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화는 진용진을 힐끗 보고 물었다.“막자고요? 어떻게 막을 건데요?”진용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당신이 도하한테 말하면 무조건 들을 거야.”하지만 유서화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맞지만 난 도하가 하고 싶은 걸 막지 않을 거예요.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게다가 내 말을 듣게 하려고 도하를 지금까지 키운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도하가 용천섬에 가는 건 하늘이 정해준 운명일 수도 있으니 우리가 막을 수 없어요.”“그럼 어떻게 해야 해?”진용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유서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들을 응원하고, 축복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뿐이에요.”유서화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이 모든 건 내 추측이기 때문에 도하가 돌아왔을 때 우리는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절대 이상한 낌새를 보여서는 안 돼요.”진용진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서화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진용진의 팔을 밀치며 물었다.“여보, 내 말 들었어요?”“들었어, 들었어.”진용진이 서둘러 대답했다.그제야 유서화는 진용진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이게 내가 도하와 민영이가 단둘이 시간을 보내도록 한 이유이기도 해요! 당신도 알다시피 민영이는 예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나를 구해줬기 때문에 우리와 민영이 사이의 문제는 넘어갈 수 있게 됐죠.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민영이에게 빚진 거예요. 민영이는 내 목숨을 구했잖아요. 그런데 민영이는 우리의 용서를 받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들 도하가 용서해 주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내가 민영이를 위해 그런 기회를 만든 거예요. 우리 도하가 민영이를 용서할지 말지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고요.”진용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유서화는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당신도 알다시피 민영이가 변한 뒤 우리 도하랑 다시 잘
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민영을 힐끗 쳐다보기만 했다.이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널 배신하고 네 부모님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는 거지?”이민영은 살짝 흥분하면서 말했다.“그 당시 나는 돈에 눈이 멀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알아. 네가 날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아. 하지만 난 네가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앞에서 우월한 자세를 취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랑 말하기 싫다는 듯 무시하는 것도 싫어. 다른 사람들이 날 비웃어도 넌 날 비웃을 자격 없어.”흥분한 이민영을 바라보던 진도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나는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널 비웃은 적도 없어.”“진짜 그런 적 없어?”이민영이 물었다.“그럼 왜 나를 보고 혐오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거야?”진도하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허허...”이민영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왜 말을 하다가 말아? 내 말이 맞는 거지?”진도하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코를 만지작거렸다.이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넌 나와 약혼한 후 갑자기 사라지고 소식이 전혀 없었잖아. 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데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나는 우리 이씨 가문의 웃음거리가 됐었어. 모든 사람이 나를 조롱했고 심지어 우리 엄마조차도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무시했었어. 그 당시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았다고.”그렇게 말하면서 이민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진도하를 바라보며 물었다.“넌 이게 내가 널 배신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하...”이민영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내가 널 찾거나 기다리지 않았을 것 같아? 난 널 1년 동안 찾아다녔어. 1 년 동안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네가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사진을 보게 됐어.”“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사진?”진도하는 의아한 듯 이민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민영은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진도하에게 던졌다.
“그래?”이민영은 차갑게 웃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설명했다.“정말이야, 그때는 팔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는데 어떻게 여자와 함께 있을 수 있겠어?”하지만 이민영은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넌 성운시에서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데 누가 널 해치려 하겠어? 그리고 널 감옥에 보냈다는 거야?”“모르겠어.”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는 지금껏 이 일을 조사해 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 남진의 장군이 된 후에도 당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을 찾지 못했다.해저 감옥에 가본 적도 있었지만 그곳은 이미 한 사람도 남지 않은 채 텅 비어 폐허가 되어 있었다.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곳이 버려진 것은 그가 남진으로 간 후였기 때문에 진도하는 그 감옥이 마치 자신을 위해 지은 것처럼 느껴졌었다.게다가 그는 지금까지도 누가 그 감옥을 지었고 누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는지 알아내지 못했다.이것 때문에 진도하는 마음의 병을 얻을 뻔했다.