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환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날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최근에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대거 입국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임 선생님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명령을 구하러 왔습니다.”유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이 파리 같은 것들과 상대할 시간이 없어.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버려. 맞다, 영사들의 상태는 어떻지? 영사들이 움직이기 힘들다면 내가 직접 나서도 괜찮아.”임지환의 영사들이 천종한과의 싸움에서 모두 크게 다쳤다. 그래서 임지환은 영사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용주님께서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매들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제가 보증하건대, 거미줄 조직 놈들은 절대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없을 겁니다.”유란이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가서 해치워!”임지환은 손을 내저으며 지시했다.주작이 키운 영사들은 태생부터 살육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었다. 거미줄 조직 같은 폭력적인 킬러들을 상대할 때는 더 폭력적인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사람을 죽이는 자에게 공포에 떨게 할 정도로 무서운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 영사들의 생존 신조이며 임지환이 적을 다루는 방식이었다....“미안해, 오래 기다렸지?”임지환이 병원 문을 나서서 이내 양서은의 차에 올랐다.“환자를 데려다주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설마 병원 간호사한테 눈이라도 돌린 거야?” 양서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임지환은 머리를 들고 양서은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병원 간호사들이 다들 너처럼 예쁘다면 네 말대로 시선이 돌아갈 수도 있겠어.”“쳇, 바람둥이 같으니. 날 넘볼 생각은 하지도 마!”양서은은 그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고 임지환을 빤히 노려보고는 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양서은의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 게 분명했다.30분 후, 두 사람은 용은 저택에 도착했다.“양 팀장님, 드디어 오셨군요.”“팀장님 지시에 따라 저희는 부두에서 장천을 막았습니다.”
용은 저택은 무려 10초간 침묵에 휩싸였다.“임지환, 이런 유치한 농담은 좀 그만둬 줄래?”양서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했다.“임 선생님 무술 실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거미줄 조직 킬러들도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임 선생님 혼자서 거미줄 조직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맞아요... 임 선생님이 아무리 날고뛰는 재간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임 선생님 혼자뿐이잖아요. 그렇게 많은 킬러를 동시에 상대하려다 보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어요.”다른 수사대원들도 임지환의 말을 듣고 줄줄이 의심을 표했다.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허풍이었다. 이 임지환이라는 사람은 거미줄 조직의 무시무시함을 모르는 게 분명해 보였다.현장에 있던 사람 중, 오직 허청열만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임지환의 말에 공감했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임 선생님은 이미 계획이 다 있는 것 같군요.”“뭐, 그렇게 말할 수 있지.”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임지환, 정말 거미줄 조직과 정면으로 충돌할 생각이야? 그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야. 네가 탐랑과 싸운 경험이 있는 것도 알고 탐랑 파트너를 죽인 것도 알지만 탐랑은 거미줄 조직에서 겨우 20위 안에 드는 정도야. 우리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오는 킬러 중엔 거미줄 조직 최고 암살자인 ‘광대'와 ‘킹콩'이 포함되어 있어. 네 개인 안전을 위해서 며칠 동안은 우리와 함께 지내는 게 나을 거야.”양서은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충고했다.“그럴 필요 없어.”하지만 임지환은 생각할 것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와 같이 있으면 내가 오히려 너희를 보호해야 해서 나만 더 피곤해질 거야.”“임지환, 선 넘지 마. 우릴 왜 그렇게 무시해?”양서은은 임지환이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하자 깜짝 놀라 예쁜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띄웠다.“임 선생님이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이 자신만
체포 여부는 오로지 임지환에게 달려 있었다....강한시 한의원, 특실 병동.배지수는 배준영을 병실로 데려왔다.“지수야, 임 대사님을 만났니?”심창진은 배지수가 돌아오자마자 급히 물었다.“아니요. 제가 내려갔을 때 임 대사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대신 운 좋게도 준영이를 찾아서 데려왔어요.”배지수는 아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배준영을 병실에 있던 간호사에게 맡겼다.“보아하니 너희는 임 대사님과 인연이 없나 보구나. 임 대사님이 있었다면 네 동생도 완벽하게 치료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더 좋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야 할 방법밖에 없는 것 같구나.”심창진은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죠. 인연이 아닌가 봐요.”배지수도 덩달아 깊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게다가 임 대사님은 언제나 종잡을 수 없는 분이잖아요. 제가 봤다고 해도 그분을 알아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겠네요.”“내가 방금 너와 같이 가야 했는데, 그걸 깜빡했네.”심창진은 더더욱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배지수는 심창진이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에 깊이 감사하며 말했다. “어쨌든 원장님께서 이렇게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이제 금릉에 가서 준영의 병이 나았으면 좋겠네요.”“지수야, 그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이미 찍어 둔 적합한 인물이 있어. 