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대회장 안이 북적이기 시작했다.“맙소사, 자양파에서 마지막 순간에 사람을 출전시켰어요!”“설마 자양파에 종사경을 뛰어넘은 사람이 존재한다고요?”“그럴 리가요! 내가 알기로 자양파에 종사경은 자양파 노조 한 분뿐이에요.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가 존재한단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그럼 자양파에서 무슨 수로 사람을 출전시켰단 말이죠? 설마 사람을 사지로 내몰았단 건가요?”그 누구도 자양파를 대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이때 누군가 불현듯 물었다.“지금 경기장에 올라온 사람은 누구죠?”“몰라요. 저도 처음 봐요. 혹시 자양파에 새로 나타난 괴물 아닐까요??”“아닐걸요? 만약 자양파에 새로 나타난 괴물이 있었다면 절대 숨길 수 없었겠죠. 곧바로 발견됐을 텐데.”“그럼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이죠? 설마 자양파에서 제자를 내보낸 건 아니겠죠? 하하하.”구경꾼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 강유진이 제일 먼저 그를 알아보았다. 방금 경기장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도하였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온통 진도하가 대체 왜 자양파를 대표해 출전했는지에 대한 걱정뿐이었다.강유진이 진도하를 알아본 뒤, 곧바로 강용호도 그를 알아봤다. 그는 경기장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성호 형, 성호 형, 저 사람 진도하잖아!!”강성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진도하였다. “허허, 저 사람이 뭐 하러 나왔지? 설마 죽으러 나왔나?”강성호는 곧바로 강유진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강유진에게 물었다. “유진 누나, 진도하 씨도 무술 고수였어요?”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도 진도하가 고수인지 아닌지 몰랐다. 다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지켜볼 뿐이었다.강성호는 눈치가 아주 빨랐다. 강유진의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보고 그는 이내 진도하가 고수가 아닐 거라 확신했다. 그는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하 씨가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강유진은 대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진도하, 만약 오늘 강고수가 널 죽이지 못한다면 나 유현빈이 직접 널 죽이겠어.’생각을 마친 그는 아버지 앞에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유현빈의 아버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드리워졌다....관객석과 반대로 경기장은 몹시 조용했다.진도하와 강고수 사이의 간격은 십 미터 정도였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둘은 상대방을 가늠해 보고 있었다. 진도하는 강고수를 보며 그와 강유진의 눈빛이 영민하고 미간이 준수하며 서로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강고수는 진도하를 보는 순간 그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었다. 그가 기주 무술 고수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눈앞의 진도하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강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감히 묻건대 당신은...?”“자양파 진도하입니다.” 진도하가 차분히 말했다.“왜 한 번도 당신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죠?” 강고수는 의아한 듯 물었다. “설마 당신 돌파한 지 얼마 안 되나요?”그는 진도하의 경지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진도하가 종사경을 이제 막 돌파했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눈앞의 진도하를 모를 리 없었다.진도하가 숙연하게 말했다. “오늘부로 모두가 저의 이름을 알게 될 것입니다.”강고수는 잠깐 멈칫했다. 그는 진도하가 이렇게 자신만만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경지와 경지 사이 실력 또한 천지 차이가 난다.그는 진도하의 실력으로 이미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신에게 도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가문과 파벌의 괴물들조차 모두 자신들의 경지에서는 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때문에 그들이 아주 가끔 괴물들을 대회에 내보내는 것도 바로 그 원인이었다.“진도하 씨라고 했나요? 저는 당신이 대결을 포기하기를 바라요. 당신은 저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 강고수가 말했다.진도하는 강고수가 오만방자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또 강고수가 좋은 마음으로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해요.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의 공격력이 어떨지, 저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그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무술 고수 중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강고수는 또 한 번 멈칫했다. 그는 진도하가 이 정도로 자신감이 넘칠 줄은 몰랐다. 그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그러시죠.” 진도하는 담담하게 말했다.강고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진도하를 향해 매섭게 주먹을 뻗었다.시합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고수가 왜 먼저 공격하지?”그들은 종사경을 뛰어넘은 강고수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진도하를 상대하면서 선공을 그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먼저 선공을 날린 것은 강고수였다.경기 중인 강고수도 아주 난처했다. 예전 같았으면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로서 절대 먼저 선공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도하가 그에게 주는 압박감을 몸소 실감했다.그리고 그 압박감은 점점 커졌다. 심지어 진도하를 이길 수 없다는 예감마저 들었다. 어쩌면… 그는 인생의 첫 패배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그는 주먹에 8할의 힘을 실었고 그 안에는 여전히 내공이 숨어 있었다.진도하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주먹의 위력을 느껴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실망했다. 직접 보고 나니 종사경을 뛰어넘은 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경지에 비하면 연기경 수준이었다. 그가 도달한 선천경 바로 전의 경지 말이다.구경꾼들은 진도하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고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저 사람… 피하지 않는다고요?”“끝났네, 끝났어! 저자는 저 주먹을 절대 막지 못해요!”비록 많은 사람이 진도하라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강고수의 상대가 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코 그가 한 방에 쓰러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도하는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전혀
