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비서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렇게 직접 전화를 주셔서 전 깜짝 놀랐습니다!”유진헌은 도착하자마자 쏜살같이 장정우 앞으로 달려갔다. 필경 도지사의 수석 비서인지라 도지사 앞에서 자기 이름을 거론하며 칭찬이라도 하면 출셋길이 환하게 열리는 절호의 기회였다. 누구도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별일 아니야. 그냥 네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려고 부른 거야.”장정우는 거만한 태도로 웃음을 지었다.“네? 장 비서님,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유진헌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장정우는 임지환을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 망나니가 송씨 가문의 가주를 때려눕혔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어. 이런 흉악한 살인범을 체포한다면 대공을 세우는 게 아니겠어?”“내 관할구역에서 이런 극악무도한 폭도가 날뛰고 있다고요? 말도 안 돼!”유진헌은 눈을 한 번 깜박이고는 가슴을 치며 보증했다. “장 비서님, 안심하세요. 제가 책임지고 철저히 조사해서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드리겠습니다.”장정우는 유진헌의 보증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리를 꼬고 머리를 돌려 임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제 네가 무슨 수를 쓸지 두고 보자.”“이 짓거리들은 네놈이 한 거냐? 사람을 때린 것도 모자라서... 공개적으로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너는 아예 법이 안중에도 없구나.”유진헌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속에 담긴 차갑고 쌀쌀한 날카로움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조사도 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다니, 너희 감찰국은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나?” 임지환은 차분하게 응대했다.“증인과 물증이 다 있는데 뭘 더 조사하란 말이야?”유진헌은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유진헌의 부하들은 곧바로 달려와 임지환을 겹겹이 포위했고 유진헌의 명령만 떨어지면 임지환을 당장 끌고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유 국장, 이렇게 일찍 결론을 내리는 건 너무 성급하지 않나요?”이때, 홍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막아섰다.“홍
유진헌은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 친구가 오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괜히 헛된 기대하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지금의 널 아무도 구해줄 수 없어. 뭣들 하고 있어? 이 자식 당장 잡아가!”유진헌은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부하들은 무력을 사용해 임지환을 강제로 데려가려 했다.유진헌의 명령과 함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임지환을 포위하려고 했다.임지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며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였다.펑!펑!유진헌의 부하들이 임지환의 공격을 맞고 허공을 날아 전부 바닥에 꼬꾸라졌다.“이 자식이 죽고 싶어 안달 났구나! 지금 당장 널 사살해 버릴까?”임지환이 자기 앞에서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것을 보고 유진헌은 펄펄 뛰며 총을 꺼내 그의 머리에 겨눴다.“유 국장, 그만둬요!” 홍진은 아찔한 장면을 보자 급히 외쳤다.아까는 임지환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홍진이 미처 막을 새도 없었다.그러다가 유진헌이 총을 꺼내 들자 홍진은 비로소 머리가 반응하고 서둘러 제지했다.“홍 시장님,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자식은 헛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부하들을 때려 다치기까지 했어요.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에요. 확실하게 처리해야 합니다.”유진헌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홍진의 표정을 슬그머니 살폈다.홍진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자 유진헌은 다시 말을 살짝 돌렸다. “하지만 홍 시장님께서 그만두라고 하니 저도 멋대로 행동할 순 없죠. 저 녀석이 내 부하들을 때린 일은 사과하고 배상금을 내면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저 녀석은 여전히 나와 함께 감찰국으로 가야 합니다. 공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결코 작은 범죄행위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중대한 사안을 그냥 넘어가면 모두에게 감찰국 국장으로 설 자격이 없을 겁니다.”유진헌은 총을 치우며 차가운 표정으로 몇 마디 더 했다.상급자 앞에서는 굽신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사실 임지환만 감찰국에 데려가면 그를 어떻게 처리할
