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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1년 후

1년 후.

경성 예술학교.

“너 그 소문 들었어? 시윤 선배가 우리 학교에 공연하러 온대.”

“당연히 들었지. 나 사인받으려고 공연복을 몇 벌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뭐? 왜 하필 공연복에 사인받는데? 난 ‘지젤’공연 때 찍은 사진 준비했는데.”

“바보야. 사진에 사인해서 뭐해? 당연히 공연복에 사인받아 기운을 물려 받아야지. 나 이미 다 생각도 해뒀어. 옷 안쪽에 싸인 받아 고이 모셔뒀다가 시험 볼 때 입으려고.”

“역시 이런 머리는 널 못 따라간다니까. 난 유성펜으로 사인해달라고 해야지.”

...

반년 동안 갈고 닦으며 연습한 결과, ‘지젤’ 공연은 첫번째 공연부터 업계 최고의 평판을 얻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한테까지 널리 알려진 건 정작 여주인공의 고스트 댄스다.

지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자살한 뒤, 똑같이 배신으로 죽은 여자들은 유령 앨리스로 변하는데, 여자를 배신한 남자들은 무덤에서 억지로 춤을 추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영상 속 유령들은 흰 베일을 머리 위에 덮고 스산한 분위기가 흐르는 묘지에서 춤을 추며 기회하고 낭만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그걸 본 많은 네티즌들은 사랑에 눈이 먼 본인의 친구를 [앨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짧은 영상이 퍼지면서 한동안 붐이 일어나 그 뒤로 ‘지젤’공연은 매번마다 만석을 기록했고, 발레 열풍까지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각 대학의 무용단에서도 윤영미의 극단을 섭외하느라 경쟁이 일어났다. 예전부터 발레 문화를 전도하던 윤영미는 이번 기회에 전도 사업을 더 열심히 진행했고, 지난 반년간, 공연이 끝나면 항상 대학에서 강연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

3월의 경성은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에 있어 햇살은 따뜻하지만 기온은 여전히 싸늘했다.

다시 이 땅을 밟자 시윤은 왠지 한 세기를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1년간 도준은 약속한 대로 소식을 끊었고, 심지어 민혁마저 하윤의 생활에서 사라졌다.

밤낮으로 춤연습에만 매진한 지난날 시윤은 점차 과거에서 벗어났고, 정해진 인생대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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