금릉에 도착하면 내가 직접 찾아가 볼 생각이야. 그 사람이 동의만 해준다면 준영의 병은 큰 문제 없을 거야.”배국권의 눈에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적합한 인물이라뇨? 할아버지,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예요?”배지수는 순간 멍해졌고 샘물처럼 맑은 눈에는 호기심과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요 몇 년간, 할아버지는 항상 은둔 생활을 해왔고 종래로 사적으로 신의를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심창진도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국권아, 네가 그런 놀라운 비밀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내가 널 이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도 한 번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어.”“
“제가 나설 차례라고요?”배지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할아버지, 농담 마세요. 전 작은할아버지 얼굴도 뵌 적이 없는데 그분이 왜 제 말을 듣겠어요?”“얘야, 넌 진짜 대단한 보물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전혀 모르는구나. 비록 네가 내 동생과 친분이 없다고 해도 너와 연경 진씨 가문과의 관계는 각별하잖아. 듣자 하니, 진씨 가문 둘째 아들인 진운이 너에게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더구나. 진씨 가문이 나서서 중재한다면 이 일은 십중팔구 해결될 거야.”배국권은 모든 계획을 다 세운 것처럼 자신만만한 말투로 조리 있게 말했다.“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저와 진 도련님은 좀 친하긴 하지만 친밀한 사이는 아니에요. 제가 부탁을 한다고 해도 그분이 무조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배지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자기와 진운 사이의 왜곡된 소문이 할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갔을 줄은 몰랐다.“진 도련님이 널 위해 몇 번이나 선뜻 나섰고 우리 배씨 집안을 특별히 신경 써 주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는 다 알고 있다. 금릉에 가면 적당한 기회에 진씨 가문 어르신과도 얘기를 잘 나눠봐야겠구나.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적당한 남자를 찾아 시집가야 할 게 아니냐?”배국권은 호탕하게 웃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진씨 가문과 진짜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배씨 집안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는 현재 상황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할아버지, 심 원장님과 얘기 나누세요. 전 먼저 나가서 준영이에게 따뜻한 물을 좀 떠 올게요.”배지수는 배국권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발치에 놓인 주전자를 들고 부끄러워 어쩔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다.“계집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얼굴이 여전히 소녀처럼 빨개지네.”배국권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눈에는 배지수를 향한 애틋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국권아, 방금 네가 한 말을 들으니까 생각이 나서 묻는 건데 말야.”심창진이 허허 웃으
“다만 걱정되는 건, 든든한 배후를 잃은 네 전 사위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지수에게 다시 질척댈까 봐 그게 걱정이야.”심창진은 나이가 들며 인간관계를 잘 터득해 온 사람이라 멀리 내다보는 경향이 있었다. “임지환 그 녀석이 우리 배씨 집안 문 앞에 나타나기만 해봐. 내가 그놈 두 다리를 부러뜨릴 거니까.”오랜 친구의 말에 배국권은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잠깐만... 방금 뭐라고 했어?”심창진은 갑자기 감전된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배국권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창진아, 왜 그래? 설마 너도 그 쓸모없는 쫄보 자식 임지환을 알아?”“국권아, 목소리 좀 낮춰!”심창진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주위를 휙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임 대사의 본명이 임지환라이고 하던데... 어쩌면...”“창진아, 너도 정신 상태가 온정적이진 않구나. 임 대사의 이름이 임지환이라 해도 그건 단순히 동명이인일 뿐이야. 이 둘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야. 게다가 그 임 대사는 시장까지도 귀빈으로 대접할 정도의 인물이라던데 그런 대단한 사람이 우리 배씨 집안에서 그렇게 오래 머무르면서 데릴사위 노릇을 할 리가 없지 않나?”배국권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심창진의 말을 단번에 일축해 버렸다.“그 말도 일리 있네. 임 대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사람이지. 그런 인물이 진짜 너희 배씨 집안의 전 사위라면, 배씨 집안은 벌써 임지환 공격을 당해 강한시에서 퇴출당했을 거야.”심창진도 그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씁쓸하게 웃었다.“됐어. 그 여자 등쳐먹는 빈대 같은 놈은 다시 얘기하지도 마. 아무튼 병원을 옮기는 일을 우선 잘 처리해 줘. 저쪽 병원에 도착하면 내 동생을 설득해 치료에 나서도록 하겠어.”배국권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그 정도야 시름 놓고 내게 맡겨.”심창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남자는 도저히 본능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임지환은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잠옷 유혹? 그런 수법은 나한텐 안 통해.”“정말 분위기를 와장창 깨는데 재간 있는 남자네.”이른바 미인계가 임지환에게 바로 들통나자 이청월은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청월은 포기하지 않고 곧 임지환 앞에 다가가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잠옷이 싫다면 넌 뭘 좋아해? 검은 스타킹? 하얀 스타킹? 아니면 제복 유혹?”이청월의 숨결이 임지환의 귀에 스며들어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게 했다.“이 집에서 밖에 쫓겨나기 싫다면 이러지 말고 제대로 말해.” 임지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질색했다. 눈앞의 여자는 어느새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이청월을 계속 이렇게 가만히 놔두면 임지환도 슬슬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임지환도 정상적인 남자였고 절에서 수행하는 수도승이 아닌 이상 계속해서 자기 욕망을 억누르면 병이 생길지도 모르는 판이었다.