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는 혼돈 병사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어 많은 선배와 선조들은 나중에 힘이 빠져 기진맥진해 죽었다고 기록돼 있었어요.”소원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용천섬이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용천섬으로 가는 길조차 이렇게 위험할 줄은 몰랐다.한 개 가문이나 종문 혼자서 옛길에 들어서면 전부 죽을 수도 있었다.이때 소원이 입을 열었다.“이게 저희가 8대 가문과 6대 종문의 연맹을 제안한 이유입니다.”여기까지 말한 소원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도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때 적소파의 정이준이 입을 열었다.“우리가 연맹을 맺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저희가 용천섬으로 갈 때 각 가문에서 금단경의 고수들이 나와 함께 싸우면 되지 않나요?”“맞아요. 8대 가문과 6대 종문을 완전히 통합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통합자체가 매우 번거롭기에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고요. 만약 우리들이 각 가문과 종문에서 금단경의 고수들을 선발한 후, 팀을 구성해 한 사람의 지시를 따르게 하면 더 쉽게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어요.”다른 집안의 어르신이 한마디 보태자 소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이렇게 된 이상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곧바로 또 다른 사람이 한마디 했다.“우리 가문과 종문의 실력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하지만 금단경 이상의 고수들 수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집에 돌아간 후,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파벌에 있는 고수들, 특히 태서경의 절정에 있는 사람들을 빨리 키워내 어떻게든 금단경을 뚫게 해야 합니다.”“맞아요. 어쨌든 금단경의 고수는 많을수록 좋아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이때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소 원장님, 그 문서, 저희도 좀 볼 수 있을까요?”이 말이 나오는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순간 번쩍였다. 그들은 여기에 온 후, 소원 원장에게서 문서 내용에 대해 얘기만 들었을 뿐 그 문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물론이죠!”소원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 서랍에서 지도를 꺼내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뒤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고 모두가 위치를 볼 수 있게 했다.진도하는 한 번 훑어보더니 그 주소를 따로 적어 두었다.다른 가문과 종문들도 모두 이 주소를 기록했다.이때 소원이 옆에서 물었다.“진 선생은 그날 우리와 함께 가실 겁니까?”그 말에 진도하는 소원을 힐끗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원이 다시 물었다.“진 선생의 실력이면 원아경이죠?”진도하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긴 테이블의 옆에 앉은 사람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도하가 소원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용음검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도하의 경지가 원아경일 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소원이 말을 이었다.“만약 진 선생이 우리와 함께 간다면 우리 진영에는 원아경의 경지인 사람이 두 명이나 있습니다. 그러면 옛길을 통과하고 용천섬에 이를 확률이 훨씬 높아지겠죠.”그 말에 진도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마디만 했다.“그때 가서 얘기하죠.”소원은 어색하게 웃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은 잠시 더 토론한 후 각자 밖으로 나갔고 진도하도 현지수를 따라 현광서원의 문을 나섰다.“이제 어디로 가나요?”진도하가 물음에 현지수가 대답했다.“한빛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진 선생은요?”말을 마친 현지수는 순간 7일 뒤, 조씨네 집으로 가겠다던 진도하의 말이 떠올라 다급히 물었다.“7일 뒤, 조씨 집안으로 가겠다는 게 진심이에요?”“물론이죠.”진도하는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진도하는 더 이상 조씨 가문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조씨 가문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다. 이번에 조원휘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지 이곳에 사람이 많아서였다. 그는 너무 피비린내 나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진도하의 말에 현지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말했다.“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진도하는
“별일 없는데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진도하가 의아한 얼굴로 이주안을 바라보자 이주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으면 이따가 저와 같이 이씨 저택으로 가지 않을지 물어보려고요. 할아버지께서 도하 형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어요.”“음...”순간 진도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주안의 할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자신을 이씨 저택으로 초대할 줄 몰랐다.진도하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자 이주안이 바로 말했다.“불편하시면 다음에 와도 괜찮아요.”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말했다.“아니요, 아니요. 좀 이따 주안 동생과 같이 이씨 저택으로 갈게요.”진도하의 승낙에 이주안은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물었다.“진짜 괜찮아요?”진도하가 이주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네, 당연히 괜찮죠.”진도하는 이주안이라는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큰 가문 도련님의 티가 전혀 나지 않았고 사춘기 젊은 소년의 활력이 충만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매우 친절했고 말하는 것도 숨김이 없이 시원시원했다. 이어 이주안은 현지수에게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지수 선배님, 선배님도 같이 가시죠?”그 말에 현지수는 웃으며 거절했다.“나는 됐어요. 나는 빨리 한빛궁에 가봐야 해요.”말을 마친 현지수는 진도하를 보며 인사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진도하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나중에 한빛궁에서 봐요.”현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진도하와 이주안을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그녀의 뒤에 있던 제자들도 모두 뒤를 따랐고 그들도 진도하 옆을 지나갈 때 그에게 친절하게 인사했다....그녀들이 떠난 후 이주안은 누군가로부터 전화 한 통 받았다.잠시 후, 전화를 끊은 이주안은 갑자기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도하 형님,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의 집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저녁에 다시 뵙겠습니다.”“그래요, 볼일이 있으면 먼저 가봐요.”진도하
