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각?”진시우는 진무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한민석이 준 자리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진시우 본인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위만성은 매우 놀랐다.위만성은 진시우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해명했다.“재결각은 정말 대단한 존재야. 네가 만약 재결각에서 신분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든지 널 쉽게 건드리지 못해.”“그래요?”진시우가 물었다.“그 재결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책임지고 있나요?”한민석이 웃으며 말했다.“형사국은 사실 재결각의 산하기관이라고 할 수 있어. 직속은 아니지만.”“재결각의 책임 범위는 다소 애매하고 명확하지도 않아.”“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무자에 대한 재판과 집행이야.”“재결각 성원이 열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이어져 온 규정이고.”위만성이 말했다.“재결각은 먼저 집행하고 다음 보고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어. 그 말인 즉 한 무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한다면 바로 죽일 수 있다는 뜻이야.”“사후 서류로 대충 때우면 돼.”형사국은 달라. 형사국은 모든 증거가 확보된 후 재판이 진행되어야만 형사국의 사람들이 어떤 형을 내릴지 결정할 수 있어.”여기까지 말하고 한민석은 잠깐 멈칫하였다. 재결각 10인이 아주 특별한 권력을 가졌지만 말할 수 없었다.한민석은 진시우를 속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10인 중 한 명이 부족하고, 또 마침 우리 가문에서 지명할 차례야.”“그래서 네가 그 10인 되었으면 해, 그럼 이번 서남 여행에서도 도움이 될 거야.”진시우가 말했다. “그럼 좀 부탁할게요.”“아니야!’한민석이 말했다.“지금 바로 신분 증명 명패를 가져오라고 할게”진시우가 생각해 보고 말했다.“서남으로 보내주세요. 지금 바로 출발하려고요.”한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쪽 공항 담당자한테 보낼 테니 거기에 가서 가져.”강현진은 빠른 속도로 진시우를 도와 서남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주었다.한민석은 진시우가 가기 전에 정중히 말했다.“이번 여행은
위만성이 머리를 돌려 한민석을 보았다.“진시우를 높이 평가하시네요?”한민석이 한숨을 쉬었다.“염라대왕보다 훨씬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으니까요.”“재결각 10인 자리를 준 것도 그것 때문이예요. 이런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되잖아요.”“내가 준 신분의 의미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정말 그곳에서 불가피한 위험이나 살의를 만났다면...”“재결각 10인 신분을 내놓으면 누구도 함부로 죽일 수 없을 겁니다. 흠잡을 데 없이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이상.”그런데 진시우 능력으로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깨끗하게 그를 죽일 수 있다면 진시우에게도 불가피한 운명일 것이다.하지만 그럴 확률은 여전히 아주 낮다. 누구도 함부로 재결각 10인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때 동해 장무사의 조장으로 진시우를 올린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이 무거운 짐을 그에게 맡긴 사람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해요. 진시우의 능력을 믿거나 아니면 그를 함정에 빠뜨려 죽이거나!”소홍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누가 진시우를 이 자리에 추천한 건가요?”한민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나씨 가문의 그분일 겁니다.”“나씨 가문이요?!” 위만성이 놀라며 이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러면 좋게 봐서 그런 것 같아요...”“네?” 한민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위만성을 훑어보았다.위만성이 상황을 보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만성은 나씨 가문 어르신의 행방을 감히 누설할 수 없었다.비록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감히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공항으로 가는 길.진시우이 핸드폰을 꺼내 낙청영에 전화를 걸어 홍유희에 대해 간단히 말했다.낙청영이 걱정하며 물었다.“그럼 지금 공항으로 가는 길인가요? 기다려요, 저도 같이 갈게요!”진시우는 기막힌 듯 급히 낙청영을 가로막았다.“뭐 하러 같이 가요? 그곳에 가면 나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청영 씨를 돌보지 못합니다.”낙청영
