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걱정되는 건, 든든한 배후를 잃은 네 전 사위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지수에게 다시 질척댈까 봐 그게 걱정이야.”심창진은 나이가 들며 인간관계를 잘 터득해 온 사람이라 멀리 내다보는 경향이 있었다. “임지환 그 녀석이 우리 배씨 집안 문 앞에 나타나기만 해봐. 내가 그놈 두 다리를 부러뜨릴 거니까.”오랜 친구의 말에 배국권은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잠깐만... 방금 뭐라고 했어?”심창진은 갑자기 감전된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배국권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창진아, 왜 그래? 설마 너도 그 쓸모없는 쫄보 자식 임지환을 알아?”“국권아, 목소리 좀 낮춰!”심창진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주위를 휙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임 대사의 본명이 임지환라이고 하던데... 어쩌면...”“창진아, 너도 정신 상태가 온정적이진 않구나. 임 대사의 이름이 임지환이라 해도 그건 단순히 동명이인일 뿐이야. 이 둘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야. 게다가 그 임 대사는 시장까지도 귀빈으로 대접할 정도의 인물이라던데 그런 대단한 사람이 우리 배씨 집안에서 그렇게 오래 머무르면서 데릴사위 노릇을 할 리가 없지 않나?”배국권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심창진의 말을 단번에 일축해 버렸다.“그 말도 일리 있네. 임 대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사람이지. 그런 인물이 진짜 너희 배씨 집안의 전 사위라면, 배씨 집안은 벌써 임지환 공격을 당해 강한시에서 퇴출당했을 거야.”심창진도 그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씁쓸하게 웃었다.“됐어. 그 여자 등쳐먹는 빈대 같은 놈은 다시 얘기하지도 마. 아무튼 병원을 옮기는 일을 우선 잘 처리해 줘. 저쪽 병원에 도착하면 내 동생을 설득해 치료에 나서도록 하겠어.”배국권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그 정도야 시름 놓고 내게 맡겨.”심창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남자는 도저히 본능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임지환은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잠옷 유혹? 그런 수법은 나한텐 안 통해.”“정말 분위기를 와장창 깨는데 재간 있는 남자네.”이른바 미인계가 임지환에게 바로 들통나자 이청월은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청월은 포기하지 않고 곧 임지환 앞에 다가가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잠옷이 싫다면 넌 뭘 좋아해? 검은 스타킹? 하얀 스타킹? 아니면 제복 유혹?”이청월의 숨결이 임지환의 귀에 스며들어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게 했다.“이 집에서 밖에 쫓겨나기 싫다면 이러지 말고 제대로 말해.” 임지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질색했다. 눈앞의 여자는 어느새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이청월을 계속 이렇게 가만히 놔두면 임지환도 슬슬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임지환도 정상적인 남자였고 절에서 수행하는 수도승이 아닌 이상 계속해서 자기 욕망을 억누르면 병이 생길지도 모르는 판이었다.“네가 이렇게 반응할수록 네가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거야.”이청월은 여우처럼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임지환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젊을 때는 즐겨야지. 하룻밤의 즐거움이 천금을 준다잖아. 여자인 나도 쑥스러워하지 않는데 넌 남자면서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지금 이청월은 마치 연극 속의 뱀 요괴처럼 자기 날씬하고 섹시한 몸으로 임지환을 유혹하고 있었다.“평소 같으면 내가 진짜 마음이 움직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어.”애매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 순간, 임지환은 돌연 이청월을 붙잡았다.“임지환, 너 진짜 남자 맞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해야 네가 반응할 거야?”이청월은 살짝 화가 나서 입술을 삐죽였다. 이 녀석이 아무리 강철같이 단단한 남자라고 해도 이 정도 유혹에는 좀 흔들려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혹시 넌 다른 사람한테 라이브로 보여주고 싶은
이청월은 임지환 뒤에 숨은 채,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광대를 바라보며 말했다.“서두를 거 없어. 이 녀석이 외국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잖아.”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기 전에 남길 유언 같은 게 있을 테니, 좀 들어주자고.” “임 대사, 네가 탐랑을 죽였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있어. 네가 죽인 건 탐랑의 그림자에 불과해. 진짜 탐랑은 지난번에 네 손에서 이미 도망쳤거든.”광대는 평온한 표정으로 옷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내며 망토를 벗기 시작했다. 광대의 등에는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기다란 칼 두 자루가 메어져 있었다. 임지환은 그 칼들에 숨어 있는 엄청난 살기를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그 과장된 무기를 떠나서라도 광대는 임지환이 지금까지 본 킬러 중에서 가장 우아한 킬러였다. 이 킬러는 사람을 죽이러 온 게 아니라 이웃집에 놀러 온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고 광대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여유와 세련미가 묻어났다.“너희 거미줄 조직 사람들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 같구나. 지난번에 국제 수사국 요원들만 날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그 탐랑은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거야.”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지난번 상황에 관해 해명했다.광대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기를 담아 쌀쌀한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 “탐랑 녀석이 오만해서 눈에 뵈는 게 없는 건 맞아. 하지만 난 달라. 난 널 죽이기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왔거든.”“그래?”임지환은 테이블에 반쯤 기대어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네가 대사급 강자라는 걸 알아. 조성균과 천종한 같은 대사 두 명을 연이어 죽인 것도 알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여기에 와 있지. 그만큼 널 죽일 확신이 크다는 말이지. 내가 이렇게 자신만만해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임지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짓했다. “한번 들어나 보지.”“그들이 패배한 원인은 단 하나, 바로 다들 단순한 무사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단순한 무사가
