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러 오라고 얘기할게.”유준은 우유를 들어 세희에게 건네 주었다.“이거 마시고 씻어야지.”“네!”다음 날.하영은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실검을 확인했고, 하룻밤 사이에 반전된 호평과 사과의 댓긍르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으려 할 때 소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하영은 곁에서 곤히 잠든 인나를 보고 욕실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소정 씨,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대표님!”소정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표님! 회, 회사가……, 콜록, 콜록…….”말을 꺼내기도 전에 소정은 자기 침에 사레가 들렸고, 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예매가 다시 급상승 했지?”“네!”소정은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지난번에 예매 발표 때보다 세 배나 올랐어요! 대표님,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요!”“이게 모두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준 결과야.”소정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래서 송년회는 계획대로 개최할 거예요?”“아니. 이따가 다들 어디 놀러 가고 싶은지 통계 내 봐. 여행 비용은 내가 전부 책임질게.”그 말에 소정은 멍해지고 말았다.“지, 진짜요? 대표님!”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오늘까지 통계 내서 나한테 보내줘.”“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이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소정은 감격에 휩싸여 외쳤다.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씻을 준비를 했고, 인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눈을 비비며 물었다.“하영아, 아침부터 누구랑 통화한 거야…….”“비서 전화야.”하영은 휴대폰을 세면대 위에 올려 놓았다.“어서 일어나.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 받아야 하니까, 아침 먹으면 안 돼.”“그래, 알았어.”오전 8시.하영은 인나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여러 검사를 마친 인나가 의사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주니, 의사가 몇 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임신하셨네요.”“그래서 요즘 자꾸 피곤하고, 식욕이 강해졌네요.”인나가 중얼거렸다.
인나는 입술을 적시고 긴장된 마음을 억눌렀다.“네, 지금 시간 괜찮으면 잠깐 만날 수 있어요?”“물론이죠!”현욱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지금 어디에요? 데리러 갈게요!”“집에 있어요.”“10분만 기다려요!”10분 후, 인나는 아파트 아래에서 현욱을 만나 차에 올랐고, 두 사람 사이에 긴장된 기류가 흐르면서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반쯤 운전했을 때, 현욱이 더는 참을 수 없었던지 핸들을 꽉 잡고 먼저 입을 열었다.“나한테 할 얘기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인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커피……, 아니 밀크티 마시러 가요.”그 말에 현욱은 깜짝 놀랐다.‘인나 씨가 밀크티 마시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오늘 왜 갑자기 밀크티를 찾지?’밀크티 가게에 도착하자, 현욱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하고 한 잔은 인나에게 건넸다.“고마워요.”인나가 밀크티를 받으며 인사를 전하자, 현욱은 맞은편에 앉아 인나의 안색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그리고 약간 피곤해 보이는 인나를 보며 물었다.“요즘 제대로 휴식하지 못했어요?”인나는 밀크티 한모금 마시고 대답했다.“네, 하영이한테 일이 좀 생겨서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고생 많았겠네요.”현욱이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생겼어요?”인나는 밀크티를 내려 놓은 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방에서 초음파 사진을 꺼내 현욱의 앞에 내밀었다.“확인해 봐요.”멍한 눈빛으로 인나를 바라보던 현욱은 앞에 있는 종이를 펼쳤고,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이거 인나 씨 거예요?”현욱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자, 인나는 그런 반응에 화가 났다.“눈이 삐었어요? 거기 분명하게 내 이름이 적혀 있잖아요.”그러자 현욱은 서둘러 설명했다.“아, 아니, 인나 씨가 내 아이를 가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그랬어요.”인나는 화를 내며 초음파 사진을 도로 빼앗았다.“책임지고 싶지 않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수술
차의 흔들림이 멈추자 하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입을 열었다.“나 괜찮아요.”하영은 경호원을 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죠?”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타이어가 터진 것 같은데, 제가 내려가서 살펴보고 오겠습니다.”“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준과 통화를 계속했다.“타이어가 터진 것 같은데, 이따가 애들을 데리고 집으로 와줄 수 있어요?”“지금 어딘데?”유준이 말투에는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회사 근처에 있어요.”“알았어.”말을 마친 유준은 전화를 끊었고, 하영은 휴대폰을 넣은 뒤 차에서 내려 타이어 앞에 웅크리고 있는 경호원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타이어가 터졌어요?”하영의 물음에 경호원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네, 견인차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잠시 차에서 기다리고 계세요.”“경고 표지판 세워두는 거 잊지 마세요.”“네.”다시 차에 오른 하영은 견인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진석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영이 전화를 받자 진석의 부드러운 어조가 흘러나왔다.“하영아, 축하해.”하영은 웃으며 일부러 농담을 던졌다.“진석 씨한테 소식이 느리게 도착하나 봐.”그러자 진석이 웃으며 대답했다.“미안, 나 실검 잘 확인 안 하는 거 알잖아. 병원에서 복직해도 된다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야.”“이제 복귀하는 거야?”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래. 내가 전화한 건 일단 어려운 일에서 벗어난 거 축하해 주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나한테 보상할 필요 없다는 걸 얘기해 주기 위해서 전화했어.”하영은 얼굴을 붉히며 약간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진석 씨가 병원에 복직할 수 있는 거랑 보상은 별개의 일이지.”“그래도 네 덕분에 이틀 동안 쉴 수 있었잖아.”진석의 목소리는 홀가분해 보였다.“세준이 영상 봤어. 이번에 크게 도움이 됐네.”하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맞아. 하지만 이번 일은 정유준이 나서서 도와줬어. 그가 세준한테 얘기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순조
