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수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오수하는 어느새 주천록 옆까지 다가왔고 그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주천록은 깜짝 놀랐다.그는 오수하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움직일 줄은 생각도 못 했고, 그것도 종사경에서 가장 강한 실력으로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같은 종사경인 주천록조차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공격을 막아내려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발 늦었다.주천록은 최대한 몸을 움직여 급소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오수하가 가한 일격은 주천록의 어깨에 단단히 박혔다.퍽!주천록은 바로 시뻘건 피를 토했다.주천록은 위 속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최대한 짓누르고 있었고 몸을 뒹굴며 외쳤다. “이놈아, 감히 나를 기습해?”장내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경멸하듯 말했다.“오가의 천재라더니 정말 비열하네요!”그러나 어떤 사람은 오히려 오수하의 편을 들며 말했다. “기습하지 말라는 규정도 없을 텐데요? 그러면 두 사람이 맞붙기 전에 서로 공격 시작이라고 인사라도 해야 합니까? 허허, 경기장에 들어간 이상 규정만 어기지 않으면, 공격해서 이긴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겁니다.”물론 이 말에 일리는 있지만 이런 행동은 뭔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줬다.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한마디 보탰다. “전쟁에 나가 죽여버려야 하는 적도 아닌데 규정에 없다고 기습을 한다고요? 정말 수치스럽네요! 종사로서의 품격이 전혀 없어요. 무술 고수대회가 여러 해 열리는 동안 이번과 같은 기습은 처음입니다. 허허… 내가 봤을 때 오수하의 경계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이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양측의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사실 누구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었다.진도하도 오수하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전쟁 속에서 서로 속이고 죽이는 상황을 많이 봤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자신의 인성을 잃는 것도 자주 겪었었다.그래서 오수하의
주천록은 깜짝 놀라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공격은 그대로 주천록의 가슴을 강타했다.퍽!큰 소리와 함께 주천록은 경기장 밖으로 내팽개쳐졌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비겁해!”주씨 집안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오수하에게 따지려고 대회장 안으로 우르르 달려갔지만 주위의 안전요원에 의해 가로막혔다.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음속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일단 먼저 주천록을 밖으로 부추겨 나와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대회장 안에 소동이 발생했다.“세상에! 오수하, 너무 비겁해!”“주 종사를 쓰러뜨려 놓고 한 번 더 공격하다니!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 거야?”“게다가 주 종사가 반격할 힘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심하게 공격을 하다니… 마지막 공격 한 방에 주 종사가 죽음을 면했을지는 몰라도 아마 폐인이 됐을 거야. 하…”모두가 오수하의 행동에 분노하고 있었다.진도하도 이 광경을 보며 오수하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술 고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약한 자가 잡아먹히는 세상이며 어떤 수단을 쓰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오수하는 차가운 얼굴로 경기장의 중심에 서서 입을 열었다. “나에게 감히 도전할 사람이 있는가?”오수하의 이 한마디는 소동이 일어난 시끄러운 대회장 안에서 유난히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모든 사람이 대회장 안의 유씨 가문, 강씨 가문, 그리고 자양파와 풍뢰파가 앉아있는 관전 구역을 바라보았다.비록 오수하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조금 전 그가 보여준 실력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관전 구역에 앉아있는 몇 개의 가문과 파벌 외에는 아무도 감히 경기장으로 발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회장 안의 관중들은 모두 여러 가문과 파벌들의 대표가 나가서 오수하를 한바탕 혼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나올 사람이 없습니까?”오수하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관전 구역의 가문과 파벌들을 보며 도발하고 있었다.이때 강재만 옆에 앉아있
강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어쩌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설마요? 고수 형이 이미 초종사경을 돌파했는데도 1등을 할 수 없어요? 예전의 무술 고수대회에서는 종사경 절정의 실력만 있어도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이 있는데…”강용호는 말끝을 흐리며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러자 강성호가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옛날 일이지… 지금은 여러 가문과 파벌에서 수많은 괴물 천재들이 나왔어. 그들 사이에도 분명 종사경을 뛰어넘은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런 사람이 나오는지 지켜봐야지.”“그렇군요...”강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강성호는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고수 형이 나왔으니 유씨 가문과 풍뢰파에서는 그들의 괴물 천재를 내보내지는 않겠구나.”“왜요?”강용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성장하는 괴물 천재들은 실패하면 안 돼. 일단 실패하게 되면 경계가 정체돼 돌파하기 어려워져. 그래서 이길 자신이 없으면 이런 가문들은 괴물 천재를 절대 내보내지 않아.”강용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렇군요.”강성호는 웃으며 고개를 돌리더니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진 선생, 우리와 한 내기에서는 질 것 같군요.”“그래요?”진도하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당연하죠. 고수 형님이 출전한 이상 유씨 가문과 풍뢰파는 그들의 괴물 천재를 내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만 나오지 않으면 고수 형이 오수하에게 패배할 일은 없어요. 그리고 자양파는… 자양파 노조가 종사경이기에 절대 우리 고수 형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 따라서 자양파가 우승할 일은 절대 없죠.”진도하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강성호의 이 말은 오명훈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조금 전까지 의기투합하여 진도하와 말싸움을 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불과 몇 분 만에 사이가 또 틀어졌다.오명훈은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강성호 씨, 그렇게 자신만만해하지 마세요, 우리 오씨 집안은 절대 패배하지 않아요.”강성호는 한번 피식 웃더니 하찮은 얼굴로 말했다.
