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란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망이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임주란의 손을 꼭 잡았다.“원망하지 않아요, 할머니. 원망하지 않는다고요!”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강유진이 재차 물었다.“누구예요? 할머니를 이렇게 만든 사람.”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비쳤지만 이내 감춰버리더니 강유진을 보며 미소 지었다.“너희 아빠가 오거든 내 사인을 캐지 말라고 해다오. 내가 오랫동안 강씨 가문을 지탱해 오며 결과야 어쨌든 최선을 다했었어. 그러니까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야.”“왜요? 할머니를 해친 사람이 대체 누군데요? 제발 저에게 말해줘요!” 임주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유진아, 할머니랑 약속해 줘. 할머니 말 그대로 너희 아빠한테 전한다고.”강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꼭 저희 아빠한테 전할게요.”강유진의 확답을 받아내자, 임주란의 얼굴에 석연한 미소가 드리웠다.그리고 임주란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버렸다.임주란이 사망했다.이 광경을 본 강유진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도하 씨, 저희 할머니 좀 살려줘요. 제발!”진도하도 임주란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망할 줄 몰랐고 그로 하여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게 했다.그는 강유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유진 씨, 제발 좀 진정해요.”강유진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어린 시절 임주란의 뒤꽁무늬를 졸졸 쫓아다니던 화면만이 떠올랐다.이때 강유진은 할머니 임주란에 대한 아무런 원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진도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강유진을 바라보며 유감스러워했다.“저희가 너무 늦게 왔어요. 유진 씨 할머니의 중독 상태가 너무 심해 제가 손을 써도 살릴 수 없었어요.”진도하는 임주란을 처음 발견 했을 때 치료해 주려고 진맥을 해
“비록 가주님의 친손녀가 아니지만 가주님은 항상 유진 씨를 친손녀처럼 대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나요? 도대체 무슨 심보예요.”“강유진, 너 왜 이렇게 지독한 거야? 우리는 너희 할머니가 사적인 감정 하나 없이 오직 한 마음으로 강씨 가문을 위해 사셨다는 걸 누구나 다 알아. 그런데 넌? 할머니의 말씀도 따르지 않더니, 이제는 독살까지 서슴지 않다니!” 강씨 가문 어르신들이 끊임없이 강유진을 질타했다.강유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아니에요! 제가 할머니를 독살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제가 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온몸에 독이 퍼져 죽어가고 있었다고요!”“이 시간에, 서재에 들어온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네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야?”강재만이 불쑥 끼어들더니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강유진이 문득 고개를 들어 강재만을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친절하게 굴던 셋째 삼촌이 지금 이상하리만치 분노하고 있었다.그녀는 은연중 이상함을 느꼈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강유진은 그저 사실대로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할머니는 이미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요! 그리고 제가 왜 제 할머니를 해쳐요.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그러나 이 사람들은 강유진의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래, 좋아. 네가 한 게 아니라고 쳐. 그런데 이미 뛰쳐나갔으면서 왜 다시 기어들어 온 거야?”한 어르신이 분노하며 따지고 들자, 강유진이 계속 해명했다.“할머니가 저랑 의논할 일이 있다고 강성호를 시켜 저를 불러서 온 것뿐이라고요. 못 믿겠으면 강성호한테 물어봐요.” 강유진의 말을 듣고 어르신이 소리쳤다.“강성호, 네가 나와서 말해봐.”무리의 뒤편에 있던 강성호는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할머니가 너를 시켜 유진이를 데려오라고 한 게 맞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강성호에게로 쏠렸다. 강유진도 조마조마해서 강성호를 바
강재만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몹시 황당했다.“셋째 삼촌, 다른 사람이 저를 못 믿는 건 그렇다 쳐도 삼촌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응접실에서 할머니를 찾을 때 삼촌이 직접 저에게 할머니가 서재에 있다고 말해줬잖아요. 제가 응접실에서 서재로 오는 건 오 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언제 할머니를 해할 시간이 있단 말이에요.”강재만이 싸늘한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강유진, 아직도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거야? 내가 언제 응접실에서 너를 봤다고 그래? 언제 너에게 그런 말을 했는데? 난 오늘 여태껏 어르신들이랑 너의 혼사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어.”말을 마친 강재만의 시선이 강씨 가문 여러 어르신에게로 향하자,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재만이는 여태껏 우리랑 의논하고 있었어.”어르신들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가슴이 꽉 막혀버리는 것 같았다.분명 자신이 한 일이 아닌데 모두가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자, 강유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래요. 모두 저를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럼, 당신들은 무슨 증거로 제가 할머니를 독살했다고 증명할 셈이죠?”강재만이 재차 헛웃음을 쳤다.“무슨 증거가 필요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넌 조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계속 거부해 왔고 할머니는 계속 다그쳤잖아.”“그래서 제가 할머니를 독살했다는 말이에요?”강유진이 강재만의 말을 이어 나갔다.“맞아. 네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의 살해 동기가 이렇게 명확한데, 때마침 서재에 있었고.”강유진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누군가 그녀를 모함하고 있다. 틀림없이 그 누군가가 말이다!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강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당신들은 왜 돌연 할머니의 서재로 들이닥쳤죠? 그리고 어떻게 할머니가 때마침 돌아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강유진은 자신의 질문에 이들이 말문이 막혀 버릴 줄 알았지만, 예상 밖으로 강재만이 바로 대답했다.“네가 서재에