딱!광대가 손가락을 튕기자 양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시선이 흐릿해지고 멍해졌다.“이놈을 죽여!”광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양서은과 국제 수사국 요원들이 일제히 임지환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렇게 오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기어코 와서 상황을 귀찮게 만드네.”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양서은 일행이 아직 공격하기 전에 재빨리 몸을 움직여 거실을 빠져나갔다.“넌 내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어!”광대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뱀처럼 빠르게 몸을 날려 임지환의 길을 막았다.그리고 광대의 뒤에서는 양서은을 비롯한 사람들이 임지환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앞뒤로 협공을 당하자 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그와 동시에 임지환의 손에는 은침 하나가 나타났다.은침을 쥔 순간, 임지환은 호랑이가 양떼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사나운 기세로 포위망 속으로 돌진했다.사람들 속에서 매번 손에 쥔 은침이 움직일 때마다 한 명씩 쓰러져 갔다.1분도 채 되지 않아 양서은을 비롯한 국제 수사국 요원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임지환의 침술로 그들을 잠시 무력화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이것 말고 또 다른 비장의 카드가 있나?”임지환은 돌아서서 문을 막고 있는 광대를 바라보았다.이때 광대의 얼굴은 이미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아까의 여유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광대는 임지환이 자기 계획대로 세운 꼭두각시들을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너를 과소평가한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야!”임지환을 상대할 비장의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자 광대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임지환, 상처 입은 적을 너무 바싹 쫓지 마. 분명 다른 계략이 있을 거야!”이청월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여기서 이 무능한 녀석들을 잘 보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걱정 마. 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됐어.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플 뿐이야. 그냥 너희들을 쓰러뜨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어.” 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임지환의 체내에서 영기가 천천히 집결되었고 기다란 손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빗방울이 임지환의 몸에 닿기 직전에 보이지 않는 힘의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이건... 선천강기잖아!”이 광경을 본 킹콩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이내 얼굴에 처음으로 긴장한 표정을 드러냈다. 킹콩은 국제 수사국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요원들과는 달랐다. 강력한 육체를 무기로 삼아 수많은 대사급 강자를 죽여왔기 때문에 한국의 대사들을 늘 얕잡아보는 편견이 있었다.하지만 임지환이 영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순간, 킹콩은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아니야, 이건 선천강기가 아니야. 넌 어떤 비법을 이용해 강제로 경지를 끌어올렸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너처럼 젊은 나이에 대종사가 되는 건 불가능하지.”잠깐의 놀라움이 지나자 킹콩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말이 참 많군.”그러나 임지환은 킹콩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영기로 둘러싸인 주먹을 뻗어 허공에 대고 내질렀다.“진짜 대종사라 해도 내 부서지지 않는 강철 같은 몸뚱이로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어. 하물며 너 같은 가짜가 날 상대할 수 있을까?”임지환의 주먹을 보자 킹콩의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서서 성난 황소처럼 임지환을 향해 무작정 돌진했다.“킹콩, 무리하지 마!”광대 가르도는 킹콩의 자폭과도 같은 무모한 행동을 보고 급히 경고했다.그러나 킹콩은 오히려 광대를 비웃으며 말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비법이든 네 그 잘난 환술이든 아무 소용도 없어. 네가 상대하기 버거운 놈은 나 킹콩이 쉽게 처리할 수 있어.”자기 강력한 힘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킹콩은 죽음을 부르는 저승사자처럼 웃으며 힘을 모아 주먹을 내질렀다.펑!주먹과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주변의 천
