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네가 살아남아서 나갈 수 있다면 그때 얘기하자.”말을 마친 진도하는 몸을 돌려 떠났다. 그 뒤에서 최동민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진도하의 곁에 있던 여섯 형상의 괴물이 속삭였다.“제가 이형수들을 시켜서 저놈을 처리할까요?”그러자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 그러지 마.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저 사람의 운에 달렸어.”진도하는 최동민을 바로 죽이지 않았다. 최동민의 신분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이형수의 힘을 빌어 그를 죽이는 것이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곧 진도하 일행은 이형수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리고 진도하는 잠시 멈추고 주홍성, 현무성, 백호성의 시험 참가자들에게 말했다.“이제 여기서 각자 헤어지죠. 각자 기연을 찾아 나섭시다.”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형수의 포위망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그들은 진도하에게 고마워했다. 그들은 곧 진도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그때 변희연이 몇 걸음 가다 뒤돌아보며 말했다.“진도하 씨, 언젠가 주홍성에 오게 된다면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언제든 저를 찾아주세요.”“네, 알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변희연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매가 꽤나 매력적이란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은소혜가 진도하의 팔을 툭 치며 눈을 흘겼다.“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당황한 진도하는 코를 긁적였다.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도둑처럼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난 아무 것도 안 봤어. 그냥 생각 좀 한 것뿐이야.”그러자 은소혜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남자들은 하나같이 음탕해.”“...”진도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옆에서 독고 청의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소혜 씨, 그건 잘못 됐어요.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다른 여자를 쳐다본 건 도하 씨밖에 없어요. 음탕한 건 도하 씨 한 명이죠.”은소혜는 독고 청의를 흘겨보며 말했다.“청의 씨도 똑같아요. 내가 못 본 줄 알아요?
여섯 형상의 괴물이 말을 끝내자 진도하를 제외한 모두가 놀라 얼어붙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섯 형상의 괴물을 쳐다보았다.독고 청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너... 너... 말할 줄 아는 거야?”“당연하지. 내가 말 못 한다면 방금 내가 한 게 뭐겠어?”여섯 형상의 괴물이 독고 청의를 향해 비꼬았다.그러자 독고 청의는 민망한 미소를 지은 채 여전히 여섯 형상의 괴물 주위를 맴돌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말한 ‘기연’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않은 듯했다.은소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뻗어 여섯 형상의 괴물을 만져보았다.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정말 용감하네. 그래도 조심해. 저 녀석이 너에게 이빨을 드러낼지도 몰라.’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여섯 형상의 괴물은 은소혜에게 이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품에 파고들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은소혜는 더욱 신기해하며 여섯 형상의 괴물을 마치 아이처럼 안고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보면 볼수록 여섯 형상의 괴물이 귀여워 보이는 듯했다.‘정말 뻔뻔한 놈이군.’진도하는 속으로 분개했다.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여섯 형상의 괴물이 말한 ‘기연’을 바라보았다.여섯 형상의 괴물이 그들을 데려온 곳은 지하로 통하는 입구였다. 그 입구를 보며 진도하는 물었다.“기연이 이 아래에 있다는 거야?”“네. 지난 몇 년간 제가 이곳의 기연을 다 모아 이곳에 숨겨 두었어요.”여섯 형상의 괴물은 은소혜의 품에서 느긋하게 대답했다. 진도하는 괴물을 흘겨보며 말했다.“그럼 얼른 내려가서 길을 안내하지 그래?”그러나 여섯 형상의 괴물은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냥 내려가면 돼요. 위험한 건 없어요.”“...”할 말을 잃은 진도하는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독고 청의와 나머지 일행도 그의 뒤를 따랐다.그들이 길고 긴 지하 통로를 지나 약 50미터 정도 갔을 때 시야가 탁 트였다. 그곳은 직사각형의 공간이었고 그 안에는 여러
진도하는 공법을 고르는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게다가 이미 용음검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다른 무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한동안 공법 서적과 무기들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지 못하자 진도하는 한쪽에 앉아 다른 사람들이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때 마지막 줄에 놓인 무기들 중에서 청동 신발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진도하는 벌떡 일어나 그 신발 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두 손으로 신발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본 후 그는 이 청동 신발이 바로 신통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진도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신통이 원래 세계에만 흩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대염에서 신통을 발견하다니,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이 사실은 진도하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이건 대염 외의 다른 곳에서도 신통이 있을 거라는 뜻 아닌가?’원래 진도하는 신통을 모으는 데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지만 이런 우연한 기회로 여러 신통을 손에 넣게 되면서 다시금 신통을 모으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진도하는 곧바로 청동 신발을 신어 보았다. 