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로와 그의 뒤에 있던 태서경 고수 열 명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잘난 척하는 거야?”조 장로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진도하를 쳐다보았다.그는 진도하가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잘난 척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총 11명의 태서경 고수이다. 진도하가 설사 응단경이라고 해도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버겁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덤벼.”조 장로가 쉴새 없이 지껄이는 것을 본 진도하는 짜증 나는 듯한 얼굴을 하고 무심하게 내뱉었다. 그의 말투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진도하는 정말 조 장로 같은 사람이 안중에도 없는 걸까.“좋아,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너의 소원대로 해 주지! 하하...” 말을 마친 조 장로는 뒤에 있던 태서경의 고수 열 명에게 눈짓했다.“죽어!”열한 명의 태서경의 고수들이 동시에 진도하를 향해 움직였다.이를 본 강유진은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다.“도하 씨, 조심해요!”강유진은 자기 일로 진도하가 또 위험에 빠지게 된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을 돌아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그러고는 이내 돌아서서 조 장로를 바라보며 외쳤다.“잘 오셨네만... 당신들의 속도가 좀 느리군요!”자신감이 넘치는 조 장로와 뒤에 있는 10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진도하의 가까이에 와서 싸우려고 했다.제일 먼저 진도하 가까이에 다가간 사람은 조 장로였다.조 장로의 주먹이 가까이 다가오자 진도하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들어 바로 막았다.퍽!그들의 전술에는 전부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부딪혀도 큰 에너지 파동을 일으켰다.진도하는 손을 들어 조 장로의 주먹을 막는 동시에 그의 배를 걷어찼다.“악!”조 장로는 통증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고 몸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털썩!그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고 일어나려는 순간 자신의 갈비뼈 두 개가 이미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조 장로
이 주먹 한 방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했고 속도도 매우 빨랐다.“악!”맞은 사람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더니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몇 초 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후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어... 태서경이 이제 10명 남았네요.”진도하의 담담한 말투에 조 장로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진도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태서경의 고수 한 명을 죽일 정도로 단호하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진도하는 말을 하면서도 이미 다른 한 명을 향해 극도로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 주먹에 맞은 다른 한 명의 태서경 고수는 조금 전과 똑같은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숨졌다. “당신들에게 이제 9명의 태서경이 남아 있어요.” 말을 하는 진도하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마치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그 자리에 무심하게 서서 조 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조 장로는 이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다급히 외쳤다.“빨리, 빨리, 우리도 빨리 덤벼요. 그래야만 우리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어요! 만약 하나하나 공격하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 모두 다 죽을 거예요!”사실 이 말은 굳이 조 장로가 하지 않아도 8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동시에 진도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조 장로는 그 틈을 타 바닥에서 일어나 강유진 쪽으로 갔다.그는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9명의 태서경 고수라 할지라도 진도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때에야 비로소 그는 경지와 경지 사이의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그래서 그는 차라리 강유진을 먼저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강유진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으면 진도하도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한편 조 장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강유진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소리 질렀다. “조 장로, 감히 저를 건드리시려고요?”순간 조 장로는 그 자리에 멈칫했다.그녀의 말이 맞다. 만약 강유진을 건드렸을 때 나중에 혹시라
조 장로는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무형의 힘이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느꼈고 조금만 힘을 더 가하면 가차 없이 부러지리라는 것을 알았다.그 순간 그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사... 살려줘!”조 장로가 급히 자비를 구했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고 진도하는 그의 목을 밟아 부러트렸다.그 이유는 강유진이 다시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 장로가 겁을 상실하고 감히 강유진을 들먹이며 자신을 위협하려 한 것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싸늘한 헛웃음을 짓던 진도하는 돌아서서 남은 여덟 명의 태서경 고수들을 보았다.“당신들도 죽고 싶어요?”