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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신화 같은 남자

소예리드는 낭만과 폭력을 동시에 수용하는 도시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규모가 가장 큰 콘서트홀이 있고, 역사가 유구한 골든 홀이 있으며 조약돌을 깔아 만든 밤거리에서 색소폰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야만과 폭력이 차고 넘친다.

그곳에 있는 동안 윤영미는 제자들에게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젊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하루는 남자 단원들이 도박장을 구경하고 싶다면서 다른 단원들을 꼬셨다. 사실 시윤은 함께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려는 곳이 불법 권투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이 떠올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치안도 국내 못지 않아 안전을 위해 단원들은 당지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불법 권투장에 도착하자 가이드는 경비와 대화를 몇 마디 나누더니 팁을 내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두꺼운 커튼을 여는 순간 귀에 거슬리는 비명소리가 확 덮쳐왔다.

시윤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권투장 안은 마치 열대림처럼 후텁지근했다.

뜨거운 열기 속에 땀냄새, 담배냄새, 술냄새까지 더해져 역겹기까지 했다. 그곳은 시윤이 한 번도 본적 없는 세상이었다.

서로 다른 인종의 남녀가 링 주위를 둘러 싸고 있었으며, 양쪽에서 쉴 새 없이 함성이 흘러나왔다.

“You stupid jerk!”

“Kill him!!!”

사람들의 충혈된 눈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과 돈을 따겠다는 갈망이 넘쳐났다.

이곳의 배당률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하루만에 전재산을 탕진할 수도, 새로운 재벌이 태어날 수도 있었다.

무대 아래의 광기 섞인 함성이 무대 위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링 위에 있는 흑인 남성의 왼쪽 눈은 이미 피가 고여 흰자위도 보이지 않았고, 맞은편 상대는 얼굴이 울긋불긋 멍이 들고 덕지덕지 피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바닥을 향해 침을 뱉는 순간 이빨도 따라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이곳에는 아무런 보호대도 룰도 없었다.

대머리 남자가 상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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