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도 유준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곁에 서 있을 때,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통에 일그러진 얼굴과 슬픔에 허우적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주원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셋째는 정말이지 흥분을 주체할 수 없게 하는 존재라니까!’하영은 주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머리에 소름이 쫙 끼치는 동시에 바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사이코…….’‘맞아, 바로 이 단어야.’비록 남자의 얼굴에서 약간의 감정 변화도 느낄 수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확실히 전해졌다.하영은 역겨움을 겨우 참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두 사람의 대화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희원이 전부 듣고 있었다.‘지금 유준 오빠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정주원한테는 이유가 있다지만, 강하영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지?’‘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희원은 생각을 하며 이 일을 양다인에게 알렸다.소식을 접하게 된 양다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주원 씨 혹시 강하영을 이용해 유준 씨를 상대하려는 건가?’양다인은 입술을 깨물었다.‘15년간 해외에서 지내면서 정유준을 원망하게 된 건가?’‘아니! 혹시 정주원이 김형욱일 가능성은?’김형욱은 강하영에게 손을 쓰려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유준을 노린 행동이었다.게다가 정주원도 지금 유준에 대한 진짜 태도를 보여줬으니…….사소한 일들이 떠오를수록 양다인은 점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안 돼, 당장 알아봐야겠어!’양다인은 누군가를 떠올리고 바로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를 찾기 시작했다.다름 아닌 예전에 양다인을 도와줬던 MK의 기술팀 직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사람 한 명 알아봐 줘! 알아내면 삼천오백만 원 줄게!]지금 양다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정주원이 바로 김형욱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이었다.만약 사실이라면 반드시 빠르게 정주원을 자기 남자로 만들어야 했다.그래야만 상대방 손에 있는 본인의 약점이 새어
겁에 질린 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던 양다인의 두 눈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었다.곧이어 양다인은 휴대폰을 꼭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병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정주원 씨와 강하영이 함께 있게 해서는 안 돼!’정주원이 강하영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위험한 건 본인밖에 없었다.그때 하영과 간병인이 과일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고 순간 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다가, 상대방이 고개를 돌리자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하영은 상대방을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진석 씨.”부진석은 발길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미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돌아와서 이제 나한테 얘기도 없어?”그러자 진석의 부드러운 미간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화내지 마. 너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들켜버렸네.”그 말에 하영은 그제야 감정을 눌렀다.“다음엔 미리 얘기해줘. 그래야 데리러…….”하영은 곧 본인의 상처가 아직 채 낫지 않은 것을 깨낳고 말끝을 흐렸다.부진석도 하영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병원에 있는 거야?”하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얘기하자면 길어. 진석 씨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거든.”진석의 눈가에 걱정으로 한가득 뒤덮이더니 프런트에 있는 간호사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하영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사무실.부진석은 문을 닫은 뒤 하영을 자리에 앉히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봐.”하영은 최대한 간단하게 지영 이모와 정창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진석에게 얘기해줬다.진석의 눈동자는 충격에 뒤덮였고,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더니 얼른 하영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리고 붕대로 칭칭 감긴 팔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소희원은 사무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모자 아래로 희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강하영이 아무리 이모의 딸을 닮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여자라면 절대 좋아할 수 없었다.‘유준 오빠는 왜 하필 저런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희원은 사진첩을 열어 방금 찍어둔 사진을 확인했다.강하영과 정주원, 그리고 부진석이라고 부르는 의사와 있는 사진까지.희원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이 모든 사진을 유준의 메일로 보냈다.점심, 난원.유준은 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희민이가 소파에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유준은 희민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흔들어 깨우자, 희민은 금방 눈을 떴다.눈앞에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희민이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아빠, 다녀오셨어요?”희민은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잠들기 전에 많은 양의 코피를 쏟은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러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소파에 쓰러지듯 잠들어 버린 것인데, 지금 일어날 수 없는 것도 아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 것 같았다.