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천천히 몸을 돌리고 왼손으로 눈을 가렸다.“우리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인나는 턱을 받치고 얘기했다.“도리로 따지면 정유준이 다시는 양다인과 접촉하지 않는 게 맞아. 양다인이 희민이한테 그런 짓까지 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만약 감정이 남아있다면?”하영이 비웃었다.“그건 더욱 말이 안 되지!”인나가 분석하듯 얘기했다.“생각해 봐, 만약 진석 씨가 네 자식을 학대했다면 좋아할 수 있겠어? 그리고 만약 진석 씨가 정유준의 모든 신분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좋아할 수 있어?”“아니.”하영은 고민도 해보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됐잖아.”하영은 팔을 내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정유준과 양다인은 지금 무슨 상황인데?”“맞아!”인나가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상황인지 왜 직접 묻지 않는 건데?”“그 사람과 양다인에 대한 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하영은 상처를 받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인나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언제쯤 병원 이전할 거야?”하영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의사한테 물어봐 줄래? 될 수만 있다면 오늘 바로 돌아가고 싶어.”인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지금 가서 물어볼고, 될 수 있으면 바로 수속 밟을게.”30분 후.병실로 돌아온 인나는 하영에게 김제에 있는 병원에 먼저 연락해야 이전 수속을 밟을 수 있다고 전했고, 하영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오후가 되자 인나는 다른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놀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고, 하영도 잠시 눈을 붙이려 할 때, 베개 밑에 있던 휴대폰이 두 번 진동했다.휴대폰을 꺼내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던 하영이 눈을 찡그리며 대화창을 열자 주원의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지금쯤이면 정신을 차렸을 것 같아 문자 보냅니다. 이번 자선활동 정말 쉽지 않네요.]하영은 주원이 그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답장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주원이
양다인은 숨을 고르고 웃으며 다가갔다.“아저씨.”물고기 밥을 들고 있던 정창만의 손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양다인을 쳐다보고 계속 물고기들에게 밥을 줬다.정창만은 양다인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입을 열었다.“네가 감히 먼저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구나.”양다인은 웃으며 답했다.“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정창만은 코웃음을 치며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내 손자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양다인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지금은 희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란 말이에요.”바로 이것 때문에 정창만도 양다인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이다. 정창만은 손에 든 물고기 밥을 옆에 있는 바위 우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았다.“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얘기해 봐.”양다인도 따라 앉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이번에 이렇게 찾아온 건 정주원 씨 때문이에요.”정창만은 양다인과 정주원의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차분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정주원은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할 얘기란 게 뭐지?”정창만읨 물음에 양다인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얘기했다.“주원 씨가 강하영한테 접근하려는 것도 알고, MK로 들어가려 하는 것도 알고 있어요. 두 가지 일 모두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정창만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양다인을 바라보았다.“너한테 정유준을 설득해서 주원이를 회사로 들여보낼 그만한 능력이 있단 말이냐?”“설득할 자신은 없지만 타협시킬 방법은 있어요.”“무슨 방법인데?”“강하영이요.”정창만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영이랑 무슨 상관이지?”양다인은 본인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유준 씨가 강하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아저씨도 잘 아시죠?”“그놈이 지금 그 여자 옆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정창만이 코웃음을 치며 얘기했다.“그럼 아저씨께서 강하영과 정주원 씨의 약혼을 강요한다면요?”정창만이 거절하려고 입을 떼려 했지만, 미처 얘기하
양다인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셨고, 한참 뒤에 정창만이 입을 열었다.“만약 주원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정유준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면, 주원이랑 결혼시켜 주마.”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창만은 따로 속셈이 있었다.‘양다인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하지만 양다인은 아직 이용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정창만의 손엔 양다인이 하영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까지 있으니, 집에 들어오는 걸 막을 방법은 있었다.그러자 양다인은 웃으며 얘기했다.“아저씨는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요. 그럼 강하영이 돌아오면 계획을 시작하도록 하죠.”……저녁. 인나는 하영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쉬고 있었다.8시 쯤 하영은 세준이 이미 집에 도착해서 주희랑 함께 밖에서 놀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하영은 아이들한테 몇 마디 당부한 뒤 주희한테 문자를 보내며 백만 원을 이체해 줬고, 한참 뒤에 주희한테서 문자가 왔다.