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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내 옷장 열었어?

도준의 눈은 일순 어두워졌다.

솔직히 맞는 말이다. 도준은 분명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들 어쩌겠나?

‘규칙은 남을 위해 정하는 거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1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가뜩이나 얌전히 있지 못하는 하윤을 1년 동안 풀어주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거랑 다를 게 없다.

‘팔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곁에 가둬둘까? 안 될 것도 없지 않나?’

‘나랑 결혼했으면 이렇게 될 거란 건 알았어야지.’

‘나 건드린 그날부터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쯤은 알았어야지.’

하지만 하윤을 놓아준 순간, 새하얗게 질린 하윤의 얼굴을 본 순간,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생각은 다시 사라져버렸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하윤을 진짜 부러뜨리면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강제로 곁에 묶어두면 평생 미움을 받을 거고.

‘수지가 안 맞네.’

잠깐 멈춰 있던 도준은 끝내 현관에 걸려 있던 외투를 들어 하윤에게 입혀 주었다.

하지만 너무 큰 덩치 차이 때문에 헐렁한 옷을 보며 하윤은 몸을 버둥댔다.

“괜찮아요, 그렇게 안 추워요.”

도준은 하윤의 몸부림을 무시한 채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나갔다.

“오늘 눈 와.”

이에 하윤도 결국은 인형처럼 도준에게 제 몸을 맡겼다.

그러던 그때, 도준이 마지막 단추를 채우고는 하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

“가 봐.”

뻣뻣한 자세로 문을 나선 하윤은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 뭔가 눈치챈 듯 뒤돌아봤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도준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하윤은 갑자기 도준의 품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고개만 돌리면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그때,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하윤은 엘리베이터를 흘끗 보고는 추억이 담긴 집을 다시 바라봤다.

하지만 추억에 젖어 있던 눈을 감았다 다시 뜨더니 굳은 결심이라도 내린 듯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건 결국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

빌라를 나서자 눈꽃이 몸 위로 떨어졌다가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윤은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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