희민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유준은 그런 희민의 얼굴을 응시하며 미간을 좁혔다.“희민아,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유준의 눈빛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했다.희민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없어요.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유준이 손을 뻗어 희민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지만, 희민이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저 정말 괜찮아요.”희민이 다시 한번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고, 유준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멈춰버리고 말았다.반쯤 누그러져 있는 희민의 두 눈을 보자 유준의 마음이 이상하게 쓰려오기 시작했다.‘혹시 지금도 내가 강제로 데려왔다고 화난 건가? 그 정도로 강하영 곁에 있는 게 좋아?’유준은 약간 쌀쌀맞은 말투로 물으며 손을 거두었다.“혹시 지금도 아빠를 탓하는 거야?”“아빠가 저
유준은 방금 희민의 말투에서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하영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희민이 네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유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 보니 익명으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메일을 클릭하자 정주원과 강하영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환히 웃고 있는 두 사람은 사이가 꽤 좋아 보였다.그 사진을 보는 순간 유준은 온몸의 기운이 폭발할 것만 같았고, 검은 눈동자엔 더욱 짙은 분노가 감돌았다.‘강하영이 왜 정주원과 함께 있는 거지? 인터넷 기사도 안 봐? 아니면 정주원이 또 이상한 얘기를 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비열한 인간한테 접근할 생각을 다 하지?’유준의 머릿속에 갑자기 정주원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그가 강하영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괴롭혔던 것처럼 똑같이 괴롭히면서, 자기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자기 노예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했었다.유준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면서 나머지 사진은 보지도 않고 바로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고 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준이 먼저 화난 어조로 물었다.“왜 정주원이랑 같이 있어?”그 말에 하영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금 갑자기 전화해서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무슨 밀이야?’하영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유준 씨, 내가 누구랑 있던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유준이 크게 분노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정주원이 어떤 인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주제넘다는 생각 안 해요?”하영이 되물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알아서 판단하니까, 유준 씨가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그렇게도 남자가 부족해?”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맞아요! 남자도 부족하고,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 이제 원하는 대답 들어서 속이 시원해요?”“다른 남자는 만나도 상관없지만 정주원은 절대 안 돼!”“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하영은 피식 웃었다.“제가 누
현욱은 차에서 먹을것을 잔뜩 들고 내려와 인나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사과하러 왔어요.”인나는 주머니를 힐끗 쳐다봤다.“내가 어떻게 감히 받을 수 있겠어? 괜히 받았다가 누가 이용할지 어떻게 알아요?”현욱은 손을 축 늘어뜨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인나 씨, 그동안 귀찮게 하지도 않았잖아요. 너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내가 다 설명할게요.”“설명?”인나는 피식 웃었다.“아직도 설명할 게 남았어요? 배현욱 씨, 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요?”“뭘요?”인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정유준을 도우려고 나한테 접근했잖아요!”그때 현욱의 눈빛에 미안함이 스쳤다.“처음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짜악- 현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인나는 그의 뺨을 때렸다.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이, 이모도 참 대단한 걸!”세희가 혀를 내둘렀다.“…….”세준은 나중에 절대 이런 여자친구를 찾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현욱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인나를 쳐다봤다.“왜 나를 때리고 그래요?”인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배현욱 이 나쁜 자식! 처음부터 나한테서 뭔가 알아내려고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나 이용했잖아요! 나를 좋아한 적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접근한 거죠? 당신을 사랑해서 함께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나한테 접근했다는 거예요!”인나의 우는 모습에 현욱은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인나 씨, 내 얘기 좀 들어봐.”현욱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인나 씨를 책임지려던 것도 사실이고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려고 한 것도 사실이에요. 유준이 그간 얼마나 힘들게 보냈는지 알잖아요. 인나 씨도 친구를 도와주고, 나도 내 친구를 도와주려한 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지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인나는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다.
