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를 나온 임지환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불멸의 옥초’뿐이었다.일주일 후면 소항시에서 경매가 열리게 된다. 시간은 조금 촉박했다.갑자기.파라메라 한대가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포효했다.걸음을 멈춘 그는 달려오는 파라메라를 바라보았다.“끽!”그와 1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차는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임지환의 옷이 기류에 흩날렸다.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차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염색한 긴머리를 한 키 작은 여자가 내렸다.“지환 씨가 어떻게 왜 여기 있죠?”여자는 차에 비스듬히 기댔다. 임지환의 각도에서는 눈부신 한 줄기 빛이 보였다.“미나 씨?”임지환은 멈칫했다.그가 이 여자를 알게 된 것은 배지수의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자존심 강한 공주님이었다.하지만 임지환에게 이 여자는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전에 집에 놀러 왔을 때 임지환의 옷차림과 외모를 평가하며 싫은 소리만 늘어놓았으며 그를 머슴 부리듯 했었다.“지수한테 들으니 이혼했다면서요?”고미나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녀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서요?”임지환은 그녀를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봐요...뭐가 그리 급해요?”“이혼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거 아니에요.”“이렇게 해요. 제가 드라이브 시켜줄게요.”고미나는 웃으며 제안했다.“됐어요.”그는 고개를 저으며 앞을 향해 걸어갔다.이렇게 친절한 고미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 임지환은 뭔가 나쁜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다시 결합하고 싶지 않아요?”“나와 지수가 보통 사이는 아니란 걸 알 거예요.”“내가 잘 말하면 지수 마음이 돌아설 수두 있잖아요?’그가 아무 반응 없자 고미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아니나 다를까 임지환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를 힐끔 보았다.“봐요...비록 장점은 없어도 꽤 일편단심이란 말이에요.”“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타요.”고미나는 서둘러 재촉했다.임지환이 차에 오르자,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격차를 받아들이지 못해요.”“격차가 크면 모순은 피할 수 없어요.”“그러니, 떨어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긴 해요...”고미나는 가르치려 들었다.“됐고!”임지환이 말을 잘랐다.“기분 풀어준다고 했으니 그만 시끄럽게 해요.”“남자의 그 쓸데없는 자존심은 이제 버리죠?”“당신이 능력이 있었다면 지수가 당신을 왜 떠나겠어요?”“자신한테서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으니 어떻게 진보할 수 있겠어요!”고미나는 슬슬 비꼬기 시작했다.“진심으로 술을 사주려는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 갈게요.”주저리주저리 쉴 새 없이 떠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 그를 쉽게 놓아줄 고미나가 아니었다. 이대로 물거품이 되어선 안 된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태도를 바꿨다.“알았어요. 말하지 않을게요. 얼른 앉아요. 저 혼자 저 많은 술을 언제 다 마셔요?”그때 주문한 술과 음식들이 올라왔다.임지환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의 식사 속도는 몹시 빨랐다. 마치 며칠 굶은 것 같았다.그의 모습에 고미나는 입을 삐쭉였다.배지수를 떠난 그도 요즘 꽤 불쌍해 보였다. 아마 오랫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것 같다.그녀는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다가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다.술집 문이 열리고 한 무리 사람들이 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준수한 외모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짧은 티셔츠에 손목에는 롤렉스 시계가 반짝였고 머리를 삐쭉삐쭉 세웠다.한눈에 보아도 벼락부자 재질이었다.“오늘 뭐 하고 놀아?”“여기 새로 들어온 여자가 죽인다던데 한번 맛봐?”“30년산 루이 13도 까면 안 돼?”“...”뒤의 청년들은 이 젊은 남자를 에워싸고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었다.“걱정 마. 오늘 내가 다 쏜다.”“워 후!”“역시!”흥분한 그들은 환호했다.그때 노란색 머리가 갑자기 말했다.“저 여자, 네가 찜한 여자 아니야?”“누구?”원소걸이 물었다.“저기.”노란 머리는 고미나를 가르켰다.고미나를 발견한
