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도하가 계속해서 말했다.“증거를 원하셨죠? 좋습니다. 지금 증거를 드리죠.”모든 사람들이 진도하를 쳐다보았다.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제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임 가주님 몸에 있는 독은 칠성해당입니다. 제련을 거쳐 색도 없고 맛도 없는데 복용하게 되면 30분 내지 한 시간 사이에 바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이 독에 특별한 점이 있는데 복용한 다음 20분 안에는 신의의 치료를 받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면 신이 와도 구하지 못합니다.”이때 진도하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못 믿으시겠으면 신의를 불러오셔서 이 독이 칠성해당이 맞는지 검증해 보세요.”진도하의 말을 듣고 강석환은 즉시 재촉했다.“어서 가서 유 선생을 불러와!”강석봉은 코웃음을 쳤다.“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지, 무슨 독인지 맞혀라고 하진 않았어. 임 가주님의 몸에 퍼진 독이 칠성해당이 맞다고 해도 뭘 의미하지?”진도하는 강석봉을 흘끗 쳐다보고 말했다.“왜 자꾸 조급해하세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요.”그리고 그는 장난스럽게 강석봉을 쳐다보고 말했다.“혹시 그쪽이 범인인가요? 매번 그렇게 급하게 저의 말을 끊는 걸 보니 그럴 수 있을 것 같네요.”당황한 강석봉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이때 유 선생이 다급히 서재로 뛰어왔다.그가 서재에 도착하자 강석환이 말했다.“유 선생, 가주님 몸에 퍼진 게 칠성해당이 맞는지 진단해 주게.”유 선생은 숨을 헐떡이며 바로 서재의 병풍 뒤로 가서 진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병풍 뒤에서 나오며 말했다.“맞습니다. 임 가주님은 칠성해당에 중독되셨습니다.”유 선생의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도하가 정확하게 맞혔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진도하는 아주 만족했다.그가 말했다.“이제 여러분은 임 가주님의 몸에 퍼진 독이 칠성해당이란 걸 알았으니 앞으론 쉬워질 겁니다. 유진 씨와 제가 강씨 본가 마당에 들어선 건 네시쯤이었습니다. 강씨 본가 문 앞과
“아닙니다. 이것도 단지 저의 추측일 뿐, 당연히 증거라고 할 수 없습니다.”진도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그는 강석봉을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정말 저한테 증거가 없을 거라 생각하세요?”강석봉은 개의치 않아 하며 말했다.“증거가 있으면 빨리 내놓기나 해. 우물쭈물거리며 우리 시간 낭비라지 말고.”“맞아요. 증거가 있으면 얼른 내놔요.”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도 그를 재촉했다.강재만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날 모함하겠으면 증거나 내놓고 말해. 그렇지 않으면 난 널 가만 두지 않을 거야.”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급해하지 마세요. 당장 증거를 내놓아 당신의 가면을 벗겨 버리겠어요.”강재만은 콧방귀를 뀌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진도하가 이어서 말했다.“혹시 다들 생각해 보셨어요? 도대체 임 가주님은 자원적으로 독을 마신 걸까요, 아니면 협박당해서 독을 삼킨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독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그 물음에 사람들은 생각에 잠겼다.“제 생각에 임 가주님이 어떻게 독을 삼키셨든 그 뒤에 자신이 중독되었단 걸 알아차렸겠죠?”“맞아요. 칠성해당을 복용한 사람은 1분 안에 간과 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유 선생이 나서서 말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말했다.“그렇다면 왜 여러분은 임 가주님의 비명을 듣지 못했을까요? 임 가주님은 왜 침대에 조용히 누워서 죽음을 기다렸을까요?”진도하도 조금 전에 이 문제의 답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들을 깨달은 다음 그는 강재만이 범인이란 걸 더 확신하게 되었다.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진도하는 자문자답하듯 말했다.“임 가주님은 아예 도움을 요청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친자식이 자신을 해한 걸 알고 난 뒤 속상한 마음이 커서 저항할 생각도 없었거든요.”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생각에 잠겼다.강재만이 벌컥 성을 냈다.“개소리 치지 마. 헛소리 그만 지껄일 수 없어? 얼른 증거나 내놓으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난 가만히
강석환은 강석봉을 흘끗 쳐다보더니 아무 체면도 봐주지 않고 바로 호통쳤다.“넌 닥쳐.”순간 강석봉은 얼굴이 붉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석환이 이어서 말했다.“재만아, 네가 협조했으면 좋겠어. 만약 네가 정말 결백하다면 난 진도하를 강씨 저택에서 쫓아낼 거야. 그리고 당장 모든 어르신들한테 연락을 드려 너를 강씨 가문의 새 가주로 임명할 거야.”강석환의 말을 들은 강재만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그는 무서울 정도로 침울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았다.강석환은 강재만의 눈빛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의 몸을 수색했다.곧바로 그는 강재만의 몸에서 십여 개의 약병을 발견했다.십여 개의 약병에서 몇 개는 크기와 모양이 똑같아 어느 것이 독약을 담고 있는 건지 분별하기 어려웠다.그러자 강석환은 난감했다.이때 진도하가 손가락으로 한 약병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안에 독약이 들어 있어요.”강재만은 진도하가 짚은 약병을 보더니 표정이 급변했다.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진도하는 차갑게 웃으며 약병을 유 선생에게 건넸다.“선생님, 여기 안에 칠성해당 독약이 들어 있는지 검사해 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유 선생이 말했다.“맞습니다. 이 병 안에 든 것은 전부 칠성해당 독약입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난스럽게 강재만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제 어떻게 변명하실 거죠?”강재만은 처음에 당황하다가 이내 차분해졌다. 그는 기세 등등 하게 진도하를 쳐다보며 말했다.“변명할 거 없어. 알 사람은 다 알 거야. 내가 모함당했다는 걸. 이 약병은 무조건 네가 내 옷 안에 숨겨 놓은 걸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많은 약병에서 어떻게 단번에 칠성해당이 든 약병을 찾아낸 거지? 이 약병이... 네가 내 옷에 넣은 거라면 말이 되지!”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인정 안 할 거예요?”강재만이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나에게 누명 씌울 마음만 먹으면 그 구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말을 마친 후 그는 돌아