유준은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소백중 회장님이 입원하셨다고 들었어.”하영은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자업자득이죠.”“너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유준이 떠보듯 묻자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왜 돌아가요? 그때 하마터면 나 죽일 뻔한 사실 잊은 건 아니죠?”유준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갔다.“그것도 좋은 생각이지. 소예준도 회사 그만뒀으니까, 앞으로 소진 그룹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하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회사를 그만 둬요?”“몰랐어?”유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네 오빠가 얘기하지 않은 모양이네.”“그게 무슨 뜻이에요?”하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추궁했다.“소예준이 몰래 중요한 프로젝트만 빼돌렸거든. 그래서 지금 소진 그룹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할 거야.”하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소백중의 성격에 예준 오빠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면 크게 화내실 텐데. 말로만 꾸짖는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고소한다면 감옥에 갈지도 몰라.’하영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예준에게 연락하려고 했고, 유준은 그런 하영을 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소예준이 회장님한테 고소당해서 옥살이라고 하게 될까 봐 전화해 보려고?”“네!”하영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야.”유준이 낮게 깔린 어조로 얘기했다.“지금 소백중 회장님이 기댈 수 있는 건 소예준밖에 없어. 그런데 그를 감옥에 보내면, 곁에는 소진 그룹을 지탱할 만한 사람이 없거든.”“하지만 오빠는 회사를 그만뒀잖아요!”하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어떻게 오빠한테 기댈 수 있죠?”유준이 코웃음쳤다.“소백중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만약 이런 일로 혼란이 생긴다면, 어떻게 김제에 3대 기업으로 살아 남았겠어?”“그럼 방금 소진 그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는 무슨 뜻이에요?”하영의 물음에 유준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만약 소백중 회장님이 너를 찾아온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하
난원.하영과 유준이 도착하자마자, 가정부가 두 녀석을 데리고 돌아왔다.차에서 내린 하영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깨에 붉은 망토까지 걸쳐 있는 세희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세희는 평소에 편안한 옷을 입는 편인데, 며칠 안 본 사이에 갑자기 공주님으로 변했다.시선을 느낀 두 녀석은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발견하고 기쁜 표정으로 뛰어왔다.“엄마!”“엄마, 오셨어요?”세희가 제일 먼저 뛰어가 하영의 품에 안겼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하영은 몸을 숙여 세희를 않으려고 하자, 곁에 있던 유준이 한마디 했다.“아직 쇄골 상처도 다 낫지 않았잖아.”그대로 손은 허공에서 멈춰버렸고, 하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미안해. 아직은 안아줄 수 없을 것 같아.”“괜찮아요, 엄마.”세희는 고개를 쳐들어 하영을 보며 물었다.“엄마, 제가 입은 옷 예쁘지 않아요?”“예뻐…….”“예쁜 척하지 마.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몇 번이나 거울을 확인하는지.”세준이 뒤에서 걸어오며 투덜거렸고, 세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세준을 노려보며 입을 뗐다.“나는 그냥 예쁜 척하는 것뿐이지만, 오빠는 10억이나 뜯어냈잖아!”“10억?”하영이 세준을 보며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세준아, 어떻게 된 일이야?”세준의 눈꼬리가 움찔했다.‘강세희 이 자식이…….’“엄마.”세준이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제가 10억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기어이 저한테 준 돈이란 말이에요.”세준은 유준을 슬쩍 쳐다보았다. 혼자 물에 빠질 바에는 차라리 둘 다 같이 빠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 세준의 배신에 유준은 할 말을 잃었다.하영이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애한테 10억을 줬어요?”세준이 담담한 어조로 해명하기 시작했다.“맞아. 합리적인 요구였으니까.”“무슨 이유이든지 간에, 애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 안 되죠.”“아직 자기 아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네.”하영은 순간 멍한 표정으로 세준을 보며 물었다.“세준
