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플 뿐이야. 그냥 너희들을 쓰러뜨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어.” 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임지환의 체내에서 영기가 천천히 집결되었고 기다란 손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빗방울이 임지환의 몸에 닿기 직전에 보이지 않는 힘의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이건... 선천강기잖아!”이 광경을 본 킹콩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이내 얼굴에 처음으로 긴장한 표정을 드러냈다. 킹콩은 국제 수사국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요원들과는 달랐다. 강력한 육체를 무기로 삼아 수많은 대사급 강자를 죽여왔기 때문에 한국의 대사들을 늘 얕잡아보는 편견이 있었다.하지만 임지환이 영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순간, 킹콩은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아니야, 이건 선천강기가 아니야. 넌 어떤 비법을 이용해 강제로 경지를 끌어올렸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너처럼 젊은 나이에 대종사가 되는 건 불가능하지.”잠깐의 놀라움이 지나자 킹콩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말이 참 많군.”그러나 임지환은 킹콩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영기로 둘러싸인 주먹을 뻗어 허공에 대고 내질렀다.“진짜 대종사라 해도 내 부서지지 않는 강철 같은 몸뚱이로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어. 하물며 너 같은 가짜가 날 상대할 수 있을까?”임지환의 주먹을 보자 킹콩의 눈에 경멸의 빛이 스쳤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서서 성난 황소처럼 임지환을 향해 무작정 돌진했다.“킹콩, 무리하지 마!”광대 가르도는 킹콩의 자폭과도 같은 무모한 행동을 보고 급히 경고했다.그러나 킹콩은 오히려 광대를 비웃으며 말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비법이든 네 그 잘난 환술이든 아무 소용도 없어. 네가 상대하기 버거운 놈은 나 킹콩이 쉽게 처리할 수 있어.”자기 강력한 힘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킹콩은 죽음을 부르는 저승사자처럼 웃으며 힘을 모아 주먹을 내질렀다.펑!주먹과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주변의 천
자기 손을 그냥 잘라버리다니, 진짜 대단한 놈이 틀림없었다.“그래도 생각보다 똑똑하네.”임지환은 킹콩의 결단력에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근데... 그 손을 자른 이상 네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사라진 거야.”킹콩은 극심한 고통을 참고 창백해진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가 널 얕본 건 인정해. 하지만 남은 한 손만으로도 네 목을 비틀어버릴 수 있어!”킹콩은 말을 마치고 비틀거리며 임지환과 함께 죽을 각오를 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은 마치 고대의 맹수처럼 비장해 보였다.“꿈도 참 야무지네.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순간, 허청열이 이끄는 용수 부대가 들이닥치며 킹콩과 광대 두 사람을 겹겹이 포위했다.“정말 짜증 나는 놈들이네. 가르도, 넌 뒤에서 날 지원해. 내가 먼저 저 녀석을 처리하고 함께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자!”가르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킹콩은 신속하게 몸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임지환의 목을 잡으려 돌진했다.킹콩의 체형은 거의 임지환의 두 배에 맞먹었고 우람진 체형은 우뚝 솟은 작은 산처럼 거대했다.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체형 앞에서도 임지환은 여전히 일관된 평온한 표정으로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아까 한번 당했는데 내가 또 똑같은 수법에 당할 것 같아?”킹콩은 발을 내디뎌 몸을 비틀어 임지환의 주먹을 피했고 엄청난 기세를 담은 튼튼한 팔로 임지환의 머리를 내리쳤다.“큰일이야!”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청열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허청열이 장악한 정보에 따르면 킹콩은 원래 지하 세계 복싱 챔피언이었고 이후 거미줄에 합류한 뒤 대량의 체력 증강제를 복용해 거미줄 조직 내 최강 철인으로 불렸다.킹콩의 손에 목숨을 잃은 무도 고수와 대사들만 무려 50명이 넘었다.용수 병사들은 보통 사람의 체력 한계를 넘었지만 킹콩의 앞에서는 갓 걸음마를 뗀 아기처럼 무력해 보였다.이런 강력한 주먹을 임지환이 정통으로 받아들이면 아무리 무술 대가인 임지환이라 하더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
“킹콩이 말한 게 맞아. 난 저 녀석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어.”정신이 돌아온 가르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날카로운 쌍검을 손에 쥔 채 유령처럼 빠르게 몸을 날리며 포위망에서 탈출을 시도했다.용수의 병사들은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르도의 옷깃조차 건드릴 수 없었고 다들 눈앞이 흐릿해진 틈을 타서 광대 가르도는 이미 병사들을 뚫고 나갔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사들의 몸에는 작은 칼자국이 생겼는데 이는 가르도가 급히 탈출하느라 미처 치명타를 가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지 않았다면 허청열이 이끄는 용수 병사들은 절반 이상이 가르도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허청열은 가르도가 탈출에 성공하는 순간 분노가 가득 찬 외침을 내지르며 그를 추격했다. 허청열은 용수의 교관으로서 거미줄 조직 최상급 킬러인 광대 가르도를 눈앞에서 놓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비켜!”가르도는 임지환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어 자기를 바짝 뒤쫓아오는 허청열을 향해 높은 소리로 호통쳤다.펑!가르도는 호통치는 동시에 흰색 탄환을 뒤로 던졌다. 탄환은 공중에서 갑자기 터지며 흰색 가루가 나타나 바람과 빗물에 휘날렸다.탁탁...가르도를 추격하던 허청열은 뜻밖의 상황에 순간적으로 몸을 비켜 옆으로 피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친 호흡을 따라 흰색 가루를 들이마시게 되었다.순간 허청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이 통제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허청열의 뒤를 따르던 건장한 용수 병사들 역시 코와 입으로 가루가 들어오자마자 낫으로 베어진 벼처럼 하나둘 쓰러졌다.“다행이야... 탐랑이 준비해 준 약을 챙기기 잘했어. 이 약이 아니었다면 나도 킹콩처럼 비참하게 죽었을지도 몰라.”가르도는 미친 듯이 달리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임 선생님, 제발 저 자식을 잡아주세요!”허청열은 점점 멀어지는 가르도를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에 급히 임지환을 향해 외치며 간