남자 친구?원소걸은 이 호칭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그가 찜한 여자를 어떻게 딴 놈에게 양보할 수 있는가?“거기 서!”걸음을 멈춘 임지환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여자가 뒤에서 작당 모의를 한 것을 그가 어떻게 모를 리 있을까?좋은 마음으로 밥을 사주며 고민을 들어줄 고미나가 아니었다.그에게 다가간 원소걸이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한껏 쫄아서는 옷은 또 왜 이 모양이야? 거지와 다를 게 없잖아.”“나라면 여기에 들어올 용기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제를 모르고 저 아가씨의 남자 친구 자리를 노리는 거야?”거침없이 내뱉는 그는 임지환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지만 임지환의 표정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그는 오히려 담담하게 물었다.“끝난 거야?”“끝났어.”원소걸은 멈칫했다.“그럼, 갈게.”어깨를 으쓱이고 임지환은 갈 길을 가려 했다.이 모습에 고미나는 하마터면 욕을 퍼부을 뻔했다.겁쟁이를 보았어도 이 정도의 쫄보는 보지 못했다.그러니 배지수가 이혼했지. 남편이 이 정도로 쫄보면 견딜 여자가 어디 있겠어!“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도망가.”“그는 놔줘요.”애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름을 붓고 있다.예상대로 원소걸은 화가 났다.“거기 서!”원소걸은 그를 막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임지환은 아무 말 없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한 번이지만 원소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그 눈빛은 마치 야수처럼 폭압적인 기운을 뿜고 있었다.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갈기갈기 찢길 것 같다.“젠장,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릴 놈이야.”“이분이 누군지 알아?”“너를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야.”노랑머리는 거침없이 날뛰고 있었다.그들 무리는 임지환을 중앙에 에워쌌다.조금 담이 생긴 원소걸은 다시 거만해지기 시작했다.“선택권을 줄게. 무릎 꿇고 내게 절을 한 다음 가랑이로 기어나가.”“그러면 한번 봐줄게.”“아니면 걸어서 나갈 생각하지마.”옆에 있던 무
그녀의 완벽한 몸매는 남성들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그뿐만 아니라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 앵두 같은 입술, 큰 눈, 선명한 눈썹에서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마치 타고난 여우처럼!박식하고 경험이 많은 임지환도 약간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는 외모였다.여자를 본 원소걸은 즉시 오만함을 거두고 정중하게 인사했다.“누님!”여자의 이름은 유효운, 나이트의 사장 와이프였다.그녀의 정체는 미스터리 했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대 할 수 없을 정도 체격이 웅장했다.“기분이 좋아 보이는 데 뭐 하는 거야?”유효운이 무심하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님이 오해한 거예요.”원소걸은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변명했다.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유효운 코앞에서 감히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었다.“내 앞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다면 괜찮아.”“가게가 작아서 사고를 견딜 여력이 안 돼.”“게다가 난 뒤끝 작렬이란 말이야.”애교를 부리는 듯한 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런 게 아니에요.”황급히 손을 젓는 원소걸은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아니면 됐어. 재밌게 놀아.”유효운은 임지환을 힐끔 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언니.”고미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사했다.“갈수록 더 예뻐지네?”“누님.”“오셨어요. 누님.”사방에서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그녀는 물 흐르듯 화답하며 봄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저마다 술을 권하는 것에도 입술만 살짝 담글 뿐이었다.유효운이 멀어지자, 원소걸이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너야말로.”임지환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그러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나가려던 그는 방향을 틀었다.“저 자식 너무 거만한 거 아니야? 이대로 참을 거야?”노랑머리가 분개했다.“그럼 어떻게 할까?”원소걸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누님만 아니면 내가 참았겠어?”“누님은 방금 보이는 곳에서만 말썽 피우지 말라고 했잖아.”노랑머리가 빙그레 웃으며 덧붙였다.“보이지 않는 곳