진도하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강고수가 그를 죽여 버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경기장 안에 있는 강고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는 공격하고 싶었지만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도하의 괴물 같은 손이 그의 주먹을 꽉 움켜잡고 있어 그는 주먹을 빼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로 인해 강고수의 자신감은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그는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손을 빼내려 시도했지만 진도하의 힘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꽉 잡힌 채 한 치의 움직임도 허락되지 않았다.1분...2분...3분이 지난 뒤...강고수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그의 얼굴도 힘을 너무 준 탓에 빨갛게 변했다.1 분이 더 지난 뒤.“제가 졌습니다!” 강고수는 의기소침하게 말했다.그가 이 말을 내뱉자 조용하던 관객석이 다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맙소사, 강고수가 패배를 인정하다니요? 대체 무슨 일이죠?”모두 의아해했다.임주란과 강재만 역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임주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서로 한 수밖에 겨루지 않았는데 강고수 얘가 벌써 항복이라니?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경기장내...진도하는 강고수가 항복한 것에 대해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는 바로 강고수의 손을 풀어주었다.강고수는 힘을 너무 준 탓에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그는 움켜 잡혀 모양새가 변해 버린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만약 자신이 바로 항복하지 않았다면 아마 뼈가 다 부서졌을 거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강고수는 놀란 마음으로 물었다. “당신… 당신… 실력이 도대체?!”종사경을 뛰어넘은 자신의 주먹을 가볍게 잡아버린 것도 모자라 옴짝달싹도 못 하게 하다니?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진도하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강고수를 봐줬기에 망정이지 만약 진심으로 겨뤘다면 강고수는 절대 그
그가 말을 내뱉는 순간 대회장 전체가 들끓었다.특히 진도하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마치 자신이 무적이라도 되는 것마냥 느긋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진도하의 모습은 일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그중 제일 화가 난 세 사람은 바로 강씨 가문의 강성호, 오씨 가문의 오명훈, 그리고 유씨 가문의 유현빈이었다.이 세 사람 중 오명훈과 유현빈은 모두 진도하와 원한이 있었고, 그 둘은 제발 누군가가 그를 죽여주기를 바랐다.강성호는 비록 진도하와 아무런 원한이 없었지만, 왠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도하를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진도하와 한 내기를 생각하면 누군가가 그를 한바탕 혼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아무도 없나요?” 진도하는 다시 한번 무심하게 물었다.모든 사람은 마치 진도하가 귓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대회장 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1초...2초...3초 뒤...그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오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괴물들이 모두 패배했는데 유씨 가문과 풍뢰파의 괴물들은 아직도 출전하지 않는 겁니까?”곧이어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유씨 가문과 풍뢰파의 관객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일어나 말했다. “당신들은 아직도 괴물을 출전시킬 마음이 없나요?”“설마 당신들의 괴물이 지는 게 두려운 겁니까?”그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유씨 가문과 풍뢰파 사람들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올랐지만, 그들에게는 결정권이 없었다. 그저 유씨 가문의 주인과 풍뢰파의 문주를 바라볼 뿐이었다.두 실권자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정신 수양을 하고 있었다.유현빈은 유씨 가문의 주인 앞에 다가가 말했다. “아버지, 우리 가문의 고수를 빨리 출전시키세요!”유씨 가문의 주인 유문성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유현빈을 얼핏 쳐다보더니, 흥분하지 않고 위세를 부렸다.유현빈은 밖에서는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안색이 좋지
