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자 임지환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뭐 어쩌자고?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너 따위가 감히?” 위민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당당하게 대들었다.용산시 감찰국 국장인 위민국은 유진헌보다 훨씬 높은 직위에 있었다. 임지환이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어도 그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관을 봐야 눈물이 나오겠네?” 하지만 위민국의 예상과 달리 임지환은 손을 들어 그대로 따귀를 후려쳤다.찰싹!위민국은 순간 얼굴을 스치는 강한 바람을 느꼈다.아무런 반응도 할 새 없이 위민국은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임지환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천천히 도홍희에게 다가갔다.“임 대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굴던 도홍희는 남편이 가차 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라 벌벌 떨며 싹싹 빌었다.“걱정 마. 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 임지환은 차갑게 도홍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당신이 날 때리지만 않는다면 뭐든지 협상할 수 있어요.”도홍희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음을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그냥 놔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임지환은 냉랭하게 한마디 던지고 허리에서 은침 하나를 꺼내 들었다.“당신...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도홍희는 임지환의 손에서 서늘한 기운을 발산하는 은침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오싹한 기운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공포에 질린 도홍희는 남편과 아들을 두고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내 앞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임지환은 잔잔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은침을 그대로 던졌다.슉!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은침은 정확히 도홍희의 목뒤의 한 혈에 박혔다. 순간, 도홍희는 목에서 따끔한 고통을 느꼈지만 이내 온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 보였다.“겨우 이 정도인가? 이 녀석이 뭔가 대단한 양반인 줄 알았더니 결국엔 그냥 허풍이었구나.”도홍희는 자기가 무
이런 횡재할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임 대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나는 상관없어.”임지환이 돈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홍진이 이미 입을 뗀 상황이라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임지환은 단지 교제를 귀찮아했을 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홍진이 위씨 가문과 적으로 돌리게 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편을 들어주는 이상, 임지환도 홍진에게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었다.“얼마를 원해? 금액을 말해 봐.” 위민국은 굴욕감을 억누르며 말했다. 굴욕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위민국은 오늘 상당한 돈을 꺼내지 않으면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금액을 정하면 그게 많든 적든 넌 무조건 불만스러울 거야.”임지환은 문득 고개를 돌려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지, 양 팀장이 금액을 말하는 게 어때?”“내가?” 양서은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자기를 가리키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너와 위씨 가문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잖아. 그런 네가 금액을 정해야 이 위 국장이 내가 바가지 씌운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잖아.”“서은아, 신중하게 말해. 위 삼촌은 너만 믿을게.”임지환이 배상금 결정권을 미래의 며느리에게 넘긴 것에 대해 위민국은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양서은은 어쩔 수 없이 굳은 마음을 먹고 말했다. “제 생각에는... 6억 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6억이라고? 서은아, 너 진짜 이 삼촌의 심장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구나.”위민국은 양서은의 제안을 듣고 기가 차서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감사히 받아들여. 내가 금액을 정했으면 20억 정도는 가뿐히 넘겼을 거야.”유진헌이 옆에서 천하의 위씨 가문이 뭐 이렇게 인색하냐며 슬그머니 조롱했다.“그래, 우리 양 팀장 체면을 봐서 그 금액으로 결정하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화제를 끝내려 했다.임지환에게는 이 돈이 그저 먼지 같은 존재였
“제가 주최해야 할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 시간 나시면 제 집에 들러서 차 한잔하세요. 우리 서연이 틈만 나면 임 대사가 언제 오냐고 귀 아프게 졸라대네요.”홍진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 후 병실을 나섰다.“임 대사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유진헌도 홍진이 떠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임지환은 비로소 평안한 마음으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임지환은 양서은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부탁한 일은 다 해결했으니 이제 날 저택까지 데려다줘야겠어.”“그 정도는 맡겨만 줘.”양서은은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내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임지환이 양서은과 함께 떠나려던 그 순간, 심창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임 대사님, 잠시만요!”“아직 뭔가 더 있어요?”임지환은 그 말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물었다.