임지환의 왜소한 체형은 이 순간 산처럼 거대해 보였다.“임 대사, 당신의 실력은 이미 충분히 느꼈습니다. 저를 돌려보내 주기만 하면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게 하겠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앞으로 거미줄 조직의 어떤 킬러도 한국 땅을 밟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가르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필사적으로 조건을 내걸었다.“네가 혼자서 거미줄 전체를 지휘할 수 있을 것 같아?”임지환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런 말은 세 살짜리 아이나 속일 수 있지 내겐 통하지 않아.”임지환은 발을 들어 가르도의 머리를 밟았고 조금 힘을 주자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임지환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 머리는 터져버릴 것이란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으으... 거미줄 조직 최고 리더는 제 친형입니다. 제 부탁이라면 우리 형이 반드시 들을 겁니다.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임지환에게 머리를 밟힌 가르도는 흙을 입에 물고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은 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얼굴로 변했다.지금 당장 임지환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필사적으로 임지환에게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네가 그런 배경이 있었구나. 그렇다면 널 살려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겠군.”임지환은 웃으며 발을 떼고 가르도의 목에 박혀 있던 은침을 뽑았다.“임 대사, 당신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만약 저를 죽였더라면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가르도는 약간의 힘을 되찾고 바닥에서 겨우 일어나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냈다.다시 살아난 느낌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임지환은 가르도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거미줄 조직 킬러들이 널 가만둘지는 모르겠지만 국제 수사국 사람들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게 무슨 소리입니까?”그 말에 가르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도망가려고 움직이려 했다.펑!바
밧줄로 꽁꽁 묶인 가르도도 임지환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비꼬듯 말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멀리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검은색 람보르기니가 시속 180마일 이상의 속도로 빗속을 뚫고 등장했다.이어지는 멋진 드리프트와 함께 차가 사람들 앞에 보란 듯이 멈춰 섰다.검은색 타이트한 가죽옷을 입고 물결치는 긴 머리의 여자 유란이 나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모두의 시선이 유란에게 쏠린 가운데, 유란은 천천히 임지환 곁으로 다가가 공손한 태도로 보고했다.“임 선생님, 탐랑을 제외하고 이번에 한국에 잠입한 거미줄 조직 조직원 35명을 전부 처치했습니다.”“설마... 그럴 리가 없어!”가르도는 그 말에 흥분하며 참을 수 없는 듯 소리쳤다.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임지환 쪽으로 다가가며 외쳤다.“임 선생님의 능력을 너 같은 못생긴 괴물이 어찌 알겠어? 계속 떠들면 지금 당장 죽여버릴 거야.”유란은 쌀쌀한 눈빛으로 가르도를 바라보며 이미 죽은 사람을 대하듯 무시했다.늘 사람을 풀처럼 여기며 서슴없이 죽이던 가르도마저도 그 순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온몸이 오싹했다.이 여자는 분명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임지환은 멍하니 서 있는 양서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내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믿겠지?”“그래, 믿을게, 믿어! 임지환, 넌 알면 알수록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해.”이제 와서도 믿지 않는다면 양서은은 바보나 다름없었다.양서은은 유란에게서 진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유란이 거미줄 조직 조직원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내 정체는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야.”임지환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주제를 바꿨다.“참, 거미줄 조직 놈들은 죽었지만 사후 처리는 너희 국제 수사국이 맡아야겠지?”양서은은 그 말을 듣고 경직된 얼굴로 대답했다.“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었으니 나도 상사에게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나 주위엔 수사국 대원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김준은 귀신이라도 본 건가?“앞으로 다른 사람을 험담할 때는 들리지 않게 하는 게 좋을 거야.”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임지환의 목소리는 여전히 뚜렷하게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렸다.“임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김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서둘러 임지환에게 사과했다.조금 전까지 임지환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다른 수사국 대원들도 자신들이 임지환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사람을 다칠 수 있다니 너무나도 끔찍한 능력이었다.“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다가 은침을 뽑으면 돼. 