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몸을 돌린 후, 손가락으로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딱!그러자 용이 울부짖고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검에서 울려 퍼졌다.전시후는 손에 잡은 검에서 전해지는 강력한 충격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결국 꽉 잡았던 검은 손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날아갔다.“검도 제대로 못 잡는 주제에 나대긴 뭘 나대? 니혼으로 돌아가 몇 년 더 연습이나 해!”임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전시후는 자기가 한국 땅에 발을 내디딘 후 처음으로 검을 뽑은 상황이 이렇게 비참하고 굴욕적인 결말을 맞이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이 붉어진 전시후는 굴욕감이 가득 차올라 불만스럽게 소리쳤다.“방금은 내가 방심했을 뿐이야. 검술로는 내가 분명히 네 위에 있어!”전시후가 다시 공격하려 하자 한중오는 한숨을 쉬며 말렸다.“시후야, 그만해. 넌 임 선생님의 상대가 안 돼.”전시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스승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반드시 이 굴욕을 씻어내겠습니다!”“시후 씨, 물러나세요.”그때, 사람들 뒤에서 약간 애티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검은 공주 드레스를 입고 아담한 체형의 소녀가 걸어 나왔다.그 소녀는 은빛 머리를 늘어뜨리고 인형 같은 섬세한 얼굴에 크고 맑은 눈을 가졌는데 나이에 비해 매우 매혹적인 모습이었다.“네, 유리 씨!”소유리의 한마디에 전시후는 뜻밖에도 사나운 기세를 거두고 고분고분 물러났다.“임 대사님이 아껴둔 힘을 이따가 있을 결전에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한 뒤에 우리 탓으로 돌릴 건 아닐지 걱정이에요.”소유리는 애티 나지만 당돌한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러고는 천천히 진태양에 시선을 돌렸다.“진 대사님, 저희 오빠가 저에게 작월검을 챙겨서 대사님에게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진 대사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우미야, 검을 전해드려!”소유리의 지시에 따라 날씬한 체형에 긴 머리를 찰랑이며 니혼 전통 복장을 한 여성이 검집이
슥!하지만 강진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지환은 작월검을 뽑아 들고 강진수의 목에 검을 겨눴다.임지환이 살짝 힘을 주기만 하면 강진수의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임 대사님, 제발 진정하세요!”진태양이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비상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 진태양은 임지환과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어떤 반응도 할 겨를이 없었다.강진수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임지환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전 임 대사님 편을 들려고 하는 건데 왜 저에게 이러는 거죠?”“제 생각엔 이 녀석이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스승님, 차라리 이 자식을 죽여버리시는 게 어떨까요?”전시후는 혼란을 부추기며 옆에서 부채질했다.“상황을 지켜보자. 지금은 나설 최적의 시기가 아니야.”한중오는 임지환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정말 재미있군. 결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너희 한국인들끼리 개싸움을 하다니!”소유리는 허리에 손을 얹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오직 검을 건넨 시녀 우미만이 앞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임 선생님, 부디 진정하세요!”임지환은 우미를 힐끗 쳐다보고는 강진수를 향해 말했다.“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을 죽이라고 협박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죽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뭘 어쩌려고 하는 거죠?”강진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목에 검이 닿은 기분은 좋을 리가 없었다.“지금부터 반시간 동안 어디에도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강 문주님이 여기서 나가면 내가 당신의 시체를 수습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임지환은 당연히 강진수를 실제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배지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강진수에게 어떤 사고도 생기게 할 수 없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강진수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누가 나를 죽이려는지 그것만 알려주세요.”“당신을 노리는 사람은 탐랑이라는 거미줄 조직 킬러입니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그 킬러
휴게실 내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검도 대사인 한중오조차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임지환이 소유리에게 실제로 손을 댈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조금이라도 빗나갔으면 그 후폭풍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저 개자식이!”임지환에게 이미 불만이 잔뜩 쌓였던 전시후는 고향 말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전시후는 큰 결단을 내리고 검을 들고 휴게실 밖에 서 있는 임지환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그러나 임지환은 몸을 살짝 틀어 칼날을 피하고 전시후의 손목을 단번에 잡아챘다.빠작...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휴게실 전체에 퍼졌다.“꺼져!”임지환은 전시후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발차기를 날렸다.전시후는 그대로 날아가 휴게실의 나무 의자에 사정없이 부딪혔다.전시후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그 피가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유란아, 가자!”임지환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당당히 자리를 떠났다.“시후 씨!”“모두 함께 이 녀석을 죽여버리자!”전시후가 당하는 꼴을 본 니혼 검객들은 곧바로 분노를 분출하며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다들 그만둬!”