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76화 그 사람이 절대 도준 씨가 돼서는 안 돼요

하윤의 말 한마디는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완전히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심지어 제 어머니를 처음 볼 때 느꼈던 허황함과 평화로움도 함께 깨부쉈다.

‘하긴 도준 씨가 어떤 사람인데,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리가 없지.’

때문에 이 순간 하윤을 놓아주겠다고 하는 것도 그저 도망치겠다는 하윤을 맞춰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왕 놓아주겠다고 하니 차라리 길게 끌기보다 한번 아프고 마는 게 통쾌할지도 몰라...’

하윤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저는 아빠를 협박해 죽게 만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도준 씨 말대로 도준 씨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 그런 짓 하겠죠. 아빠가 죽을 목숨이었다는 게 어쩜 맞을지도요. 하지만 그 사람이 절대 도준 씨가 돼서는 안 돼요.”

하윤은 아까보다 많이 차분해졌다. 때문에 지금 하는 말이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심사숙고 후 뱉은 말이라는 걸 증명했다.

솔직히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하윤은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어 계속 부인했었다. 그때는 확실히 충격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하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아버지를 마지막에 죽음으로 내몬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준을 보는 하윤의 눈빛도 덤덤하고 평온했다.

“만약 아직도 저한테 마음이 있다면 우리 이쯤에서 그만해요.”

“...”

도준은 혀끝으로 뺨을 꾹 밀며 분노를 참으려 했지만 눈에 드리운 포악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만하자고? 지금 나랑 그만하자고 한 건가?’

‘그렇다면...’

“여사님, 왜 문밖에 서 계십니까? 문 열어 드릴까요?”

때마침 문밖에서 들려오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하윤은 순간 뭔가를 눈치챘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문밖에서 얼마나 듣고 있었는지 양현숙은 이미 눈물범벅이 된 채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커다란 공포에 휩싸여 하윤은 한참 동안 입을 뻐끔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양현숙은 하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 말 진짜야? 민 서방이 네 아빠 그렇게 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