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놀랐다. 어머니가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렸을 줄은 몰랐다.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렸지만 유서화가 먼저 끼어들며 말했다.“도하야, 우리한테 말하지 않아도 돼. 나랑 네 아빠도 다 이해해. 너 바쁜 거 아니까 가서 일 봐. 가끔 시간 날 때 와서 얼굴 좀 보면 되니까.”어머니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비록 유서화와 진용진은 그의 양부모님이지만 그들은 친부모처럼 진도하를 대해주고 모든 사람을 퍼부었다. 한 번도 무언가를 강요한 적도 없었고 그저 묵묵히 응원해 주기만 했다.진도하는 울먹이면서 말했다.“엄마...”그리고 목이 메어 뒤에 말을 이어서 할 수가 없었다.어머니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가까지 나온 말을 끝내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사람들은 가끔 가장 친한 사람에게 성질을 부리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워한다.지금 진도하가 그렇다.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고작 감사하다는 말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는 중얼거렸다.“제가 불효자라서...”그러나 유서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절대 그런 말 하지 마. 나랑 네 아빠는 네가 얼마나 효자인지 아니까.”“하지만...”진도하는 말하려다가 말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오직 부모님 앞에서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변한다.진용진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도하야,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그게 우리에게는 가장 큰 효도야.”“그래. 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얼른 가서 네 볼일 봐.”유서화가 옆에서 덧붙였다.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진도하는 눈물과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진용진과 유서화 두 사람은 함께 진도하를 대문 앞까지 배웅했다.대문 밖에 나선 후 진도하는 돌아서서 부모님에게 인사했다.“엄마아빠, 이제 들어가세요.”유서화가 말했다.“얼른 가 봐. 우린 밖에서 바람 좀 쐬다 들어갈 거야
진도하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고는 다시 돌아서서 떠났다.그러고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다.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아도 부모님 두 분이 무조건 아직도 집 앞에 서서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도하의 모습이 골목에서 사라졌지만 유서화와 진용진은 여전히 대문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당신 말이 맞았어. 도하가 큰 고민이 있는 거 같네. 아마도 용천섬으로 가는 거 맞는 거 같아.”진용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걱정되지 않으면 이렇게 아쉬워하며 가지는 않았겠죠.”유서화는 이민영에게서 아들 진도하에 대한 일들을 듣고 마음속으로 짐작했던 것을 더 확신했다.“도하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야지.”한참 지나서 진용진이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유서화는 그 말을 듣고 진용진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하 무조건 돌아올 거예요!”그러고는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어리둥절해하던 진용진은 혼자 남겨졌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히 말했다.“그래그래! 우리 아들 도하는 무조건 돌아올 거야!”...진도하는 성운시를 떠난 후 바로 기주도에 있는 강씨 가문을 찾아갔다.길에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체내의 모든 기운을 동원해 서둘렀다.강씨 가문에 도착하자 강씨 가문 사람들은 진도하를 한눈에 알아보고 길을 내주었다.진도하는 바로 강재용 서재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서재 안에서 강재용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진도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책을 읽고 있던 강재용은 진도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도하야, 여긴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강재용이 그를 반기며 말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부를 묻는 대신 바로 본론을 말했다.“아저씨,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 맞아요.”“무슨 일인데? 어서 말해 봐.”강재용이 망설임 없이 물었다.진도하는 강재용의 태도에서 그가 자신을 자기 사람으로
이번에는 진도하가 당황했다.강재용이 단번에 자신의 의도를 눈치챘을 줄은 몰랐다.“맞아요, 아저씨. 전 조씨 가문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몰라요.”진도하는 바로 인정했다.수련자 대회에서 조씨 가문의 실력 약한 자제의 몸에 기호를 남겨 조씨 가문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다.처음엔 확실히 그들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기호가 갑자기 사라졌다.그가 예전에 강유진의 몸에 남긴 기호처럼 처음에 강유진이 봉황에게 끌려갔을 때는 위치를 감지할 수 있어지만 나중에는 감지할 수 없었다.강재용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확실히 조씨 가문의 위치를 알고 있어.”강재용은 말을 마치고 서랍에서 지도 하나를 꺼내어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그러고는 펜으로 조씨 가문이 있는 위치에 동그라미를 그렸다.진도하는 고개를 숙여 지도 위에 표시된 위치를 기억하고는 체내의 기운을 동원해 바로 그 지도를 불태워버렸다.강재용은 진도하가 왜 이렇게 하는지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아저씨, 그럼 전 가볼게요.”진도하는 기운을 거두어들이고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강재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래, 가 봐. 안전 조심하고 절대 무리하지는 마.”강재용이 깊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진도하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서재를 나갔다.강재용은 나가서 진도하를 배웅하지 않고 지도가 불에 탄 뒤 남긴 흔적을 쳐다보고 있었다.한참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조씨 가문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가? 그럼 우리 강씨 가문이 더 이상 조씨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네?’...하지만 진도하는 강재용의 서재에서 나온 뒤 바로 강씨 가문을 떠나지는 않았다. 그는 강고수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 강씨 가문의 뒷산으로 갔다.뒷산에 도착하자 진도하는 한눈에 강고수가 어디 있는지 보아냈다.강고수는 자신의 의지력으로 뒷산의 3분의 1을 기어 올라갔다. 진도하는 이에 매우 놀랐다. 강고수의 의
