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으면 나도 그 사람을 해치지 않아. 네가 말한 이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음을 자초하지 않았더라면 난 결코 그들을 죽이지 않았을 거야.”임지환은 단호한 말투로 또박또박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유진헌은 내심 크게 안도했다.‘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임 대사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한 게 진짜 다행이네. 그렇지 않았더라면 다음에 죽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니 유진헌의 마음도 한결 놓였다.10분도 안 돼서 병원 복도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 당장 이 병원 출입구를 전부 봉쇄해! 파리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알았어? 과연 누가 그리 배짱이 대단한지 한번 보자고... 우리 위씨 가문과 감히 맞설 생각을 한다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범한 헤어스타일에 엄숙한 표정의 중년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서 특호 병실에 들어왔다.남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30명이 넘는 전신 무장한 군인들이 병실의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홍희야! 준우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위민국은 아내와 아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누가 감히 위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지? 이건 저승에 가는 지름길이 확실했다.도홍희는 남편이 오자마자 든든한 배후가 생겨 자신감이 넘쳐나 임지환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고발했다.“민국 씨, 바로 이 사람이야!”“너냐?”위민국은 임지환을 보자 무의식 간에 잠시 멍해졌다.도홍희가 가리킨 사람은 제법 젊어 보이고 외모도 흔히 보는 평범한 얼굴인데 아무리 봐도 배경이 있기는커녕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이 사람이 추문철을 사주해서 내 뺨을 때렸어. 그리고... 민국 씨가 기르는 그 유진헌이라는 개 말이야. 우리 위씨 가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충성을 다하겠다며 우리 아들을 때리기까지 했어!”도홍희는 눈물까지 흘리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억울함을 호소했다.“추문철! 유진헌! 너희 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관료 사회에서 오래 살아남은 인물답게 말 한마디로 바로 추문철의 약점을 찔렀다.추문철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임지환을 바라봤다.“추문철, 이제 그만 쉬어도 돼. 이제부터는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의 말 한마디로 추문철에게 적절한 퇴로를 제공해 주는 격이 됐다.“위민국, 예전 약속을 들먹이며 날 겁주려고 하지 마라. 네 아들을 내가 직접 때린 건 아니야. 앞으로 너희에게 일어날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추문철은 자기 입장을 밝힌 후 임지환을 향해 말했다. “임지환, 앞으로는 내가 나서기 어려울 것 같네.”“네가 저 사람들을 대신해 날 어쩌려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갖춘 거야.” 임지환은 손을 내저으며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내가 저 인간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힘이 없어.”추문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보탰다.“그래도 내가 이제 선천에 오르면 너와 한 번 더 겨루고 싶어.”“언제든 환영이야.”임지환은 시원하게 웃으며 약속했다.“그럼 먼저 실례할게. 우리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추문철은 임지환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한 후 병실 문을 향해 유유히 걸어 나가려 했다.“위 국장님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나갈 수 없어!”총을 든 병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감히 날 얕봐? 내가 만만해 보여?”추문철은 코웃음을 치며 바닥을 향해 갑자기 발을 굴렀다.쿵!그러자 바닥이 요동쳤고 모두가 이 소란 때문에 정신이 없이 당황한 사이 추문철은 마치 유연한 용처럼 잽싸게 인파 속을 오갔다.다들 추문철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앞이 번쩍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쥐고 있던 총이 이미 다른 곳으로 넘어간 뒤였다.2분도 안 되는 사이, 병사들의 총이 한 자루도 빠짐없이 모두 분해되어 있었다.쨍그랑...추문철은 그 30여 자루의 총을 위민국 앞에 보란 듯이 던졌다.“헉!”큰 장면을 많이 경험해 어느 정도 내공이 있는 위민국이었지만 이
“간다고? 오늘 네가 이 문을 나갈 수만 있다면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지. 네가 무술 실력이 뛰어난 건 잘 알았어. 하지만 권력과 인맥을 따지면... 넌 내 앞에서 그저 갓난아기에 불과해.”위민국은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 강한시 시장을 부르겠어. 네가 정말 배짱이 있다면 시장 앞에서도 대놓고 맞설 수 있는지 보자고.”으름장을 놓자마자 임지환이 답하기도 전에 위민국은 홍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홍진, 나 지금 강한시에 있는데 시간 있으면 잠깐 볼 수 있을까?”“위 국장,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지금 어디 계세요? 바로 갈게요.”전화 너머에서 홍진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사실 우리 집안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서 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네. 일이 끝나면 다시 찾아갈게.”위민국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위민국은 홍진이 권세에 굽히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도움을 청했다가는 거절당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접근한 것이었다.위민국의 예상이 적중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홍진은 바로 답했다. “어느 병원에 계시는가요? 바로 갈게요.”“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이 정도 일로 홍 시장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위민국은 겉으로는 사양하는 척했다.“이 강한시는 내 관할인데 위 국장이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위씨 집안 어르신께 얼굴을 들고 뵐 수 없잖아요.”홍진은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위민국은 이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병원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홍진의 확답을 받은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이봐, 네가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아무리 대단한 배경을 갖고 있어도 우리 강한시 시장 앞에서라면 결국 꼬리를 내리게 될 거야.”위민국은 냉랭하게 말하며 더는 참지 못하고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임지환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심지어 조금 전
