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진도하는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네가 바쁜 동안 민영이가 매일 우리 둘을 보러 와서 쫓아내지도 못했어.”“정말 뻔뻔하네요. 절대 좋은 마음으로 온 건 아닐 거예요.”진도하는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는 더 이상 이민영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직 혐오감만 남았다.진용진이 이어서 말했다.“그래, 우리도 처음에는 너랑 같은 생각했어. 민영이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경계했었지. 그런데 한 달 내내 찾아오면서 올 때마다 온갖 과일과 영양제 같은 걸 주더라고.”그러면서 그는 벽 모서리를 가리켰다.진도하의 시선은 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 수많은 영양제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이게 다 이민영이 산 거예요?”진도하가 물었다.“그래, 민영이가 준 거야. 처음에는 우리도 거절했지. 민영이가 갈 때마다 손에 다시 쥐여주면서 도로 가져가라고 했어. 하지만 매번 나갈 때마다 물건을 문 앞에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구나. 네 엄마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물건들을 집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어.”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무조건 다른 속셈이 있을 거야!’그의 부모님은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이민영은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알고 문 앞이나 길거리에 물건을 두고 갔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진용진은 이어서 말했다.“민영이는 매일 우리 집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올 때마다 네 엄마와 나에게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했어.”진용진은 또 한숨을 쉬었다.“고작 한두 번이었으면 분명 네 엄마와 나는 민영이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겠지만 자주 오다 보니 네 엄마와 나는 마음속에 미움이 사라져서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어.”진도하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부모님은 매우 친절하고 마음이 착한 분들이기에 이민영이 이렇게 함으로써 그
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얼마 전에 내가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갔었는데 네 엄마가 마당에서 기절했었어. 아무도 모를 때 다행히 민영이가 와서 발견하고 119에 전화해서 네 엄마를 병원에 보냈어.”진도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러니까 우리 엄마를 구한 사람이 민영이라는 거죠?”“그래.”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네 엄마가 몇 분만 더 늦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거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네 엄마는 깨어난 후 의사뿐만 아니라 민영이에게도 고마워했어. 그날부터 민영이에 대한 네 엄마의 태도가 바뀌었고 민영이는 매일 병원에 가서 네 엄마를 돌보았어.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 함께 쇼핑도 하면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된 거야.”진도하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민영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가 왜 변했는지, 그리고 유서화가 자신이 이민영을 쫓아내려고 할 때 왜 화를 냈는지도 알았다.어머니를 구한 사람은 이민영이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미움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이민영을 용서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이민영이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이 진도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용진은 진도하의 태도를 감지했는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도하야, 민영이가 과거에 나와 네 엄마를 강요하고 널 배신하는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벌들을 충분히 받았어. 너도 이제 그만 용서하는 건 어떻겠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둬. 게다가 민영이가 네 엄마 목숨도 구해줬잖니, 그걸로 갚았다고 생각하자.”아버지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과거의 일을 정말 그대로 묻어둘 수 있을까?”사실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의 부모님은 마음씨가 매우 착한 사람들이었고 종종 ‘차라리 손해를 보는 게 행복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하고 결코 적을 만들지 않
부모님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자 진도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부모님이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 그랬었다.하지만 동시에 이민영처럼 잘못을 저지른 여자도 매일 부모님 곁에 있는데 아들인 자신이 대부분 시간 동안 부모님 곁에 없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허허...”진도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웃었다.“나 정말 불효자였네.”진도하는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다.진용진은 마당을 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린 다음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야, 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그러자 진도하도 생각을 멈추고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말씀하세요.”진용진은 물 한 컵을 마시고는 맑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가지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는 거야.”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그의 단전 안의 기운이 솟구쳐 오르며 격렬히 요동쳤다. 게다가 그의 몸 안에서 저절로 작동했다.이 순간, 그는 뜻밖에도 대의의 가장자리에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라.”진도하는 중얼거렸다.체내 기운의 작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진도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항상 과묵하셨던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이때 진용진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도하야, 이건 아빠가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니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그제야 진도하는 반응을 보였고, 다급히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아빠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진용진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신문을 집어 들고 계속해서 읽었다.진도하는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같은 방에 단둘이 있으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진도하는 앞으로 부모님과 더
