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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사람으로 생각하기는 하는 걸까?

블랙썬 직원 중 시윤이 진짜 사모님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 누구도 시윤을 감히 막아서지 못했다. 그 덕에 아무 어려움 없이 도준의 방에 도착한 시윤은 대충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두꺼운 암막 커튼이 쳐져 빛 한줄기도 들지 않는 방안은 컴컴하기만 했다.

이에 시윤은 아무 생각 없이 불을 켰지만 다음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벽에는 온통 시윤의 사진뿐이었다.

그녀가 소예리드 콘서트홀에서 연습하는 사진, 수아를 포함한 후배들과 쇼핑하는 사진, 밥 먹는 사진, 심지어는 숙사에서 잠을 자는 사진까지.

그걸 본 순간 등골이 오싹해 시윤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쳤다. 그러자 더 많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국하여 공연하는 사진, 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심지어 더 무서운 건 경성에 돌아온 뒤 호텔에서 자고 있는 사진까지 있었다.

물론 어젯밤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던 사진까지 말이다.

시윤은 순간 호흡이 턱 막혀왔다.

‘그러니까 결국은 한순간도 도준 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적 없었다는 뜻이잖아.’

이제는 겨우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저 전보다 훨씬 큰 다른 우리에 갇힌 거나 다름없었다.

순간 머리털이 곤두서며 수만 마리의 독사가 목을 감은 듯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시윤의 뒤를 따라오던 민혁이 시윤에게 들켰다는 걸 확인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다.’

“저기, 시윤 씨, 오해하지 마요. 도준 형이 변태인 게 아니라, 걱정돼서...”

“걱정이요?”

시윤은 아직도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걱정한다는 게 나를 통제하면서 한편으로 대타를 키우는 거예요?”

“아니에요, 도준 형이 한수진을 찾은 건...”

“듣고 싶지 않아요.”

시윤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지난 1년 동안 늘 도준의 감시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자유를 얻는 줄 알았는데, 사실 사생활도 없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 만나는 사람이 모두 도준의 감시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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