임지환은 자리에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위민국은 임지환이 침묵을 지키자 이어서 말했다. “네 다리를 부러뜨려서 이자만큼 받아 갈 거야.”“민국 씨, 다리만 부러뜨린다고 내 화가 풀리겠어요? 저 녀석 팔다리를 다 부러뜨려야 내 속이 시원할 거예요” 도홍희는 천천히 위민국 옆으로 걸어오며 증오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아, 맞다. 그리고 저 유진헌도 더는 감찰국에서 일할 필요가 없겠어요.” 임지환을 향해 분풀이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 도홍희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유진헌에게도 독이 가득 찬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역시 세상에서 한이 맺힌 여자 마음만큼 독한 게 없군.” 그 말에 유진헌의 담배를 든 손이 살짝 떨렸다.“우리 위씨 가문을 건드린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지. 유진헌, 네가 이 청년 편을 들려고 했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겸허히 감수해야지.” 위민국은 눈을 가늘게 뜨며 냉소를 지었다.위씨 가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절대 가만히 둘 수 없었다.게다가 유진헌은 위민국이 직접 키워낸 사람이라 감찰국에서 끌어내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위 선생님, 이 일은 정말 협의할 여지가 없는 건가요?” 유진헌은 담배를 꺼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개라면 개답게 굴어야지. 이제 와서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어.” 위민국은 상급자의 태도로 유진헌을 내려다보며 협상의 여지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위씨 가문 개로 키운 녀석이 감히 주인에게 반항하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땅을 치며 후회할 정도는 아닙니다. 단지 내가 지금까지 위씨 가문을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내가 당신들 눈에는 돼지나 개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가 막힐 뿐입니다. 지금까지 뭘 바라보고 살아왔는지 현타가 오네요.”유진헌은 씁쓸하게 웃으며 아쉬움과 슬픔이 섞인 말투로 말했고 이내 몸을 돌려 임지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임 대사님, 걱정 마십시오. 오늘은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위씨 가문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리자 유
홍진은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병실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홍 시장이 직접 오다니 이거 정말 볼 만하겠군.”“위씨 가문을 건드리는 자는 한결같이 비극으로 끝날 게 뻔해.”위민국이 데려온 무리는 하나같이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큰일 났어. 홍 시장이 오면 임지환은 완전히 끝장을 보게 될 거야.” 양서은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하하, 홍 시장이 오니 본격적인 연극이 시작되겠네.”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유진헌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유진헌, 너 미친 거 아니야? 홍 시장이 네 죄를 물으러 왔다고!” 도홍희는 유진헌의 이상한 태도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유진헌은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죄를 묻는다고? 홍 시장이 과연 그럴 용기가 있을까?”“유진헌, 네가 누굴 용기가 없다고 하는 거야? 강한시 시장 홍진이 너 같은 녀석 하나 제대로 못 다룬다고 생각하나?” 홍진은 유진헌의 호언장담을 듣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리를 높여 질책하며 병실로 들어왔다.“날 다루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임 대사님을 대신해서 저 사람들과 맞선 거라고. 설마 우리 홍 시장께서 임 대사님의 체면도 무시할 셈인가?”유진헌은 당당한 태도로 또박또박 말했다.“임 대사라고?”홍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려 병실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임지환이 병실 의자에 앉아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임 대사든 개 대사든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시장님 앞에서는 아무리 날고뛰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고분고분 복종해야 할 거야!” 도홍희는 코웃음을 치며 유진헌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위 여사님, 말을 조심하세요. 임 대사님은 위 여사님이 함부로 비난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도홍희가 더 이상 폭언을 던지기 전에 홍진은 얼굴빛이 변하며 급히 그녀를 제지했고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급히 임지환 앞으로 다가갔다.“홍 시장,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위민국은 미간을
