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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엄마보러 올 건가요?

원수와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영이 차창을 내리고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맞아도 짜증이 가시지 않았다.

“강하영 씨, 아직 상처도 다 낫지 않았는데 찬바람은 몸에 안 좋습니다.”

경호원의 말에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하영은 마음을 가다듬고, 협박당한 사실을 어떻게 유준에게 알릴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정유준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없앨 수 있지?’

결국 하영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애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하영은 학교를 마친 애들을 차에 태우고 잠시 고민하다가, 희민의 상황을 얘기해줬다.

세준과 세희는 깜짝 놀랐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세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전에 자주 코피를 흘리던데, 아파서 그랬군요…….”

세희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코피를 많이 흘리던데…….”

그러자 하영이 다급하게 물었다.

“언제 발견했어?”

세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금방 유치원에 들어가 얼마 안 가서요. 세희랑 몇 번 본 적 있어요.”

“왜 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

애들한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엄마!”

그때 세희가 입을 열었다.

“희민 오빠가 살이 많이 빠진 것도 아파서 그런 거 아니에요?”

하영은 그때 희민이가 썰렁한 난원에 다시 돌아간 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파서 그랬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이 정말 우스웠다.

‘희민이 상황을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다고 네기 정유준을 탓할 자격이 있을까? 결국 나도 전혀 눈치 못 챘잖아.’

그런 생각이 가슴을 짓누르자 하영은 죄책감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아크로빌로 돌아온 뒤 하영은 저녁도 먹지 않고 방안에 자신을 가뒀다. 세희와 세준은 걱정됐지만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세희는 세준을 내버려두고 혼자 방으로 돌아가 유준이 사준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저녁도 안 드셨는데, 아마 희민이 오빠 때문인 것 같아요.]

병원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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