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특히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몇 명씩 무리를 지어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 야채와 과일이 담긴 봉투를 들고 다니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길거리에서 장기를 두며 서로 경쟁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그는 이 또한 재미있다고 느꼈다.동시에 그는 이 느낌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다고 느꼈다. 낯선 것은 그가 이런 삶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었고, 익숙한 이유는 이런 삶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스스로에게 말했다.“이제 집에 갈 때가 되었구나!”진도하는 무술 고수 대회에 참가한 이후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 비록 양부모에게 자주 전화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함께 사는 것만큼 편하지는 않았다.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은 부모님 곁에 머물며 부모님을 효도해 드리기로 결심했다. 비록 합도경을 돌파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이렇게 생각하면서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곧 그는 성운시로 돌아왔다.그의 부모님은 이미 도시 마을 한가운데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진도하가 부모님께 수없이 별장으로 가자고 설득했지만, 부모님은 그곳에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계속 거절했다.그가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는 마당에서 채소밭을 정리하고 계셨다.진도하가 외쳤다.“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이렇게 외친 후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학창 시절 인터넷에서 한창 유행했던 말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간 아이들이 아버지만 보이고 어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아빠, 엄마 어디 있어요?”였다.진용진은 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귀를 비비며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진도하를 보고 나서야 그는 얼굴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돌아왔어? 얼른 들어와!”진용진은 손에 묻은 흙을 툭툭 치며 말했다.“네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다.”진도하가 마당으로 들어서자 진용진이 그를 맞이했다.이때
말을 마친 후 유서화는 바로 진도하를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진도하와 그의 아버지 진용진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왠지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진도하는 끝없이 이야기할 주제가 있는데... 아버지와 단둘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심지어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그의 아버지 진용진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서 입을 열지 않고 계속 물만 마시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 모두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무엇이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었다.예를 들어 진용진은 진도하에게 최근에 무엇을 했는지, 피곤한지, 쓸 돈이 충분한지... 등등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 혹시나 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되어 말을 뱃속으로 삼켰다.반면에 진도하는 아버지에게 요즘 건강은 어떤지, 일에 지치지는 않았는지 등을 묻고 싶었다.바로 이때 어머니 유서화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왔다.“자, 네가 좋아하는 토마토 국수야! 얼른 먹어.”진도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의 손에 쥐어진 국수를 두 손으로 받고 다시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어머니가 만든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진도하는 그 국수가 세계 최고의 국수라고 생각했다.물론 모든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엄마의 요리가 세계 최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진도하가 국수를 먹는 동안 진용진과 유서화 두 사람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천천히 먹어. 그러다가 체하겠어. 물도 좀 마셔.”유서화가 말했다.“저도 천천히 먹고 싶지만 너무 맛있는걸요.”진도하가 국수를 먹으면서 말했다.유서화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번졌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부족하면 엄마가 지금 가서 다시 국수를 삶아 줄게.”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려고 했다.이를 본 진도하는 황급히 어머니를 말렸다.“아니요,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진도하는 눈앞에 있는 그
잠시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던 유서화는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아, 언제부터 진맥할 줄 알았니?”진도하는 어머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엄마, 몸은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방금 진맥했을 때, 워낙 밤이라 정확하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협조하지도 않아 그녀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했다.그러나 유서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몸은 건강하고 튼튼해.”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진도하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진도하는 유서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불안한 마음에 말했다.“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말해줘요.”그는 유서화의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지 못했지만 몸이 이렇게 마른 걸 봐서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어머니의 체중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죄책감이 들었다.아들로서 그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감기나 열이 난 거면 모를까, 수술 같은 큰일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니.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아들로서 전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유서화는 괜찮은 척하며 그를 위로했다.“아들, 엄마는 정말 괜찮아... 진짜야! 뭔가 잘못됐다면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겠니?”하지만 진도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엄마, 절 위로하지 마세요... 도대체 뭐가 문제예요? 알려주시지 않으면 내일 병원에 데려가서 제대로 검사해 볼 거예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유서화는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어머니가 분명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아버지 진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말씀해 주세요! 저는 엄마아빠 아들인데 아무 말씀 안 하시면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진용진은 아들의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유서화를 힐끗 쳐다보았다.진도하는 유서화의
진도하의 말을 들은 유서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니까. 난 정말 괜찮아. 의사가 이미 약을 처방해 줬으니 며칠만 더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그러고는 진도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걱정되어 고개를 돌려 진용진에게 말했다.“여보, 내 몸은 이제 아무 문제가 없죠?”진용진은 진도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엄마 이젠 정말 괜찮아. 거짓말 아니야!”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진도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내일 병원에 가서 어머니의 병세를 잘 살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곧이어 돌아서서 유서화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저한테 먼저 말씀해 주세요! 알았죠? 저 이제 어른이에요. 계속 저를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이제 제가 가족을 위해 책임져야 할 때라고요.” 유서화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가 어릴 때처럼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는 우리 아들이 다 큰 거 알아.”진도하는 울컥했지만 참으며 당부했다.“그럼 앞으로는 수술 같은 중요한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야 해요! 제발 저한테 숨기지만 마세요, 알았죠?”유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엄마는 앞으로 너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꼭 다 말할게.”진도하는 유서화가 이렇게 말하지만 다음에도 큰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는 이유도 이해했다.유서화는 진도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신경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아들이 자신을 걱정할까 봐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이 모든 것은 어머니인 유서화가 아들 진도하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도하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유서화는 진도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 엄마는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지금 더 말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감정을
