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최해야 할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 시간 나시면 제 집에 들러서 차 한잔하세요. 우리 서연이 틈만 나면 임 대사가 언제 오냐고 귀 아프게 졸라대네요.”홍진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 후 병실을 나섰다.“임 대사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유진헌도 홍진이 떠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임지환은 비로소 평안한 마음으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임지환은 양서은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부탁한 일은 다 해결했으니 이제 날 저택까지 데려다줘야겠어.”“그 정도는 맡겨만 줘.”양서은은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내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임지환이 양서은과 함께 떠나려던 그 순간, 심창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임 대사님, 잠시만요!”“아직 뭔가 더 있어요?”임지환은 그 말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물었다.“사실, 임 대사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요.” 심창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무슨 도움이요?”“사실 우리 병원에 최근 환자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 환자의 뇌가 심각한 충격을 받아 지능이 손상되었는데 혹시 진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심창진은 기회를 놓칠까 봐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병원의 상황을 설명했다.“병원에 의사도 많은데 내가 왜 굳이 봐야 하죠?” 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우리 병원 의사들이 신비하고 대단한 의술을 갖춘 임 대사님과 비교할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 환자는 좀 특별한 경우라서 우리 병원 의사들이 전부 손을 놓고 있어요.”심창진은 어색하게 변명했다.“미안하지만 거절할게요.”임지환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임 대사님,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지만 심창진은 포기하지 않고 애원했다.“내가 치료해 주면 병원 의사들 체면은 어디에 둬야 하겠어요? 게다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그들은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을 테죠. 이런 피곤하고 별 이득이 없는 일을 누가 좋
“너라는 사람은 어쩌면 변덕 부리는 속도가 우리 여자들보다 더 빨라?”옆에서 듣고 있던 양서은이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요 며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양서은은 임지환이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임지환에게 치는 장난도 점점 더 대담해졌다.“사실 그 환자랑 나도 꽤 인연이 있어.”임지환이 간단하게 설명하고 심찬진에게 말했다. “심 원장, 길 안내 부탁드릴게요.”“임 대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임지환이 받아들여 주자 심창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심창진은 두 손을 모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신나서 어쩔 수 없어 하는 표정으로 흔쾌히 두 사람을 병실로 안내했다.배씨 가문 어르신 배국권의 슬하에는 손자가 두 명뿐이었다. 큰손자 배인국은 임지환이 손수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아마 지금쯤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갔을 것이다. 그러니 이 병원에 있는 사람은 분명 배준영일 것이다.임지환은 배준영을 무척 싫어하지만 필경 유란이 그를 다치게 한 것이었기에 자기가 직접 치료해 주면 배씨 가문 사람들이 트집을 잡지 않게 하는 데 좋을 것이다.“심 원장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임지환 일행이 병실에 들어서자 배준영의 주치의 장민우가 다가와 인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임지환은 예리하게 장민우의 눈빛에서 다소 당황한 기색을 읽어냈다.“민우 씨, 요즘 15번 침대 환자 다루기 힘들다고 늘 내게 불평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오늘 내가 어렵게 임 대사님을 모셔 왔어요. 이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 주실 겁니다.”심창진이 뒷짐을 지고 병실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임 대사님이라고요? 혹시 그 홍씨 가문 아가씨를 치료하신 신의를 말씀하는 건가요? 그분은 제 롤 모델이십니다. 근데 왜 안 보이시죠?”장민우는 심창진의 말을 듣자마자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임 대사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그분은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여기에 계시죠.”심창진은 임지환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
상자 위의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제일 위쪽에 가지런한 기름 묻은 포장지가 놓여있었다.18년 전, 임지환 가족에게 변고가 들이닥쳐 그는 다른 이의 추살을 피해 연경을 떠나 강한시까지 왔었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한 여자가 빵을 사 조금씩 떼어줘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준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그 여자가 바로 배지수였다.임지환은 그 빵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여태껏 보관하고 있었다."그때의 은혜는 다 갚았으니 우리 이제 서로한테 빚진 거 없는 거야."임지환이 말을 마치더니 포장지를 찢어버렸다.상자 안에 들어있던 두 번째 물건은 바로 검은색의 영패였다.영패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묵직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위에는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용이 그려져 있었다. "또 만났네."영패의 무늬를 만지니 임지환은 몸속의 피가 다시 들끓는 것 같았다.