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던 유서화는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아, 언제부터 진맥할 줄 알았니?”진도하는 어머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엄마, 몸은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방금 진맥했을 때, 워낙 밤이라 정확하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협조하지도 않아 그녀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했다.그러나 유서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내 몸은 건강하고 튼튼해.”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진도하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진도하는 유서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불안한 마음에 말했다.“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말해줘요.”그는 유서화의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하지 못했지만 몸이 이렇게 마른 걸 봐서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어머니의 체중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죄책감이 들었다.아들로서 그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감기나 열이 난 거면 모를까, 수술 같은 큰일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니.진도하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아들로서 전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유서화는 괜찮은 척하며 그를 위로했다.“아들, 엄마는 정말 괜찮아... 진짜야! 뭔가 잘못됐다면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겠니?”하지만 진도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엄마, 절 위로하지 마세요... 도대체 뭐가 문제예요? 알려주시지 않으면 내일 병원에 데려가서 제대로 검사해 볼 거예요.”진도하의 말을 들은 유서화는 침묵을 지켰다.진도하는 어머니가 분명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아버지 진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말씀해 주세요! 저는 엄마아빠 아들인데 아무 말씀 안 하시면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진용진은 아들의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유서화를 힐끗 쳐다보았다.진도하는 유서화의
진도하의 말을 들은 유서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니까. 난 정말 괜찮아. 의사가 이미 약을 처방해 줬으니 며칠만 더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그러고는 진도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걱정되어 고개를 돌려 진용진에게 말했다.“여보, 내 몸은 이제 아무 문제가 없죠?”진용진은 진도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엄마 이젠 정말 괜찮아. 거짓말 아니야!”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진도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내일 병원에 가서 어머니의 병세를 잘 살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곧이어 돌아서서 유서화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저한테 먼저 말씀해 주세요! 알았죠? 저 이제 어른이에요. 계속 저를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이제 제가 가족을 위해 책임져야 할 때라고요.” 유서화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가 어릴 때처럼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는 우리 아들이 다 큰 거 알아.”진도하는 울컥했지만 참으며 당부했다.“그럼 앞으로는 수술 같은 중요한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야 해요! 제발 저한테 숨기지만 마세요, 알았죠?”유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엄마는 앞으로 너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꼭 다 말할게.”진도하는 유서화가 이렇게 말하지만 다음에도 큰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는 이유도 이해했다.유서화는 진도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신경 쓰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아들이 자신을 걱정할까 봐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이 모든 것은 어머니인 유서화가 아들 진도하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도하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유서화는 진도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 엄마는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지금 더 말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감정을
그런데 마당에 서 있는 여인은 유서화와 함께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민영이었다.인기척을 듣고 뒤돌아보니 진도하가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이민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유서화의 뒤에 섰다.진도하는 역겨운 표정으로 이민영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누가 너더러 오라고 했어?”이민영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빨리 나가. 우리 집엔 널 반기는 사람 없어!”진도하가 말했다.그가 남진에서 돌아왔을 땐, 이민영에 대한 감정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특히 그녀의 본모습을 본 뒤에는 더욱 그랬다.이민영의 얼굴은 창백했다.그녀는 피식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유서화에게 말했다.“아줌마, 그럼 전 먼저 갈게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유서화는 이민영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민영 씨, 가지 마요.”이민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유서화는 의자에서 일어나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야, 민영 씨는 내가 아픈 걸 알고 일부러 시간 내서 나를 보러 왔어.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내쫓는 건 아니지 않니?”진도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어머니가 이민영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힘없이 말했다.“엄마, 저 여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에 어떻게 엄마 아빠를 협박했는지 잊으셨어요?”이렇게 말한 후 그는 이민영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나가. 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고!”그는 이민영이 정말 싫었다. 그때 그녀가 그에게 소리를 지르던 표정이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어서 떠올리면 화가 나게 했다.이민영도 진도하가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유서화에게 말했다.“아줌마,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하지만 유서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민영 씨, 가지 마요! 보기 싫으면 도하가 나가면 돼요!”이렇게 말하면서 유서화는 진도하