어머니가 밀대를 내려놓는 것을 본 진도하는 조심스럽게 이민영 옆으로 걸어가 무심하게 말했다.“가자. 내가 바래다줄게.”이민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도하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떠난 후에야 유서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 자식 때문에 내가 화가 나 못 산다니까.”그러고는 밀대를 옆으로 치우며 진도하의 장난꾸러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냈다.“둘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굳이 둘을 엮으려는 거야?”어느새 진용진은 방에서 나와 유서화의 뒤에 섰다.유서화는 뒤돌아보지 않고 되물었다.“왜요, 불만 있어요?”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지금 이대로도 좋잖아.”진용진이 말했다.그러자 유서화는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당신이 뭘 알아요. 난 저 둘을 엮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단둘이 얘기를 나눌 기회를 주는 것뿐이에요.”진용진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엮는 거잖아...”하지만 유서화는 진지하게 말했다.“여보, 이번에 우리 아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어요?”“이상하다고?”진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평소와 같은 거 같은데?”유서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이 우리 아들을 잘 모른다고 말하면 당신은 항상 인정하지 않았죠. 이번에는 아들이 분명히 무슨 걱정이 있는 것 같았어요.”“걱정이 있다고?”진용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서화를 바라보았다.유서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도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다르다는 걸 알아요.”“무슨 뜻이야?”진용진은 유서화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그러자 유서화가 설명했다.“우리가 도하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바다 위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었죠. 도하의 포대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바다 위에 둥둥 떴잖아요.”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지. 그건 평생 잊을 수 없어.”“그래서 난 도하의 친부모가 무조건 평범하지 않을
“내가 인터넷에서도 찾아보고 많은 사람에게 물어도 봤지만 용천섬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더군요.”유서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그래서 난 용천섬이 우리가 처음에 도하를 만났던 곳에 있는 것 같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그곳은 엄청 위험하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그곳에 갔고 어떻게 떠났는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유서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누군가 우리의 기억을 지운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진용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실소했다.“당신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기억을 지우다니, 말도 안 돼. 난 그때 우리가 긴장한 상태에 너무 무서워서 저도 모르게 기억을 잃은 것 같은데.”유서화는 진용진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 당시 엄청 위험했던 건 당신도 알잖아요?”“그래, 맞아.”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당시의 장면은 정말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장면이었고 매우 공포스러웠다. 너무 무서워서 간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진용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유서화는 걱정스럽게 말했다.“이제... 12 월 29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난 이번에 도하가 우리를 보러 돌아온 이유가...”유서화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진용진은 유서화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어서 말했다.“설마 도하가 집에 온 이유가... 용천섬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서 집을 떠나 그곳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맞아요!”유서화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진도하가 돌아온 날 저녁, 그녀는 이미 아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가 아무리 잘 숨겨도 걱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들을 키운 엄마로서 한눈에 알아챘다.진용진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걱정했다.“거긴 너무 위험한데, 도하가...”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유서화가 말했다.“그게 바로 도하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이기도 하겠죠. 도하도 용천섬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겠죠? 한 번 떠나면