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소유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지금 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야!”“유리 씨, 저 녀석이 감히 유리 씨에게 손을 대다니, 우리를 깔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습니까?”“우리가 공격하지 않고 시후 씨의 피를 그냥 흘리게 놔두면 이 한국인들이 우리를 깔보며 비웃을 게 아닙니까?”니혼에서 온 자존심 강한 검객들은 절대 자기 사람이 손해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다들 임지환을 찢어서 삼킬 기세로 매섭게 그를 노려보았다.“방금 저 녀석의 공격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진짜 싸우기라도 해 봐. 불리해질 사람은 우리야.”소유리는 여전히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비록 소유리는 나이가 어리지만 경험이 많고 시야도 넓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유리 씨, 그럼 우리가 가만히 손 놓고 저 녀석이 날뛰는
임지환을 잘 아는 유란으로서는 임지환이 이렇게 겁을 먹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혹시 이 소녀의 배경이 엄청난 게 아닐까?“소유리 성씨는 니혼에서 황실 가문에서만 볼 수 있는 성씨야. 이 소녀도 황실 일족일 가능성이 커.”임지환이 천천히 자기 추측을 말했다.“그럼 이 소녀가 니혼의 황실 공주라는 겁니까?”유란은 임지환의 추측에 충격을 받았다.나이와 걸맞지 않게 일찍 철든 것 같은 소녀가 이토록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황실 공주는 아닐지라도 황실 일가의 자식일 가능성이 커. 한중오 같은 검도 대사가 딱 붙어서 경호를 맡고 있다는 건 그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지.”만약 소유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임지환의 말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임지환의 추측대로 소유리는 니혼 현 황실 집권자의 막내딸이었다.이번에 한중오와 함께 한국에 온 것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었다.임지환은 무언가 떠오른 듯 엄숙한 목소리로 경고했다.“한중오가 참지 못하고 움직이려 한다면 굳이 정면으로 싸우지 말고 그냥 그들을 보내줘.”“그럼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주는 꼴 아닙니까?”유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걱정 마, 한중오가 이 유람선에서 절대 도망치지 못할 거야.”임지환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대답했다.그러자 유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용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용주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누구도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지킬 겁니다.”“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절대 무리하지 말고.”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선장실로 향했다....“저 임지환이라는 놈이 사라진 것 같은데 우리 그냥 뛰쳐나갈까요?”휴게실 안에서 우미가 소유리에게 제안했다.“우미야, 오늘따라 말이 많네? 설마 그 임지환이라는 번태한테 반한 건 아니겠지?”소유리는 조금 초조해 보이는 시녀를 바라보며 넌지시 농담을 던졌다.“유리 씨, 오해하셨어요.”우미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급히 해명했다.“저는 그저 임지환이 유리 씨에게 해를 끼치는
“난 여자를 상대로 싸우지 않습니다. 비켜주는 게 좋을 겁니다.”한중오는 고개 들어 유란을 쳐다보며 냉담하게 말했다.하찮은 임지환의 부하 따위는 한중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하지만 유란은 미동도 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이 돌아오기 전까지 누구도 여길 나갈 수 없다고요.”“그 임지환이라는 놈도 없는데 네가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한중오 검파의 제자들이 하나같이 고함을 지르며 유란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이봐요, 이쁘장한 아가씨, 괜한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혹시라도 충돌이 일어나 그 예쁜 얼굴에 상처라도 생기면 안 좋잖아요.”소유리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웃는 얼굴이 분명했고 예의 바르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은근한 위협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뭐라고 해도 좋아요. 하지만 당신들이 이 방을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유란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한 어조로 한마디 보탰다.“지금 이곳은 내가 주관합니다.”소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한중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선생님, 보아하니 선생님의 체면이 이분에게는 별 의미가 없나 봐요.”“실례하겠습니다.”한중오는 손가락으로 칼을 대신하여 유란의 어깨를 찔렀다.순간, 유란은 겨울바람처럼 쌀쌀한 기운이 자기에게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이 검도 종사는 비록 무기를 들지 않았지만 손가락만으로도 검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방심했어!”유란은 거대한 폭풍 속에 휩쓸린 것 같았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절체절명의 순간, 유란은 다리에 힘을 주어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한중오는 고개를 들고 유란을 비웃으며 말했다.“이제 와서 도망가려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퍽!보이지 않는 검기가 한중오의 손끝에서 뻗어 나와 유란의 어깨를 그대로 꿰뚫었다.그러자 시뻘건 피가 유란의 어깨에서 터져 나왔다.유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그녀는 순식간에 전투 능력을 거의 다 잃었다.“임지환 그놈이 없는 틈을 타
