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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사람 잘못 봤어요

정신을 차린 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극단 식구들과 같이 왔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

민혁은 시윤이 수진을 봤다는 걸 눈치채고 얼른 설명했다.

“저기, 한수진은...”

“민혁 씨.”

그때 시윤이 민혁의 말을 자르며 싱긋 웃었다.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요. 다 아니까. 극단 식구들이 기다려서 저 먼저 가볼게요.”

시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자 민혁은 이마를 탁 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망했네.’

...

룸으로 다시 돌아온 시윤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직접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

그건 도준이 수진의 요구를 들어주고 마음대로 하도록 방임하는 것보다, ‘블랙선에서 기다려라’고 하던 민혁의 말 때문이었다.

그 한마디로 두 사람의 관계가 한동안 지속됐고, 심지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배, 안색이 안 좋은데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음료라도 좀 마셔요.”

우진은 말하는 동시에 시윤 앞에 놓인 컵에 주스를 따랐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주스를 두 모금 정도 마이니, 차가운 액체가 달아오르는 술기운을 어느 정도 눌러주었다.

‘됐어, 그만 생각해. 도준 씨 같은 사람 곁에 여자가 부족할 리 없잖아. 한수진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있었을 거야. 내일 해원에 돌아가면 앞으로 다시 경성에 올 일도 없을 텐데.’

‘아니구나, 이혼할 때 한 번쯤은 오겠네.’

모임이 끝나자 교장은 극단 식구들이 바로 휴식할 수 있게 호텔에 방을 잡아주었다.

적당히 마신 제자들과 달리 윤영미는 꽤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아픈지 자꾸만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시윤은 우진에게 윤영미를 맡기고 곧바로 숙취해소제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위를 한참 동안 돌다가 겨우 약방을 찾은 시윤은 술을 많이 마신 선배들 것도 몇 병 챙겨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그제야 룸 번호를 물어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20층에 있는 건 기억 나는데.’

우진에게 물어보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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