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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엄마 때문이야?

하윤은 감정을 애써 억눌렀지만 도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도준 씨가 앞으로 1년 동안 내 앞에 안 나타나겠다고 약속했어요. 아직은 이혼할 방법이 없어요, 미안해요...”

흐느껴 울며 참회하는 하윤을 보자 양현숙은 눈을 감으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혼하려 하는 게 엄마 때문이야? 아니면 네 생각이야?”

“네?”

하윤은 순간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딸을 보자 양현숙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써 미소 지었다.

“엄마가 미안해. 어제 기분이 안 좋아 우리 딸한테 피해줬네. 꼭 이혼하라는 뜻 아니야. 만약... 만약 정말 민도준 사랑하면, 엄마는 괜찮아.”

하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 사람 아빠를 죽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이성호의 얘기를 꺼내자 양현숙은 또 다시 흐느꼈다.

“그래서 그러는 거야. 네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너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민도준이 너 좋아한다는 거 엄마 눈에도 보여, 너도 민도준 좋아하고. 만약 엄마 때문이라면 엄만 괜찮아.”

“...”

억지미소를 짓는 양현숙을 보자 하윤은 마음이 쓰라렸다.

어머니의 희생이 오히려 하윤을 더 미안하게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은우가 떠올랐다. 은우도 똑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운명까지 짊어질 필요 없어. 내 선택은 내가 직접 한 거야, 너랑 상관없어. 민도준과도 상관없고.’

‘좋아하면 만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윤아,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

따지고 보면 하윤의 사랑은 지금껏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었다.

예전에는 운우였다면, 지금은 어머니다.

이 감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윤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선택이에요.”

“정말이야?”

양현숙은 믿지 않았다.

“네.”

하윤은 눈을 내리깔았다.

“나도 아버지를 죽게 만든 범인을 받아줄 수 없어요. 엄마, 우리 앞으로 우리 앞길만 봐요.”

...

이번 겨울의 첫눈으로 인해 해원은 한층 더 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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