그는 12월 29일 용천섬에 갔다가 운 좋게 살아남아 부모님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때 일어난 일의 진상을 반드시 조사하겠다고 오래전부터 결심하고 있었다.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그러자 이민영은 갑자기 차분해졌다.“네가 말한 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리고 사진 속의 사람이 네가 맞든 아니든, 내가 이렇게 된 건 네 탓이야.”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민영, 너 자신을 속이지 마. 네가 이렇게 된 건 누구와도 상관없고 오로지 네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야.”“내 선택이라고?”이민영은 다시 감정이 격해지며 외쳤다.“나에게 선택권이 있기나 했어?”이민영의 히스테리한 모습에 진도하는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민영은 계속해서 소리쳤다.“네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 됐겠어?”진도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네가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인정할게. 됐지?”이민영은 진도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 가지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진도하의 말을 들은 이민영은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덧붙였다.“아버지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나도 내려놓을 때가 됐고 너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해.”이민영은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이민영,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간 대로 둬. 이제 과거에 대한 집착은 버려.”이민영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모든 사람을 원망하며 진도하와 다시 만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했었다.하지만 나중에 진도하의 어머니 유서화와 함께 보낸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진도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유서화와 함께 시간을 보낸 시간 동안 이민영은 그녀의 친절에 많은 것을 느꼈고, 과거에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매일 진도하의 집에 가서 그의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건 무언가를 얻거나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잘못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서였다.이민영이 무슨 말을 하려던 참에 진도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어. 다른 말은 하지 않겠으니 네가 알아서 해.”이때 진도하의 눈에는 더 이상 혐오감이 아니라 안도감이 가득했다. 이민영을 완전히 용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내려놓기로 했다.이민영은 더는 자신에 대한 진도하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뒤돌아서서 두어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멈추고는 진도하를 돌아보며 말했다.“내가 세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그래.”진도하는 잠깐 망설였지만 그래도 동의했다.이민영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혹시 네가 신성장군이야?”진도하는 이민영이 그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전에는 그랬었
진도하는 이 세 번째 질문을 듣고 나서 머릿속이 온통 강유진과 함께 보낸 시간으로 가득 찼다.강유진이 자신에게 보여준 애교, 그녀의 미소...그러고 보니 아주 오랫동안 강유진을 만나지 못했다. ‘유진 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제 수련자가 되었을까? 봉황의 전승은 받았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내 생각은 했을까...’통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이 떠올라서 진도하는 이민영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이민영은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강유진 씨를 사랑해?”그제야 진도하는 자신이 아직 이민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동시에 그는 이민영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만약 이민영이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면 그는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 후에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냐고 묻는 이런 평범한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물은 것은 강유진을 사랑했느냐는 것이었다.그가 대답하려고 하자 이민영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됐어, 대답할 필요 없어. 난 이미 답을 알고 있어.”“대답할 필요 없다고? 답을 알고 있어?”진도하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민영을 바라보았다.“하하...”이민영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방금 내가 강유진 씨를 언급했을 때 네가 지은 미소, 5년 전에도 본 적이 있어.”“...”진도하는 이민영이 말한 게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민영이 이 질문을 한 목적도 알고 있었다.“알겠어. 세 가지 질문에 답해 줘서 고마워. 나 갈게.”이민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진도하가 다급히 이민영을 불렀다.“더 할 말 있어?”이민영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이때 이민영은 더 이상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악한 여자가 아니라 5년 전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의 청춘이었던 여자였다.그때의 이민영은 교복을 입고 앳된 미소를 지으며 순수함이 가