자기 손을 그냥 잘라버리다니, 진짜 대단한 놈이 틀림없었다.“그래도 생각보다 똑똑하네.”임지환은 킹콩의 결단력에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근데... 그 손을 자른 이상 네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사라진 거야.”킹콩은 극심한 고통을 참고 창백해진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가 널 얕본 건 인정해. 하지만 남은 한 손만으로도 네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어!”킹콩은 말을 마치고 비틀거리며 임지환과 함께 죽을 각오를 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은 마치 고대의 맹수처럼 비장해 보였다.“꿈도 참 야무지네.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순간, 허청열이 이끄는 용수 부대가 들이닥치며 킹콩과 광대 두 사람을 겹겹이 포위했다.“정말 짜증 나는 놈들이네. 가르도, 넌 뒤에서 날 지원해. 내가 먼저 저 녀석을 처리하고 함께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자!”가르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킹콩은 신속하게 몸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임지환의 목을 잡으려 돌진했다.킹콩의 체형은 거의 임지환의 두 배에 맞먹었고 우람진 체형은 우뚝 솟은 작은 산처럼 거대했다.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체형 앞에서도 임지환은 여전히 일관된 평온한 표정으로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아까 한번 당했는데 내가 또 똑같은 수법에 당할 것 같아?”킹콩은 발을 내디뎌 몸을 비틀어 임지환의 주먹을 피했고 엄청난 기세를 담은 튼튼한 팔로 임지환의 머리를 내리쳤다.“큰일이야!”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청열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허청열이 장악한 정보에 따르면 킹콩은 원래 지하 세계 복싱 챔피언이었고 이후 거미줄에 합류한 뒤 대량의 체력 증강제를 복용해 거미줄 조직 내 최강 철인으로 불렸다.킹콩의 손에 목숨을 잃은 무도 고수와 대사들만 무려 50명이 넘었다.용수 병사들은 보통 사람의 체력 한계를 넘었지만 킹콩의 앞에서는 갓 걸음마를 뗀 아기처럼 무력해 보였다.이런 강력한 주먹을 임지환이 정통으로 받아들이면 아무리 무술 대가인 임지환이라 하더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
“킹콩이 말한 게 맞아. 난 저 녀석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어.”정신이 돌아온 가르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날카로운 쌍검을 손에 쥔 채 유령처럼 빠르게 몸을 날리며 포위망에서 탈출을 시도했다.용수의 병사들은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르도의 옷깃조차 건드릴 수 없었고 다들 눈앞이 흐릿해진 틈을 타서 광대 가르도는 이미 병사들을 뚫고 나갔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사들의 몸에는 작은 칼자국이 생겼는데 이는 가르도가 급히 탈출하느라 미처 치명타를 가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지 않았다면 허청열이 이끄는 용수 병사들은 절반 이상이 가르도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허청열은 가르도가 탈출에 성공하는 순간 분노가 가득 찬 외침을 내지르며 그를 추격했다. 허청열은 용수의 교관으로서 거미줄 조직 최상급 킬러인 광대 가르도를 눈앞에서 놓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비켜!”가르도는 임지환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어 자기를 바짝 뒤쫓아오는 허청열을 향해 높은 소리로 호통쳤다.펑!가르도는 호통치는 동시에 흰색 탄환을 뒤로 던졌다. 탄환은 공중에서 갑자기 터지며 흰색 가루가 나타나 바람과 빗물에 휘날렸다.탁탁...가르도를 추격하던 허청열은 뜻밖의 상황에 순간적으로 몸을 비켜 옆으로 피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친 호흡을 따라 흰색 가루를 들이마시게 되었다.순간 허청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이 통제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허청열의 뒤를 따르던 건장한 용수 병사들 역시 코와 입으로 가루가 들어오자마자 낫으로 베어진 벼처럼 하나둘 쓰러졌다.“다행이야... 탐랑이 준비해 준 약을 챙기기 잘했어. 이 약이 아니었다면 나도 킹콩처럼 비참하게 죽었을지도 몰라.”가르도는 미친 듯이 달리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임 선생님, 제발 저 자식을 잡아주세요!”허청열은 점점 멀어지는 가르도를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에 급히 임지환을 향해 외치며 간
임지환의 왜소한 체형은 이 순간 산처럼 거대해 보였다.“임 대사, 당신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느꼈습니다. 저를 돌려보내 주기만 하면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게 하겠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앞으로 거미줄 조직의 어떤 킬러도 한국 땅을 밟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가르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필사적으로 조건을 내걸었다.“네가 혼자서 거미줄 전체를 지휘할 수 있을 것 같아?”임지환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런 말은 세 살짜리 아이나 속일 수 있지 내겐 통하지 않아.”임지환은 발을 들어 가르도의 머리를 밟았고 조금 힘을 주자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임지환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 머리는 터져버릴 것이란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으으... 거미줄 조직 최고 리더는 제 친형입니다. 제 부탁이라면 우리 형이 반드시 들을 겁니다.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임지환에게 머리를 밟힌 가르도는 흙을 입에 물고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은 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얼굴로 변했다.지금 당장 임지환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필사적으로 임지환에게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네가 그런 배경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널 살려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겠군.”임지환은 웃으며 발을 떼고 가르도의 목에 박혀 있던 은침을 뽑았다.“임 대사, 당신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만약 저를 죽였더라면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가르도는 약간의 힘을 되찾고 바닥에서 겨우 일어나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냈다.다시 살아난 느낌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임지환은 가르도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널 가만둘지는 모르겠지만 국제 수사국 사람들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게 무슨 소리입니까?”그 말에 가르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도망가려고 움직이려 했다.펑!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