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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눈을 떠보니 혼자였다. 역시 꿈이었나 보다. 우현수가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잤을 리가 없지. 병원에서 잠든 이후로는 기억이 거의 없었다. 링거를 너무 많이 맞아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너무 어지러워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몇 분 후에야 겨우 일어나 욕실로 걸어가 샤워했다. 병원 특유의 냄새를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휴대폰도 없고 차도 없었다. 경찰이 내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면서 부서졌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몇 주 동안 휴가를 받았지만 복귀 전에 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옷을 다 입고 나니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팠다.

‘젠장, 진통제부터 먹어야겠네.’

계단을 내려가면서 며칠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이 됐다. 몸에 기운이 없어서 무슨 일을 하려 해도 금세 힘이 빠져버렸다.

나는 주방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만들었다. 정말 긴 잠을 자고 싶었다. 주방 아일랜드 식탁 대신 거실로 가서 편하게 먹기로 했다.

머리를 다친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억지로 밍밍한 음식을 먹고 진통제를 삼켰다. 소파에 누워서 잠깐 눈을 붙이려는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짜증이 났다. 지금은 문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님을 맞이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자고만 싶었다.

무시하려 했지만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무시해도 되겠지?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 여자였다. 검은 머리에 초롱초롱한 눈 그리고 주먹만 한 얼굴에 도톰한 입술까지.

"어...누구세요?"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문틀에 기대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웃으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혹시 수아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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