강유진은 강재만과 허씨 아줌마를 번갈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허씨 아줌마, 저는 당신과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데 왜 그 따위 말을 해요? 당신은 어느 눈으로 제가 할머니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먹이는 걸 봤나요?”허씨 아줌마는 고개를 들어 강유진을 보며 내심 두려웠지만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강유진 아가씨, 이제 그만 인정해요! 당신이 가주님을 해쳤잖아요.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에요!”강유진이 싸늘하게 말했다.“아줌마 제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있으면 어디 한번 내놔 봐요!”허씨 아줌마는 문밖을 가리켰다.“제가 달여온 한약이 아직도 문 앞에 있어요. 못 믿겠으면 나가봐요!”강유진은 범인이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궁금했다.강유진이 나가보려고 하자 강씨 가문 한 어르신이 말했다.“강유진, 볼 필요 없어. 내가 방금 들어올 때 문 앞에 약그릇이 놓여 있는 걸 봤어.”“하지만 그게 대체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 당신들이 오기 전에 아줌마가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잖아요? 고작 그걸로 저 아줌마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죠?”강유진은 논리를 따지며 논쟁했다.그녀는 할머니를 살해했다는 악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강유진, 허씨 아줌마의 말도 반박할 셈이야? 그녀는 우리 어머니를 곁에서 30여 년 동안 보필한 사람이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어머니를 해친다 해도 절대 그녀만은 그럴 수 없어. 바로 그런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강유진은 침묵했다.그렇다.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허씨 아줌마는 이런 일을 마주하고 절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강유진의 관점에서 볼 때 허씨 아줌마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강유진은 몹시도 억울했지만, 해명할 방법이 없었고 답답한 마음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옆에 차분히 서서 눈빛이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바로 그때 강재만이 강씨 가문 어르신들을 향해 말했다.“강유진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일단 가둬두고 새 가주가
강재만이 거절하자 강석봉은 미리 말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강재만을 설득했다.“재만아, 가주 자리는 네가 아니면 안 돼. 만약 가주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너에게 그 자리를 인계해 줬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옆에서 거들었다.“맞아, 재만아. 강씨 가문 가주 자리는 네 것이어야 만해. 우리 모두 너를 믿어 의심치 않아. 강씨 가문은 너의 인솔하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거야.”“그래. 네가 강씨 가문에 있는 동안 너의 능력은 우리가 모두 보아왔어. 더구나 우리 강씨 가문 직계 중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게다가 너의 어머니가 가주 자리에 있을 때도 강씨 가문은 괜찮게 발전했고 말이야. 난 네가 너의 어머니 못지않을 거라고 믿어.”모두가 자신을 지지하자 강재만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명쾌하게 대답했다.“모두가 저를 이렇게 지지하시니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보증할 수 있어요. 강씨 가문은 앞으로 제 인솔하에 나날이 휘황찬란해질 것이며 매해 여러분에게 배분되는 이익 또한 배가 될 것입니다.” 강재만의 연설이 끝나고 모두가 그를 축하하려고 할 때 가장 연배가 많은 어르신, 강석환이 나섰다.“난 반댈세!”그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강석봉이 물었다.“석환이 형님, 강재만 보다 더 좋은 후보가 있단 말씀입니까?”강석환이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물론이지.”“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강석봉이 재차 물어오자, 강석환이 강석봉을 흘겨보며 말했다.“자네들, 강씨 가문의 직계에 강재용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나.”그 말을 들은 강석봉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허허... 재용이도 확실히 우리 강씨 가문 직계라지만 강씨 가문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났고 우리는 지금 그의 능력도 모르지 않습니까. 더구나 그는 지금도 성운시에 있는데 어떻게 당장 눈앞에 닥친 급한 불을 끈단 말입니까. 설마 지금이라도 데려다 가주 자리에 앉혀야 한단 말입니