[하영 언니, 방금 애들을 씻기고 왔어요. 그리고 이 돈은 받을 수 없어요.][그래도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 지금 문자 보내기 불편하거든.][하영 언니,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게다가 저 진심으로 아이들이 좋아서 그러는 걸 언니가 막을 수는 없잖아요.]“…….”주희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하영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아니면 아이들에 대한 주희의 진심을 저버리게 되는 거니까.“그래, 정말 고마워. 주희 씨가 고생이 많네.”주희가 싱글벙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하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가려고 이불을 젖혔을 때, 병실 문이 열리고 유준의 모습이 나타나자 하영은 그대로 멈칫하고 말았다.‘왜 또 돌아온 거지?’하영이 침대 끝자락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유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와 물었다.“뭐 하려는 거지?”하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왜 또 돌아왔어요?”유준은 허리를 곧게 펴고 하영의 앞에 섰다.“네가 걱
“강하영 씨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아요?”시원이 유준에게 물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유준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김호진을 불러.”“네, 대표님.”10분 후.F구의 경찰서에 도착한 유준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얼굴에 여기저기 멍든 현욱을 발견했고, 다른 한켠에는 현욱과 싸운 것 같은 세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도 여기저기 멍들어 있었다.유준이 앞으로 다가갔고, 현욱이 몸을 겨우 가누면서 고개를 들어 유준을 바라보더니 활짝 웃었다.“유준아, 왔어?”유준은 불쾌한 표정으로 현욱을 꾸짖었다.“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싸움질을 해?”말을 마친 유준은 뒤에 있는 시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가서 보석금 내줘.”“잠시만요.”그때 형사가 입을 열었다.“아직 합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유준은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며 짜증 난다는 식으로 현욱의 옆에 털썩 앉았고, 현욱이 바로 바싹 다가와 앉았다.“유준아, 내가 또 귀찮게 했지? 미안.”유준은 얼른 현욱을 밀어냈다.“누가 먼저 때렸어?”“저 사람들이 먼저 때렸어!”현욱이 상대방을 가리키며 억울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그냥 술에 취해서 살짝 부딪쳤을 뿐인데 친구들을 불러와서 나 때렸어.”“말 똑바로 해야지!”그때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욱을 향해 소리 질렀다.“분명 당신이 먼저 내 여자 친구를 만졌잖아!”말이 끝나자마자 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다들 조용히 하세요! 사람을 때리고도 뭐가 그렇게 당당합니까?”“형사님, 저 사람이 내 여자 친구를 만졌는데 그건 어떻게 해결하죠?”남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따져 묻자, 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현욱을 쳐다보았다.“너 설마 다른 여자 만졌냐?”현욱은 얼른 손을 들어 맹세했다.“절대 아니야! 그냥 옆으로 지나갔을 뿐이란 말이야! 난 억울해!”“여기서 억울함 호소하지 마. X발, 분명 내 여자 친구 엉덩이 만졌잖아!”“그 입 좀 닥치시죠!”
현욱을 호텔로 데려다준 뒤 유준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지만, 하영이 잠든 것을 보고 괜히 방해가 될까 봐 병실로 들어가지 않았다.다음 날.인나와 예준은 아침 일찍 병원에 와서 하영을 위해 병원 이전 수속을 밟았고, 9시쯤 수속을 마쳤다.인나는 하영의 짐을 챙겨주며 얘기했다.“네가 갖고 온 짐이 많지 않아서 거의 다 된 것 같아.”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하영은 인나의 말을 듣지 못했고, 예준이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하영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하영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아니야. 짐 정리는 다 됐어? 오빠, 삼촌이랑 외숙모는?”“밖이 너무 추워서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예준은 새로 산 패딩을 하영의 몸에 걸쳐주고, 또 모자와 목도리를 꺼내 하영에게 둘러서 꽁꽁 싸맨 덕분에 곰돌이가 되어버렸다.하지만 하영의 마음은 다른 사람도 한눈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여기에 있지 않았다.인나는 어이없는 눈빛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너 혹시 정유준 기다려? 차라리 문자를 해보지 그래?”하영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기계적인 동작으로 유준에게 오늘 병원을 옮긴다는 문자를 보냈다.별다른 뜻은 없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간호를 해줬는데, 아무 말도 없이 떠날 수는 없었으니까. 아무리 싸우고 화를 냈다 해도 얘기는 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예준과 인나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인나가 중얼거렸다.“정유준이 며칠을 여기 있더니, 하영의 혼마저 데리고 간 모양이네.”예준은 오히려 웃으며 얘기했다.“둘이 정말 화해한다면 나도 막을 수는 없지.”“예준 오빠, 하영이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단 말이에요.”인나의 말에 예준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 무슨 일 있어?”“누가 하영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겠어요?”인나가 입을 삐죽하며 말을 이었다.“양다인밖에 더 있어요?”예준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정유준과 양다인이 다시 만난다고?’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유준에게 다시는 하영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확실히 얘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갈비탕을 먹고 난 후 하영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하영 언니.”주희가 그릇을 치우며 얘기했다.“얼른 올라가 쉬어요. 머리가 다쳤으니 더 조심해야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올라가서 쉬고 있을게. 애들 데리러 갈 때 얘기해. 같이 가자.”“네, 그럴게요.”