진도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그리고 덧붙였다.“그냥 보러온 김에 단약 몇 알 주려고 왔어요.”진도하는 자신의 옷 안에서 단약이 든 약병을 꺼내어 산 중턱에 내려놓았다.“이제 산 중턱까지 올라가면 그때 복용해요.”진도하가 당부했다.“알겠어요!”강고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진도하에게 그 단약이 무슨 효능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고 왜 그것을 산 중턱에 놓았는지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강고수는 마음속으로 진도하를 굳게 믿고 있었다. 진도하가 자신을 절대 해치려는 의도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도와주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길은 혼자 걸어가야 할 겁니다. 단약은 그저 보조 작용만 하는 거예요. 마지막에 어떤 성과를 얻을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진도하가 말했다.“알고 있습니다.”강고수의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그걸 본 진도하는 강고수가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기억해요. 영원히 포기하지 마요!”진도하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서서 떠났다.강고수가 뒷산의 3분의 1 높이까지 올라갔던 게 충분히 힘들었을 거라는 걸 잘 알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그다음이었다. 높이가 높을수록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더 많이 노력하고 더 큰 고통을 견뎌내야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강고수는 진도하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난 무조건 올라갈 거예요! 무조건 해낼 거예요!”...진도하는 뒷산에서 내려와 강씨 가문을 떠났다.그리고 바로 조씨 가문으로 가고 싶었지만... 별장으로 돌아가 서정식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후에야 떠났다.이번에 별장에서 나온 그는 바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강재용이 알려준 지도상의 위치로는 진도하가 최선을 다해 서둘러도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진도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천천히 조씨 가문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이렇게 늦게 간 이유는 길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합도경까지 돌파한다면 그가 조씨 가문과
하지만 이번엔 환상이가 당황했다. 진도하가 이렇게 빨리 동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환상이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래. 네가 위험해지면 내가 도울게!”“약속 지켜!”진도하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조씨 가문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데는 사실 환상이의 역할이 컸다.환상이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너무 신비로워 보였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어서 더 신비로웠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금 한 몸이기 때문에 이기면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이고 지면 함께 결과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만약 진도하가 정말 위험에 처하게 되면 환상이는 무조건 그를 도와줄 것이다.그리고... 환상이의 말투에서 그가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들을 경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그 대부들이 환상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래서 진도하는 환상이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아참, 너 무조건 내 기운을 흡수해야 하는 거야? 내가 단약을 너에게 주면 그걸 흡수하면 안 돼?”진도하가 물었다.“안돼.”환상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적어도 지금은 안돼. 내 본체가 훼손됐기 때문에 그건 안돼.”“본체가 훼손됐다고?”진도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환상이는 한 글자만 대답했다.그러자 진도하는 환상이가 이 화제를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아예 입을 다물고 계속해서 조씨 가문으로 향했다.결국 그는 3시간을 달려서야 조씨 가문이 위치한 산골짜기에 도착했다.지도에 표시한 대로 산골짜기의 이 길을 따라서 30분만 더 가면 조씨 가문 저택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유일한 통로를 보고 진도하는 코를 만지작거렸다.수련자 가문과 종파들은 모두 이런 사람이 적은 곳에서 살기 좋아하는 것 같았다.조씨 가문도 그렇고 며칠 전에 갔던 이씨 가문과 한빛궁도 그렇다. 전부 사람이 드문 곳에 있었다. 다른 가문과 종파들도 다 그럴 것이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산골짜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몇
진도하의 마음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자신을 도우러 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게다가 조씨 가문 사람들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저 없이 도우려 하다니. 솔직히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진도하는 이주안의 의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주안 씨의 마음만은 고맙게 받을 게요. 그런데 얼른 돌아가세요. 주안 씨는 이씨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인데 만약 주안 씨가 나서게 되면 조씨 가문은 이씨 가문이 자신들과 맞서려고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하지만 이주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모든 대비를 마치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그러면서 천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르면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았다.“어때요? 