말이 끝나자, 서재로 걸어 들어오는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그들은 바로 강유진의 아버지, 강재용 그리고 둘째 삼촌, 강재호 마지막으로는 백 선생이었다.그들이 서재로 들어온 후 강재용은 먼저 임주란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절했다.그리고 강재용은 모두의 앞으로 다가갔다.강유진은 아버지를 보자 서럽게 불렀다.“아빠!”강재용은 애지중지하는 눈빛으로 자기 딸을 바라보았다.“우리 딸, 괜찮아. 아빠가 왔으니, 누구도 너를 모함하지 못해!”바로 그때 강재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강재용, 지금 와서 뭘 어쩌려는 건데?”강재용은 강재만을 쳐다보며 말했다.“재만아, 너 예의는 밥 말아먹은 거냐? 형한테 무슨 말버릇이야?”강재만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강재용은 강재만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어르신들을 향해 말했다.“제가 오늘 온 것은 강씨 가문 가주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서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서재 안이 떠들썩해졌다.강석봉이 질의했다.“강재용, 너 수년 동안 강씨 가문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다가 불쑥 찾아와 가주 자리를 이어받겠다니? 세상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그러니까 말이야. 네가 뭔데 다짜고짜 가주 자리를 내놓으라 말아야?”“수년 동안 넌 성운시에 있으며 강씨 가문을 위해 아무런 헌신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자격으로 가주 자리를 이어받는다는 거냐?”강재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어르신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재용 옆에 있던 강재호가 참지 못하고 분노하며 소리쳤다.“무슨 자격으로? 바로 형이 적자라는 자격으로요!”이 말이 나오자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렇다. 원칙대로 라면 강재용은 강씨 가문 적자로써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 그 자리를 물려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의 아버지는 그 결정을 물리고 임주란에게 가주 자리를 넘겼다.강재호의 불같은 성격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그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리더니 모두를 쏘아보며 말했다.“
“이 이유만으로도 넌 강씨 가문 가주가 될 자격이 없어.”강재용은 그 말을 듣고 화도 내지 않고 강석봉을 보며 말했다.“증거도 없으며 함부로 말하지 마시죠. 당신들이 제 딸이 어머님을 살해했다고 하면 진짜 제 딸이 살해한 게 되는 겁니까? 그럼 전 당신이 했다고 말하고 싶네요!”강석봉은 안색이 굳어버리더니 뒤로 물러났다.이때 강재만이 어쩔 수 없이 나섰다.“강재용, 사람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 강씨 가문은 네가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내가 권고하는데 당장 성운시로 돌아가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니까.”“그래?”강재용이 강재만의 옆으로 다가가 강재만의 뺨을 후려쳤다.짝!“몇 번 말해, 예의를 지키라고! 더 이상 예의 없이 굴면 가만 안 놔둘 거니까. 그때 가서 나를 원망하지 마.”강재용은 손바닥에 힘을 가득 실었으며 강재만은 무방비 상태에서 뺨을 맞고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그가 이를 갈며 강재용을 바라보자, 강재용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불만 있어?”강재만은 헛웃음을 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강씨 가문에서 연세가 제일 많은 어르신, 강석환이 앞으로 나섰다.“모두 그만들 싸우게나. 여기서 연세가 제일 많은 사람으로서 내가 공정하게 판단해 보겠네.”“네, 석환이 삼촌. 말씀하세요.”강재용이 조금 전 기세를 싹 거두고 예의 바르게 말하자 강재만도 상황을 보더니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석환 삼촌, 말씀하세요.”강석환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나도 어느 정도 눈치챘어. 자네들, 재용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재만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어, 맞지?”“맞습니다.”모두가 일제히 대답하자 강석환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나. 우선 가주를 살해한 범인을 색출하고 강유진이 범인이 아니라면 강씨 가문 관습에 따라 적자인 강재만이 가주 자리를 이어받는 거로 하고.”말하던 강석환이 잠시 멈추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모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서재 안의 모든 사람들이 진도하를 쳐다보았다.강석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자네 말은...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뜻인가?”“맞습니다!”진도하는 차분하고 여유 있게 현장을 훑었다.조금 전 그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처음에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임주란이 죽기 직전에 했었던 말을 떠올리자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범인이 누구인가?”강석환과 강재용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진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강재만을 가리키며 외쳤다.“범인은 바로 저 사람이에요!”놀란 강재만은 화를 냈다.“개소리 치지 마! 내가 어떻게 내 엄마를 죽여?!”진도하는 가만히 웃을 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강석봉이 옆에서 야유했다.“진도하, 자네 정신 나갔어? 머리로 생각해 봐도 재만이가 범인일 수 없다는 걸 알 거야. 자기 엄마를 죽이는 사람 봤어?”강석환은 원래 진도하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그가 강재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순간 흥미를 잃었다. 그는 진도하에게 말했다.“자네가 유진의 누명을 벗기려 조급한 건 알겠는데... 적어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그는 강씨 가문의 최고령자로서 강재만의 편을 들고 싶지만 자신 만의 원칙도 있는 터라 공평을 추구했다.그것이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였다.강석환은 이어서 말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재만이와 그의 어머니 사이가 각별한 걸 알아. 재만이는 지 어머니를 죽였을 리가 없어.”진도하는 다시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만약 예전이었으면 강재만 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일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임 가주님께서 일부러 가주 자리에서 내려와 유진 씨의 아버님을 가주로 앉혔으니 강재만 씨에게 살인 동기가 생기지 않았을까요?”이만큼 말하고 진도하는 잠시 멈추고 현장을 훑어보며 말했다.“강재만 씨가 얼마나 가주가 되고 싶어 했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