“네.”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으로 막 들어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갑자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도하 형님!”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진도하는 이 사람이 이주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이주안은 빠른 걸음으로 진도하의 옆에 다가왔다.“도하 형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형님이 먼저 왔네요.”그 말에 진도하는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일이 있으면 먼저 일 보세요... 굳이 저에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요.”하지만 이주안은 진도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우리 이씨 저택에 처음 오셨는데 당연히 제가 도하 형님을 맞아야죠. 가요, 같이 들어가요!”“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주안을 따라 이주안의 할아버지의 서재로 갔다.서재 입구.이주안이 서재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저의 친구가 왔어요.”“어서 들어와.”서재에서 이주안의 할아버지인 이현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주안이 서재 문을 열자 진도하도 그의 뒤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에 들어가 보니 이현수는 한창 서재에서 서예 연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진도하와 이주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한마디 했다.“잠깐만요. 이 몇 글자만 다 쓰고요.”“네, 먼저 쓰세요.”흔쾌히 대답을 마친 진도하는 이주안을 따라 옆 의자에 앉아 서예 연습을 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이현수는 붓을 들고 이제 막 마지막 글자를 쓰고 있었다.진도하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종이 위에는‘천도수근'이라고 쓰여 있었다.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네 글자는 획과 획이 아주 날카로워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이 종이 위에 검을 들고 다니며 휘두른 것 같았고 모든 획은 하나의 검술처럼 보였다.이것은 단지 한 폭의 글자가 아니라 검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진도하는 검술에서 이현수의 숨겨져 있는 경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경지는 적어도 진도하와 같은 원아경이며 어쩌면 진도하보다 더 높은 경지일 수도 있었다.진도하는 이
진도하는 처음으로 이현수의 서예에서 검법을 본 사람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현수는 속으로 저도 모르게 외쳤다.‘진씨 가문이 곧 출세할 것이야!’이때 이주안이 한마디 했다.“할아버지... 왜 저는 못 알아봤죠?”이현수는 이주안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네가 알아봤다면 금단경 초기의 첫 번째 단계는 넘었겠지.”이주안은 멋쩍은 듯 웃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이현수가 방금 쓴 붓글씨에 시선을 돌렸다.“이게 평범한 글씨가 아니라고요? 도하 형님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신비로운 거예요? 여기에 검법이 있다고요? 그럴 리가!”이주안은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볼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의심을 버리지 못한 이주안은 이 글자를 다시 한번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보면 볼수록 아찔했고 저절로 이 글자에 빠져들게 되었다.이주안은 검 한 자루가 그 위를 헤엄치는 것 같은 검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이현수는 이주안이 빠져든 것을 보고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진도하의 옆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눴다.서재 너머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나무 의자에 앉았다. 이현수는 진도하에게 차를 따라주기 위해 직접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도하 자네, 소원 원장과 맞붙었을 때의 검술은 자네가 직접 만든 건가?”진도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현수가 말을 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내 글자의 검술도 알아내지 못했겠지...”진도하가 수줍게 웃자 이현수는 연신 감탄했다.“훌륭해.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수준을 깨닫는 것은 정말 어렵거든. 내가 도하 자네 나이였을 때는 다른 사람의 검법을 익히고 있었어.”이현수의 칭찬에 진도하는 더욱 수줍어졌다. “저도 높은 분의 가르침을 받고 알게 된 것입니다. 안 그러면 어찌 이 정도까지 깨달았겠습니까.”사실 진도하의 말도 사실이었다.만약 용지강 선배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가 어찌 이런 것까지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다시 한번 용지강 선배의 조언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진도