이 영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전 세계에 다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임지환은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세 번째 물건은 검은색의 헝겊 자루였다.임지환은 곧바로 네 번째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것은 바로 예전에나 쓸법한 휴대폰이었다.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 위로 연신 메시지가 떴다."용주님, 어디 계세요?""용주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형제들이 용주님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임지환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전화번호는 암호화된 특수 번호였기에 친한 사람 말곤 다른 이는 알 수조차 없었다.결국, 임지환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용성수님,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한 천 번은 넘게 전화한 것 같은데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군요!"휴대폰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용성수, 임지환은 이 별명이 대외로 알려진 자신의 신분 중 하나라는
"왜죠?"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네가 배씨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거든."한수경이 막무가내로 말했다."똑바로 알아내기 전까지 너 절대 여기에서 못 나가.""제가 이혼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 이러지 말죠."임지환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내가 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너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똑바로 알아낸 뒤에 너 나갈 수 있어."한수경이 팔짱을 낀 채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 일 있어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임지환이 말을 하며 집을 벗어나려 했다."못 나간다니까! 아니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한수경이 말을 하며 임지환의 상자를 잡았다."이거 놔!"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한수경은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녀는 그런 절망적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그때, 차 한 대가 별장의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덩치가 우람한 배준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임지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임지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대?""나 그런 적 없어."임지환이 대답했다."그런 적이 없다고?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배준영이 소리치며 물었다.그때, 화려한 차림새의 유옥진도 차에서 내렸다."준영아, 거칠게 굴지 말랬잖아. 그래도 네 전 매형인데 예의는 차려야지."유옥진이 일부러 말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이런 쓰레기 매형을 뒀다고 그러세요."배준영이 혀를 차더니 임지환을 밀어내고 더럽다는 듯 손을 닦았다."장모님."임지환은 그래도 유옥진에게 예의를 차려 그녀를 불렀다."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유옥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지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3년 동안 유옥진은 늘 임지환에게 불만이
"검사 못 하게 하는 거 보니까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누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자기 마음속으로 제일 잘 알고 있겠죠."임지환이 싸늘한 눈빛으로 유옥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배씨 집안이 저한테 빚진 건 있어도 저는 배씨 집안한테 전혀 미안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옥진은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그녀의 인상 속의 임지환은 늘 웃는 얼굴로 답답하게 굴었었다.그런 그에게 이런 강압적인 모습도 있었다니."이 자식이 이제 본모습을 드러내네, 너 맞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배준영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주먹을 들고 임지환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임지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손쉽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렸다.그리고 그가 힘을 살짝 주었다."이, 이거 놔!"배준영은 손목에서 전해져오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안색이 새파래졌다."쓰레기? 진정한 쓰레기는 너 아니야? 스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일도 못 찾고 부모님 피나 빨아먹고 있으니. 너 말거머리냐?"임지환이 배준영을 비웃으며 말했다."이거 놔, 이 새끼야. 이거 놓으라고!""짝!"임지환이 배준영의 뺨을 내려쳤다. 덕분에 그의 이가 빠져 입가에 피범벅이 되었다."아들!"그 모습을 본 유옥진은 화가 나 임지환에게 달려들었다."쨍그랑!"하지만 임지환이 유옥진 앞의 꽃병을 차 깨버리자 그녀는 놀라 더 이상 앞으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전에 양보해 준 이유는 배지수를 봐서였어, 하지만 이제 이혼했으니 내가 당신들을 봐줄 의무가 없잖아. 자꾸 나한테 까불면 이 꽃병처럼 될 거야."임지환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 목소리는 마치 귀를 찢을 듯했다.그 차가운 눈빛에 한수경은 경찰에게 전화를 걸 용기조차 잃고 말았다.지금의 임지환은 너무 무서웠다."앞으로 각자 길 갑시다, 그 누구도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세요."임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그 뒷모습은 거만하고도 쓸쓸했다.임지환이 집을 나선 뒤에야 세 사람은 숨을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