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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저 이시윤이에요

항구 도시에 도착하자 공항에는 이국적인 얼굴도 많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공간 속 누군가는 재회하고 누군가는 헤어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별을 앞둔 커플이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모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부 사람은 스케치를 손에 들고 마구 흔들어 대는가 하면 배웅을 해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라 그런지 이별의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하윤은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냉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두 사람이 오히려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윤은 겨우 입을 열었다.

“나 이제 가야 해요.”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 비행으로 다소 창백해진 하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품에 끌어안았다.

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제 손에 있는 반지를 바라봤다.

빨간 루비는 투명하고 깨끗했으며 반짝반짝 빛나 유독 아름다웠다.

서로 가장 뜨겁게 사랑할 때 받은 그 반지는 두 사람의 이별과 만남의 증거와도 같다.

‘이것도 주인한테 돌려줘야겠네...’

하윤은 반지를 빼 도준의 옷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도준이 반지를 꺼내려고 하자 손목을 잡으며 그를 빤히 바라봤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린 하윤의 눈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도준 씨, 나 놔줘서 고마워요.”

“...”

지난번에도 하윤은 이렇게 집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때의 하윤은 적어도 눈에 미련과 눈물이 맺혀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태연함과 감사함만 남았다.

‘놔줘서 고맙다고?’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금 그 인사를 받고 영영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뜻이야?”

하윤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동의하든 하지 않든, 도준 씨 같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려 한다면 내가 무슨 수로 저항하겠어요?”

지난번과 이번만 해도 그렇다. 아무일 없다는 듯 나타나 하윤의 마음을 어질러 놓고 아직 저 때문에 잠 못 이룬다는 걸 굳이 확인했으니.

어찌보면 도준은 하윤을 달래는 거겠지만, 하윤한테는 이 모든 게 상처고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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