이래도 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주안이 기뻐하며 말했다.진도하는 이주안의 이런 모습을 보자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러면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일에 주안 씨는 나서지 말아요!”이주안의 의리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친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조씨 가문은 실력 있는 수련자 집안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 몇 명이 나오면 이씨 가문은 조씨 가문의 무자비한 보복을 받을 것이 아닌가?아무리 이현수도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이고 이씨 가문도 실력이 있다고 해도 조씨 가문의 보복 앞에서는 큰 손실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진도하는 절대 이주안이 이번 일에 나서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진도하는 혼자이기 때문에 조씨 가문에서 보복하려 하면 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주안은 진도하가 걱정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고 이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듯했다.이주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도하 형님, 그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저는 이대로 가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친구 사이인데 당연히 어려울 때 도와야지요!”진
이주안의 말을 듣자 진도하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이현수가 자신을 도우려 친손자를 보냈을 줄도 몰랐지만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물건도 줬을 줄은 몰랐다.“이건...”순간 진도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뻐끔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감사한 마음을 도저히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랐다.이현수 자신도 원만한 경지에 도달한 대부라 조씨 가문의 그 대부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진도하를 도우려고 자신의 손자를 보낸 것이다.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이때 이주안이 옆에서 말했다.“도하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도 없어요. 얼른 조씨 가문으로 갑시다. 아니면 그들이 우리가 겁나서 안 가는 줄로 생각할 거예요.”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더 이상 다른 말은 안 하겠어요.”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도우려 하는 사람에게 말로 그 감사한 마음을 다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도하는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더니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이주안도 그 뒤를 바싹 따랐다.두 사람의 몸에서 강렬한 전투 의지가 풍겼다.그들이 5분쯤 걸었을 때 뒤에서 어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날 기다려요...”진도하와 이주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검을 차고 걸어왔다.“지수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진도하는 그녀가 한빛궁 대선배인 현지수인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현지수는 진도하와 이주안 앞에 다가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도하 씨를 도우러 왔죠!”그 목소리는 유쾌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가득했다.진도하의 마음은 따뜻해졌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지수 씨... 얼른 돌아가요! 지수 씨는 한빛궁의 대선배잖아요!”그는 이미 이주안이 도우려는 것도 꺼려했는데 이제 현지수까지 개입했으니... 진도하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이번 일에 연루되는 것을 정말 원치 않았다.현지수도
진도하는 조원휘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만약 마지막에 그가 조원휘를 이기면 조원휘의 성격상 순순히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원휘의 태도로 보아 절대 그에게 덫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럴 필요도 없다.조씨 가문은 실력이 강한 수련자 가문인데 진도하가 아무리 원아경이라고 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진도하는 이주안의 추측에 동의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가서 살펴볼게요.”진도하는 이주안과 현지수에게 당부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바로 조씨 가문 저택 앞으로 갔다.“조원휘, 어서 튀어나와!”진도하는 체내의 기운을 끌어올려 대문 앞에서 소리쳤다.구름 위로 곧장 올라간 소리에 주변 나무에 있던 새들이 겁을 먹고 떼를 지어 날아갔다.하지만 조씨 집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뭐지?’진도하는 눈썹을 치켜뜨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건 너무 이상한데?’그는 조씨 가문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갔다.진도하가 들어가는 것을 본 이주안과 현지수는 그 뒤를 바짝 따라붙어 들어갔다.세 사람은 조씨 가문의 마당 안으로 들어갔지만 넓은 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 있죠?”이주안은 의심하면서 물었다.“조씨 가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죠?”“혹시 조씨 가문 사람들이 오늘 도하 씨가 오는 걸 알고 미리 도망간 걸까요?”현지수가 말했다.지금 조씨 가문의 저택은 이상할 만큼 너무 조용했다. 조원휘 다른 사람들은 없다고 쳐도 조씨 가문의 자제들과 아랫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현지수도 꽤 많은 가문과 종문을 방문했었지만 이렇게 조용한 가문이나 종문을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조씨 가문은 가족 수가 많고 가세가 흥성한 집안인데 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 있을까?유일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진도하가 오늘 온다는 것을 알고 미리 도망쳤다는 것뿐이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럴 리가요! 어떻게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도망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