다음에 또 헛소리하면 그땐 무릎 꿇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임지환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임 선생님, 너그럽게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양서은도 무의식적으로 임지환에게 존칭을 썼다.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는 능력을 직접 목격하자 양서은의 마음속에서 임지환은 이미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용주님, 거미줄 조직 사람들은 우리가 모두 처리했는데 그 탐랑이라는 자가 행방불명입니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숨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이때 유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했다. 탐랑은 그야말로 악령처럼 임지환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마치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불쾌한 존재였다. 이 탐랑을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 큰 위협으로 남을 것이다.“탐랑에 대해서는 유란 씨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탐랑은 이미 송씨 가문의 유람선에 몰래 숨어들었을 겁니다.”옆에 있던 허청열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허청열은 탐랑과 여러 번 겨뤄봤던 적이 있어서 그자의 성향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내가 또 번거롭게 추적할 필요가 없겠네. 이제 천천히 기다리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그물을 거두면 되겠어.”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임
경성 그룹은 이씨 가문의 손을 거치며 이미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배지수의 신분도 자연히 덩달아 높아졌고 지금은 진성을 능가하는 위치에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지수는 진성이 이렇게까지 비굴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지수야, 진 가주도 호의 외엔 딴 의미 부여가 없을 거야. 듣자 하니 이 초대장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다고 하더구나. 강한시 지역에서 자산이 2000억을 넘는 갑부들만이 유람선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들었어.”척척박사라 불리는 한수경은 진성이 유람선 초대장을 건넨다는 말을 듣자 두 눈이 번쩍였다. 그래서 서둘러 초대장의 가치를 바로 짚어냈다.진화도 옆에서 한수경을 거들었다. “지수야, 이제 네 경성 그룹도 2000억의 기준선을 넘었으니 이 초대장을 받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이 당연한 일이야.”진화는 얼마 전에 배지수에게 손을 대려는 마음을 접었었다. 하지만 진운이 진씨 가문을 떠난 지금, 경성 그룹도 재도약하자 진화는 다시 배지수에게 마음을 품게 되었다.“미안하지만 사양하겠어요.”배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제 동생 병 때문에 너무 지쳤어요. 제가 가더라도 사람들과 교류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거예요.”“지수야, 엄마가 요즘 기분도 꿀꿀한데 날 데리고 가서 기분 전환이라도 좀 해주렴.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잖아.”유옥진은 억지로 초대장을 배지수의 손에 쥐여주었다. 평소의 성격이라면 이미 한마디 했을 테지만 배준영 일로 배지수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참아온 것이었다.하지만 배지수가 사람들의 설득에도 계속 고집을 부리며 거절하자 유옥진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 받을 수 없어요. 옛말에 군자는 남의 소중한 것을 빼앗지 않는다고 했죠. 게다가 이 초대장은 분명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예요.”배지수는 진심 어린 말투로 거절에 관해 해명했다.“이 초대장은 지수 씨 말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긴 해요.”진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 어느새 결전의 날이 성큼 다가왔다.날이 채 밝기도 전에 오래된 한국형 차량이 천천히 용문산으로 들어섰다.“문주 님, 도착했습니다.”운전사 정호가 차를 저택 문밖에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화려한 한복을 입은 강진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차에서 내렸다. 오늘 강진수는 운전사 외에 아무도 데려오지 않았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택의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들어오시죠.”헐렁한 운동복을 입은 임지환이 문을 열고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강진수를 힐끔 쳐다봤다.하지만 강진수는 저택에 들어가지 않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난 그저 용두 지팡이을 회수하러 왔을 뿐이고 임 대사를 요트에 데리고 가기 위해 찾아왔어요.”“내가 당신과의 약속을 어길까 봐 두려운 겁니까?” 임지환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질문을 던졌다.그 질문에 강진수는 비꼬듯이 웃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이번에 내 전 재산을 걸었으니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될 테니까요.”“알겠어요. 같이 가주면 될게 아닌가요.”임지환은 몸을 돌려 거실에 미리 놓아둔 용두 지팡이을 가져와 곧바로 조수석에 올라탔다.“불과 이틀 만에 임 대사의 몸이 어쩐지 더 야윈 것 같은데요?”강진수는 눈에 띄게 체형이 바짝 마른 임지환을 의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하지만 강진수는 이내 자기가 너무 긴장해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진 거라고 여겼다.“역시 네 말이 맞았어. 강진수가 왔네.”2층 침실의 통유리 창문 앞에 서 있던 이청월은 한국형 차량이 용문산을 떠나는 것을 보며 휴대폰을 꺼냈다.“좋아. 난 이미 요트에 잠입했어. 이제 시간 내서 계획대로 허청열에게 전화해 이 상황을 알려주기만 하면 돼.”휴대폰 너머에서는 임지환과 고도로 흡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청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너도 조심해. 그들이 노리는 최우선 목표는 바로 너니까.”“그놈들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