"너 정말 허세가 장난 아니구나? 나도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얘들아, 얼른 이 자식의 입을 찢어놔. 다시는 지껄이지 못하게.” "걱정 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책임질게."원소걸은 여유롭게 웃었다.그의 충신 중 하나였던 노랭이는 명령을 듣자마자 즉시 뛰쳐나갔다.곧바로 거세게 달려들던 순간,임지환의 주먹이 그에게로 날려왔다."쿵!"노랭이는 순식간에 저 멀리로 몸이 날려가버렸다.그는 다시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바로 기절해버렸다.갑작스런 임지환의 도발에 놈들은 잇달아 달려들었다.이런 싸움에 익숙했던 놈들은 자신들이 수적으로 우세였기에 쉽게 제압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그러나 결코 쉽지가 않았다.임지환은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며 거침없이 주먹질을 했다. 마치 격투기 선수가 아마추어들을 상대하듯이 너무나 쉽게도 무너뜨리고 있었다.그렇게 약 30분이 지나고나서야 놈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임지환은 거센 숨을 몰아쉬며 원소걸을 노려보고 있었다. 예상밖의 실력에 원소걸은 크게 놀라 멍하니 겨우 침을 삼켰다.여태 얕보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강력한 놈이었어?"꽤나 실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너 딱 기다려, 내가 우리 애들 다 불러서 네가 얼마나 더 버틸수 있는지 지켜볼거야.""겁 먹고 도망가기 없기다?” 곧이어 원소걸은 휴대전화를 꺼내 남은 부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임지환은 당황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았다.원소걸은 그런 그를 여전히 비웃었다."너는 이젠 끝장이야!""사실 난 그냥 너 정신 차리라고 겁만 먹게 하려고 했거든.""근데 안되겠다.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어!"원소걸은 득의양양했다."그래?"임지환은 가소롭다는듯이 키득키득 웃으며 다가갔다.원소걸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임지환은 금세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너 지금 뭐 하는거야?”원소걸은 크게 당황했다. 마치 거미줄에 갇힌 듯이 전혀 벗어날 수가 없었다.임지환은 가볍게 그를 들어올렸다.원소걸은
"네, 궁금해요."고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들어가보면 알 수 있잖아요.”임지환은 화장실을 가리키며 직접 들어가보라 말했다."됐거든요, 제가 왜 굳이 더럽게."고미나는 질색하였다.그녀는 매우 궁금했지만 정작 들어가면 스토커로 취급받을가봐 불안했다.곧이어 임지환이 밖으로 나가자 고미나는 그를 붙잡았다. "어디 가요?""당연히 집에 가서 쉬려고 그러죠."할 일을 다 마친 임지환은 기분이 좋은 듯 손을 흔들며 대문을 향해 걸어나갔다."거기 멈춰!"이때 원소걸이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임지환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그는 머리카락이 축축해진 채 온몸에서는 오줌 냄새가 짙게 풍겨 매우 더러워 보였다."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린거야?"임지환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원소걸의 꼴을 보고는 비웃었다.겁 먹은 원소걸은 뒤로 살짝 물러섰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원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지린내 가득한 오늘의 수치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원소걸이 왜 저렇게 된거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임지환이 이렇게나 강력할지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고미나도 멍하니 바라봤다.순간 술집은 왁자지껄해졌다.한편 2층 룸에서는 누군가가 밖으로 나와 난간 옆에 서서 아래층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저 녀석이 왜 여기 있는거야?"이청월은 여기에서 임지환을 만날 줄은 몰랐다.보아하니 또 뭔가 사고를 친 듯 했다."대체 무슨 일이야?"이때 주인장인 유효운이 수상스러운 인기척을 듣고는 걸어왔다."누님, 마침 잘 왔어요!"원소걸은 그제서야 자신의 구세주를 만난 듯 했다. 그는 재빨리 방금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말했다."사실이야?" 자초지종을 듣고난 유효운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정말이에요!""제 부하들도 아직 화장실에 쓰러져있어요.""제 몸 좀 봐봐요, 다... 오줌이라니까요."임지환에게 제대로 복수하기 위해 원소걸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수치를 밝혔다.유효운은 차가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