위민국 일가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특히 위민국은 수십 마리의 파리를 삼킨 것처럼 속이 뒤틀렸다.자기가 긴급하게 부른 도움의 손길이 임지환과 이런 인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홍 시장, 이 사람이 홍 시장 딸의 목숨을 구한 은인은 맞지만 오늘 일이랑 그거랑 별개로 봐야 할 게 아니야? 이 사람이 유진헌과 공모하여 우리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건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내 아내는 얼굴이 망가졌고 아들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어... 이 사건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않으면 우리 위씨 가문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위민국은 자기 명문대가의 배경만 내세운다면 임지환이 홍 시장에게 아무리 큰 은혜가 있더라도 홍진이 공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위 국장,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임 대사를 건드리겠다면 그때는 내가 사심이 가득한 태도로 대할 수밖에 없을 테니 단단히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홍진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태도 또한 단호했다. 임지환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위씨 가문과도 결별할 태세였다.“홍진, 오냐오냐해 주니까 우리가 만만하게 보여? 아무리 네가 시장이라고 해도 우리 위씨 가문이 박살 내고 싶은 사람은 절대 구할 수 없어.”위민국은 화가 치밀어 올라 거칠게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홍 시장님, 다시 잘 생각해 보세요. 저런 촌놈 하나 때문에 우리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닐 거예요.”도홍희도 옆에서 남편을 거들었다.“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당신들 귀가 먹었어? 아니면 이해력이 딸리는 거야? 임 대사를 건드리는 건 곧 나 홍진을 적으로 돌리는 거고 설령 그게 위씨 가문이라도 마찬가지야.”홍진은 단호하게 대꾸하며 두 사람의 위협을 아랑곳하지 않았다.홍진의 태도에 위민국은 분노에 차서 물었다. “대체 저런 듣보잡 촌놈이 누구길래 네가 이렇게 목숨 걸고 지키려 드는 거야?”“임 대사가 누구냐고? 임 대사는 우리 홍씨 가문의 소중한 귀빈이야. 게다가 임 대사는 무술 대가이기도 해. 전
말을 마치자 임지환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뭐 어쩌자고?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너 따위가 감히?” 위민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당당하게 대들었다.용산시 감찰국 국장인 위민국은 유진헌보다 훨씬 높은 직위에 있었다. 임지환이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어도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관을 봐야 눈물이 나오겠네?” 하지만 위민국의 예상과 달리 임지환은 손을 들어 그대로 따귀를 후려쳤다.찰싹!위민국은 순간 얼굴을 스치는 강한 바람을 느꼈다.아무런 반응도 할 새 없이 위민국은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임지환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천천히 도홍희에게 다가갔다.“임 대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굴던 도홍희는 남편이 가차 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라 벌벌 떨며 싹싹 빌었다.“걱정 마. 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 임지환은 차갑게 도홍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당신이 날 때리지만 않는다면 뭐든지 협상할 수 있어요.”도홍희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음을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그냥 놔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임지환은 냉랭하게 한마디 던지고 허리에서 은침 하나를 꺼내 들었다.“당신...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도홍희는 임지환의 손에서 서늘한 기운을 발산하는 은침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오싹한 기운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공포에 질린 도홍희는 남편과 아들을 두고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내 앞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임지환은 잔잔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은침을 그대로 던졌다.슉!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은침은 정확히 도홍희의 목뒤의 한 혈에 박혔다. 순간, 도홍희는 목에서 따끔한 고통을 느꼈지만 이내 온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 보였다.“겨우 이 정도인가? 이 녀석이 뭔가 대단한 양반인 줄 알았더니 결국엔 그냥 허풍이었구나.”도홍희는 자기가 무
이런 횡재할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임 대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나는 상관없어.”임지환이 돈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홍진이 이미 입을 뗀 상황이라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임지환은 단지 교제를 귀찮아했을 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홍진이 위씨 가문과 적으로 돌리게 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편을 들어주는 이상, 임지환도 홍진에게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었다.“얼마를 원해? 금액을 말해 봐.” 위민국은 굴욕감을 억누르며 말했다. 굴욕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위민국은 오늘 상당한 돈을 꺼내지 않으면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금액을 정하면 그게 많든 적든 넌 무조건 불만스러울 거야.”임지환은 문득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지, 양 팀장이 금액을 말하는 게 어때?”“내가?” 양서은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자기를 가리키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와 위씨 가문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잖아. 그런 네가 금액을 정해야 이 위 국장이 내가 바가지 씌운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잖아.”“서은아, 신중하게 말해. 위 삼촌은 너만 믿을게.”임지환이 배상금 결정권을 미래의 며느리에게 넘긴 것에 대해 위민국은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양서은은 어쩔 수 없이 굳은 마음을 먹고 말했다. “제 생각에는... 6억 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6억이라고? 서은아, 너 진짜 이 삼촌의 심장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구나.”위민국은 양서은의 제안을 듣고 기가 차서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감사히 받아들여. 내가 금액을 정했으면 20억 정도는 가뿐히 넘겼을 거야.”유진헌이 옆에서 천하의 위씨 가문이 뭐 이렇게 인색하냐며 슬그머니 조롱했다.“그래, 우리 양 팀장 체면을 봐서 그 금액으로 결정하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화제를 끝내려 했다.임지환에게는 이 돈이 그저 먼지 같은 존재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