진시우가 공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바로 탑승했다.세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진시우가 마침내 장명시에 도착했다.장명시 밤 온도는 약간 차가웠지만 무인이다 보니 외부 기온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진시우는 비즈니스석을 탔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회랑교를 통해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랬더니 밖에 신분이 높아 보이는 사람이 여럿 서 있었다.앞쪽에 선 사람은 거의 쉰 살쯤 되어 보이는데 진시우를 보고 곧장 앞으로 다가갔다.“진시우 선생님 맞으시죠?”진시우는 중년 남자를 한 번 훑어보고 그의 얼굴에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장명 국제공항 사장이고, 이영구라고 합니다. 저를 영구라고 불러도 되고요.”이영구의 태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손했다. 하여 이영구와 함께 온 공항 당직자들 모두 놀라며 진시우를 훑어보았다.‘사장님이 이렇게 정중하게 모시는 사람 도대체 누구지? 그것도 한밤중에!’‘한밤중에 사장님이 직접 마중 나오시게 하다니,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여야 하는 거야?’‘그런데 구미에서 온 비행기라, 그쪽에는 장명 사장님께 이렇게 예의를 갖춰야 할 사람이 없는데.’영구라고 부르는 것은 좀 그렇고 해서 진시우가 제안하였다.“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고, 제 삼촌과 비슷한 것 같으니 그냥 영구 아저씨라고 부를게요.”이영구는 그 말에 약간의 공손함마저 더해지며 환한 미소가 번졌다.진시우가 정말 자기 이름을 불러도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러면 아래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깎이게 되니까 진시우의 말은 이영구의 호감을 크게 불러일으켰다.“그건 좀...”이영구는 바로 응하지 않았다.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장명시에 좀 더 머물러 하거든요. 앞으로 영구 아저씨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때 귀찮다고 절 외면하시면 안 돼요.”이영구가 급히 말했다.“당연하죠!”진시우가 말했다.“아저씨도 제 이름을 부르시면 돼요.”“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솔직히 이러면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이영구가 떠보며 물었다.“내일 점심 같이 할까요?”여기까지 온 이상 일도 급하지 않으니 진시우는 이영구의 제안을 허락했다.“좋아요.”진시우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영구 아저씨, 혹시 요 며칠 몸이 안 좋으세요?”이영구는 멍하니 있다가 이상한 듯 답했다.“아닌데요.”진시우가 말했다.“수면장애가 있죠?”이영구가 웃음을 지었다.“하는 일이 이것인데 편히 잘 수 있겠어요? 늘 밤새요! 왜요?”진시우가 웃음을 지었다.“저 사실 한의사인데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이영구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런 거였군요! 그럼 내일 다시 봐봐요! 오늘은 푹 쉬고!”진시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영구가 룸 밖에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아래층에 내려간 후 이영구는 바로 운전해서 집으로 갔다.가는 길 좌용에게 전화를 걸었다.“물건은 이미 전해드렸습니다.”이영구가 보고했다.좌용이 담담하게 말했다.“이상한 행동은 없었어?”이영구가 생각해 보고 답했다.“그런 건 없고 애가 너무 성급하게 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그래?”좌용이 흥미진진한 모습이다.이영구가 말했다.“첫인상은 나쁘지 않아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말솜씨가 좋은 편이고, 예의도 바르고요.”“근데 호텔까지 바래다주고 한의사라며 나보고 안색이 안 좋다고 하더군요.”좌용이 웃으며 말했다.“좀 성급하기는 하네.”이영구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글쎄요! 저를 보고 안색이 좋다고 하는 한의사는 없을 것 같은데요.”“이런 말도 할 줄 알고! 제 앞에서 재주를 좀 뽐내 보려는 생각이겠지만 제가 밀어냈어요.”좌용이 말했다.“이 녀석 좀 이상한 것 같아. 교토 쪽에서 왔고, 신분도 꽤 있어 보이고.”“쉽게 건드리면 안 돼. 어린애이니까 시끌벅적거려도 알아서 참아주면 그만이야.”이영구가 약간 기막힌 듯 웃음을 보였다.“그렇다고 내 몸을 들볶을 수는 없잖아요.”좌용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걔가 뭘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면 맥을 짚던 처방을 내리던
