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듣고 온 학생들이 이미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다수는 남학생들이었고 몇몇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그냥 지나가다 길이 막혀서 강제로 구경하게 된 경우였다.진도하와 독고 청의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많은 남학생들이 진도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독고 청의는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도하 씨 이제 태초서원에서 꽤 유명해졌네요. 고학년 학생부터 새로 입학한 신입생까지 도하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그러자 진도하는 무심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이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독고 청의가 말했다.“하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러면서 독고 청의는 ‘행복한 줄도 모르는 녀석’이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인파 속으로 들어가 태초서원 여신의 맞은편에 도착했다.원래 독고 청의는 여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으나, 여신은 얼굴을 가린 얇은 베일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독고 청의는 실망하며 머리를 저었다.“도하 씨, 여신은 왜 얼굴을 가리고 있을까요?”“모르겠어요.”진도하도 고개를 저었다.그는 여성들과의 접촉이 적어서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베일을 쓰든 얼굴을 가리든 다 그 사람의 마음이었다.진도하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독고 청의가 옆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에휴. 원래는 우리 태초서원 여신의 얼굴을 보고 밖에서 자랑 좀 하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불가능할 것 같네요.”그러자 진도하는 웃으면서 말했다.“그게 뭐가 자랑할 게 있다고 그래요.”그 말에 독고 청의는 진도하를 흘끗 보고 말했다.“도하 씨는 내 마음을 몰라요. 내가 이해해 줄게요.”진도하는 독고 청의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독고 청의는 사실 이주안의 성격과 비슷하지만 이주안보다 더 과시하기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 주위에 모여서 자신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됐어요. 여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우리는 이만 가죠.”진도하가 말했다.“그래요. 가요.”독고
은소혜는 태초서원에서 이렇게 오래 지내왔지만 남성과 단 한 마디도 나눈 적 없었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조금 전에 이곳에서 남자에게 붙잡혀 고백을 받았을 때도 그 남자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무릎을 꿇고 고백하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은소혜 옆으로 달려가며 얼굴에 분노와 수치를 담아 말했다.“소혜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내가 소혜 씨에게 고백하고 있는데 다른 남자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거예요? 이건 공개적으로 나를 모욕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해요.”은소혜는 그 남자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진도하를 향해 계속 말했다.“갈래요?”진도하는 은소혜를 흘끗 쳐다보았다. 은소혜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독고 청의는 옆에서 진도하의 팔을 힘껏 잡아당기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도하 씨, 빨리 동의해요!”하지만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음에 식사하죠. 오늘은 약속이 있어요.”은소혜는 순간 멈칫했다. 자신이 진도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가 거절할 줄은 몰랐다...그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거절당한 것이었다...은소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주변의 구경꾼들도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진도하가 은소혜의 초대를 거절했다고?”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태초서원의 유일한 여신이 먼저 초대했는데 거절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독고 청의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 속을 빠져나갔다.독고 청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진도하를 따라가며 물었다.“도하 씨, 왜 거절한 거예요?”진도하는 마치 멍청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거절했을 것 같아요?”그러자 독고 청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순간 분위기는 매우 긴장감이 돌았다.모든 이들이 은소혜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나 은소혜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긴 다리를 내디디며 진도하 앞에 서서 둥글고 큰 눈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하하...”갑자기 은소혜가 웃음을 지었는데 목소리는 매우 청아했다. 그리고 말했다.“결과는 이번 저녁을 진도하 씨가 계산하는 거예요.”“...”진도하는 완전히 멍해졌다.은소혜가 화를 내고 자신을 위협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한참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은소혜는 진도하의 표정이나 눈길에 신경 쓰지 않고 그를 잡아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진도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눈에 더없이 차갑고 도도해 보였던 여신이 이렇게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꽃다발을 들고 있던 남자는 화가 잔뜩 난 채로 꽃을 땅에 던져버렸다. 그의 눈에는 온통 분노의 불길이 가득했다.“이제 좀 놓아줄 수 있어요?”진도하는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못 참아 결국 이렇게 물었다.그러나 은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꿈도 꾸지 마요! 