유진헌은 참다 참다 끝내 인내심을 잃고 폭발했다.“내가 너한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헛소리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 친구한테 전화해서 불러 봐.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인지 한번 보자고!”장정우는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비웃으며 위협했다. “내가 미리 말해두는데, 불러온 사람이 널 구해주지 못하면 감찰국에 들어가서 보름 정도는 갇혀 있어야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임지환이 저지른 일들은 하나같이 중죄였고 더구나 감찰국의 사람들까지 때렸다.보름을 있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 임지환을 반년 동안 가둬놔도 절차상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다 들었지? 어서 네 그 대단한 배후를 불러 와. 안 그러면 얌전히 나랑 같이 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정말 자비를 베푸는 거야, 알겠어? 홍 시장님 체면을 봐서 그렇지 내가 총으로 널 백번 쏴 죽여도 아무런 문제도 없어.”유진헌은 으름장을 놓으면서 원래 자리에 들어간 총을 다시 한번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이고, 이번엔 임 대사가 누구도 쉴드칠 수 없는 대형 사고를 터뜨렸네.”이성봉은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강한시 시장 홍진도 이 순간은 침묵에 빠졌다.사실 홍진은 이미 임지환에게 이 곤경에서 탈출할 기회를 줬는데 임지환은 그 소중한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이제 홍진이 뭐라고 더 설득해도 유진헌은 쉽게 임지환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럼 기다려 봐. 소원대로 내가 전화할 테니.”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임지환은 진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참 어이가 없네. 아직도 생쇼하는 거야?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짜로 자기가 대단한 인물인 줄 아나 보네. 오늘은 전화 한 통, 아니 열 통, 백 통을 해도 소용없어. 넌 끝장이야!”유진헌은 임지환이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며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평소에 웃음을 잘 보이지 않던 장정우도 이 모습에 빵 터져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
유진헌은 휴대폰을 들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임지환, 네 손님도 너처럼 허세가 장난이 아니구나. 이 조그마한 강한시에 무슨 용수 특전대가 있어? 허세 부리기에도 정도가 있지. 정말 웃기는 놈일세. 됐어, 이 소동도 이제 끝낼 때가 됐어.”유진헌은 웃으면서 손을 휘저었다.“잠깐! 유 국장, 조금 전에 용수 특전대라고 했나?”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잠자코 구경하던 장정우가 갑자기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물었다.“장 비서님, 이런 헛소리를 믿는 겁니까? 이건 명백히 허세 부리는 거잖아요. 우리 강한시에는 상어 특전대밖에 없습니다. 다른 특전대는 존재하지도 않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유진헌은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이실직고했다.“강한시에는 확실히 없지만 그렇다고 용수 특전대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야. 내가 알기로는 금릉 구역에 용수라는 코드명을 가진 특전 부대가 확실히 있어. 만약 그 손님이 진짜 용수 사람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질 거야.”장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설령 용수 특전대가 있다고 해도 저 녀석 신분으로 대원들을 지휘할 수 없는 게 뻔하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 허청열이라는 사람이 허세를 부리는 게 분명합니다.”유진헌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말하며 장 비서가 겁쟁이라고 속으로 비웃었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 했어?”장정우는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입가를 움찔하며 황급히 물었다.“그 사람이 자기 이름이 허청열이고 용수 특전대의 교관이라고 했습니다. 장 비서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말이잖아요...”유진헌은 여전히 실실 웃으며 장정우를 위로했다.“용수 특전대의 교관 이름이 실제로 허청열이야! 만약 그 사람의 말이 진짜라면 이번엔 우리가 무시무시한 문제를 자초한 거야.”장정우는 깊은숨을 쉬며 말했고 눈에는 눈에 확 띄는 불안이 엿보였다.유진헌은 그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
