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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오늘 하루 어땠어?”

나는 전화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운 채 청소하며 지훈이와 통화했다. 많이 불편했지만 적어도 어깨 상태는 이제 훨씬 나아졌다.

“너무 재밌어요!”

지훈이는 흥분된 어조로 소리쳤다.

“방금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이제 미끄럼틀 타러 가요! 바로 바다로 이어진 그런 미끄럼틀!”

지훈이의 신나는 목소리에 나도 행복해졌다. 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니까. 그가 안전하게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정말? 내가 그랬잖아. 재미있을 거라고.”

나는 청소를 포기하고 소파에 앉았다. 온전히 지훈이랑 통화하고 싶었다.

“엄마는 어때요? 주말 잘 보내고 있어요?”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여덟 살짜리 내 아들이 나보다 더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다. 나는 갈 곳도 없고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만날 사람도 없었다.

동료들이 가끔 나를 모임에 초대하곤 했지만 내가 계속 거절하자 더 이상 초대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알고 싶어서 초대한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을 초대할 때 내가 거기 있어서 초대한 것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뭐 그냥 그렇지. 청소나 좀 하고 있어”

나는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지훈이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처럼 나가서 재미있게 놀아야죠. 나 없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 돼요.”

지훈이의 잔소리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알았어. 청소만 끝내고 나면 나갈게.”

나는 거짓말을 했다. 청소를 끝내면 아마 영화나 보고 야식이나 먹겠지. 아니면 그냥 푹 잘 것이다.

“알았어요. 외할아버지가 저를 부르네요.”

“그래 빨리 가봐. 이따 다시 통화하자.”

“할머니가 엄마한테 안부 전해 달래요.”

“그래. 미끄럼틀 조심히 타.”

나는 어머니의 안부 인사를 완전히 무시하며 말했다.

지훈이는 전화를 끊고 신이 난 상태로 미끄럼틀을 타러 갔다. 내가 어머니의 안부 인사를 무시한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훈이는 아버지와 똑같이 평소에는 굉장히 민감한 성격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완전히 놀이에 빠져 있었다.

나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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