인나는 바로 눈물을 닦고 울적한 말투로 물었다.“다 봤어?”세희가 앞으로 나서며 인나의 손을 꼭 잡아줬다.“이모, 울지 마세요.”“울게 놔둬.”세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준이 입을 열었다.“며칠이나 참았을 거야.”인나는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역시 네 놈은 나를 많이 아끼고 있었구나.’막 입을 떼려 할 때 세준이 입꼬리를 올렸다.“마침 나도 울면 못생겨지는 사람을 더 구경하고 싶거든.”그 말에 인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나를 얘기하는 거야?”세준이 무시하는 눈빛으로 인나를 쳐다봤다.“울던 기억마저 사라졌나 보죠?”인나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자식이 진짜!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이모,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요!”세준은 일부러 겁에 질린 척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세준이 약 올리자 인나는 어느새 배현욱은 까맣게 잊어버렸다.세희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렸다.‘오빠는 지금 이모를 위로하는 거야, 아니면 놀리는 거야?’몇 초간 생각해 보던 세희는 작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됐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그리서 세희도 인나랑 함께 세준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저녁.잠에서 깬 존슨은 대충 세수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하영은 노트북을 열어 사이트에 접속했다.사이트에 올라온 한 작품은 스승님 작품이고, 다른 디자인은 본 적이 없었고 아래 서명도 없었다.다만 디자인 스타일이 어딘지 아주 익숙해 보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익숙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투표가 이미 시작되었고 현재 스승님의 과장된 디자인은 몇십 표밖에 얻지 못햇지만 다른 의상은 반 시간 만에 3천 표가 넘었다.
현욱은 말로 유준을 이길 수 없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며칠 더 지켜보면 되잖아.”“지켜봐도 결과는 똑같아. 지금 내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거든.”현욱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유준아, 내려놓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어때?”현욱은 당장이라도 유준을 끌고 하영의 앞에 던져놓고 대신 화해하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이렇게 서로를 괴롭히는 게 피곤하지도 않나?’유준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고, 현욱의 물음에는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월요일.부진석은 아침일찍 아침밥을 들고 하영의 병실에 찾아왔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마침 하영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진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안으로 들어섰다.“일어났으면 아침 먹어. 이따가 내가 퇴원 수속 밟아줄게.”“나 이제 퇴원해도 돼?”하영은 진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애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진석은 두유를 꺼내 빨대를 꽂아 줬다.“아니, 상처도 아주 빠르게 회복됐으니까 지금은 그저 밴드만 갈면 돼.”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두유를 받았다.“나랑 같이 돌아가서 애들 얼굴 볼 거야?”그러자 진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였다.“내가 너 혼자 보내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영은 얼굴을 붉혔다.“사실 경호원…….”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머니에 있던 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해 보니 희민이가 보낸 문자였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잠시만, 답장 좀 할게.”“그래, 일단 깁스부터 풀어줄게.”[엄마,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애들의 걱정에 하영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오늘 집으로 돌아갈 거야. 엄마 많이 보고싶었어?]희민이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왔다.[네, 엄마. 새로 옮긴 유치원이 엄마 회사랑 엄청 가까워요.]그 말에 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희민이가 어디로 옮겼는지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어느 유치원인데?][청담 국
“그럼 오후에 애들을 데리고 가봐야겠어.”“그래, 혹시 운전기사가 따라가는 것도 괜찮다면…….”“당연히 괜찮지. 오후에 같이 가자.”오전 10시, MK.유준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존슨에게 전화를 걸었고, 존슨은 전화를 받자마자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제가 졌네요, 그렇죠?”유준은 입꼬리를 올렸다.“이제 약속을 지키셔야겠네요.”“제가 뭘 하면 되죠?”“이미 김제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유준이 낮게 깔린 어조로 물었다.“직접 뵙고 말씀드려도 될까요?”“저에 대해 꽤 많은 정볼르 알고 계시네요. 레스토랑 위치 보내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오세요.”존슨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준의 핸드폰에 존슨이 보낸 레스토랑 위치가 도착했다.“15분 뒤에 봅시다.”유준은 겉옷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레스토랑.유준은 존슨이 얘기한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초록색 상의와 붉은 바지를 입고, 세련된 짧은 머리와 진한 화장을 한 존슨이 보였다.존슨도 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유준 쪽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정?”존슨이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유준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뒤에야 이름 두 글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레아?”그 이름이 언급되자 존슨은 눈에 띄게 긴장해 하는 게 보였다.존슨은 유준의 등 뒤로 보이는 문을 바라봤다.“일단 그 문부터 닫고 얘기해.”유준은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다가왔다.“여기서 누가 알아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존슨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그래도 그 이름은 다시는 언급하지 마.”유준은 존슨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는 존슨이 레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 했다.레아는 그가 S국에서 만난 집주인이었다.그때 어머니가 S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학교 재학 중에 S국으로 떠났었다.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싫어서 학교 밖에 오피스텔을 하나 맡았는데, 집주인이 바로 레아였었다.레아도 꽤 고달픈 삶을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