이게 진도하 씨가 나를 거절한 대가예요!”그렇게 말한 뒤 은소혜는 진도하의 팔을 더욱 꽉 붙잡았다. 뒤에서 보면 두 사람은 마치 서로 기대고 있는 연인처럼 보였다.‘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수없이 죽었을 거야.’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독고 청의는 그들 뒤에서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몰래 한 발짝 물러나서 진도하와 은소혜가 떠난 후에야 웃음을 지으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곧 진도하와 은소혜는 태초서원을 나섰다. 태초서원을 나서자 은소혜는 진도하의 팔을 풀어주고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갔다.진도하는 팔을 문지르며 답답한 표정으로 은소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소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기는 사람도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싫어요.”진도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뭘 먹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는 다 괜찮다고 하더니, 내가 식당 이름을 말하니까 시끄럽다고 난리네. 도대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말을 하든가.’그렇다고 해서 진도하는 표정에 티를 내지 않고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 가고 싶은지 말해봐요.”은소혜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더니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어디든 다 괜찮아요.”진도하는 그 대답에 더욱 혼란스러웠지만 여전히 품위 있게 다시 한번 식당을 생각해보고 말했다.“그럼 풍림인가는 어때요?”“풍림인가? 안 돼요. 거긴 룸이 없어요.”은소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도하는 은소혜를 흘끗 쳐다보며 거의 폭발할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어디 가고 싶은지 정확히 말해 줄 수 있어요?”진도하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고 은소혜는 웃으며 말했다.“도하 씨 집에 가서 먹어요.”“우리 집이요?”진도하는 눈을 크게 떴다.“왜요? 안 돼요?”은소혜는 되물었다.진도하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갈 수는 있죠. 그쪽이 괜찮다면 말이에요.”진도하는 이제 은소혜의 의도를 이해했다. 은소혜는 이미 그의 집에 가기로 마음을 정해 놓았고 청룡성의 모든 식당 이름을 말해도 이유를 붙여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진도하는 그냥 바로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그런데 그는 은소혜가 왜 꼭 자신의 집에서 식사하려는지 그 목적이 궁금했다. 혹시 남궁 장로가 말한 야망가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보낸 것일까?이렇게 생각하며 진도하는 은소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은소혜는 진도하가 동의하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말했다.“나는 안 괜찮을 게 없죠.”이후 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진도하의 집으로 향해 걸었다. 가는 동안 둘 사이에 대화는 없었고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곧 그들은 진도하의 집 앞에 도착했고 진도하는 발걸음을 멈췄다.은소혜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진도하는 은소혜와 오늘 처음 만난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이전에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분명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진도하는 머리를 쥐어짜며 은소혜를 떠올려 보았지만 그녀와 만났었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그래서 의아한 눈길로 은소혜를 바라보았다.은소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처음 진도하 씨를 만났던 날은 눈보라가 치던 날이었어요. 청룡성 밖에서요.”은소혜의 말을 듣고 진도하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그녀가 말한 날은 그가 이 세계에 막 도착한 날이었다.‘혹시 내가 순간 이동 장치로 이 세계에 온 걸 본 건가?’진도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은소혜에게 더 묻고 싶었지만 그녀는 먼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곧바로 은소혜는 돌아서서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도하 씨의 비밀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 거예요.”은소혜의 말에 진도하는 그녀가 그날 자신이 이 세계에 나타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맞다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진도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은소혜를 바라보며 그녀가 왜 자꾸 자신의 집에 오려는지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은소혜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그는 앞마당에서 검을 들고 훈련하고 있는 하현진의 모습을 보았다.하현진도 진도하와 은소혜를 발견하고는 검을 내려놓고 급히 다가와 인사했다.“형님, 돌아오셨군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진은 은소혜를 보더니 마침 한 폭의 그림 속 인물 같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놀라며 말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은소혜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얇은 베일이 가로막고 있어도 그녀의 얼굴이 빨갛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진도하도 하현진의 ‘형수님’이라는 말에 당황했다. 그는 일부러 화난 척하며 하현진을 꾸짖었다.“뭐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지 마!”그러고는 은소혜를 소개했다.“이분은 은소혜 씨야. 나와 같은 태초서원의 학생이야.”은소혜에게