신발을 신자마자 전에 그 팔찌처럼 자동으로 줄어들어 발에 딱 맞게 감겼다.‘이렇게 무거운 청동 신발을 신고 걸으면 불편하지 않을까?’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신발이 대체 어떤 신통을 가진 것인지 궁금해졌다.그 순간 신기하게도 청동 신발이 가벼워지더니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편안해졌다.진도하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슉.그러자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하 통로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그 직사각형 공간에는 그의 잔상만 남았다.진도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청동 신발을 바라보았다. 그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이 신발을 신고 있으면 내 속도가 몇십 배는 빨라지겠군!’진도하는 환허보와 답운보를 시도해 보았다. 역시나 청동 신발 덕분에 그의 신법 속도는 열 배 이상 빨라졌다.‘이 신발을 더 일찍 가졌더라면 이형수들이 나를 절대 따라잡지 못했을 텐데!’진도하는 신이 나서 숲 속에서 신법을 펼쳐 보며 한
진도하가 놀란 것은 그렇다 치고 독고 청의 자신도 확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에게 다가가 물었다.“이 검은 어디서 얻은 거야?”여섯 형상의 괴물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나도 기억이 잘 안 나. 이건 모두 오래전의 것들이야.”독고 청의는 실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더 이상 독고 청의를 방해하지 않고 은소혜에게 다가갔다.“너는 뭘 골랐어?”진도하가 물었다.은소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불에 관련된 공법서를 하나만 골라 진도하에게 내밀었다.진도하는 그 공법서를 한번 살펴보고 다시 돌려주었다. 그는 은소혜가 불과 관련된 공법을 수련하고 있음을 알았고 그 공법서가 그녀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그 후 그들은 직사각형의 공간을 떠났다.거기서 나오자마자 여섯 형상의 괴물이 공중에서 몇 번 손짓을 하자 지하 통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진도하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이 일종의 진법을 사용한 것임을 알아챘다.“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은소혜가 물었다.“우리 이미 기연을 얻었으니 이제 이곳에서 안전하게 7일을 보낸 후 떠나기만 하면 돼.”진도하가 대답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모두 여기서 각자 고른 공법을 수련하면서 시간을 보내죠.”“좋아요!”추기훈은 청룡성의 다른 시험 참가자들과 함께 주변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수련을 시작했다.은소혜도 자신이 고른 공법서를 들고 편안한 자리를 찾아 수련을 시작했다. 여섯 형상의 괴물도 은소혜와 함께 따라가 버렸다. 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어이없다는 듯 속으로 여섯 형상의 괴물을 비웃었다.하지만 독고 청의는 여전히 녹슨 검을 손에 든 채 멍하니 서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진도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아직도 생각 중이에요?”독고 청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도하에게 미안한 듯 웃으며
독고 청의는 진도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도하는 그 틈을 타 자리에서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가서 수련을 시작했다.그는 이곳을 나간 후 김민식에게 도전해야 하고 그 후에는 고풍서원에 찾아가 원장과 장로들을 상대로 도전을 이어가야 했다. 또 대초로 가서 소원의 배후에 있는 주인을 조사할 생각도 있었다. 진도하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쉽게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그러나 이번 시험은 생각보다 그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몇 번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빠져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과 영혼 계약을 맺음으로써 시험장에서 더 이상의 위험은 사라진 상태였다.하지만 진도하는 이곳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남궁 장로 등 어른들은 이곳에 여섯 형상의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시험장에 관한 비밀은 이게 전부였을까? 진도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는 다시 수련에 몰입하게 되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7일이 지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그들의 시련도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청룡성의 시험 참가자들은 모두 수련을 멈추고 한자리에 모여 조용히 소환되기를 기다렸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이형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우우 하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떠난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듯했다. 이형수들은 그 말에 반응하며 크게 동요했고 그로 인해 땅이 울렸다.바로 그때 멀리서 빛이 번쩍였다. 진도하가 가장 먼저 그 빛을 발견하고 말했다.“태초서원의 사람들이 우리를 소환하는 신호일 거예요.”그는 동료들에게 말한 후 그곳으로 향했다. 모두가 그 빛을 따라가자 하늘에 갑자기 이동 장치가 나타났다.진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다들 먼저 나가요.”그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 명씩 차례로 이동 장치에 들어갔다. 마지막에 은소혜와 진도하만 남았다.진도하가 은소혜에