“네.”진도하는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몰라서 그래. 네가 바쁜 동안 민영이가 매일 우리 둘을 보러 와서 쫓아내지도 못했어.”“정말 뻔뻔하네요. 절대 좋은 마음으로 온 건 아닐 거예요.”진도하는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는 더 이상 이민영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고 오직 혐오감만 남았다.진용진이 이어서 말했다.“그래, 우리도 처음에는 너랑 같은 생각했어. 민영이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경계했었지. 그런데 한 달 내내 찾아오면서 올 때마다 온갖 과일과 영양제 같은 걸 주더라고.”그러면서 그는 벽 모서리를 가리켰다.진도하의 시선은 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에 수많은 영양제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이게 다 이민영이 산 거예요?”진도하가 물었다.“그래, 민영이가 준 거야. 처음에는 우리도 거절했지. 민영이가 갈 때마다 손에 다시 쥐여주면서 도로 가져가라고 했어. 하지만 매번 나갈 때마다 물건을 문 앞에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더구나. 네 엄마와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물건들을 집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어.”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무조건 다른 속셈이 있을 거야!’그의 부모님은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이민영은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알고 문 앞이나 길거리에 물건을 두고 갔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집 안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진용진은 이어서 말했다.“민영이는 매일 우리 집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올 때마다 네 엄마와 나에게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했어.”진용진은 또 한숨을 쉬었다.“고작 한두 번이었으면 분명 네 엄마와 나는 민영이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겠지만 자주 오다 보니 네 엄마와 나는 마음속에 미움이 사라져서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어.”진도하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부모님은 매우 친절하고 마음이 착한 분들이기에 이민영이 이렇게 함으로써 그
진용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얼마 전에 내가 밖에 일이 있어서 나갔었는데 네 엄마가 마당에서 기절했었어. 아무도 모를 때 다행히 민영이가 와서 발견하고 119에 전화해서 네 엄마를 병원에 보냈어.”진도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그러니까 우리 엄마를 구한 사람이 민영이라는 거죠?”“그래.”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네 엄마가 몇 분만 더 늦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거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네 엄마는 깨어난 후 의사뿐만 아니라 민영이에게도 고마워했어. 그날부터 민영이에 대한 네 엄마의 태도가 바뀌었고 민영이는 매일 병원에 가서 네 엄마를 돌보았어.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가끔 함께 쇼핑도 하면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된 거야.”진도하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민영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가 왜 변했는지, 그리고 유서화가 자신이 이민영을 쫓아내려고 할 때 왜 화를 냈는지도 알았다.어머니를 구한 사람은 이민영이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미움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이민영을 용서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이민영이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이 진도하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진용진은 진도하의 태도를 감지했는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도하야, 민영이가 과거에 나와 네 엄마를 강요하고 널 배신하는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마땅히 받아야 할 벌들을 충분히 받았어. 너도 이제 그만 용서하는 건 어떻겠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둬. 게다가 민영이가 네 엄마 목숨도 구해줬잖니, 그걸로 갚았다고 생각하자.”아버지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과거의 일을 정말 그대로 묻어둘 수 있을까?”사실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의 부모님은 마음씨가 매우 착한 사람들이었고 종종 ‘차라리 손해를 보는 게 행복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하고 결코 적을 만들지 않
부모님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자 진도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부모님이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 그랬었다.하지만 동시에 이민영처럼 잘못을 저지른 여자도 매일 부모님 곁에 있는데 아들인 자신이 대부분 시간 동안 부모님 곁에 없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허허...”진도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웃었다.“나 정말 불효자였네.”진도하는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다.진용진은 마당을 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린 다음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야, 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그러자 진도하도 생각을 멈추고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말씀하세요.”