강재만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진도하, 네게 증거가 있다면 증거를 내놓고 말해. 없으면 당장 닥쳐!”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좋아요.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이어서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다.“평소에 강씨 본가에서 누가 임 가주님의 안전을 지켜드리죠?”진도하의 물음에 사람들은 의아해했고, 그는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바로 고수 형님입니다! 형님은 폐관 수련할 때 빼고 평소엔 가주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사람들의 반응을 보자 진도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그런데 가주님이 해를 당하셔서 여러분들도 다 왔는데 왜 고수 형님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했다.“그러게, 왜 고수 형님은 안 왔을까?”“이 시간에 고수 형님은 폐관 수련 중이 아닐 텐데, 가주님 곁에 있어야 하잖아!”그들뿐만 아니라 강석환도 진도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서재에 온 뒤로 확실히 강고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했다.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하지만 강재만과 강석봉의 얼굴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진도하는 강재만과 강석봉을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두 분은 고수 형님이 어디 있는지 알죠?”강석봉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말했다.“당신들이 강고수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렇지 않아요?”“그래요?”진도하가 웃었다.강석봉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때 강재만도 진도하를 쳐다보고 있었다.진도하가 말했다.“마지막 기회를 드리죠. 직접 밝히세요. 아니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가 두 분이 꾸민 일을 말할 거니까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마요.”강재만과 강석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강재만이 말했다.“우린 강고수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 오늘 본 적도 없어. 네가 알고 있으면 밝혀 봐.”“좋아요.”진도하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돌아서서 강석환에게 말했다.“강씨 저택에 지하 감옥이 있죠?”강석환은 진도하가 강씨 저택의 지하 감옥을 알고 있는
그들은 곧 강석환의 안내하에 지하에 있는 감옥 입구에 도착했다.그곳은 저택 안에 있는 가짜 산처럼 만들어진 곳이었고 그는 이 가짜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가짜 산을 옮기면 바로 입구야.”그는 스스로도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이 가짜 산은 시멘트 공사로 지하 감옥 입구와 연결돼 있기에 강씨 가족들이 모르게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진도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가짜 산의 위치는 강씨네 집 마당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있고 주위에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기 때문에 들어가려고 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다.순간 진도하는 이 지하 감옥에 어쩌면 다른 입구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하지만 그는 혼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가짜 산 옆으로 가서 몸속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이용해 온 힘을 다해 가짜 산을 힘차게 내리쳤다. 펑!순간 가짜 산이 붕괴되더니 폭 5m 정도의 입구가 그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진도하는 몸을 날려 그곳에 뛰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더니 말했다. “강재만, 강석봉, 당당하면 도망가지 말고 우리와 같이 가시죠?”이 말에 모든 사람들이 강재만과 강석봉을 쳐다보았고 두 사람은 한 번 눈을 맞추더니 서로의 생각을 바로 읽었다.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에 진도하와 함께 지하 감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이 들어간 후, 강석환, 강재용, 강재호, 백 어르신도 그들의 뒤를 따라 지하 감옥에 들어갔다.모두가 지하 감옥에 들어온 것을 본 후에야 진도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하 감옥 안은 어둡고 습했지만 안에는 방이 열 개 이상 있을 정도로 매우 넓었다.강석환은 사람들을 이끌고 감옥의 방마다 일일이 다 확인했지만 강고수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강 고수가 여기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나? 왜 아무도 없어?”옆에 있던 강석봉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물었다.진도하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피식 웃으며
