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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양현숙의 고집

“우리가... 오랜 세월 부부로 지내는 동안, 네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지만 늘 내 마음에서 가장 좋은 남편이었어. 투어를 돌 대면 항상 엽서에 닭살 돋는 시구를 적어 줬었거든.”

양현숙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눈을 반짝이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왠지 그 미소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네 아버지 같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거 상상하기 힘들지? 그런데 젊었을 때 네 아버지는 늘 그랬어...”

“네 눈에는 듬직하고 좋은 아버지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우리 집 아래층에서 꽃을 들고 나에게 손을 흔드는 젊은 남자애로 보여.”

분명 양현숙의 어조는 차분하고 따뜻했지만 하윤은 눈시울이 시큰거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때 양현숙이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엄마도 다 알아, 엄마가 슬퍼할까 봐 말하지 않은 거. 엄마는 너 원망 안 해. 하지만 내가 어제 정말 죽였다면, 네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랐을 거야, 그러면 아마 죽어서도 눈을 못 감았을 거야. 윤아, 말해줘. 네 아버지가 나를 평생 얼마나 사랑해 줬는데, 내가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돼.”

하윤은 눈이 붉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씀드릴게요. 사실 이 모든 건 공은채 때문이에요.”

이어 하윤은 일의 자초지종을 양현숙에게 알려주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은채에게 속았는지, 어떻게 함정에 빠져 어떻게 이용당했는지 모두 다 설명했다.

남편이 식구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를 들은 양현숙은 입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윽고 가족을 데리고 떠나려던 남편이 도준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는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는지 이불 위에 엎드려 오열했다.

“여보, 왜 이렇게 모질게 굴어? 어떻게 나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렇게 갈 수 있어... 당신 없이 나 어떻게 살라고...”

양현숙 감정이 점점 격해지자 하윤은 눈물을 참으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아버지도 그런 선택을 급하게 내리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분명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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