“지금 우리 한중오 선생님이 널 죽이는 건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어!”한중오 역시 분노가 가득 찬 얼굴과 칼날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난 내 제자의 복수를 위해 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거야!”한중오는 허리춤에 걸린 장검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마치 만 년 동안 얼어붙었던 얼음산처럼 온몸에서 서리가 내리는 듯한 살기를 뿜어냈다.하지만 임지환은 한중오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천히 유란 앞에 다가갔다.“내가 말했잖아,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저는...”유란에게 해명할 여유도 주지 않고 임지환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상처에 갖다 댔다.그러자 임지환의 몸에서 영기가 모여 손바닥에서 뿜어나오기 시작했다.유란은 봄바람에 쐬는 듯한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을 받았고 임지환의 영기가 몸에 스며들자 어깨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감히 날 무시해? 넌 내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지 곧 알게 될 거야!”거대한 분노에 휩싸인 한중오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슉!검이 갑자기 검집에서 뽑혀 나왔고 그 기운이 서리처럼 뻗어 나갔다.그 검은 천리 빙하를 가르는 듯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네 검술 실력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그게 전부야...”임지환은 한중오에게 등을 돌린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정말 오만하구나!”한중오는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다.한중오의 말라빠진 몸에서 무한한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고 한 걸음 내딛자 단번에 수 미터를 가로질렀다.한중오는 검을 잡고 임지환의 넓은 등을 향해 휘둘렀다.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고 빛나는 검광은 주변 사람들이 눈을 감게 만들 정도로 눈부셨다.“용주님, 조심하세요!”유란은 아슬아슬한 장면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임지환의 존칭을 외쳤다.“용주?”휴게실 입구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강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떠올렸다.“저 임지환이라는 자는 이
“뭐라고요? 임지환이 대종사라고요? 이게 말이 돼요?”소유리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소리 질렀고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쳤다.“임 대사가 이미 대사 경지를 돌파했다고?”“이건 말 그대로 신과 다름없는 존재네!”“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임 대사가 어떻게 저 니혼 영감을 저 정도로 깔보겠어?”“임 대사처럼 겸손한 사람이 없을 거야. 내가 임 대사였다면 저 영감을 자기 엄마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팼을 거야.”강한시 대부들은 몇억을 공짜로 얻은 것처럼 흥분된 표정으로 날뛰었고 임지환을 바라보는 눈빛은 온통 숭배로 가득 찼다.대사와 대종사는 비록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컸다.“대종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이야?”“우리 스승님도 대종사야! 임지환과 똑같은 실력이라고!”“이럴 땐 예의고 체면이고 신경 쓸 필요 없어. 다 같이 덤벼서 저 자식을 죽여 시후 씨를 위해 복수하자!”“그래! 시후 씨를 위해 복수하자! 이 기회에 우리 니혼 무술의 위세를 높이자!”순식간에 니혼 검객들의 외침이 유람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한중오 응원단을 방불케 하는 이 사람들은 목에 핏줄을 세우며 흥분해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다.“한중오 선생님, 절대 물러서면 안 됩니다. 임지환을 죽여서 제자의 원한을 갚아야죠.”송진국도 임지환의 기세에 놀라 벌벌 떨며 한중오를 부추겼다.임지환이 대종사라니!단 은침 하나로 니혼 검도를 대표하는 고수를 가볍게 죽여버린 임지환이 만약 송진국에게 화살을 겨눈다면 송씨 가문 가주인 송진국도 역시 저항할 틈도 없이 죽게 될 게 뻔했다.“죽고 싶으면 말리진 않겠어. 하지만 그 전에... 개인적인 문제 하나는 해결해야겠어.”자기를 호시탐탐 노려보는 니혼 검객들을 보면서도 임지환은 두려움 한 점 없이 산책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소유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너... 너 가까이 오지 마!”소유리는 임지환의 대단한 실력을 직접 목격한 뒤 본능적으로 그를 피하려 했다.“유리 씨에게 가까이 가
“죽기 싫으면 닥치고 가만히 있어!”임지환이 차갑게 말했다.“꺼져!”우미는 소리치며 몸을 빠르게 뒤로 뺐다.하지만 임지환은 우미를 금방 따라잡았다.쫙...결국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힘이 센 임지환이 우미의 옷을 반쯤 찢어버렸다.“스승님, 구해주세요!”우미는 남은 옷자락을 움켜쥐고 한중오 곁으로 달려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걱정 마. 내가 반드시 이 짐승을 죽여주겠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빛을 내뿜는 검이 유성처럼 임지환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임지환은 시선을 돌려 재빨리 두 손가락을 검처럼 세웠다.펑!손끝과 칼날이 부딪히며 마치 유성이 지면을 박는 듯한 둔탁한 소리를 냈다.덜덜...그 충돌의 여파로 한중오는 어쩔 수 없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반면, 임지환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대신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스승님이 이겼네요!”소유리는 임지환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신나서 외쳤다.“대종사라 해서 대단할 게 뭐 있나? 결국 별거 아니었잖아!”“우리 스승님은 10년 전 이미 한국을 누비고 다녔는데 10년이 지나도 한국 땅엔 아직도 제대로 된 상대 하나 없네!”한중오의 제자들은 스승이 우세를 점하자 더욱 기세등등해져서 말을 가리지 않고 막 내뱉었다.“임 대사가 졌다니! 이럴수가...”“우리 한국 무술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강한시의 대부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저마다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니혼 사람들에게 눌려 있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누가 내가 졌다고 했나? 난 살짝 다치긴 했지만 저 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야.”임지환은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대신 침묵을 지키는 한중오에게 시선을 돌렸다.“헛소리하지 마! 우리 스승님은 아무렇지도 않아!”“대사라 자칭하는 놈이 이렇게 이기지 못해서 발버둥 치다니 한국인의 얼굴을 다 망신시키는구나!”“커헉!”니혼 검객들이 미친 듯이 임지환을 비웃는 그 순간, 한중오가 갑자기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