강고수는 수옥에 갇힌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강씨 집안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나마 강유진이 제일 먼저 정신 차리고 한달음에 달려가 외쳤다.“고수 오빠, 괜찮아요? 정신 차려봐요!”강씨 가문의 기타 가족들도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하고 주위에 우르르 몰려들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강고수는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지만 강씨 집안 괴물인 데다가 또 사람이 정직해 대인관계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웬일인지 오늘따라 사람들이 유달리 강고수를 걱정하고 있다.강고수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그의 평소의 우렁찬 목소리와 달리 오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모깃소리를 내고 있었다.강유진은 처음에 강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강고수를 물에서 건져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고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두 개의 쇠사슬이 강고수의 어깨뼈를 뚫고 지나가 조금만 움직여도 강고수는 괴로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어떻게 해야 할까...”강유진의 초조한 얼굴을 본 진도하는 강유진 옆에 다가오더니 말했다.“조급해하지 말고 나만 믿어요.”진도하는 강고수에게 다가가 단약이 들어있는 몇 개의 병을 꺼내 그 안에서 한 알씩 꺼내더니 강고수에게 먹였다.이 단약 들에는 지혈이 되는 것도 있고 기를 보충하는 것도 있었다. 한 마디로 모두 강고수 현재 몸 상태에 도움이 되는 약들이다.단약을 삼킨 강고수의 상태가 조금 좋아지는 것을 보고 진도하가 입을 열었다.“고수 씨 몸에 박힌 쇠사슬을 제거할 테니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네, 알겠어요.” 강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어 진도하는 반걸음 뒤로 물러난 뒤 몸 안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움직여 첫 번째 쇠사슬을 쪼갰다.철컹!쇠사슬이 끊어지면서 새빨간 피가 강고수의 상처에서 흘러나왔다.아까부터 준비하고 있던 진도하는 은침을 꺼내 피가 나오는 상처를 빠르게 막았
그 후, 진도하는 모든 지각력을 소리가 나는 지하로 집중했다.이런저런 일련의 상황을 생각한 후, 진도하는 지하에 있는 사람이 바로 강 고수임을 확정지었다.강재만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진도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그 모습을 본 진도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강고수가 이 모양이 된 게 당신과 상관이 없다고요?”그 말에 강재만은 깜짝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강고수는 무성이잖아. 내가 어떻게 강고수를 상대할 수 있어? 게다가 강고수는 우리 강씨 집안의 괴물이야. 내가 어떻게 감히 강씨 집안의 괴물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진도하는 강재만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입만 살아있네요!”바로 이때, 강고수가 들것에 실려 서재에 들어왔다.진도하가 준 단약과 또 그의 혈 자리를 제대로 봉인한 은침 덕분에 그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물론 얼굴은 창백했지만 말을 할 때 이제는 숨이 차 헐떡이지 않았다.진도하는 강석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강고수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지금 물어보세요.”진도하의 말에 강석환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고수에게 물었다.“고수야, 도대체 누가 너를 가둔 거야?”그러자 강재용도 한발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순간 강고수의 얼굴에 살기가 불타올랐고 그는 한숨 길게 쉬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저와 임 가주가 서재에서 상의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한 번 나가 봤어요. 하지만 밖에 나가도 별 이상한 소리의 근원을 정확히 찾지 못했죠. 하지만 그때 내가 이미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몸속의 내공도 미친 듯이 빠져나가고 있었고요.”여기까지 말한 강고수는 격앙된 감정으로 강석봉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이에요!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의 내공을 전부 다 소모한 후에 갑자기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등 뒤에서 나를 때려 기절시켰어요. 정신을 다시 차
강석봉은 두 손을 앞으로 팔짱을 끼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어디 증거 한 번 가져와 봐.”강고수는 다시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때, 나는 내공을 소진했지만 그 사람이 뒤에서 나를 습격할 때, 나는 그 사람의 팔을 잡았어요. 아마 지금도 그 사람의 팔에 멍이 있을 거예요.”강고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석봉은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조금 전처럼 여유롭지 않았다.강고수는 강석봉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당당하면 팔을 거두어 모두에게 보여주세요.”이 말을 들은 강석봉은 반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인생 경험이 많은 강석환 또한 강석봉이 제 발 저려 하는 모습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그를 향해 호통쳤다. “너 같은 것도 강씨 집안 어른이라고! 강씨 집안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저...”강석봉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고 강석환은 계속 그를 향해 화를 냈다. “네가 정말 결백하다면 팔을 거둬 여기 사람들에게 보여줘!”강석봉은 만약 자신이 계속 팔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람들의 분노는 한층 격해질 것이고 그럼에도 계속 거절한다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서서 강제로 자기 팔을 드러내게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 진도하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석봉은 천천히 소매를 위로 거뒀지만 반만 올리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강석환은 다시 한번 언성을 높였다.“팔 전체를 다 드러내!”강석봉은 어쩔 수 없이 두 팔을 모두 걷을 수밖에 없었다.순간, 사람들은 강석봉의 왼쪽 팔뚝에 선명한 멍 자국이 있는 것을 보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섯 손가락 자국까지 선명히 보였다. 이를 본 강석환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강석봉, 너 정말 멍청해! 강고수는 우리 강씨 집안의 괴물이고 젊은 세대 중에서도 걸출한 사람이야. 그리고 우리 강씨 집안의 미래이지. 그런데 감히 강고수를 죽이려 하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강석봉은 순간 몇십 살은 더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