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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내가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게 거짓말한 적 없다는 거 알잖아. 내가 청아를 사랑했던 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

수아는 화가 난 듯 행주를 던졌다.

“그런데 왜 나랑 같이 잤어? 정말 역겨워. 내가 왜 너한테 반했을까? 왜 이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는지 모르겠어.”

수아의 말을 듣자 화가 나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우리는 결혼하고 잠자리를 가졌지만 그건 단지 육체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뿐이었다. 비록 수아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었다.

“옛날이야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니야. 지훈이에 관해 이야기하러 왔어.”

나는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지쳐 화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하려던 말을 하고 당장 떠나려 했다.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만한 말을 하거나 행동할지도 모른다.

지훈이를 언급하자 수아는 갑자기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수납장을 열고 약병을 꺼냈다. 한 손으로 뚜껑을 열더니 알약 두 개를 입에 넣고 삼켰다. 라벨을 읽어보니 진통제였다.

“팔은 좀 어때?”

“할 말이나 해. 가식적인 관심인 거 우리 둘 다 알고 있으니 연기 그만해.”

수아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책상을 치며 소리칠 뻔했다.

“야! 한수아!”

”왜? 난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야. 말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면 나가. 지훈이가 깨나면 문자 보낼게.”

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나는 다치지 않은 그녀의 한쪽 손을 잡았다. 그녀는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빠르게 손을 뺐다.

“다치지 마!”

수아는 버럭 화를 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계속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걸까? 우리 사이에는 아직 지훈이가 있는데 말이다.

“네가 이러니깐 내가 청아에게 마음이 갔던 거야.”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러자 수아의 표정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갑게 변했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 내 집에서 나를 모욕하고 청아와 같이 비교하는 걸 참을 수 없어. 그게 왜 내 탓인데? 우린 이혼했어. 사랑이 뭔지 뭐 그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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