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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은소혜는 태초서원에서 이렇게 오래 지내왔지만 남성과 단 한 마디도 나눈 적 없었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조금 전에 이곳에서 남자에게 붙잡혀 고백을 받았을 때도 그 남자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

무릎을 꿇고 고백하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은소혜 옆으로 달려가며 얼굴에 분노와 수치를 담아 말했다.

“소혜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내가 소혜 씨에게 고백하고 있는데 다른 남자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거예요? 이건 공개적으로 나를 모욕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해요.”

은소혜는 그 남자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진도하를 향해 계속 말했다.

“갈래요?”

진도하는 은소혜를 흘끗 쳐다보았다. 은소혜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독고 청의는 옆에서 진도하의 팔을 힘껏 잡아당기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 씨, 빨리 동의해요!”

하지만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음에 식사하죠. 오늘은 약속이 있어요.”

은소혜는 순간 멈칫했다. 자신이 진도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가 거절할 줄은 몰랐다...

그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거절당한 것이었다...

은소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주변의 구경꾼들도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진도하가 은소혜의 초대를 거절했다고?”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 태초서원의 유일한 여신이 먼저 초대했는데 거절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독고 청의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진도하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 속을 빠져나갔다.

독고 청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진도하를 따라가며 물었다.

“도하 씨, 왜 거절한 거예요?”

진도하는 마치 멍청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거절했을 것 같아요?”

그러자 독고 청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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