원소걸은 매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았다.드디어 자신이 여태 겪은 치욕을 되갚아줄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직접적으로 죽일 수는 없었지만 그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임지환은 전혀 미동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얼른 무릎 꿇어봐.""네가 건드린게 내가 아니라 누님이었으면 넌 진작에 죽었을거야." "그나마 운 좋게 살아남은걸 감사하게 생각해."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심지어 고미나마저 옆에서 얼른 무릎 꿇으라고 다그쳤다."내가 왜 그래야 돼?"임지환은 고개를 돌려 고미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그렇게 무서우면 네가 직접 무릎 꿇던가."그 말을 들은 고미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이 자식 미친거 아냐?지금 난 네 목숨을 구해주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거야?“내가 지금 널 도와주려고 그러는거잖아?"유효운은 한켠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큰 맘 먹고 기회를 주려는건데 이걸 걷어차네?"네가 뭔데? 왜 내가 네 말을 들어야 돼?"임지환은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주위의 사람들도 단호한 그의 태도를 보고는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얘 좀 봐라?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유효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실력과 배후는 아주 강력했다. 하지만 임지환이 그 호의를 몰라주고 아예 무시까지 해버리다니,사람들은 벌벌 떨었다.임지환이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유효운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까지 했다."바보같은 놈,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고미나는 내심 초조하고 불안했다.애초에 임지환을 술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유효운이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괴롭히려 한다면, 고미나 또한 당할게 뻔했다.한편 원소걸은 예상밖의 흐름에 기뻐나기 시작했다. 사실 마냥 가볍기만 했던 유효운의 대처방식에 조금 실망하긴 했다.그런데 임지환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미친
"네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유효운은 가볍게 비웃었다."원소걸에게 했던 짓, 너한테도 똑같이 해줄게.”임지환은 여유롭게 앉아 맥주 한 병을 들이키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놀라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아예 대놓고 누님한테 선전포고를 하다니,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리고야 말았네.넌 이제 죽었어!유효운은 잔뜩 화가 나 핏줄까지 섰다.여태 아무도 감히 그녀를 상대로 이렇게 도발한 사람이 없었다.정말 세상 겁 없는 놈이었다!"좋아, 너의 그 용기가 마음에 들긴 하네.""하지만 입을 가볍게 놀린 대가는 치러야할거야.” 유효운은 씨익 웃었다.다만, 이 웃음에는 깊은 살기가 묻어 있었다.그녀는 그제서야 임지환을 무조건 죽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전화를 받자마자 유효운은 미간을 찌푸렸다."네, 알겠어요, 아가씨."곧이어 전화를 끊은 후 임지환을 흘깃 보았다.“아가씨께서 너한테 기회를 한번 더 주라고 하네.”"대체 무슨 영문인지는 나도 자세히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은 이렇게 넘어갈거야.""만약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거야."그리고는 씨익씨익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무려 재벌 집안인 이씨네의 이청월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임지환을 살릴 줄은 생각지도못했다.사실 이씨 집안이 무섭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청월의 말투는 매우 무거웠다. 심지어 이성봉과도 관계가 꽤나 깊은 사람이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만약 이씨 집안과 대립을 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리는 없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유효운은 꾹 참기만 했다.주위 사람들 또한 모두 어리둥절해졌다.단지 전화 한 통을 받고 누님이 이렇게 쉽게 손을 거둘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 누구보다도 실망한 원소걸은 얼른 유효운을 가로막았다."누님, 이렇게 그냥 넘어갈수는 없잖아요.”“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결해.”“이 술집에서는 내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