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조 장로는 별장 안에 서 있는 강유진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아가씨, 거기 서서 뭐 하세요? 얼른 저와 함께 조씨 저택으로 가시죠. 저희 도련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그러자 강유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조 장로님, 인제 그만 찾아오세요. 제가 조 장로님을 따라 조씨 저택으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그녀의 말에 조 장로는 화가 치밀었다.강유진 때문에 자기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체면까지 구겨졌고 심지어 조씨 가문 가주와 도련님의 화풀이까지 한바탕 들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친히 모셔다드리겠다는 데 거절하고 있으니 정말 짜증이 났다. 설마 본인이 조씨 가문에 시집을 가는 게 강씨 집안에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르는 걸까? 도련님의 사랑을 받는 게 그녀 평생 최고의 영광이라는 것을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조 장로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감히 강유진에게 화를 낼 수는 없어 고개를 돌려 진도하에게 화풀이했다.“마지막으로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그러자 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나도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지금 무릎 꿇고 사과하면 보내드리죠. 그렇지 않으면 오늘 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고요.”조 장로는 진도하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너 자신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를 집에 안 돌려보낼 만큼?”조 장로는 코웃음을 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진도하, 하나만 알려줄게. 나는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지금 기주에서 제일 우세인 존재야! 알기나 해?”“그러세요?”진도하는 콧방귀를 뀌더니 점점 살의가 불타오르고 있는 듯했다. 조 장로는 뒤에 있는 태서경 고수 열 명을 진도하에게 보란 듯이 가리키며 말했다.“봤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우리 조씨 가문의 태서경 고수들이야. 기주에서 아무도 이들의 적수가 될 수 없어. 과연 누가 이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네가? 하하...”“태서경
조 장로와 그의 뒤에 있던 태서경 고수 열 명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잘난 척하는 거야?”조 장로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그는 진도하가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총 11명의 태서경 고수이다. 진도하가 설사 응단경이라고 해도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버겁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덤벼.”조 장로가 쉴새 없이 지껄이는 것을 본 진도하는 짜증 나는 듯한 얼굴을 하고 무심하게 내뱉었다. 그의 말투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진도하는 정말 조 장로 같은 사람이 안중에도 없는 걸까.“좋아,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너의 소원대로 해 주지! 하하...” 말을 마친 조 장로는 뒤에 있던 태서경의 고수 열 명에게 눈짓했다.“죽어!”열한 명의 태서경의 고수들이 동시에 진도하를 향해 움직였다.이를 본 강유진은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도하 씨, 조심해요!”강유진은 자기 일로 진도하가 또 위험에 빠지게 된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을 돌아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그러고는 이내 돌아서서 조 장로를 바라보며 외쳤다.“잘 오셨네만... 당신들의 속도가 좀 느리군요!”자신감이 넘치는 조 장로와 뒤에 있는 10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진도하의 가까이에 와서 싸우려고 했다.제일 먼저 진도하 가까이에 다가간 사람은 조 장로였다.조 장로의 주먹이 가까이 다가오자 진도하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들어 바로 막았다.퍽!그들의 전술에는 전부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부딪혀도 큰 에너지 파동을 일으켰다.진도하는 손을 들어 조 장로의 주먹을 막는 동시에 그의 배를 걷어찼다.“악!”조 장로는 통증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고 몸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털썩!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고 일어나려는 순간 자신의 갈비뼈 두 개가 이미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조 장로
이 주먹 한 방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했고 속도도 매우 빨랐다.“악!”맞은 사람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더니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몇 초 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후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어... 태서경이 이제 10명 남았네요.”진도하의 담담한 말투에 조 장로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진도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태서경의 고수 한 명을 죽일 정도로 단호하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진도하는 말을 하면서도 이미 다른 한 명을 향해 극도로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 주먹에 맞은 다른 한 명의 태서경 고수는 조금 전과 똑같은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숨졌다. “당신들에게 이제 9명의 태서경이 남아 있어요.” 말을 하는 진도하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마치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그 자리에 무심하게 서서 조 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조 장로는 이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다급히 외쳤다.“빨리, 빨리, 우리도 빨리 덤벼요. 