“강하영, 나는 네 사과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유준의 낮은 어조에 하영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유준의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내비쳤다.“이제 양다인 일도 끝났으니 예전에도 나랑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는 거 알았겠지?”하영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유준 씨는 이게 양다인 혼자만의 짓이라고 생각해요?”그러자 유준의 미간이 약간 좁혀졌다.“무슨 뜻이야?”“만약 양다인이 혼자 꾸민 짓이라면, 어제 아침에 진작에 정체를 밝혔을 거예요.”“그러니까, 지금 누가 양다인을 돕고 있다는 얘기야?”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빠졌고,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이제부터 다른 일이 생길지도 몰라. 그냥 내 짐작일 뿐이지만.”“혹시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어?”유준의 물음에 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려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지금은 그저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김제 국제 아파트.양다인은 또다시 예전에 유준이 사 준 그 아파트로 돌아왔다.이제는 집밖을 나가는 것도 두려웠다. 입구에 경비원이 없었다면 그 빌어먹을 네티즌들이 당장이라도 뛰쳐들어와 자신을 팰 것 같았다.양다인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손톱만 물어뜯었다.‘대체 왜? 분명 비난받을 사람은 강하영이잖아! 그런데 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데! 이럴 수는 없어!’양다인은 이대로 하영에게 모든 걸 빼앗길 수 없었다.‘강하영은 왜 죽지도 않아? 왜 안 죽는 건데!’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양다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노려봤다.발신자가 김형욱인 것을 확인한 양다인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받았다.“김형욱 씨!”양다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이제 겨우 한 번 실패했다고 못 견디는 거야?”“김형욱 씨가 자신있게 하라고 했잖아요!”양다인은 목청을 높였다.“그런데 이게 뭐죠? 김형욱 씨 말대로 했는데 결국엔 이런 꼴이 되었잖아요!”김형욱의 어조는
전화를 끊은 뒤 양다인은 김제 국제 아파트 주소를 주원에게 보냈다.30분 후.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양다인은 비틀거리며 뛰어가 문을 열었고, 유준을 보자마자 빠르게 그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주원 씨, 나 너무 무서워요.”주원은 여전히 차분한 눈빛으로 양다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우리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원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고, 양다인은 주원에게 찰싹 달라붙어 앉아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주원 씨, 저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주원이 양다인의 어깨를 감싸며 얘기했다.“일단은 피해 있는 게 좋을 것 같네요.”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원의 말에 따랐다.“내가 봤을 때 강하영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주원이 분석하기 시작했다.“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때요?”양다인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어떻게요?”“그건 다인 씨가 생각해 봐야죠.”양다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주원 씨, 나 이대로 참을 수 없어요.” “정유준이 나를 모든 사람의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그래도 멀쩡히 지내고 있잖아요.”“주원 씨는 다르죠. 정씨 집안이 뒷받침해 주고 있으니 그 사람들이 주원 씨한텐 함부로 하지 못하잖아요…….”양다인이 눈물을 훔치며 얘기하자 주원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내가 그 버팀목이 되어줄까요?”주원의 말에 양다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주원 씨……, 그 얘기는…….”“다인 씨.”주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양다인을 바라보았다.“우리 약혼해요.”입을 틀어막은 양다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정말이에요?”“그럼요.”주원은 양다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앞으로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다인 씨를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양다인은 앞으로 다가가 주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마치 주원의 몸에서 안전감을 되찾으려는 듯 전보다 더 미친 듯이 주원의 입술을 탐했다.두 눈을 감고
“유준 씨가 간다고 해?”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시끄러운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처음엔 거절하더라고.”인나가 헤헤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현욱 씨가 너도 간다고 하니까 바로 가겠다고 하던데?”하영은 어이가 없었다.“뭐야,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야?”“에잇, 그런 건 상관하지 마! 어차피 구정인데 우리 같이 휴가 가자!”“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별장에 들어섰고, 세희가 맨발로 뛰쳐나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엄마, 우리 놀러가는 거죠?”하영은 세희의 작은 콧망울을 쓱 훑었다.“그래. 이모가 임신한 걸 축하할 겸 우리도 초대했어.”“임신이요?”세희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아기가 생긴다는 뜻이에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모 배속에 지금 아기가 있으니까, 세희도 이제 언니가 되겠네.”“진짜요? 정말이죠?”세희는 들뜬 표정으로 깡충깡충 뛰었다.“저 정말 언니되는 거예요?”“진짜라니까.”하영은 세희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내일 병원에 가 볼 생각이야.”그 말에 세준이도 고개를 돌렸다.“병원에 가서 희민이 상태를 물어보러 가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유준이 설 전에 퇴원할 수 있다고 했거든. 그래서 구체적인 시간을 물어보려고. 희민이 혼자만 남겨두고 떠날 순 없잖아.”그때 세준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도 같이 가도 돼요?”“엄마, 저도 가고 싶어요!”세희도 다급하게 말하자 하영은 웃으며 답했다.“그래, 다들 같이 가자.”다음날.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의사 사무실 앞에 이르자, 하영은 유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희민이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잠시 후에 작은 도련님께서 무균시에서 나올 겁니다. 현재 매우 안정된 상태고, 혈소판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후반기에는 약물 치료만 받으면 되고, 정기적으로 검사만 받으면 체력도 서서히 회복될 겁니다.”의사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진 하영은 고개를 숙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