난 부분이 더 아파지는 것 같았다. 심장까지 찌릿찌릿 아파졌다.은지거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준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 과일 먹을래.”은지는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를 꺼내 씻어서 준호에게 건네주었다“너 껍질도 안 깎아줘?”“나 깎을 줄 몰라.”“모른다고? 아버지한테 마사지해줄 때는 왜 모른다고 안 해?”은지는 준호를 노려보았다.“네가 사과를 받고 마사지해달라고 하면 나도 너 마사지해줄 수 있어.”“고은지!”준호는 이를 갈았다.“너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왜 날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데?”준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상처를 받은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은지는 그런 준호를 보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가을이 되어 날씨가 쌀쌀했고 은지의 목소리도 차가웠다.“내가 너 이렇게 만든 거 아니야. 네가 네 아버지 못 이길 거 알면서 달려든 거잖아. 네가 방에 쳐들어왔을 때부터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네가 지금 생명이 위험하다고 해도 난 여전히 네 아버지 거야.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야.”은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호가 잡아당기는 바람에 침대에 넘어지고 말았다. 은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눈가가 빨개진 준호의 얼굴이었다.“네가 아버지 것인 걸 알면서 왜 날 꼬신 거야! 나 갖고 장난치는 게 재밌어?”은지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난 그냥 매사에 엄마를 위하는 착한 아이가 이런 유혹을 이길 수 있는지 보고 싶었어. 이젠 그 답을 알았고.”“너!”준호는 가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비록 은지
다음날, 준호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곽도원은 은지를 불렀다.“준호를 잘 보살피라고 했더니 걔는 왜 또 퇴원한 거야?”은지는 오늘 긴팔 맨투맨에 긴 바지를 입었다. 그녀는 마스크로 턱 쪽을 가리고 있었는데, 대답하려고 하자 밖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태까지 너무 투정만 부린 거 같아서 퇴원해서 아버지한테 사과하려고요.”준호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오자, 다친 데 없이 말짱해 보였지만 사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갈비뼈가 아파졌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 있는 은지를 보고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부대 쪽에는 말해 놨어요. 해원에 돌아와서 아버지 도우려고요.”이 말을 들은 곽도원은 깜짝 놀랐다.“너 내 곁에 남아서 일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너 절로 사업 하나 차리고 싶다며?”“맞아요. 요 몇 년간 해왔던 건 우리 집안의 사업을 더 잘 계승하기 위해 한 노력이에요. 제가 곽씨 집안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집안을 위해 할 일은 해야죠.”처음에 준호가 해원을 떠나 혼자 일을 벌여보겠다고 했을 때, 곽도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장소를 바꾸면 밑바탕이 없으니,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다시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원에는 곽씨 집안이 대대로 닦아온 기초가 있기에, 이 기초에다가 조금만 더 보태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버리고 준호가 가겠다고 하니 고생을 찾아서 하는 셈인 것이다.그러나 후에 준호가 확실히 해냈고 신옥영의 지지까지 있었기에 곽도원은 잠시 참기로 했었다.그는 준호가 밖에서 몇 년은 더 있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정신을 차릴 줄은 몰랐다. 준호가 돌아온다는 소리를 들은 곽도원은 마음이 시원해지는 듯했다.곽도원은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야?”준호는 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새엄마가 잘 설득해 줘서 그렇죠.”‘새엄마’라는 호칭을 들은 은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곽도원도 마찬가지로 표정이 이상해졌다.“왜 갑자기 이러는데?”준호는 은지를 보며 말했다.“아버지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