“두 사람은 실력이 비슷해 현재의 수법으로 상대방을 꺾을 수 없어요. 그래서 내공을 겨루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를 수밖에 없죠.”“두 사람의 내공까지 비슷하면 승부를 어떻게 판단하죠?”옆에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그러자 앞서 말했던 무술 고수가 대답했다. “어느 쪽의 내공이 먼저 고갈되는지 봐야죠.”전투 구역 내의 두 사람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싸우고 있었다.강고수의 내공은 비할 데 없이 강했다.하지만 오수하의 내공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보였다. 딱딱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의 내공이 한 데 뒤엉켜 우위를 가늠할 수 없었다. 동시에 내공을 겨루고 있는 두 사람 모두 이미 자신의 진짜 경계에 도달했음을 회의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초종사경이다. 지금까지의 무술 고수 대회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따라서 두 사람의 싸움에 모두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초종사경들의 싸움이라니!”“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경기를 이렇게 직접 내 눈으로 보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감탄하고 있었다.사실 기주에서는 오랫동안 초종사경들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이 대결에 그들은 유난히 더 흥분했다.심지어 여러 가문과 파벌의 어르신들까지 모두 두 사람의 싸움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대결은 오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괴물 천재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이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다들 알다시피 괴물 천재를 배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일단 그 어떤 가문에서든 괴물 천재가 나타나기만 하면 우선 먼저 괴물 천재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한다. 손을 쓰지 않을 수만 있다면, 최대한 보호해 손을 쓰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씨 가문과 강씨 가문 모두 자신의 괴물 천재를 내보냈고 이렇게 되어 실력이 막강한 두 사람이 대결하게 되었다.…두 사람의 내공이 뒤엉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광풍이 불고 모래바람이 일며 사람들의 눈을 가려 전투 구
오수하는 수법이 비열해 많은 사람이 싫어하지만 이 순간만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비장해 보였다.그러나 앞으로 세 걸음 더 걸어가던 오수하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털썩!갑자기 쓰러진 오수하의 모습에 오씨 집안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즉시 사람을 보내어 오수하를 들것에 실어와 치료했다.다른 한쪽에 있던 강고수의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다.강고수도 당장 쓰러질 듯 비틀거렸지만 최대한 똑바로 서려고 노력하며 버티고 있었다. 강씨 집안 사람들도 이 상황을 보고 즉시 사람을 시켜 단약을 강고수에게 전달했다.강고수는 단약을 삼킨 후 그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회의장 안의 사람들도 강고수가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 단약을 먹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강고수가 내공을 회복하기를 기다렸다.그렇지 않으면 강고수는 다음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반 시간쯤 지났을 무렵, 창백했던 강고수의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강고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두 손을 앞으로 공수하며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이 말은 많은 사람들의 강고수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켰다.실력이 강하고 예의도 바른 사람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강고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저도 이제 몸을 회복했으니 도전하실 분은 나오셔도 됩니다.”그러자 회의장 내에 누군가가 외쳤다.“강 종사, 당신은 이미 초종사경의 경지를 돌파했는데 누가 감히 도전하겠습니까?”이 말에 주위 여러 사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고수는 이미 대회장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강고수도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초종사경을 돌파했다고 해서 무적인 것은 아닙니다. 저보다 더 강한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그의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는 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강고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유씨 가문, 풍뢰파, 그리고 자양파 모두 아직 안 나오지 않았습니까?”“그러게요, 유씨 가문과 풍뢰
진도하는 더 출전할 사람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옆에 있던 강용호가 갑자기 진도하를 향해 말을 걸었다.“설마 인정하기 싫은 건 아니죠?”진도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그러자 강유진이 강용호를 노려보며 말했다.“뭘 자꾸 재촉해? 내가 너희들에게 빚이라도 질까 봐 그래?”강용호는 강유진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승부가 났는데 더 꾸물거릴 필요가 있겠어요? 어차피 우리에게 베팅한 돈을 줘야 할 거예요.”강용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강용호는 그저 마음속의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했을 뿐 강유진 앞에서 감히 이렇게 말할 배짱은 없었다.하지만 강유진은 강용호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기에 중얼거리는 목소리까지 전부 들었다. 