“네가 이렇게 반응할수록 네가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거야.”이청월은 여우처럼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임지환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젊을 때는 즐겨야지. 하룻밤의 즐거움이 천금을 준다잖아. 여자인 나도 쑥스러워하지 않는데 넌 남자면서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지금 이청월은 마치 연극 속의 뱀 요괴처럼 자기 날씬하고 섹시한 몸으로 임지환을 유혹하고 있었다.“평소 같으면 내가 진짜 마음이 움직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어.”애매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 임지환은 돌연 이청월을 붙잡았다.“임지환, 너 진짜 남자 맞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해야 네가 반응할 거야?”이청월은 살짝 화가 나서 입술을 삐죽였다. 이 녀석이 아무리 강철같이 단단한 남자라고 해도 이 정도 유혹에는 좀 흔들려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혹시 넌 다른 사람한테 라이브로 보여주고 싶은
이청월은 임지환 뒤에 숨은 채,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광대를 바라보며 말했다.“서두를 거 없어. 이 녀석이 외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잖아.”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기 전에 남길 유언 같은 게 있을 테니, 좀 들어주자고.” “임 대사, 네가 탐랑을 죽였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있어. 네가 죽인 건 탐랑의 그림자에 불과해. 진짜 탐랑은 지난번에 네 손에서 이미 도망쳤거든.”광대는 평온한 표정으로 옷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내며 망토를 벗기 시작했다. 광대의 등에는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기다란 칼 두 자루가 메어져 있었다. 임지환은 그 칼들에 숨어 있는 엄청난 살기를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그 과장된 무기를 떠나서라도 광대는 임지환이 지금까지 본 킬러 중에서 가장 우아한 킬러였다. 이 킬러는 사람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이웃집에 놀러 온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고 광대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여유와 세련미가 묻어났다.“너희 거미줄 조직 사람들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 같구나. 지난번에 국제 수사국 요원들만 날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그 탐랑은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거야.”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지난번 상황에 관해 해명했다.광대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기를 담아 쌀쌀한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 “탐랑 녀석이 오만해서 눈에 뵈는 게 없는 건 맞아. 하지만 난 달라. 난 널 죽이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왔거든.”“그래?”임지환은 테이블에 반쯤 기대어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네가 대사급 강자라는 걸 알아. 조성균과 천종한 같은 대사 두 명을 연이어 죽인 것도 알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여기에 와 있지. 그만큼 널 죽일 확신이 크다는 말이지. 내가 이렇게 자신만만해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임지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짓했다. “한번 들어나 보지.”“그들이 패배한 원인은 단 하나, 바로 다들 단순한 무사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단순한 무사가
딱!광대가 손가락을 튕기자 양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시선이 흐릿해지고 멍해졌다.“이놈을 죽여!”광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양서은과 국제 수사국 요원들이 일제히 임지환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렇게 오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기어코 와서 상황을 귀찮게 만드네.”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양서은 일행이 아직 공격하기 전에 재빨리 몸을 움직여 거실을 빠져나갔다.“넌 내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어!”광대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뱀처럼 빠르게 몸을 날려 임지환의 길을 막았다.그리고 광대의 뒤에서는 양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이 임지환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앞뒤로 협공을 당하자 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그와 동시에 임지환의 손에는 은침 하나가 나타났다.은침을 쥔 순간, 임지환은 호랑이가 양떼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사나운 기세로 포위망 속으로 돌진했다.사람들 속에서 매번 손에 쥔 은침이 움직일 때마다 한 명씩 쓰러져 갔다.1분도 채 되지 않아 양서은을 비롯한 국제 수사국 요원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임지환의 침술로 그들을 잠시 무력화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이것 말고 또 다른 비장의 카드가 있나?”임지환은 돌아서서 문을 막고 있는 광대를 바라보았다.이때 광대의 얼굴은 이미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아까의 여유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광대는 임지환이 자기 계획대로 세운 꼭두각시들을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너를 과소평가한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야!”임지환을 상대할 비장의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자 광대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임지환, 상처 입은 적을 너무 바싹 쫓지 마. 분명 다른 계략이 있을 거야!”이청월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여기서 이 무능한 녀석들을 잘 보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걱정 마.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말이 끝나기 무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