그런데 마당에 서 있는 여인은 유서화와 함께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민영이었다.인기척을 듣고 뒤돌아보니 진도하가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이민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유서화의 뒤에 섰다.진도하는 역겨운 표정으로 이민영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누가 너더러 오라고 했어?”이민영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빨리 나가. 우리 집엔 널 반기는 사람 없어!”진도하가 말했다.그가 남진에서 돌아왔을 땐, 이민영에 대한 감정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특히 그녀의 본모습을 본 뒤에는 더욱 그랬다.이민영의 얼굴은 창백했다.그녀는 피식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유서화에게 말했다.“아줌마, 그럼 전 먼저 갈게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유서화는 이민영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민영 씨, 가지 마요.”이민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유서화는 의자에서 일어나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야, 민영 씨는 내가 아픈 걸 알고 일부러 시간 내서 나를 보러 왔어.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내쫓는 건 아니지 않니?”진도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어머니가 이민영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힘없이 말했다.“엄마, 저 여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에 어떻게 엄마 아빠를 협박했는지 잊으셨어요?”이렇게 말한 후 그는 이민영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나가. 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그는 이민영이 정말 싫었다. 그때 그녀가 그에게 소리를 지르던 표정이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떠올리면 화가 나게 했다.이민영도 진도하가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유서화에게 말했다.“아줌마,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하지만 유서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민영 씨, 가지 마요! 보기 싫으면 도하가 나가면 돼요!”이렇게 말하면서 유서화는 진도하
“네.”진도하는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네가 바쁜 동안 민영이가 매일 우리 둘을 보러 와서 쫓아내지도 못했어.”“정말 뻔뻔하네요. 절대 좋은 마음으로 온 건 아닐 거예요.”진도하는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는 더 이상 이민영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직 혐오감만 남았다.진용진이 이어서 말했다.“그래, 우리도 처음에는 너랑 같은 생각했어. 민영이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경계했었지. 그런데 한 달 내내 찾아오면서 올 때마다 온갖 과일과 영양제 같은 걸 주더라고.”그러면서 그는 벽 모서리를 가리켰다.진도하의 시선은 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 수많은 영양제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이게 다 이민영이 산 거예요?”진도하가 물었다.“그래, 민영이가 준 거야. 처음에는 우리도 거절했지. 민영이가 갈 때마다 손에 다시 쥐여주면서 도로 가져가라고 했어. 하지만 매번 나갈 때마다 물건을 문 앞에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구나. 네 엄마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물건들을 집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어.”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무조건 다른 속셈이 있을 거야!’그의 부모님은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이민영은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알고 문 앞이나 길거리에 물건을 두고 갔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진용진은 이어서 말했다.“민영이는 매일 우리 집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올 때마다 네 엄마와 나에게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했어.”진용진은 또 한숨을 쉬었다.“고작 한두 번이었으면 분명 네 엄마와 나는 민영이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겠지만 자주 오다 보니 네 엄마와 나는 마음속에 미움이 사라져서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어.”진도하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부모님은 매우 친절하고 마음이 착한 분들이기에 이민영이 이렇게 함으로써 그
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얼마 전에 내가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갔었는데 네 엄마가 마당에서 기절했었어. 아무도 모를 때 다행히 민영이가 와서 발견하고 119에 전화해서 네 엄마를 병원에 보냈어.”진도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러니까 우리 엄마를 구한 사람이 민영이라는 거죠?”“그래.”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네 엄마가 몇 분만 더 늦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거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네 엄마는 깨어난 후 의사뿐만 아니라 민영이에게도 고마워했어. 그날부터 민영이에 대한 네 엄마의 태도가 바뀌었고 민영이는 매일 병원에 가서 네 엄마를 돌보았어.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 함께 쇼핑도 하면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된 거야.”진도하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민영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가 왜 변했는지, 그리고 유서화가 자신이 이민영을 쫓아내려고 할 때 왜 화를 냈는지도 알았다.어머니를 구한 사람은 이민영이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미움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이민영을 용서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이민영이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이 진도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용진은 진도하의 태도를 감지했는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도하야, 민영이가 과거에 나와 네 엄마를 강요하고 널 배신하는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벌들을 충분히 받았어. 너도 이제 그만 용서하는 건 어떻겠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둬. 게다가 민영이가 네 엄마 목숨도 구해줬잖니, 그걸로 갚았다고 생각하자.”아버지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과거의 일을 정말 그대로 묻어둘 수 있을까?”사실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의 부모님은 마음씨가 매우 착한 사람들이었고 종종 ‘차라리 손해를 보는 게 행복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하고 결코 적을 만들지 않
부모님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자 진도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부모님이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 그랬었다.하지만 동시에 이민영처럼 잘못을 저지른 여자도 매일 부모님 곁에 있는데 아들인 자신이 대부분 시간 동안 부모님 곁에 없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허허...”진도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웃었다.“나 정말 불효자였네.”진도하는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다.진용진은 마당을 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린 다음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야, 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그러자 진도하도 생각을 멈추고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말씀하세요.”진용진은 물 한 컵을 마시고는 맑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가지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는 거야.”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그의 단전 안의 기운이 솟구쳐 오르며 격렬히 요동쳤다. 게다가 그의 몸 안에서 저절로 작동했다.이 순간, 그는 뜻밖에도 대의의 가장자리에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라.”진도하는 중얼거렸다.체내 기운의 작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진도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항상 과묵하셨던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이때 진용진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도하야, 이건 아빠가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니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그제야 진도하는 반응을 보였고, 다급히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아빠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진용진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신문을 집어 들고 계속해서 읽었다.진도하는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같은 방에 단둘이 있으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진도하는 앞으로 부모님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