진도하의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멈추어서 마치 신의 시각으로 자신과 이민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이민영의 얼굴에는 안도하는 미소와 함께 미래에 대한 기대도 보였다. 그리고 장면 속 진도하의 눈에도 혐오감이 아니라 이민영을 향한 안도감과 축복이 가득했다.갑자기 진도하는 뭔가 깨달은 것 같았다.그 순간 두 사람은 미움을 버리는 법을 배웠고 과거를 내려놓았으며 자신과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이제 알겠어! 대의라는 건 특정한 시점에 옳은 일을 하는 거구나!’곧바로 진도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모든 일엔 옳고 그름이 없고 전부 개인의 선택일 뿐이야.’진도하는 다시 곤혹스러워졌다.‘그럼 대의라는 건 과거를 내려놓는 것일까? 과거의 일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아서 대의와 공명이 생긴 걸까?’이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진도하는 그 생각을 부인했다.‘아니, 대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그럼 정확히 무엇 때문일까?’진도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이때 환상이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심경!”환상이가 고작 두 글자만 말했지만 진도하는 바로 알아들었다.방금 내려놓은 마음의 경지, 그리고 자신과 화해한 그 심경이 바로 대의의 법칙에 부합되어서 공명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진도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환상이가 재촉했다.“이유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어서 네 검술에 도운을 주입해 봐!”진도하는 그제야 검술에 도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심지어 자신의 도운을 말이다.그는 신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용음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안전한 스타트!”이것은 그의 첫 검술이었다.그는 매우 매끄럽게 검술을 사용했지만, 이현수의 말에 따르면 이 검술에는 여전히 많은 허점이 있었다.지금 대의와의 공명이 일어났을 때 검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검술에 도운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이러면 더 완벽해지겠지?아니나 다를까, 이 검술에 도운을 부여하자 ‘안전한 스타트’ 검술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더 이상
우르르 쾅쾅.하늘이 어두워지고 번개가 번쩍이며 무서운 빛을 내뿜었다.그리고 폭우가 쏟아졌다.진도하는 비를 맞으며 결연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환상아, 이 검으로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가능해!”진도하의 검이 마침내 눈앞에 있는 산봉우리에 부딪혔다.쿵!굉음이 울리자 진도하는 검을 거두었다.그 순간 하늘의 모든 이상 현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태양은 마치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은 듯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 진도하가 검을 휘둘렀던 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앞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진도하는 이 모든 것이 방금 사용한 검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또한 ‘귀환의 시간’ 검술은 도운이 부여된 후에 더욱 무시무시해져서 경지를 넘나들며 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아경 9단인 진도하가 합도경을 뛰어넘어 바로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모든 것이 평온해진 후에야 환상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이 녀석 너무 무서울 정도야! 이 세계에서 실제로 대의와 공명을 일으켰다니!”“무섭다고?”진도하는 여전히 방금 경험한 감각에 몰입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당연하지!”환상이는 진도하보다 더 흥분한 표정이었다.“방금 네가 대의의 가장자리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대의와 공명했다는 거 알아?”환상이는 잠시 멈칫하다가 덧붙였다.“너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진도하도 환상이의 말에 감정이 격해져 물었다.“그게 뭘 의미하는데?”“앞으로 네 경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거라는 뜻이야.”환상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이야?”진도하의 눈이 커졌다.지금 그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일은 용천섬에 가기 전에 빨리 자신의 경지를 높이고 힘을 키워서 대원경까지 돌파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테니까.환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당연하지! 수련에 성공하여 선경에 날아간 후에도 대의와의 공명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넌 원아경인데도 이미 공
...식사 후.진도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했고 이번에 유서화는 진도하를 막지 않았다.진도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설거지했다.어렸을 때 가장 싫어했던 것이 설거지였다. 아니, 사실 설거지가 가장 싫은 게 아니라 집안일 자체를 싫어했다. 설거지를 포함해서 바닥 쓸기, 테이블 닦기 등 모든 집안일을 싫어했고 물론 한 번도 자진해서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후 진도하는 이런 것들이 너무 쉽고 단순하게 느껴져 기꺼이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었고, 이런 사소한 집안일을 할 때 매우 즐거웠다.집안일을 끝낸 후 진도하는 오전에 어머니를 위해 사 온 한약을 준비해서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었다.유서화는 아들이 가져다준 한약을 만족스럽게 마셨고 쓴맛이 났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곧이어 진도하는 주머니에 있던 약병에서 장수를 돕는 단약을 꺼내 어머니에게 건넸다.유서화는 단약을 보더니 진도하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묻지 않고 바로 한입에 삼켰다. 마음속으로 아들 진도하를 극도로 신뢰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유서화가 묻지 않았지만 진도하는 설명을 덧붙였다.“이 단약은 한 고인에게서 받은 건데 몸에 매우 이로운 거예요.”그가 말한 고인은 서정식이었다.집에 돌아오기 전에 일부러 서정식에게 찾아가 약품 수납 선반에서 단약을 몇 알 챙겼다.게다가 서정식의 단약 정제 실력은 최근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도하를 제외하고는 단약 정제에 관해서는 누구도 서정식을 이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서정식은 그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진도하가 서정식이 진정으로 단약 정제에 관심이 많고 밤낮 가리지 않고 연단로 옆에서 지내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진도하는 아버지 진용진에게도 단약을 주었고 진용진 역시 한 번에 삼켰다.진용진은 즉시 몸에서 신기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정확히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고, 정신이 매우 맑아지면서 가끔 막연하게 아팠던 몸의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