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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픔과 괴로움이었다.

도망치고 싶었고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두 사람을 뚫어지게 보고만 있었다. 이글거리는 두 사람의 눈빛을 보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둘이 포옹하는 모습도 그리고 우현수가 청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도 모두 지켜봤다. 우현수는 청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키스하지 않고 단지 이마를 청아의 이마에 대고 있었다.

그는 따뜻한 가족의 품속에 돌아온 사람처럼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다.

우현수는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만약 이곳이 병원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아직 부부였다면 그는 나를 배신했을까?

부정하고 싶었지만 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는 한청아였으니까. 우현수는 청아를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갈 사람이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순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덜 아플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 또한 내 탓이다. 애초에 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를 사랑한 내 잘못이다.

“제발 그만. 이 고통을 멈춰줘.”

나는 내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를 어떤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대답도 없었고 구원도 없었다.

나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크게 숨을 쉬려고 해도 턱턱 막혀왔다. 나는 천천히 죽어가는 것 같았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를 사랑한 결과야.”

한도언이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도언아, 뭐 하려는 거야? 청아한테서 떨어지라고 경고하거나 나를 비웃는 거라면 꺼져. 돌아가. 꼴 보기 싫으니까.”

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도언이는 나의 말에 살짝 놀랐다. 내가 반박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청아는 현수 형 거야. 네가 비록 이기적으로 빼앗아 갔지만 이젠 둘이 행복하게 살 차례야.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해. 우리 모두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하지 마.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면 우리 다시는 연락할 일이 없을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도언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푹 잠들고 싶었다. 지칠 대로 지쳤고 울다가 잠이 들곤 했다.

“어머니에게 장례 준비를 돕겠다고 전해줘. 물론 내 도움을 원한다면. 그리고 청아한테도 안부를 전해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차에 탔다. 도언이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우현수는 지훈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겼다고 했다. 싫어하는 또 한 명의 사람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지훈이를 내일 데려오려고 했다.

곧 집에 도착했다. 혼자 집에 있으니 내가 얼마나 외롭고 처량한 처지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도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지훈이 말고는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지쳤지만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쯤 나를 정말로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다. 후회란 늘 한 발짝 늦은 법이다.

...

아버지가 돌아간 후 3일 내내 우리는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로 지냈다. 아버지의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아버지는 유명한 분이셨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날 이후로 우현수를 보지 못했다. 그는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나는 그의 전화를 무시했다. 아마 그는 청아의 품 안에 안겨있을 것이다. 어쩌면 청아는 벌써 그의 집에 들어가 살지도 모른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집어치우고 나는 검은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

“엄마.”

지훈이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뒤돌아보니 지훈이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다정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이번 주 토요일에 낚시하러 가기로 했는데...”

지훈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나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끔찍한 존재였지만 지훈이에게는 훌륭한 할아버지였다.

나는 지훈이를 안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달래며 위로했다.

“할아버지는 천사들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우리 지훈이를 지켜줄 거야.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우리 마음속에...”

나는 지훈이의 손을 잡고 가슴에 댔다.

“그리고 우리 머리속에도... 늘 함께 계시니까.”

나는 지훈이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지훈이가 우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야. 할아버지를 슬프게 할 거야?”

그러자 지훈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앞으로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멋진 추억들만 떠올리며 마음속에 간직하는 거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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