진도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최동민을 바라봤다.“현무성에 가서 보자고? 내가 지금 당장 널 없애버리겠다면 어쩔래?”쓱.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음검이 진도하의 손에 나타났다. 곧바로 칼끝이 최동민의 미간을 겨냥했다.최동민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등 뒤로 차가운 땀이 흘러내렸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를 죽이면 어떤 결과가 따를지 몰라?”공포에 질린 그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진도하는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네가 현무성 성주의 아들이라는 말을 하려는 거야? 내가 널 죽이면 네 아버지가 복수해줄 거라고 하려 했지?”진도하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그 말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배짱 있으면 칼이라도 뽑아봐!”진도하의 눈빛은 실망에서 경멸로 변했다.“칼조차 뽑지 못하는 주제에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하하... 웃기네.”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널 죽이면 내 검만 더럽혀질 뿐이야.”그 말을 남기고 진도하는 몸을 돌려 이동 장치에 발을 들였다.최동민은 그 자리에서 얼굴이 창백해지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더 굳어졌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왜 나는 방금 칼을 뽑을 생각도 못 했을까?’하지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한편 진도하는 이동 장치를 통해 태초서원으로 돌아왔다. 서원 입구에는 몇 명의 태초서원 직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모두들 무사히 돌아왔어요?”그들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그럴 만도 했다. 전에 있었던 수많은 시험 중에서 전원이 무사히 돌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반이 돌아와도 기적이라 불릴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직원들은 놀란 감정을 가라앉힌 후 축하 인사를 건넸고 서원에 보고하러 갔다. 진도하 일행은 각자 흩어졌다.비록 이번 시험이 크나큰 위험을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7일 동안 신경을 곤두세운 탓에 모두 지쳐 있었다.서원 입구에서 추기훈과 다른 시험 참가자들은 진도하에게 감사를 표하
여섯 형상의 괴물은 방에 나오자마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흥분해서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저 나온 거예요? 진짜 제가 드디어 그곳에서 나온 거예요?”“그래, 나왔어.”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여섯 형상의 괴물은 방을 둘러보며 물었다.“여기가 바로 바깥 세상이에요?”“문을 열고 나가면 더 큰 세상이 펼쳐질 거야.”진도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섯 형상의 괴물은 휙 하고 문 쪽으로 뛰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넓은 마당과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자 여섯 형상의 괴물은 마당에서 기쁨에 넘쳐 뛰어다녔다.“드디어 나왔다!”“내가 드디어 나왔어!”여섯 형상의 괴물은 너무나도 흥분해 있었다.진도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다 웃고 나서 그는 여섯 형상의 괴물에게 말했다.“오늘은 마당에서 지내고 내일 내가 널 데리고 나가서 바깥 세상을 보여줄게.”“좋아요!”여섯 형상의 괴물은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진도하는 안심한 듯 침대에 몸을 누였다.수도자인 그는 사실 졸리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로서 때로는 배고프고 잠도 자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 누워 잠시 몸을 쉬게 하려고 했다.아마 지난 7일 동안 너무 긴장해서였을까, 진도하는 누운 지 3초도 되지 않아 깊이 잠들었다. 꿈도 꾸지 않은 채 아주 편안한 잠을 잤다.그런데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아악!”진도하는 즉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 문을 열었다.그러자 하현진이 뒷마당에서 놀란 얼굴로 여섯 형상의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하현진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고 여섯 형상의 괴물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그제야 진도하는 마음을 놓았다. 꿈속에서 하현진의 비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무슨 큰일이 난 줄 알았다.진도하는 하현진에게 말했다.“겁먹지 마. 이 여섯 형상의 괴물은 내가 데려온 거야.”하현진은 진도하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진도하는 시험을 마치자마자 김민식이 사람을 보내 자신에게 결투를 신청할 줄은 몰랐다.“하하...”‘복수할 마음이 간절한 모양이군.’진도하의 눈에 결단력이 서렸다.‘관을 준비하라니? 김민식은 대체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는 걸까?’선두에 선 자는 진도하의 침묵에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진도하, 혹시 겁먹은 건 아니겠지?”그러자 진도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쏘아보았다.“누가 겁을 먹어? 김민식에게 전해. 내가 제시간에 나갈 거라고.”그리고 덧붙였다.“아, 그리고... 관을 준비해야 할 사람은 그쪽일 거야.”이 말을 들은 선두의 남자는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슥.그의 부하들은 긴 창을 진도하에게 겨누었다.진도하는 무심하게 말했다.“여기서 당장 죽고 싶어?”말이 끝나자 진도하의 몸에서 강한 전투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기운이 그 주위를 맴돌았고 공간이 일그러졌다.그 모습을 본 일행은 눈앞이 어지러워졌고 두려움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허세 부리긴!”진도하는 콧방귀를 뀌며 대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문 밖에 남은 일행은 한숨을 내쉬며 허겁지겁 떠났다.다음 날 아침 진도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청룡성 밖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김민식이 그토록 빨리 결판을 내고 싶어 하니 그 마음을 들어줄 차례였다.마침 시험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일들을 하나씩 정리할 때였다.진도하는 결심했다. 김민식과의 일을 끝낸 후에는 고풍서원으로 가고, 이어서 대초로 가겠다고.이런 생각을 하며 집 밖으로 나섰을 때 뒤에서 은소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도 같이 갈게!”진도하는 당황했다.“내가 어디 가는 줄 알고 같이 가겠다는 거야?”그러자 은소혜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너랑 같이 청룡성 밖으로 갈 거야.”진도하는 은소혜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러 가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설마 어제 김민식이 보낸 사람들이 왔을 때 소혜도 그 사실을 알았던 걸까?’“저도 갈래요!”이때 하현진과 여섯 형상의 괴물이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