대회장 내의 분위기는 다시 끓어올랐다.풍뢰파의 도련님인 남궁 수화는 5년 전 종사경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가 기주에서 이름을 날린 것은 그가 종사경을 돌파해서가 아니라 남녀 간의 사적인 문제 때문이었다.소문에 의하면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고백하였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 이유는 고작 그가 술집 아가씨를 사랑해서였다. 그러나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 아가씨가 그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술집에 찾아가 퍼져있었다. 오직 그 아가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말이다.진도하는 무관심하게 남궁 수화를 보며 말했다. “공격하시죠.”남궁 수화는 여전히 옆으로 돌아서서 진도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느리고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특기가 무기를 다루는 것입니다. 무기를 사용해도 될까요?”말을 마친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여전히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말했다. “당신의 무기는 어디 있죠?”“저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진도하가 말했다.“우리가 도달한 경지는 아마 같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손해에요.” 남궁 수화는 여전히 옆으로 서서 말했다.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도 모르는 채 한치의 움직임도 없었다.진도하는 비록 남궁 수화가 선의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절대 참을 수 없는 건 남궁 수화가 줄곧 옆으로 몸을 돌린 채 자신과 말하는 것이었다. 이 모습은 그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었다.진도하는 참다못해 말했다. “성함이 남궁 수화라고 하셨나요? 혹시 말할 때 몸을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있으면 힘들지 않아요?”남궁 수화는 진도하의 말을 듣고 당당하게 말했다. “전혀요. 만약 당신이 힘들다면 저를 따라 해 보세요. 그러면 힘들지 않을 겁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은 저와 말할 때 왜 굳이 몸을 옆으로 돌리고 있는 건가요?”남궁 수화는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설마 당신의
그의 몸놀림은 아주 민첩했고 남궁 수화보다 많이 빨랐다.하지만 그들의 몸놀림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남궁 수화의 몸놀림은 움직일 때 바람처럼 흩날리며 우아하다면, 진도하의 몸놀림은 번개처럼 맹렬하고 신속했다.진도하가 처음 1초에 아직 제자리에 있었다면, 다음 1초는 남궁 수화 앞에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남궁 수화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남궁 수화는 진도하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옆모습이 진도하를 향하게 하였다.“...”진도하는 처음으로 이런 상대를 만나봤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남궁 수화는 몸가짐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제 정면 앞에 나타날 생각은 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마자 남궁 수화는 부채를 손에 꼭 쥐고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비록 그는 여전히 측면으로 진도하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채에 담긴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남궁 수화의 부채 공격을 날려 버렸다. 그가 이렇게 간단하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보고 남궁 수화는 몹시 놀랐다.남궁 수화는 뒤로 몇 발짝 물러나 몸을 가다듬고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려 부채를 날려 공격했다. 진도하는 부채의 공격을 피했고 부채는 다시 남궁 수화의 손에 날아들었다.바로 그 순간, 진도하는 남궁 수화의 앞에 나타나 부채를 잡은 그의 손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는 힘껏 남궁 수화를 끌어당겼다. 남궁 수화의 몸이 잠깐 움직였다. 그는 아연실색하며 진도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진도하의 괴물 같은 손이 그의 팔꿈치를 꽉 부여잡고 있었다. 남궁 수화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었다. 하물며 강고수의 강력한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속도와 무기 다루기가 주특기인 그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이 광경은 대회장 내 모든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들도 진도하가 사람을 제압하는데 아주 능수능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 수화를 향
물론 이들 중 일부 사람들은 진도하가 이상한 꼼수를 부렸을 거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강고수와 남궁 수화 두 괴물 모두 진도하에게 제압당하자마자 항복할까?알다시피 두 사람 모두 무술 고수 중의 괴물일 뿐만 아니라 천재 중의 천재이다. 평소 그들은 자부심이 넘쳤을 거다. 그런 그들이 자발적으로 항복한다는 것은 그들을 죽이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오늘 그들은 아주 태연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중 강성호, 오명훈 그리고 유현빈은 특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 세 사람은 진도하가 틀림없이 이상한 꼼수를 부렸다고 생각했다. 강성호는 강용호와 그 일당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는 진도하가 무슨 수법을 사용했을 것 같아? 왜 연이어 강고수 형님과 풍뢰파의 남궁 수화가 스스로 항복했을까?”강용호와 그 일당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 간사한 수법을 쓴 게 틀림없어.”강성호는 사색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강고수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강고수가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라 말을 삼켰다.이때, 강용호가 걱정하며 물었다. “성호형, 우리 진짜 내기에서 지는 걸까? 내가 보기에 진도하가 우승할 것 같아.”강성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그가 강고수 형님과 풍뢰파의 남궁 수화를 이겼지만 우승하기는 어려울 거야.”“왜?” 강용호는 의아한 듯 물었다.강성호는 웃으며 말했다. “잊지 마! 아직 유씨 가문이 남아있어! 저번 대회에서 바로 유씨 가문이 우승을 차지했어.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이야.”“근데... 그들이 나설까?” 강용호는 걱정하며 물었다.강성호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만약 지금 경기장에 남아 있는 게 다른 가문 괴물이었다면 유씨 가문에서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남아 있는 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진도하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두고 봐.”그 말을 들은 오명훈은 좀 전의 불쾌함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참지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