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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아니라면 떠나주세요

민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윤 씨, 제삼자인 제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거 알아요. 돌아가신 분은 시윤 씨의 아버지이니 누구라도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요.”

시윤은 마음이 심란하여 멍한 눈으로 되물었다.

“뭘요?”

“만약 도준 형과 다시 시작하겠다면 여기서 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만약 아니라면 떠나주세요. 도준 형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시윤은 멍해졌다.

“지금 그 말...”

시윤의 눈빛에 민혁은 잔인하다는 걸 알면서도 솔직히 말했다.

“희망이 있었다 사라지는 것보다 처음부터 없는 게 낫잖아요. 다시 그런 경험을 하면 도준 형 정말 지쳐버릴 지도 몰라요.”

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긴, 내가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았다면 도준 씨는 여전히 그 대단하신 민 사장님이었을 텐데.’

그런데 시윤은 그런 그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또 떠나버렸다.

행복을 얻어본 적 없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텐데...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시윤은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했다.

그날 비행기에 오른 순간, 시윤은 사실 도준의 곁을 떠나기로 완전히 마음먹었었다.

그녀로서는 절대 아버지를 죽게 만든 범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버지를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니더러 그런 사위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시윤은 또다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가끔은 가족과 다시 만나던 그날이 떠올랐고, 도준이 외롭게 밖에서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랐고, 또 때로는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대체 나더러 어떻게 선택하라고...’

...

그 시각 방 안.

한참 동안 목이 졸린 수진은 끝내 기절해 버렸고, 그걸 본 나석훈은 다급히 수진의 호흡을 체키하고 나서야 식은땀을 닦으며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도준을 바라봤다.

20여 년간 심리 치료사 일을 해오면서 그는 한 번도 도준과 같은 환자를 만난 적이 없다.

민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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