“설마...”진도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는 자신의 검술이 무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손을 쓰기만 하면 무적의 상태라 누구도 막아낼 수 없다고 여겼다. 심지어 진도하 자신도 이 검술과 맞붙으면 막아낼 수 없었고 깨뜨릴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현수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음... 도하 자네의 검술은 확실히 같은 경지에서는 무적이야. 그리고 그 위의 경지를 넘어가도 아마 무적일 거야.”이현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만약 내가 이 검술과 맞붙으면 그걸 깨뜨릴 방법을 3개 정도 생각해 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또 한 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진도하는 이현수가 절대 자신을 속일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다해 이현수를 바라보며 그의 가르침을 청했다.“할아버지, 이 검술의 허점을 저에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진도하는 이 검술을 만든 후, 이 검술에 매우 만족했다. 몇 번을 사용해보니 효과도 매우 좋았기에 그는 자신의 검술에 허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허점을 발견하지 못한 진도하는 이미 두 번째 초식을 준비하고 있었다.진도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현수가 말했다.“사실... 이 검술의 허점은 한눈에 보여. 예를 들어 이 검술은 너무 강하고 포악하지만 손을 쓸 때는 그 초식이 너무 단일하지. 하지만 자네보다 더 강하고 난폭한 상대의 검술을 만나면 많은 허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도하 자네가 원하는 것은 단검에 승부를 보려는 무적의 검법이지. 그러기 위해서 자네는 검으로 자네의 손과 팔과 몸을 잡아당길 것이 아니라 자네의 팔과 손이 검을 잡아당겨 사람과 검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움직이게 해야 해. 게다가 자네 검술의 흔적은 아주 무거워. 내 생각에 자네는 이 검술을 사용할 때 이 검술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 같아.”여기까지 말한 이현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 그에게 물었다.“무수승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순간 진도하는 망
물론 진도하가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 단약은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원아경인 사람에게 큰 효과가 없겠지만 태서경과 금단경의 사람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다.이현수도 진도하가 가져온 선물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현수는 절대 ‘몸만 오면 되지, 선물은 왜 갖고 와'등의 인사치레 말들을 하지 않앗다. 그는 테이블 위의 약병을 코 가까이 가져가더니 뚜껑을 열고 눈을 감은 채 한참이나 냄새를 맡았다.“좋네. 때마침 우리 집안에도 단약이 부족한 상태였어.”이현수는 바로 약병을 주머니에 넣고는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자네, 우리 집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귀중한 선물까지 가져다주고... 나도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받겠다만 다음에 올 때는 절대 선물 같은 거 들고 오지 말게. 혹시라도 갖고 오면 내가 집에서 내쫓을 수도 있어.”진도하는 당연히 이현수가 농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절대 진도하를 쫓아내지 않을 것이었다. 그저 두 번 다시 선물을 들고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진도하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현수가 캐비닛에서 한 폭의 글을 꺼내 진도하에게 건넸다.“자네가 최근에 자체 검법을 연구하는 중일 것 같은데 이 한 폭의 글이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시간 나면 한 번씩 봐.”한 폭의 글을 건네받은 진도하는 어떤 글인지 한번 열어 보려고 했다. 혹시라도 값비싼 물건이면 바로 거절하기 위해서...하지만 진도하가 글을 펴려는 순간, 이현수가 그를 제지했다.“집에 가서 열어봐.”이현수의 말에 진도하도 어쩔 수 없이 그 글을 일단 옆에 놓아두었다.진도하의 행동을 본 이현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오늘 자네를 부른 건 물어볼 게 있어서야.”이현수가 자기를 집으로 불러들인 이유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자 진도하는 바로 자세를 똑바로 했다. 그러고는 공손한 태도로 이현수를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말씀하세요.”이현수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혹시 8대 가문과 자네 진씨 집안
“네...”진도하는 이현수를 아리송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할아버지는 주안의 할아버지고 저는 주안이 친구입니다.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이주안의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아니... 내 말은 주안이가 아니어도 자네는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는 뜻이야.”그 말에 진도하는 막연한 눈빛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할아버지의 말이 혹시 이 옥패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이현수는 설레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말했다.“왜냐하면... 나는 자네 할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이 말에 진도하는 순간 멍해졌지만 이내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우리 할아버지를 만난 적 있어요?”이현수는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자네 할아버지를 만난 게 언제냐... 나는 자네 할아버지와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야. 자네 부모님이 결혼할 때 내가 참석도 했었어.” 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더욱 격앙된 얼굴이었다.“우리 부모님을 만난 적 있어요?”이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만난 적이 있고말고. 자네 부모님들은 나를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내가 어떻게 모르겠어. 자네 아빠가 어릴 적에 내가 안아주기도 했었어.”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더없이 격동했다.그는 최근 부모님의 흔적과 행방을 여러모로 수소문하며 찾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부모님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흥분에 겨운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할아버지, 그럼 저희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지금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 “그 말에 이현수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나도 잘 몰라... 25년 전에 자네 진씨 집안이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졌어. 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어떻게든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지. 나뿐만 아니라 8대 가족과 6대 종문의 그 누구도 자네 집안을 봤다는 사람이 없었어.”여기까지 말한 이현수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이 진씨 집안이 아예 숨어버렸다고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