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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제가 나설 차례라고요?”

배지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할아버지, 농담 마세요. 전 작은할아버지 얼굴도 뵌 적이 없는데 그분이 왜 제 말을 듣겠어요?”

“얘야, 넌 진짜 대단한 보물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전혀 모르는구나. 비록 네가 내 동생과 친분이 없다고 해도 너와 연경 진씨 가문과의 관계는 각별하잖아. 듣자 하니, 진씨 가문 둘째 아들인 진운이 너에게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더구나. 진씨 가문이 나서서 중재한다면 이 일은 십중팔구 해결될 거야.”

배국권은 모든 계획을 다 세운 것처럼 자신만만한 말투로 조리 있게 말했다.

“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저와 진 도련님은 좀 친하긴 하지만 친밀한 사이는 아니에요. 제가 부탁을 한다고 해도 그분이 무조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배지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자기와 진운 사이의 왜곡된 소문이 할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갔을 줄은 몰랐다.

“진 도련님이 널 위해 몇 번이나 선뜻 나섰고 우리 배씨 집안을 특별히 신경 써 주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는 다 알고 있다. 금릉에 가면 적당한 기회에 진씨 가문 어르신과도 얘기를 잘 나눠봐야겠구나.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적당한 남자를 찾아 시집가야 할 게 아니냐?”

배국권은 호탕하게 웃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진씨 가문과 진짜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배씨 집안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는 현재 상황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할아버지, 심 원장님과 얘기 나누세요. 전 먼저 나가서 준영이에게 따뜻한 물을 좀 떠 올게요.”

배지수는 배국권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발치에 놓인 주전자를 들고 부끄러워 어쩔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병실을 빠져나갔다.

“계집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얼굴이 여전히 소녀처럼 빨개지네.”

배국권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눈에는 배지수를 향한 애틋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국권아, 방금 네가 한 말을 들으니까 생각이 나서 묻는 건데 말야.”

심창진이 허허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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