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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진도하는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자유롭게 뛰놀던 그 시절로...

많은 일들에 저도 몰래 지쳐있었던 몸과 마음에 전에 없던 평화가 찾아왔다.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그때, 땅을 타고 아까와 같은 거센 울림이 전해졌다.

"둥!"

"둥!"

"둥!"

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 울림에 진도하의 몸도 같이 떨려왔다. 몸속에서 꿈틀대던 정기도 거의 사라진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진도하는 그저 지금 이런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지금 들려오는 이 소리는 대지의 맥박이었다.

진도하는 이런 느낌을 참 좋아했다. 마치 어릴 때 요람 속에 누워 포근히 단잠에 빠져들던 때와 같은 느낌을. 그리고 땅에서부터 전해져오던 그 소리는 꼭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 같았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진도하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려 할 때, 이 모든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조금은 실망스러웠고 어쩌면 좋을지도 잘 몰랐다. 그냥 그런 느낌이 그리웠었는데 이제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다.

진도하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자신은 여전히 흙 위에 누워있었고 팔다리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자유로운 게 눈뿐이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개미들에게 가서야 멈췄다. 급히 이사를 하는 와중에도 역할 분담이 정확해 보였다.

'비가 오려나?'

진도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어릴 적 한가할 때마다 달팽이가 벽을 타는 것, 매미가 나무를 오르는 것, 개미가 이사를 가는 것을 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것들을 보며 진도하는 가끔 개미는 자신이 그들을 지켜본다는 것을 알까, 혹시 개미도 자기가 그 세계의 신선 같은 존재라 여기지 않을까 등등, 시답잖은 생각들을 했다.

물론, 손으로 땅에 금을 그어 개미가 그 길을 돌아가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 마주한 익숙한 광경에 진도하는 다시 선을 긋고 싶어졌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팔에 그럴 수 없으니 그게 유감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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