이 여덟 명의 태서경 고수들은 서로 시선을 한번 주고받더니 일제히 진도하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진도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들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분명 진도하가 응단경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게다가 진도하의 진짜 실력은 금단경이었고 절대 그들이 두려울 수 없었다.이번에 진도하는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지 않았고 바로 공격을 퍼부으며 그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삼 초가 지나자, 바닥에는 세 구의 시체가 늘어났다.나머지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는 이 광경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져서 제자리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진도하가 분노하며 소리쳤다.“당장 안 꺼져?”그는 모조리 죽여버릴 마음이 없었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고 했다.하지만 나머지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는 그의 호의를 마다하고 서로 다시 시선을 주고받더니 또 한 번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당신들... 정말 죽음을 자초하네?”진도하는 벌컥 화내더니 다시 공격했다.이 다섯 명의 태서경 고수들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그들의 가족이 아직 조씨 가문에 있는데 만일 조 장로는 죽고 그들만 살아서 돌아간다면 가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며 차라리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며 그럴 바에야 목
강성호가 정원 밖에서 외쳤다.“할머니가 누나더러 왔다 가래요.”“안 간다고 할머니한테 전해줘.”그 말을 들은 강유진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강성호가 다시 외쳤다.“할머니께서 누나가 돌아오면 잘못을 묻지 않겠대요. 그리고 더는 조씨 가문에 시집가라고 강박하지도 않겠대요.”강유진은 망설였고 강성호는 강유진이 믿지 않는 줄 알고 계속 외쳤다.“진짜예요. 할머니는 더 이상 누나를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나의 아버지가 지금 강 씨 본가로 오는 중이시래요.”“우리 아빠가 온다고?”강유진은 아버지가 오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네. 강재용 삼촌이 금방 도착할 거예요.”“알았어. 너 먼저 돌아가.”“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빨리 와야 해요. 아니면 할머니가 또 저를 훈계한단 말이에요.”강성호는 그 말을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그는 돌아가는 길에 투덜거렸다.“재만이 삼촌도 참 전화하면 될 걸 왜 나더러 직접 전하러 갔다 오라고 하는 거야.”...별장 내.강성호가 자리를 떠난 후 강유진은 침묵하고 있었다.진도하가 옆에서 물었다.“돌아가고 싶어요?”강유진은 진도하를 쳐다보며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이내 절레절레 저었다.진도하는 강유진이 임주란이 자신을 속여 집으로 데려간 후 다시 꾀를 부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생각을 마친 진도하가 강유진에게 말했다.“가고 싶으면 저랑 같이 가요. 만약 그들이 속이는 거라면 제가 유진 씨를 데리고 나오면 되니까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에 또 한 번 감동하며 머리를 끄덕였다.“저 먼저 아빠한테 연락해 볼게요. 정말 기주로 오고 있는지.”“그래요.”진도하는 옆으로 가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유진은 연락을 마치고 진도하의 옆으로 다가왔다.“아빠가 정말 오고 있대요!”말을 마친 강유진의 표정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아주 오래전부터 그녀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기주의 본가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오고 있으며 무슨 일 때문인지 묻자
의아함을 품은 채 강유진은 진도하를 데리고 임주란의 서재로 향했다.진도하가 물었다.“유진 씨, 당신 삼촌 오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도하 씨도 발견했어요? 전에는 저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네. 저도 느꼈어요. 예전에 저를 볼 때면 항상 음침한 눈빛이었는데 방금은 눈웃음을 짓고 있었어요.”두 사람 모두 어리둥절했고 진도하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더욱 의아해졌다.게다가 응접실에서부터 할머니 임주란의 서재로 오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씨 가문 사람뿐만 아니라 하인조차도 마주치지 못했다.심지어 온 강씨 집안이 조용하다 못해 스산할 정도였다.진도하와 강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마음속 깊이 의문을 남겨둔 채 계속 임주란의 서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들은 이내 임주란의 서재에 다다랐다. 하지만 서재 문 앞에도 지키고 있는 하인이 없었다.강유진의 마음에는 불안이 덜컥 덮쳤다. 진도하가 눈치채고 슬며시 강유진의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강유진의 정서가 안정되었다.그러더니 강유진은 고개를 들고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똑! 똑! 똑!그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안에 사람이 있다면 분명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강유진이 몇 번이나 두드려도 서재 안에서는 여전히 기척이 들려오지 않았다.“할머니?”강유진이 의아해서 방문을 열려고 손을 뻗자 그저 가볍게 닿았을 뿐인데 서재의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문이 잠겨있지 않았다.강유진이 안을 한번 두리번거렸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할머니?”강유진이 다시 임주란을 부르며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할머니? 계세요?”하지만 서재 안에는 한 사람도 없었고 들려오는 대답도 없었다.바로 그때 진도하가 미세한 소리를 듣고 곧바로 서재로 들어와 소리를 따라 서재의 병풍 뒤로 왔다.병풍 뒤에 온 진도하는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임주란이 병풍 뒤의 침대에 누워 일곱