진용진은 물 한 컵을 마시고는 맑은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가지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는 거야.”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았다.그의 단전 안의 기운이 솟구쳐 오르며 격렬히 요동쳤다. 게다가 그의 몸 안에서 저절로 작동했다.이 순간, 그는 뜻밖에도 대의의 가장자리에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자신과 화해하고, 이 세상과 화해하라.”진도하는 중얼거렸다.체내 기운의 작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진도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항상 과묵하셨던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이때 진용진은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도하야, 이건 아빠가 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일 뿐이니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그제야 진도하는 반응을 보였고, 다급히 진용진에게 말했다.“아빠, 아빠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진용진은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신문을 집어 들고 계속해서 읽었다.진도하는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같은 방에 단둘이 있으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진도하는 앞으로 부모님과 더
어머니가 밀대를 내려놓는 것을 본 진도하는 조심스럽게 이민영 옆으로 걸어가 무심하게 말했다.“가자. 내가 바래다줄게.”이민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도하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떠난 후에야 유서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 자식 때문에 내가 화가 나 못 산다니까.”그러고는 밀대를 옆으로 치우며 진도하의 장난꾸러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냈다.“둘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굳이 둘을 엮으려는 거야?”어느새 진용진은 방에서 나와 유서화의 뒤에 섰다.유서화는 뒤돌아보지 않고 되물었다.“왜요, 불만 있어요?”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지금 이대로도 좋잖아.”진용진이 말했다.그러자 유서화는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당신이 뭘 알아요. 난 저 둘을 엮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단둘이 얘기를 나눌 기회를 주는 것뿐이에요.”진용진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엮는 거잖아...”하지만 유서화는 진지하게 말했다.“여보, 이번에 우리 아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어요?”“이상하다고?”진용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평소와 같은 거 같은데?”유서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이 우리 아들을 잘 모른다고 말하면 당신은 항상 인정하지 않았죠. 이번에는 아들이 분명히 무슨 걱정이 있는 것 같았어요.”“걱정이 있다고?”진용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서화를 바라보았다.유서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도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다르다는 걸 알아요.”“무슨 뜻이야?”진용진은 유서화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그러자 유서화가 설명했다.“우리가 도하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바다 위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었죠. 도하의 포대기가 하늘에서 떨어져 바다 위에 둥둥 떴잖아요.”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기억하지. 그건 평생 잊을 수 없어.”“그래서 난 도하의 친부모가 무조건 평범하지 않을
“내가 인터넷에서도 찾아보고 많은 사람에게 물어도 봤지만 용천섬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더군요.”유서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그래서 난 용천섬이 우리가 처음에 도하를 만났던 곳에 있는 것 같아요. 당신도 알다시피 그곳은 엄청 위험하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그곳에 갔고 어떻게 떠났는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유서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누군가 우리의 기억을 지운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진용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실소했다.“당신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기억을 지우다니, 말도 안 돼. 난 그때 우리가 긴장한 상태에 너무 무서워서 저도 모르게 기억을 잃은 것 같은데.”유서화는 진용진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 당시 엄청 위험했던 건 당신도 알잖아요?”“그래, 맞아.”진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당시의 장면은 정말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장면이었고 매우 공포스러웠다. 너무 무서워서 간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진용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유서화는 걱정스럽게 말했다.“이제... 12 월 29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난 이번에 도하가 우리를 보러 돌아온 이유가...”유서화는 다시 한번 멈칫했다.진용진은 유서화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어서 말했다.“설마 도하가 집에 온 이유가... 용천섬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서 집을 떠나 그곳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맞아요!”유서화는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진도하가 돌아온 날 저녁, 그녀는 이미 아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가 아무리 잘 숨겨도 걱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들을 키운 엄마로서 한눈에 알아챘다.진용진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걱정했다.“거긴 너무 위험한데, 도하가...”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유서화가 말했다.“그게 바로 도하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이기도 하겠죠. 도하도 용천섬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겠죠? 한 번 떠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