유서화는 진용진을 힐끗 보고 물었다.“막자고요? 어떻게 막을 건데요?”진용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당신이 도하한테 말하면 무조건 들을 거야.”하지만 유서화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맞지만 난 도하가 하고 싶은 걸 막지 않을 거예요.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게다가 내 말을 듣게 하려고 도하를 지금까지 키운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도하가 용천섬에 가는 건 하늘이 정해준 운명일 수도 있으니 우리가 막을 수 없어요.”“그럼 어떻게 해야 해?”진용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유서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들을 응원하고, 축복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뿐이에요.”유서화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 모든 건 내 추측이기 때문에 도하가 돌아왔을 때 우리는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절대 이상한 낌새를 보여서는 안 돼요.”진용진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서화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진용진의 팔을 밀치며 물었다.“여보, 내 말 들었어요?”“들었어, 들었어.”진용진이 서둘러 대답했다.그제야 유서화는 진용진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이게 내가 도하와 민영이가 단둘이 시간을 보내도록 한 이유이기도 해요! 당신도 알다시피 민영이는 예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나를 구해줬기 때문에 우리와 민영이 사이의 문제는 넘어갈 수 있게 됐죠.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민영이에게 빚진 거예요. 민영이는 내 목숨을 구했잖아요. 그런데 민영이는 우리의 용서를 받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들 도하가 용서해 주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내가 민영이를 위해 그런 기회를 만든 거예요. 우리 도하가 민영이를 용서할지 말지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고요.”진용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유서화는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당신도 알다시피 민영이가 변한 뒤 우리 도하랑 다시 잘
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민영을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이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널 배신하고 네 부모님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는 거지?”이민영은 살짝 흥분하면서 말했다.“그 당시 나는 돈에 눈이 멀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알아. 네가 날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아. 하지만 난 네가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앞에서 우월한 자세를 취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랑 말하기 싫다는 듯 무시하는 것도 싫어. 다른 사람들이 날 비웃어도 넌 날 비웃을 자격 없어.”흥분한 이민영을 바라보던 진도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나는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널 비웃은 적도 없어.”“진짜 그런 적 없어?”이민영이 물었다.“그럼 왜 나를 보고 혐오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거야?”진도하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허허...”이민영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왜 말을 하다가 말아? 내 말이 맞는 거지?”진도하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코를 만지작거렸다.이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넌 나와 약혼한 후 갑자기 사라지고 소식이 전혀 없었잖아. 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데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나는 우리 이씨 가문의 웃음거리가 됐었어. 모든 사람이 나를 조롱했고 심지어 우리 엄마조차도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무시했었어. 그 당시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았다고.”그렇게 말하면서 이민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넌 이게 내가 널 배신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하...”이민영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내가 널 찾거나 기다리지 않았을 것 같아? 난 널 1년 동안 찾아다녔어. 1 년 동안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네가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사진을 보게 됐어.”“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사진?”진도하는 의아한 듯 이민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민영은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진도하에게 던졌다.
“그래?”이민영은 차갑게 웃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설명했다.“정말이야, 그때는 팔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는데 어떻게 여자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하지만 이민영은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넌 성운시에서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데 누가 널 해치려 하겠어? 그리고 널 감옥에 보냈다는 거야?”“모르겠어.”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는 지금껏 이 일을 조사해 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 남진의 장군이 된 후에도 당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을 찾지 못했다.해저 감옥에 가본 적도 있었지만 그곳은 이미 한 사람도 남지 않은 채 텅 비어 폐허가 되어 있었다.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곳이 버려진 것은 그가 남진으로 간 후였기 때문에 진도하는 그 감옥이 마치 자신을 위해 지은 것처럼 느껴졌었다.게다가 그는 지금까지도 누가 그 감옥을 지었고 누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는지 알아내지 못했다.이것 때문에 진도하는 마음의 병을 얻을 뻔했다.그는 12월 29일 용천섬에 갔다가 운 좋게 살아남아 부모님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때 일어난 일의 진상을 반드시 조사하겠다고 오래전부터 결심하고 있었다.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그러자 이민영은 갑자기 차분해졌다.“네가 말한 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리고 사진 속의 사람이 네가 맞든 아니든, 내가 이렇게 된 건 네 탓이야.”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민영, 너 자신을 속이지 마. 네가 이렇게 된 건 누구와도 상관없고 오로지 네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야.”“내 선택이라고?”이민영은 다시 감정이 격해지며 외쳤다.“나에게 선택권이 있기나 했어?”이민영의 히스테리한 모습에 진도하는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민영은 계속해서 소리쳤다.“네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 됐겠어?”진도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네가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인정할게. 됐지?”이민영은 진도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