“내 방에 뭐 볼 만한 게 있나요?”진도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나보고 마당에 서 있으라는 건가요?”은소혜가 되물었다.진도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들어가죠. 우리 안으로 들어갑시다.”결국 그는 은소혜를 서재로 데려갔다. 서재는 이미 하현진이 잘 꾸며놓았고,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진도하는 그 책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고, 하현진이 어떤 책을 샀는지도 알지 못했다.은소혜는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책장 앞에 멈춰서서는 무심하게 책장을 훑어보았다.진도하는 의자에 앉아 은소혜를 지켜보았다. 혹시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책장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은소혜는 진도하의 맞은편에 앉았다.“차라도 마실까요?”진도하가 물었다.“괜찮아요.”은소혜는 고개를 저었다.그녀가 사양했지만 진도하는 주전자로 차를 끓였고 각각 한 잔씩 따랐다. 진도하가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유는 단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은소혜와 한 방에 있는 게 너무 어색해서 견딜 수 없었다.단둘이 있으니 진도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사실 할 말도 없었다. 은소혜는 자리에 앉고 나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앉아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진도하는 어색함을 견디다 못해 계속 무언가를 했다. 물을 따르거나 책장에서 책을 꺼내 대충 몇 페이지를 넘겨보기도 했다.반면 은소혜는 진도하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진도하는 그녀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이때 하현진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형님, 식사 준비가 다 됐습니다. 여기서 드실 건가요? 아니면...”“여기서 먹죠.”은소혜가 곧바로 대답했다.하현진은 ‘네’ 하고 대답한 뒤 떠났다. 잠시 후, 그는 나무 쟁반에 음식을 담아 방으로 가
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보며 먼저 잔을 들고 진도하에게도 잔을 들라는 신호를 보냈다.진도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 한숨에 털어 넣었다.그들은 곧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현진이 고용한 아주머니가 만든 음식은 정말 맛있었고, 진도하는 그것을 먹을 때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은소혜도 맛있게 음식을 즐겼다.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자, 하현진이 와서 식기를 치우고 문을 닫았다.진도하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은소혜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말해줄 수 있죠? 나를 어디서 처음 봤는지.”은소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신경 쓰이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치. 신경 쓰이는 거 맞잖아요. 아니, 무서운 거죠. 도하 씨 비밀이 탄로 날까 봐 두려운 거잖아요.”은소혜가 웃으며 말했다.진도하는 입을 다물었다.은소혜의 말이 맞았다. 그는 정말 두려웠다.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 와서 두려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진도하는 은소혜를 쳐다보았다.은소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말해줄게요!”그리고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날 내가 청룡성으로 가는 길에 거의 도착할 무렵, 엄청난 에너지 파동을 느꼈어요. 그래서 궁금해서 그쪽으로 가봤더니 도하 씨가 하늘에서 나타나는 걸 봤어요.”“너무 궁금해서 도하 씨를 따라갔어요.”은소혜의 말을 듣고 진도하는 속이 시리게 차가워졌다.만약 자신이 이 세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했다면, 은소혜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수련자들도 그걸 감지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건 아닐까?진도하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은소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은소혜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진도하는 당황했다. 은소혜가 자신이 입었던 옷까지 봤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은소혜는 이쯤에서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아참, 그때 도하 씨가 벗어놓은 옷이 아직 그 가게에 남아있겠군요. 내가 그 가게에 가서 도하 씨가 남겨둔 옷을 찾으면 그때는 도하 씨가 아무리 발뺌하려 해도 소용없을 거예요!”진도하는 깜짝 놀랐다가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때 그는 옷을 갈아입고 나서 원래 입었던 옷을 모두 링 공간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은소혜가 가게에 간다 해도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은소혜를 향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얼른 가서 확인해봐요.”“흥!”은소혜는 콧방귀를 뀌고 방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왜 안 가요? 증거를 찾으러 가겠다면서요?”진도하가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그는 이미 옷이 링 공간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은소혜가 아무리 애써도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은소혜는 진도하가 자신을 자극하려는 것을 알아차렸고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도하 씨가 이렇게 태연한 걸 보니 분명 그 옷을 거기 두지 않았겠죠. 그렇다면 그 옷을 어디에 두었을까요?”그녀는 진도하를 아래위로 훑으며 꼼꼼히 살펴봤다. “혹시 도하 씨 몸에 저장 공간 같은 거 숨기고 있는 거 아니에요?”은소혜의 시선이 결국 진도하의 손에 끼워진 반지에 머물렀다.“혹시 이 반지가 바로 그 공간이 있는 곳 아니에요? 도하 씨 옷이 바로 이 안에 들어 있는 거죠?”은소혜는 눈을 반짝이며 진도하를 쳐다봤다.진도하는 속으로 놀랐다. 은소혜가 자신이 옷을 반지에 넣어두었다는 사실을 짐작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침착하게 대답했다.“무슨 소리예요? 이 반지는 그냥 평범한 반지일 뿐이에요.”“정말 그럴까요?”은소혜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내 생각엔 이 반지 안에 공간이 있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