그래야만 우리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어요! 만약 하나하나 공격하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 모두 다 죽을 거예요!”사실 이 말은 굳이 조 장로가 하지 않아도 8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동시에 진도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조 장로는 그 틈을 타 바닥에서 일어나 강유진 쪽으로 갔다.그는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9명의 태서경 고수라 할지라도 진도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때에야 비로소 그는 경지와 경지 사이의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그래서 그는 차라리 강유진을 먼저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강유진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으면 진도하도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한편 조 장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강유진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소리 질렀다. “조 장로, 감히 저를 건드리시려고요?”순간 조 장로는 그 자리에 멈칫했다.그녀의 말이 맞다. 만약 강유진을 건드렸을 때 나중에 혹시라
조 장로는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무형의 힘이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느꼈고 조금만 힘을 더 가하면 가차 없이 부러지리라는 것을 알았다.그 순간 그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사... 살려줘!”조 장로가 급히 자비를 구했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고 진도하는 그의 목을 밟아 부러트렸다.그 이유는 강유진이 다시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 장로가 겁을 상실하고 감히 강유진을 들먹이며 자신을 위협하려 한 것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싸늘한 헛웃음을 짓던 진도하는 돌아서서 남은 여덟 명의 태서경 고수들을 보았다.“당신들도 죽고 싶어요?”이 여덟 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서로 시선을 한번 주고받더니 일제히 진도하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진도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들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분명 진도하가 응단경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게다가 진도하의 진짜 실력은 금단경이었고 절대 그들이 두려울 수 없었다.이번에 진도하는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지 않았고 바로 공격을 퍼부으며 그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삼 초가 지나자, 바닥에는 세 구의 시체가 늘어났다.나머지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는 이 광경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져서 제자리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진도하가 분노하며 소리쳤다.“당장 안 꺼져?”그는 모조리 죽여버릴 마음이 없었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고 했다.하지만 나머지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는 그의 호의를 마다하고 서로 다시 시선을 주고받더니 또 한 번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당신들... 정말 죽음을 자초하네?”진도하는 벌컥 화내더니 다시 공격했다.이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들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그들의 가족이 아직 조씨 가문에 있는데 만일 조 장로는 죽고 그들만 살아서 돌아간다면 가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며 차라리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며 그럴 바에야 목
강성호가 정원 밖에서 외쳤다.“할머니가 누나더러 왔다 가래요.”“안 간다고 할머니한테 전해줘.”그 말을 들은 강유진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강성호가 다시 외쳤다.“할머니께서 누나가 돌아오면 잘못을 묻지 않겠대요. 그리고 더는 조씨 가문에 시집가라고 강박하지도 않겠대요.”강유진은 망설였고 강성호는 강유진이 믿지 않는 줄 알고 계속 외쳤다.“진짜예요. 할머니는 더 이상 누나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나의 아버지가 지금 강 씨 본가로 오는 중이시래요.”“우리 아빠가 온다고?”강유진은 아버지가 오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네. 강재용 삼촌이 금방 도착할 거예요.”“알았어. 너 먼저 돌아가.”“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빨리 와야 해요. 아니면 할머니가 또 저를 훈계한단 말이에요.”강성호는 그 말을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그는 돌아가는 길에 투덜거렸다.“재만이 삼촌도 참 전화하면 될 걸 왜 나더러 직접 전하러 갔다 오라고 하는 거야.”...별장 내.강성호가 자리를 떠난 후 강유진은 침묵하고 있었다.진도하가 옆에서 물었다.“돌아가고 싶어요?”강유진은 진도하를 쳐다보며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이내 절레절레 저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이 임주란이 자신을 속여 집으로 데려간 후 다시 꾀를 부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생각을 마친 진도하가 강유진에게 말했다.“가고 싶으면 저랑 같이 가요. 만약 그들이 속이는 거라면 제가 유진 씨를 데리고 나오면 되니까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에 또 한 번 감동하며 머리를 끄덕였다.“저 먼저 아빠한테 연락해 볼게요. 정말 기주로 오고 있는지.”“그래요.”진도하는 옆으로 가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유진은 연락을 마치고 진도하의 옆으로 다가왔다.“아빠가 정말 오고 있대요!”말을 마친 강유진의 표정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아주 오래전부터 그녀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기주의 본가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오고 있으며 무슨 일 때문인지 묻자