진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서비스를 부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찾아올 수가 있지?’원래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입구의 그 소녀는 그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그만둘 것 같았다.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귀찮은 진시우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문을 열어야 했다.문을 연 후 진시우는 정색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굴 찾으시죠?”“그쪽이요.”소녀는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치 누가 핍박하는 것처럼 억지로 머리를 쳐들고 진시우를 쳐다보았다.그리고 억지로 기녀인 척하였다.진시우가 차갑게 말했다.“누구세요?”소녀가 말했다.“몰라도 괜찮아요. 저를 들여보내시면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진시우는 원래 엄하게 거절하려 하였으나 문득 그녀 정서 속의 절망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들어오세요.”소녀는 주르륵거리며 진시우의 옆으로 룸 안에 들어갔다.진시우가 뒤돌아볼 때 소녀는 이미 옷을 벗고 있었다.“뭐하는 거예요!”진시우가 한바탕 호통을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얼른 옷을 입어요. 난 그런 서비스는 필요 없으니까.”여자아이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저, 저 안 돼요...선생님, 제발 저를 받아주세요.”진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들어오게 허락한 건 불쌍해서 그런 거고, 만약 계속 이러시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도대체 누구 시킨 거예요? 기녀인 척해라고?”“이름이 뭐예요? 누가 보냈는지 말해봐요. 괜찮아요.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소녀는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아, 아니에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선생님의 매력에 빠져서...”진시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런 헛소리 그만하세요. 나 장명시는 처음이거든요. 거기에 임시로 정한 시간이고요.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누가 찾아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그러니까 어디서 내 매력에 빠졌죠? 지금 두려워하면서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알아요?
강이정의 정서가 많이 안정되었다.“같은 배를 타게 하기 위해서요. 그분 말로는 그쪽이 엄청난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 꼭 지원을 받고 싶다고 했어요.”진시우가 고개를 흔들며 실소하였다.‘요 사장이라는 사람 생각이 많은 사람이네.’‘이렇게 빨리 찾아오고, 거기에 여자까지 붙여서.’“내 지원을 받아서 어쩌려고요? 이영구 자리에 오를 생각인가요?”강이정이 고개를 흔들었다.“저, 저도 잘 몰라요...”‘하긴...’진시우가 생각해 보고 말했다.“여기에 방이 두 개 있으니 다른 방에서 자요.”강이정이 의아한 눈으로 진시우를 보았다.“이대로 자도 되나요?”그 말이 진시우를 웃겼다.“아니면? 내 여자친구도 아니잖아요.”강이정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넘겼다.“저, 저 깨끗해요.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요!”강이정은 진시우가 병이라도 옮는 게 싫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진시우는 다소 어이없어 하며 마지못해 말했다.“그런 건 상관없고, 그저 남을 해치기 싫어서요.”“근데 아무 일도 없으면 요 사장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진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이 요 사장이라는 사람 정말 악취미야!’“그럼 내일부터 날 따라다녀요.”강이정은 두려움에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시우도 귀찮아서 더 이상 그녀를 돌보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진시우는 핸드폰을 꺼내 이영구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예요?”이영구가 정중하게 물었다.사실 이영구는 이미 속으로 욕을 시작했다.‘일이 있으면 아까 말하지 않고, 왜 이제야 전화하는 거야!’진시우가 말했다.“혹시 그쪽 회사에 요 사장이라는 사람 있나요?”이영구가 속으로 약간 놀라긴 하였다.‘오기 전에 좀 알아봤나?’“요문걸 말하는 거지? 우리 회사의 부사장 겸 인사 총괄이야.”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점심 식사 때 요 사장님도 불러 주세요. 알고 싶어요.”이영구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네.”전화를 끊고 이영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요문걸 마주했을 때 이영구의 태도
