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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진도하는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도운 이란 애초에 종이에도 글에도 붓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글자 속의 도운은, 그리고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 무시무시한 기운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이미 대의를 깨우칠 수 있는 경지에 올랐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도운이 남는 것이다.

그렇게 남은 도운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진도하가 '천'이라는 글자에서 권법을 보아냈듯이 다른 사람은 그로부터 장법을 보아낼 수도, 권법을 보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글자들의 도운은 글을 남긴 사람이 도의에 대한 생각과 깊이를 담아낸 것이다.

진도하는 이젠 한 글자가 아닌 한 폭을 족자를 그대로 눈에 담았다.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일까. 진도하가 다시 이 족자를 볼 땐 그 어떤 불편함도, 피가 들끓는 느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도하가 이해한 것이 맞았을 테지. 대의라는 것도 결국은 하늘의 규칙과 그 인과로부터 온 것이었다. 대의의 규칙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무엇을 하든 그 인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둥!"

바로 이때, 글자로부터 또 아까와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진도하는 가슴이 조여오며 꼭 무언가를 느낀 듯 싶었다. 하지만 그 느낌도 '둥'하는 소리가 사라짐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이야..."

진도하는 기억력 하나는 좋다고 늘 자부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잊어버린 느낌도 다시 기억해 내어 마치 좀 전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디로부터 온 느낌인지, 그 무엇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혹스러워할 때, 진도하는 문득 방금 자신이 대의의 규칙을 건드렸기에 기억이 지워졌음을 깨달았다.

대의 규칙이라니, 진도하는 못내 아쉬웠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방금 그 감정이 지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잠깐 스치듯 닿았기 때문이니까.

만약 제대로 느낀다면 그것이 대의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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