“사실, 임 대사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요.” 심창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무슨 도움이요?”“사실 우리 병원에 최근 환자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 환자의 뇌가 심각한 충격을 받아 지능이 손상되었는데 혹시 진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심창진은 기회를 놓칠까 봐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병원의 상황을 설명했다.“병원에 의사도 많은데 내가 왜 굳이 봐야 하죠?” 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우리 병원 의사들이 신비하고 대단한 의술을 갖춘 임 대사님과 비교할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 환자는 좀 특별한 경우라서 우리 병원 의사들이 전부 손을 놓고 있어요.”심창진은 어색하게 변명했다.“미안하지만 거절할게요.”임지환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임 대사님,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하지만 심창진은 포기하지 않고 애원했다.“내가 치료해 주면 병원 의사들 체면은 어디에 둬야 하겠어요? 게다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그들은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을 테죠. 이런 피곤하고 별 이득이 없는 일을 누가 좋
“너라는 사람은 어쩌면 변덕 부리는 속도가 우리 여자들보다 더 빨라?”옆에서 듣고 있던 양서은이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요 며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양서은은 임지환이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임지환에게 치는 장난도 점점 더 대담해졌다.“사실 그 환자랑 나도 꽤 인연이 있어.”임지환이 간단하게 설명하고 심찬진에게 말했다. “심 원장, 길 안내 부탁드릴게요.”“임 대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임지환이 받아들여 주자 심창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심창진은 두 손을 모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신나서 어쩔 수 없어 하는 표정으로 흔쾌히 두 사람을 병실로 안내했다.배씨 가문 어르신 배국권의 슬하에는 손자가 두 명뿐이었다. 큰손자 배인국은 임지환이 손수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아마 지금쯤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갔을 것이다. 그러니 이 병원에 있는 사람은 분명 배준영일 것이다.임지환은 배준영을 무척 싫어하지만 필경 유란이 그를 다치게 한 것이었기에 자기가 직접 치료해 주면 배씨 가문 사람들이 트집을 잡지 않게 하는 데 좋을 것이다.“심 원장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임지환 일행이 병실에 들어서자 배준영의 주치의 장민우가 다가와 인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임지환은 예리하게 장민우의 눈빛에서 다소 당황한 기색을 읽어냈다.“민우 씨, 요즘 15번 침대 환자 다루기 힘들다고 늘 내게 불평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오늘 내가 어렵게 임 대사님을 모셔 왔어요. 이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 주실 겁니다.”심창진이 뒷짐을 지고 병실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임 대사님이라고요? 혹시 그 홍씨 가문 아가씨를 치료하신 신의를 말씀하는 건가요? 그분은 제 롤 모델이십니다. 근데 왜 안 보이시죠?”장민우는 심창진의 말을 듣자마자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임 대사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그분은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여기에 계시죠.”심창진은 임지환
“솔직히 말하면 환자 가족들이 문제입니다. 특히 환자 엄마는 완전히 무지막지한 아줌마라서 간호사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욕을 퍼부어대니... 결국 간호사들이 그 아줌마 아들을 돌보려 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하지만 원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환자는 아직 병원에 있을 겁니다. 제가 사람을 시켜서 꼭 찾아오겠습니다!” 장민우가 가슴을 두드리며 약속했다.“임 대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큰 웃음거리가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심창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과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심 원장 책임이 아니에요. 환자 가족들의 고집스러움은 저도 이미 경험해 봤거든요. 당신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고생이 많겠네요.”임지환은 전 장모님의 고집불통과 막무가내로 나가던 모습을 떠올리며 깊이 공감했다.“환자가 사라졌다면 우리도 그만 돌아가자. 나도 수사대에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있어.”양서은은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말했다.“심 원장, 오늘은 이만합시다. 다음에 시간 될 때 다시 올게요.”임지환은 심창진에게 인사를 하고 양서은을 따라 입원 병동을 떠났다.“임 대사님은 시장조차도 깍듯이 모셔야 하는 분인데 이런 거물급 인물을 겨우 모셔 왔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배씨 가문은 복이 없는 건가 보군.”심창진은 임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사람을 빨리 찾아요. 해가 지기 전에 배준영을 못 찾으면 민우 씨 책임을 제대로 물을 겁니다.”심창진은 장민우를 꾸짖고 떠나려 했다.“이봐, 창진아, 병원에서 널 한참을 찾았어. 여기 있었구먼.”바로 그때, 배씨 가문 어르신 배국권이 배지수와 함께 병실 입구에 나타났다.“국권아, 왜 이제야 왔어?”뒤늦게 나타난 배국권을 본 심창진은 저도 모르게 책망했다.“왜? 내 귀한 손자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온 건데, 그게 내 책임이라도 된다는 건가? 너희 병원 책임이 아니고?” 배국권이