요문걸은 한창 자기 애인과 침대를 뒹굴고 있었다.몸매가 요염한 그 여인은 요문걸의 가슴에 기대어 애교스럽게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 한밤중에 무슨 일이 있나요?”요문걸이 웃으며 말했다.“좋은 일이지 뭐! 거물급 한 분이 주동적으로 나와 점심을 먹겠대. 나한테는 둘도 없는 중요한 기회야.”“이영구 이 늙은이도 참, 눈치도 없이! 가문이 날 밀어올린 것을 보고 주동적으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니야?”“하필이면 부사장 권한만 주고, 그러면 큰 건에서 손을 쓸 수가 없잖아.” “이런 몰상식한 늙은이는 물러가는 게 좋아! 내 앞길에는 걸림돌이야!”여인은 교성을 지르며 말했다.“이 사장님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요. 일이 번거롭게 되면 어떻게 해요.”요문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뭐가 어때? 이영구는 그저 작은 지방 출신이야! 우리 요씨 가문 같은 현지 거물들과 비교할 수 있겠어?”장명시에는 몇 개의 강력한 가족 세력이 있었다.그들의 실력은 천양이나 운강 같은 가문의 실력으로 비교가 안 된다.장명시는 혼돈의 도시이고, 대하 무자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온 무자도 많기 때문에 이런 온갖 난잡한 실력에 자리를 잡고 거물이 된 가문의 실력은 동해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요문걸은 바로 요씨 가문의 직계 출신이다.“근데 이 사장 뒤에 있는 그 분이 힘도 만만치 않잖아요. 보좌관님 아닌가요?”요문걸의 무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강을 건너갈 용일뿐이야. 좌용은 조만간 자리를 옮겨. 이영구를 위해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버티다가 척추가 부러질 수도 있는데!”보좌관에 관한 거니까 여자는 더 이상 마음대로 말하지 않았다....다음날 아침, 진시우는 강이정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이정은 밤새 안절부절못했다. 진시우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아서 요문걸이 자기를 데리고 병원에 간 후 검사를 마치면 모든 것이 다 밝혀질까 봐 걱정했다.그때면 요문걸은 반드시 자기를 죽도록 괴롭힐 것이다.“먹을 건
진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요 사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요문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런가요? 진 선생님께서 저 같은 사람을 알고 계시다니 정말 놀랐습니다.”요문걸은 강이정의 서비스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진시우가 그에게 매우 친절한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이영구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진 선생님, 제가 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네.”이영구는 아무 말도 없이 두 사람을 데리고 그가 예약한 룸으로 왔다.자리에 앉자 이영구가 물었다.“이 여자분은...”진시우가 말했다.“강이정이라고 방금 만난 친구예요.”이영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진시우가 또 말을 이었다.“아 참, 이 사장님, 사장님 그룹의 인사팀 직원이기도 한데 기억하시나요?”이영구 표정이 흐리멍덩해졌다. 진시우가 왜 이 말을 하는지 몰랐다.당연히 기억은 나지 않고 설사 정말 기억이 난다고 해도 모른 척할 게 뻔하니까.요문걸 얼굴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표정도 석연치 않은 빛이 스쳤다.진시우가 말은 요문걸의 얼굴을 밟는 것과 다름이 없다.말거리를 찾더라도 회사 직원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인사팀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강이정도 바보가 아니라서 순간 진시우의 발언에 놀랐다.‘진, 진 선생님은 정말 대담한 분이야!’‘이렇게 요 사장의 체면을 구기다니, 요 사장 미움을 사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이영구가 미친 듯이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즉시 진시우의 뜻을 이해했다.‘내가 오해한 거야. 진 선생님이 요문걸에게 넘어간 게 아니었어. 아니면 절대 이렇게 요문걸의 얼굴을 밟지 않았을 거야.’이영구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이런 우연이?”진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장님, 강이정은 제 친구이니까 앞으로 회사에서 잘 좀 부탁드립니다.”이영구가 웃음을 보였다.“그럼요.”요문걸의 얼굴이 굳어지고 얼굴색도 좋지 않아 보였다.“진 선생님, 강이정은 우리 인사팀 직원이라 저한테 얘기하는 것이 이 사장님보다 훨씬 편합니다.”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