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강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 줄게! 안 그러면 너희들은 내가 돈을 낼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말을 마치자마자 강유진은 카드를 꺼내며 손에 들고 강용호를 바라봤다.“너희들이 베팅한 금액은 여기 있는 현금으로 충분할 거야. 집과 차는 대회가 끝나면 줄게.”강유진도 마음속으로 자양파가 우승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만약 유씨 가문과 풍뢰파가 계속 나서지 않는다면 오늘의 우승은 강씨 집안의 강고수이다. 강유진은 은행카드를 강용호 앞으로 건넸다. 강용호는 조심스럽게 강유진을 쳐다보았지만 감히 받지는 못했다.“빨리 받아. 계속 졸랐잖아.” 강유진은 강용호를 흘끗 바라보았다.강용호는 난감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우리는 진도하와 내기를 한 것이지 유진 누나와 내기를 한 게 아니에요. 유진 누나가 대신 돈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강유진은 또 한 번 강용호를 흘끗 바라보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도하 씨가 진 거면 내가 지는 것과 같아.”강용호는 여전히 은행카드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만약 지금, 이 은행카드를 받으면 강유진은 나중에 분명히 자신에게 복수하리라는 것을 강용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강용호는
강용호는 진도하의 뒷모습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도하… 설마 내기에 질 것 같아서 도망가는 건 아니겠죠?”“설마요.”다른 강씨 성을 가진 몇몇 사람도 한마디씩 했다.“이 정도 돈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유진 누나도 여기 있잖아요.”그러나 강용호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내 생각에 무조건 질 것 같아 도망갔어요.”이 말을 들은 강유진은 강용호를 매섭게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입 좀 다물어 줄래?”강용호는 강유진이 화를 내자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한편 진도하가 자양파 관전 구역 가까이 걸어왔을 때,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 그리고 십여 명의 자양파 내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앉아서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들의 모습은 아주 초조해 보였다.진도하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두 사람의 초조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감격에 겨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진 선생, 드디어 왔네요.”그러자 진도하가 웃으며 대답했다.“계속 있었습니다.”자양파 노조는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진도하를 끌고 자기 옆에 앉혔다.노조 옆에 앉아있던 허 장로도 옆으로 비키며 진도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진도하도 사양하지 않고 자양파 노조 옆에 바로 앉았다. 진도하가 앉자마자 자양파 노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 선생, 당신도 봤겠지만 강씨 집안의 강고수는 이미 초종사경에 이르렀어요.”“네, 봤어요. ”진도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혹시 자신 있습니까?”자양파 노조는 계속 걱정하고 있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말을 끝내 입 밖으로 꺼냈다.허 장로도 진도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조의 물음에 진도하가 웃으며 되물었다.“노조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자양파 노조도 진도하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진 선생의 실력이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자양파 노조는 생각한 대로 말했다. 자양파 노조가 생각하는 진도하의
이때, 회의장 안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카운트다운 5분입니다. 5분 이내에 아무도 강 종사에게 도전하지 않으면 오늘의 챔피언은 강 종사입니다.”이 말 한마디에 회의 장안이 매우 시끄러워졌다. “진짜 아무도 나가지 않는 건 아니겠죠?”“유씨 가문과 풍뢰파가 진짜로 강씨 가문이 우승하도록 내버려 둔단 말입니까?”“그렇게 되면 앞으로 1년 동안 강씨 가문은 엄청난 자원을 얻게 될 거예요.”“맞아요. 기주의 세력이 다시 구분될 거예요.”이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굵직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4분 남았습니다! 도전자가 더 있으면 빨리 출전해 주세요.”강씨 집안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임주란의 얼굴에도 보기 드문 환한 미소가 번졌다.임주란은 고개를 돌려 친아들 강재만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는 우리가 1등이네.”“맞아요, 어머니. 강고수, 이 아이는 정말 우리 강씨 집안의 복덩어리예요.”강재만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유씨 가문과 풍뢰파는 자신들이 이길 확신이 없으면 그들의 괴물 천재를 내보내지 않을 거예요. 혹시라도 지게 되면 경계가 멈추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거예요.”임주란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임주란은 이번 무술 고수대회에 그 어떤 희망도 품지 않았다. 3위 안에 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술 고수대회 시작 전에 강고수가 돌아왔고 또 기어코 출전하겠다고 하니 물론 걱정은 되었지만 초종사경을 돌파한 사람의 의지는 쉽게 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출전시킨 강고수가 당당한 기세로 경기에 나가자마자 오씨 가문의 괴물 천재 오수하를 물리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그 굵직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카운트다운 3분입니다.”이 한마디는 그 어느 때보다 너무 짧았다. 아마 아무도 경기에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유씨 가문과 풍뢰파가 사람을 출전시키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