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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도준의 연적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하윤이 말하기도 전에 상대방이 연신 사과했다.

그러다가 하윤을 보자 약 2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는 눈을 반짝였다.

“어? 선배, 오전 오디션 끝났어요?”

남자는 극단의 남자 무용수 임우진인데, 평소 훈련을 같이 하지는 않지만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쌤들 식사하러 갔어. 너도 오디션 보러 왔어?”

“네.”

우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선배가 여주인공으로 정해졌다면서요? 축하해요.”

“고마워.”

하윤은 싱긋 웃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나 늦어서 먼저 돌아가 봐야 해.”

“아, 네, 일 보세요.”

“오후에 잘해.”

하윤의 다정한 응원에 우진은 자신감이라도 생긴 듯 눈웃음을 쳤다.

“네, 꼭 열심히 할게요!”

...

이 모습은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민혁은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되는 남자를 보며 어색한 듯 눈을 굴렸다.

그때 도준이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 일 없다며? 이게 아무 일 없는 거야?”

“이건 사고야, 사고. 하하하...”

민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은 어디서 튀어나왔대? 하필이면 지금 나타나서 나 엿 먹일 건 또 뭐야?’

사실, 도준은 경성에 밀린 일이 많아 한번 돌아갔었다. 때문에 그동안 민혁이 해원에 남아 하윤을 감시했다.

그런데 고작 반나절 한눈 판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한편, 밖으로 나온 하윤은 그동안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유독 가벼웠다.

어쩌다 뜻대로 되는 일이 생겼으니 그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던 그때, 하윤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믿기지 않는 듯 길 건너편을 바라봤다.

‘저 사람, 도준 씨인 것 같은데?’

‘도준 씨가 왜 해원에 있지?’

놀라움과 동시, 하윤은 하필 도준을 발견한 제 눈을 원망했다.

하지만 도준 같은 사람은 존재감 때문에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다. 높은 키, 매혹적이면서도 진한 이목구비, 그리고 불량배 같으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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