“양 팀장, 아까 갑자기 그렇게 서두르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병원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임지환이 물었다.“이번에는 큰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라.”양서은은 얼굴이 굳어진 채 입을 열었다. “방금 받은 소식에 따르면 세관 쪽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대거 입국했다고 해. 우리 수사국 추측이긴 하지만 거미줄 조직의 멤버들일 가능성이 커.”“네 말은 탐랑이 외부 지원을 요청했다는 거야?”임지환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다리를 꼬며 말했다.“좀 진지해질 수 없어?”양서은은 조금 조급해하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아마 널 노리고 온 것 같아.”“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임지환은 무심한 표정으로 유유히 말했다.“네가 무술 대사고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아. 하지만 거미줄 조직은 전 세계에서 랭킹 2위에 있는 강력한 킬러 조직이잖아. 아무리 네가 강해도 한 사람이 조직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양서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임지환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날 잘못 건드리기만 하면 그냥 그 자식들을 깡그리 처리해버리면 되잖아.”하지만 임지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홀가분한 어조로 말했다.다른 사람들에게 거미줄 조직이 대단하게 보일지 몰라도 임지환에게는 별거 아닌 존재였다.“네가 진대하 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마. 거미줄 조직은 전 세계에 조직원을 두고 있어. 심지어 국가 원수들도 너처럼 그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감히 말하지 못해.”양서은은 임지환의 말을 듣고 아니꼬운 눈빛으로 흘겨보며 말했다.임지환은 뭐든지 잘하지만 너무 오만해 딴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믿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난 더 이상 길게 설명하기도 귀찮아.”임지환은 느긋하게 말했다. “어쨌든 내 안전을 걱정할 필요 없어. 네 안전이나 잘 챙겨.”“내가 네 안
이 사람은 다름 아닌 배준영이었다.“어서 일어나!” 임지환은 일부러 큰 소리로 외쳤다. 배준영은 고개를 들어 임지환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팔을 감싸 쥐고 중얼댔다. “팔... 아파...”배준영의 망연자실한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임지환은 말없이 배준영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맥이 떠다니며 혼란스러운 것을 보니 확실히 정신상태가 이상한 징후가 있군.”임지환은 맥을 짚은 후 배준영이 미친 척하는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정말 이 세상은 참 공평해. 이게 바로 인과응보가 아니겠어? 네가 저지른 죄가 이렇게 되돌아올 줄 몰랐겠지?”“아파...”배준영은 임지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팔을 감싸 쥐며 중얼댔고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딱 봐도 모자란 동네 형 같아 보였다.“됐어, 일단 널 병실에 돌려보내자.”임지환은 차 안에 앉아 있는 양서은에게 말했다. “먼저 이 녀석을 병원에 데려다줄 테니까 넌 차를 몰고 입구에 가 날 기다려.”“알겠어.”양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양서은이 떠난 후 임지환은 멍한 눈빛의 배준영을 보며 말했다. “네가 진짜 미쳤든, 미친 척하든 상관없어. 이게 너희 배씨 집안을 마지막으로 돕는 거니까 앞으로는 제대로 반성하고 잘 살아야 해. 다시는 잘못된 길을 가면 그때는 진짜 끝장이야.”말을 마친 임지환은 허리춤에서 은침을 꺼내 배준영을 치료하려고 했다.“멈춰!”바로 그때, 차갑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임지환의 동작을 제지했다.임지환이 고개를 돌리자 엘리베이터에서 배지수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누나...”배준영은 배지수를 보자마자 임지환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에게 달려갔다.“준영아, 괜찮아?”배지수는 바보가 된 동생을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보며 안았다.“누나... 아파...”배준영은 방금 넘어져 생긴 상처를 가리키며 임지환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임지환, 네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내 동생한테 손을 댔어?”배지수는 배준영의 지목을 보자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네가 임 대사라고? 이런 유치한 농담 그만하지 않을래? 임 대사를 아는 사람들 귀에라도 들어가면 네가 어떻게 죽을지도 모를 거야. 실력도 없으면서 억지로 잘난 척하려는 모습이 정말 역겹기만 해. 임지환, 예전에는 그저 너에게 실망했을 뿐이야.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구역질이 나.”배지수의 연이은 비난에도 임지환은 침묵을 유지했다.“왜? 내가 아픈 곳을 찔러서 말문이 막힌 거야? 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배지수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임지환이 반박이라도 했다면 오히려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걸었을 것이다.하지만 임지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허세만 부릴 줄 알았지 사실 알맹이는 겁쟁이인 남자였다.“어차피 내가 지금 뭐라고 변명해도 네겐 한마디도 귀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지.” 임지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네가 나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동생을 치료하는 거야. 시간이 더 지나면 나조차도 손을 댈 수 없게 될 거야.”임지환은 배준영의 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임지환도 배준영을 완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괜찮아. 이미 준영이를 치료할 사람을 찾았으니. 네 호의는 고맙지만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어. 네가 아직도 남자로서의 자각심을 갖고 있으면 더 이상 나에게 집착하지 마. 지금 세상에서는 자기가 키워낸 사업이 없으면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널 무시할 거야.”배지수는 일부러 말을 멈추고 임지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해?”“네 눈에는 권력과 지위가 그렇게 중요해 보여?”임지환의 눈에 선명한 실망이 서렸다.“임지환, 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치하구나. 권력과 지위는 당연히 중요하지. 그것들이 있어야 강한시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우리 배씨 집안도 번창할 수 있을 게 아니야? 몇십 년 후, 우리 배씨 집안도 이씨 가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