“네 이중인격자 연기가 장난이 아니야. 뮤지컬이나 찍으렴? 어쩌면 표정 바꾸는 속도가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 더 빠르냐?” 임지환은 장정우의 돌연 180도 변한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지만 장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대인배이신 당신께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세요.”몇 년간 비서직을 맡아온 장정우는 이미 관료 생활에서 노련한 인물이 되었다. 유연하게 행동할 줄 알아야 출세할 수 있고 더 환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장 비서님, 설령 이 녀석이 진짜 용수 교관과 친분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이 녀석에게 그렇게까지 굽신거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유진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했다.“네가 뭘 알아? 용수는 정예 중의 정예야. 교관의 신분은 특히나 특별해서 우리 같은 비천한 사람이 쉽게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야.”장정우는 인상을 쓰면서 유진헌을 대놓고 훈계하기 시작했다.“그저 특전대 교관일 뿐인데 그 신분이 아무리 높아 봤자 얼마나 높겠습니까? 강한시는 내 구역입니다. 용수의 세력이 길어봤자 설마 여기까지 오겠습니까? 그 사람이 진짜 군대를 끌어올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겠죠?”유진헌은 강한시의 감찰국장으로서 자기 신분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었다.장정우는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그토록 죽고 싶으면 내가 굳이 말리진 않겠어.”“임 선생님, 아까 제가 한 말을 절대 마음에 담지 마세요. 제가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가 미쳤나 봅니다. 도지사께서 임 선생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안 그러면 저를 굳이 여기까지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장정우는 점점 더 비굴한 태도를 보였고 자칫하면 무릎을 꿇을 기세인 것 같았다.유진헌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전화 한 통으로 도지사 비서인 장정우의 임지환에 대한 태도가 놀랍게도 180도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장정우는 특전대라는
여섯 대의 소형 전투기가 독수리처럼 하늘을 가르며 거대한 음파를 동반한 채 천천히 하강했다.그러다가 전부 호텔 상공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았다.분사구의 강한 기류는 사람들의 옷을 날리고 머리를 헝클어놓았다.“내 지원군이 도착했어...”현장에는 전투기의 프로펠러로 인해 막강한 바람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서도 임지환의 말은 신기하게도 모든 이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이... 이제 끝났군...”유진헌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고 한여름인데도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임지환이 단 전화 한 통으로 전투기를 불러올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이 상황에서는 유진헌 같은 보잘것없는 감찰국 국장이 아니라 도지사의 가족이라고 해도 절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펑펑펑...전투기가 호텔 상공에 정지하자마자 조종석 문이 열렸고 용수 특전대원들이 낙하산을 메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하늘에서 한 명씩 내려왔다.곧 허전하기 짝이 없던 호텔 입구는 군복색으로 가득 찼다.“용수 교관 허청열이 전 대원을 데리고 도착했습니다. 임 대사님, 지시 부탁드립니다.”위장복을 입은 허청열은 존경심을 가득 담아 임지환에게 경례했다.그 뒤에 서 있는 수십 명의 용수 특전대원들도 너도나도 창처럼 곧게 서서 경례했다.다들 임지환을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심이 가득했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임 대사님!”그 울림은 구름을 찢고 바위를 쪼개며 고막도 찢을 듯 강렬하고 우렁찼다.모두가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충격을 받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판단이 빨라 다행이군.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어.”장정우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조금 전 자기가 비록 늦었지만 임지환에게 사죄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장정우는 유진헌처럼 어리석진 않았다.“화 장군이 정말 신경 써주셨네. 