임주란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망이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임주란의 손을 꼭 잡았다.“원망하지 않아요, 할머니. 원망하지 않는다고요!”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강유진이 재차 물었다.“누구예요? 할머니를 이렇게 만든 사람.”강유진의 말을 들은 임주란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비쳤지만 이내 감춰버리더니 강유진을 보며 미소 지었다.“너희 아빠가 오거든 내 사인을 캐지 말라고 해다오. 내가 오랫동안 강씨 가문을 지탱해 오며 결과야 어쨌든 최선을 다했었어. 그러니까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야.”“왜요? 할머니를 해친 사람이 대체 누군데요? 제발 저에게 말해줘요!” 임주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유진아, 할머니랑 약속해 줘. 할머니 말 그대로 너희 아빠한테 전한다고.”강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꼭 저희 아빠한테 전할게요.”강유진의 확답을 받아내자, 임주란의 얼굴에 석연한 미소가 드리웠다.그리고 임주란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버렸다.임주란이 사망했다.이 광경을 본 강유진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도하 씨, 저희 할머니 좀 살려줘요. 제발!”진도하도 임주란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망할 줄 몰랐고 그로 하여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게 했다.그는 강유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유진 씨, 제발 좀 진정해요.”강유진은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어린 시절 임주란의 뒤꽁무늬를 졸졸 쫓아다니던 화면만이 떠올랐다.이때 강유진은 할머니 임주란에 대한 아무런 원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진도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는 강유진을 바라보며 유감스러워했다.“저희가 너무 늦게 왔어요. 유진 씨 할머니의 중독 상태가 너무 심해 제가 손을 써도 살릴 수 없었어요.”진도하는 임주란을 처음 발견 했을 때 치료해 주려고 진맥을 해
“비록 가주님의 친손녀가 아니지만 가주님은 항상 유진 씨를 친손녀처럼 대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나요? 도대체 무슨 심보예요.”“강유진, 너 왜 이렇게 지독한 거야? 우리는 너희 할머니가 사적인 감정 하나 없이 오직 한 마음으로 강씨 가문을 위해 사셨다는 걸 누구나 다 알아. 그런데 넌? 할머니의 말씀도 따르지 않더니, 이제는 독살까지 서슴지 않다니!” 강씨 가문 어르신들이 끊임없이 강유진을 질타했다.강유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아니에요! 제가 할머니를 독살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제가 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온몸에 독이 퍼져 죽어가고 있었다고요!”“이 시간에, 서재에 들어온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네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야?”강재만이 불쑥 끼어들더니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강유진이 문득 고개를 들어 강재만을 쳐다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친절하게 굴던 셋째 삼촌이 지금 이상하리만치 분노하고 있었다.그녀는 은연중 이상함을 느꼈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강유진은 그저 사실대로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할머니는 이미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요! 그리고 제가 왜 제 할머니를 해쳐요.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그러나 이 사람들은 강유진의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래, 좋아. 네가 한 게 아니라고 쳐. 그런데 이미 뛰쳐나갔으면서 왜 다시 기어들어 온 거야?”한 어르신이 분노하며 따지고 들자, 강유진이 계속 해명했다.“할머니가 저랑 의논할 일이 있다고 강성호를 시켜 저를 불러서 온 것뿐이라고요. 못 믿겠으면 강성호한테 물어봐요.” 강유진의 말을 듣고 어르신이 소리쳤다.“강성호, 네가 나와서 말해봐.”무리의 뒤편에 있던 강성호는 어르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할머니가 너를 시켜 유진이를 데려오라고 한 게 맞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강성호에게로 쏠렸다. 강유진도 조마조마해서 강성호를 바
강재만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몹시 황당했다.“셋째 삼촌, 다른 사람이 저를 못 믿는 건 그렇다 쳐도 삼촌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응접실에서 할머니를 찾을 때 삼촌이 직접 저에게 할머니가 서재에 있다고 말해줬잖아요. 제가 응접실에서 서재로 오는 건 오 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언제 할머니를 해할 시간이 있단 말이에요.”강재만이 싸늘한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강유진, 아직도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거야? 내가 언제 응접실에서 너를 봤다고 그래? 언제 너에게 그런 말을 했는데? 난 오늘 여태껏 어르신들이랑 너의 혼사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어.”말을 마친 강재만의 시선이 강씨 가문 여러 어르신에게로 향하자,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재만이는 여태껏 우리랑 의논하고 있었어.”어르신들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가슴이 꽉 막혀버리는 것 같았다.분명 자신이 한 일이 아닌데 모두가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자, 강유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래요. 모두 저를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럼, 당신들은 무슨 증거로 제가 할머니를 독살했다고 증명할 셈이죠?”강재만이 재차 헛웃음을 쳤다.“무슨 증거가 필요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넌 조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계속 거부해 왔고 할머니는 계속 다그쳤잖아.”“그래서 제가 할머니를 독살했다는 말이에요?”강유진이 강재만의 말을 이어 나갔다.“맞아. 네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의 살해 동기가 이렇게 명확한데, 때마침 서재에 있었고.”강유진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누군가 그녀를 모함하고 있다. 틀림없이 그 누군가가 말이다!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강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당신들은 왜 돌연 할머니의 서재로 들이닥쳤죠? 그리고 어떻게 할머니가 때마침 돌아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강유진은 자신의 질문에 이들이 말문이 막혀 버릴 줄 알았지만, 예상 밖으로 강재만이 바로 대답했다.“네가 서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