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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어젯밤 그 사람 도준 씨 맞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방이 순식간에 조용해지자 하윤은 다 식어버린 음식을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바쁘면...”

“안 바빠.”

말하려던 찰나 돌아온 반박에 하윤은 무릎 위에 놓은 손을 꽉 그러쥐었다.

“저 따로...”

“오늘 오후 휴식이라 아무 일도 없잖아.”

그럴싸한 변명조차 소용없어지자 하윤은 왠지 화가 치밀었다.

‘저는 며칠 동안 아무 말 없이 사라졌으면서, 난 왜 변명도 못 대게 하는 건데?’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하윤이 입을 열었다.

“도준 씨가 왜 안 바빠요? 안 바쁘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라졌는데요?”

말일 떨어지기 바쁘게 옆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손을 뻗어 하윤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 놓았다.

“지금 나 원망하는 거야?”

이윽고 미련 가득한 듯 엄지손가락으로 하윤의 주먹만 한 얼굴을 문지르며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아니면 보고 싶었어?”

도준의 장난기 섞인 말에 하윤은 제 말이 자기를 보러 오지 않은 도준을 탓하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 순간 하윤은 도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원망하는 거 아니에요. 보고 싶어 한 것도 아니고. 도준 씨가 뭘 하든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하윤은 분명 진지하게 말했지만 분노가 섞인 두 눈은 아무리 봐도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도준 앞에서 습관적으로 교태를 부릴 때마다 나오는 행동이라 하윤도 의식하지 못했다.

도준은 그런 하윤을 빤히 바라보며 손을 스르르 풀었다.

“가고 싶으면 가도 돼.”

가벼운 말투에 하윤은 순간 어리둥절해 고개를 돌렸다. 도준은 의자에 기댄 채 손으로 라이터를 돌리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도준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만약 어제저녁 집 아래에서 사라지던 도준의 차를 보지 못했다면, 하윤은 아마 도준이 더 이상 저와 관계를 이어 나가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어제 하필이면 그런 경험을 한 탓에 하윤은 오히려 도준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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