난 간단하게 상황만 전달했는데 네게 전체 부대를 부탁해 보내주셨구나.” 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대사님, 당신은 우리 장군님의 생명 은인입니다. 예를 다해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생쇼 끝내고 도망가려 해? 세상이 네 눈에 그렇게 녹록해 보여?”허청열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유진헌의 옷깃을 꽉 잡았다.유진헌은 몸이 마치 밧줄에 묶인 것처럼 아무리 버둥거려도 벗어날 수 없었다. 실로 난감하고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이거 못 놔? 안 놓으면 네놈을 사살해 버릴 거야.”유진헌은 예상치 못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총을 꺼내 들고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돌렸다.찌익...유니폼이 마치 헝겊처럼 찢어졌고 커다란 구멍이 났다.하지만 유진헌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라 유니폼 따윈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네가 진짜 용수 교관이라고 해도 선을 넘으면 나도 널 쏠 수 있어, 알겠어?”유진헌은 총을 든 채 자리에 서서 얼굴에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위협했다. “널 쏴 버려도 내가 보고서를 작성해 위에 보고하면 그만이야. 목숨이 아깝다면 알아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손에 총이 있으니 유진헌은 이름 모를 자신감이 부풀어 올랐고 허청열과 협상할 용기도 생겨 슬슬 선을 넘기 시작했다.모두가 호흡을 멈추고 침을 삼키며 미쳐 발광하는 유진헌을 안쓰럽게 쳐다봤다.감착국 국장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임 대사님, 제가 공격해도 되겠습니까?”허청열은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바로 행동에 나서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임지환을 보며 물었다.“네가 알아서 해. 죽이지만 않으면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아.”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임지환, 넌 이 상황이 우스워 보여? 씨X 새끼가 사람을 우습게 보네. 내가 이 자식을 죽여버리면 다음 순서는 바로 너야, 알겠어?”임지환의 여유로운 태도가 심기를 심하게 건드린 유진헌은 쌍욕을 퍼부으며 임지환에게 큰소리를 쳤다.“좋은 마음으로 한마디 했더니 그게 듣기 싫었어?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넌 그 나불거리는 아가리를 처닫고 뒈졌을 거야.”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유진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부풀어 오르는 불길한 예감을 억누를 수 없었
장정우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이 사람이 혹시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는 아닐까?“방금 말했잖아, 죽이지는 않을 거야. 기껏해야 허 교관이 불구가 될 때까지 이 자식을 두들겨 패겠지.” 임지환이 한 마디 덧붙였다.“불구가 된다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윗선에서 문제 삼으면 나도 같이 책임져야 합니다.”장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 내 체면을 봐 주지 않는 건 이해하겠는데 우리 도지사를 봐서라도 저분을 말릴 수 없겠어요?”궁지에 몰린 장정우는 어쩔 수 없이 도지사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도지사가 여기 계셔도 마찬가지야. 내 대답은 변하지 않아. 이건 전부 저 자식의 자업자득이야. 남을 탓할 일이 아니지.”임지환은 팔짱을 끼고 서서 일말의 타협도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역시 임지환은 임지환다웠다. 도지사 체면도 사정없이 구겨버리는 걸 보니.도지사 비서로 승진한 이후 장정우는 처음으로 이런 무력함을 느꼈다.“임 대사, 장 비서 말도 일리가 있어요. 무슨 일이나 너무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지 말고 살길을 하나 남기는 게 좋을 겁니다. 유진헌이 아무리 싸가지 없어도 필경 공무원인 이상, 제 체면을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실 수 없겠어요?”홍진이 불안한 마음으로 입을 열어 유진헌을 위해 변호했다.임지환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홍 시장님이 이렇게 부탁하시는데 그럼 이번엔 봐 드리죠.”그러고는 허청열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화가 풀렸어? 풀렸으면 적당한 선에서 멈춰. 더 때리면 이 친구 진짜 뒈질지도 몰라.”“알겠습니다.”허청열은 그제야 발을 뺐고 손을 뻗어 병아리를 들어 올리듯 유진헌의 목덜미를 잡고 임지환 앞에 데려왔다.“그만... 그만 때려! 내가 잘못했어!”유진헌은 얼굴이 흉측한 간장 색으로 변했고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거의 반쯤 죽은 모습이었다.“사내새끼가 나약하기 짝이 없네.”허청열은 입을 비쭉이며 경멸이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