하영은 욕실로 올라가 대충 씻은 뒤 잠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하영은 주원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보고 눈가에 짜증이 스쳤고, 퉁명스러운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돌아왔어요?”주원이 웃으며 물었다.“퇴원 축하해요.”하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가 돌아온 건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그렇게 제 모든 행동을 주시할 필요는 없어요!”“저한테 너무 적대감 갖지 마요.”주원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녁에 밥 사 줄게요. 어때요?”“안 가요!”하영이 화난 어조로 거절했다.“금방 돌아와서 나갈 시간 없어요!”“좋아요. 그럼 내일 저녁에 만나죠 뭐. 제가 그 일을 폭로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죠?”주원이 말을 마치자마자 하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영은 주희가 열심히 끓여준 갈비탕마저 올라올 정도로 주원과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이렇게 비열한 인간이 다 있어? 협박하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대체 뭔데?’4시 30분.주희는 함께 애들 데리러 가자고 하영을 불렀고, 그녀는 왼손으로 겨우 세수를 마치고 주희와 함께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창밖으로 진석의 모습이 보였고, 하영은 주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운전해 줄 사람이 온 것 같네.”주희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영 언니, 저 사람이랑 많이 친해요?”그러자 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만약 사이가 좋거나, 혹은 진심으로 언니 자식들을 이뻐한다면, 왜…….”반쯤 얘기했을 때 진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주희는 얼른 하던 말을 멈추고 낮은 소리로 얘기
진석이 소리내 웃었다.“나는 전혀 불만 없지. 자기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제일 기본이잖아.”하영은 진석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 말을 꺼내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기분 나쁘지 않아?”“나쁘지.”진석은 담담하게 앞을 보며 입을 열었다.“하지만 나는 감정적인 면에선 누구한테 강요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진석 씨는 속도 참 편하네.”“네 말투에서 왠지 나한테 서운해하는 것 같은데?”진석이 가볍게 농담을 던지자, 하영은 이마를 짚었다.“놀리지 마. 나 진지하단 말이야. 지금까지도 정유준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모르겠다고…….”“감정은 쌍방 통행이야. 만약 그 남자가 정말 최악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겠지. 그런데 네가 돌아와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걸 보면, 분명 네가 감동할 만한 행동을 했을 거야.”“…….”‘그럴지도 모르지.’하지만 진석과 이런 얘기를 터놓고 나니 하영의 짜증스러운 기분도 훨씬 홀가분해졌다. 어찌 보면 진석과 만남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5시 30분.학교 정문에 도착해서 진석은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돌아왔을 때, 하영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두 녀석은 비록 여전히 진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진석의 표정은 여전히 평소처럼 담담했고, 세희가 보조석에 앉아있는 하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더니 이내 하영을 보고 외쳤다.“엄마! 언제 돌아왔어요?”막 차에 오른 세준도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엄마, 이제 퇴원해도 돼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너희들이랑 오래 떨어져 있고 싶지는 않거든.”세희는 환호성을 질렀다.“정말 잘됐네요. 엄마, 저 저녁에 엄마랑 같이 잘래요…….”말을 하다말고 세희는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진석을 힐끔 쳐다봤고, 하영은 그 모습을 포착하고 시선을 따라 진석을 쳐다보았다.하지만 더
유준이 메뉴판을 양다인에게 건네주며 얘기했다.“먹고 싶은 거 주문해.”양다인은 메뉴판을 받아 스테이크를 선택한 다음 다시 유준에게 건네주었다.“유준 씨도 주문해요.”유준은 싸늘한 어조로 거절했다.“난 됐어.”그리고 종업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거 하나 주세요.”종업원은 두 사람 앞에 물컵을 놓아줬다.“네, 고객님.”종업원이 떠나고 양다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무슨 일인데요?”“희민이 일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유준이 말을 이었다.“계약서에 적힌 돈은 약속대로 줄게. 지금…….”“잠깐!”양다인은 유준의 말을 끊고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목적을 이뤘다고 벌써 도와준 사람을 내팽개치는 거예요?”“50억이면 골수를 사고도 남아.”“돈은 필요 없어요.”양다인은 격앙된 어조로 얘기했다.“그냥 희민이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에요!”유준은 양다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지만, 전혀 거짓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양다인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테이블에 놓인 유준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유준 씨, 제발 부탁이니까 이렇게 빨리 나를 내쫓지 마요. 적어도 희민이 무사히 퇴원하는 걸 보고 떠날게요!”유준은 마치 감전된 것마냥 미간을 찌추리고 손을 빼냈다.“할 얘기 있으면 얘기만 해, 내 몸에 손대지 말고…….”“정유준!”말을 채 마치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의 화난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예준이 화난 얼굴로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자, 유준의 눈이 커졌다.‘소예준이 여긴 어쩐 일이지?’양다인도 이상한 걸 눈치챘는지 얼른 일어나 예준의 앞을 막아서며 경계를 갖고 입을 열었다.“오빠, 대체 뭐 하려는 거야?”“누가 네 오빠야!”예준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양다인을 노려보았다.“비켜!”말을 마친 예준은 양다인을 밀어버리자, 그녀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고, 바로 유준의 멱살을 잡은 예준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아직도 양다인이랑 만나고 있으면서 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