의아함을 품은 채 강유진은 진도하를 데리고 임주란의 서재로 향했다.진도하가 물었다.“유진 씨, 당신 삼촌 오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도하 씨도 발견했어요? 전에는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네. 저도 느꼈어요. 예전에 저를 볼 때면 항상 음침한 눈빛이었는데 방금은 눈웃음을 짓고 있었어요.”두 사람 모두 어리둥절했고 진도하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더욱 의아해졌다.게다가 응접실에서부터 할머니 임주란의 서재로 오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씨 가문 사람뿐만 아니라 하인조차도 마주치지 못했다.심지어 온 강씨 집안이 조용하다 못해 스산할 정도였다.진도하와 강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마음속 깊이 의문을 남겨둔 채 계속 임주란의 서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들은 이내 임주란의 서재에 다다랐다. 하지만 서재 문 앞에도 지키고 있는 하인이 없었다.강유진의 마음에는 불안이 덜컥 덮쳤다. 진도하가 눈치채고 슬며시 강유진의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강유진의 정서가 안정되었다.그러더니 강유진은 고개를 들고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똑! 똑! 똑!그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안에 사람이 있다면 분명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강유진이 몇 번이나 두드려도 서재 안에서는 여전히 기척이 들려오지 않았다.“할머니?”강유진이 의아해서 방문을 열려고 손을 뻗자 그저 가볍게 닿았을 뿐인데 서재의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문이 잠겨있지 않았다.강유진이 안을 한번 두리번거렸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할머니?”강유진이 다시 임주란을 부르며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할머니? 계세요?”하지만 서재 안에는 한 사람도 없었고 들려오는 대답도 없었다.바로 그때 진도하가 미세한 소리를 듣고 곧바로 서재로 들어와 소리를 따라 서재의 병풍 뒤로 왔다.병풍 뒤에 온 진도하는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임주란이 병풍 뒤의 침대에 누워 일곱
임주란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망이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임주란의 손을 꼭 잡았다.“원망하지 않아요, 할머니. 원망하지 않는다고요!”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강유진이 재차 물었다.“누구예요? 할머니를 이렇게 만든 사람.”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비쳤지만 이내 감춰버리더니 강유진을 보며 미소 지었다.“너희 아빠가 오거든 내 사인을 캐지 말라고 해다오. 내가 오랫동안 강씨 가문을 지탱해 오며 결과야 어쨌든 최선을 다했었어. 그러니까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야.”“왜요? 할머니를 해친 사람이 대체 누군데요? 제발 저에게 말해줘요!” 임주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유진아, 할머니랑 약속해 줘. 할머니 말 그대로 너희 아빠한테 전한다고.”강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꼭 저희 아빠한테 전할게요.”강유진의 확답을 받아내자, 임주란의 얼굴에 석연한 미소가 드리웠다.그리고 임주란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버렸다.임주란이 사망했다.이 광경을 본 강유진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도하 씨, 저희 할머니 좀 살려줘요. 제발!”진도하도 임주란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망할 줄 몰랐고 그로 하여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게 했다.그는 강유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유진 씨, 제발 좀 진정해요.”강유진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어린 시절 임주란의 뒤꽁무늬를 졸졸 쫓아다니던 화면만이 떠올랐다.이때 강유진은 할머니 임주란에 대한 아무런 원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진도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강유진을 바라보며 유감스러워했다.“저희가 너무 늦게 왔어요. 유진 씨 할머니의 중독 상태가 너무 심해 제가 손을 써도 살릴 수 없었어요.”진도하는 임주란을 처음 발견 했을 때 치료해 주려고 진맥을 해
“비록 가주님의 친손녀가 아니지만 가주님은 항상 유진 씨를 친손녀처럼 대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나요? 도대체 무슨 심보예요.”“강유진, 너 왜 이렇게 지독한 거야? 우리는 너희 할머니가 사적인 감정 하나 없이 오직 한 마음으로 강씨 가문을 위해 사셨다는 걸 누구나 다 알아. 그런데 넌? 할머니의 말씀도 따르지 않더니, 이제는 독살까지 서슴지 않다니!” 강씨 가문 어르신들이 끊임없이 강유진을 질타했다.강유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아니에요! 제가 할머니를 독살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제가 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온몸에 독이 퍼져 죽어가고 있었다고요!”“이 시간에, 서재에 들어온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네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야?”강재만이 불쑥 끼어들더니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강유진이 문득 고개를 들어 강재만을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친절하게 굴던 셋째 삼촌이 지금 이상하리만치 분노하고 있었다.그녀는 은연중 이상함을 느꼈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강유진은 그저 사실대로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할머니는 이미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요! 그리고 제가 왜 제 할머니를 해쳐요.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그러나 이 사람들은 강유진의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래, 좋아. 네가 한 게 아니라고 쳐. 그런데 이미 뛰쳐나갔으면서 왜 다시 기어들어 온 거야?”한 어르신이 분노하며 따지고 들자, 강유진이 계속 해명했다.“할머니가 저랑 의논할 일이 있다고 강성호를 시켜 저를 불러서 온 것뿐이라고요. 못 믿겠으면 강성호한테 물어봐요.” 강유진의 말을 듣고 어르신이 소리쳤다.“강성호, 네가 나와서 말해봐.”무리의 뒤편에 있던 강성호는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할머니가 너를 시켜 유진이를 데려오라고 한 게 맞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강성호에게로 쏠렸다. 강유진도 조마조마해서 강성호를 바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