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욱은 말로 유준을 이길 수 없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며칠 더 지켜보면 되잖아.”“지켜봐도 결과는 똑같아. 지금 내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거든.”현욱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유준아, 내려놓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어때?”현욱은 당장이라도 유준을 끌고 하영의 앞에 던져놓고 대신 화해하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이렇게 서로를 괴롭히는 게 피곤하지도 않나?’유준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고, 현욱의 물음에는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월요일.부진석은 아침일찍 아침밥을 들고 하영의 병실에 찾아왔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마침 하영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진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안으로 들어섰다.“일어났으면 아침 먹어. 이따가 내가 퇴원 수속 밟아줄게.”“나 이제 퇴원해도 돼?”하영은 진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애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진석은 두유를 꺼내 빨대를 꽂아 줬다.“아니, 상처도 아주 빠르게 회복됐으니까 지금은 그저 밴드만 갈면 돼.”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두유를 받았다.“나랑 같이 돌아가서 애들 얼굴 볼 거야?”그러자 진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였다.“내가 너 혼자 보내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영은 얼굴을 붉혔다.“사실 경호원…….”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머니에 있던 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해 보니 희민이가 보낸 문자였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잠시만, 답장 좀 할게.”“그래, 일단 깁스부터 풀어줄게.”[엄마,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애들의 걱정에 하영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오늘 집으로 돌아갈 거야. 엄마 많이 보고싶었어?]희민이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왔다.[네, 엄마. 새로 옮긴 유치원이 엄마 회사랑 엄청 가까워요.]그 말에 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희민이가 어디로 옮겼는지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어느 유치원인데?][청담 국
“그럼 오후에 애들을 데리고 가봐야겠어.”“그래, 혹시 운전기사가 따라가는 것도 괜찮다면…….”“당연히 괜찮지. 오후에 같이 가자.”오전 10시, MK.유준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존슨에게 전화를 걸었고, 존슨은 전화를 받자마자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제가 졌네요, 그렇죠?”유준은 입꼬리를 올렸다.“이제 약속을 지키셔야겠네요.”“제가 뭘 하면 되죠?”“이미 김제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유준이 낮게 깔린 어조로 물었다.“직접 뵙고 말씀드려도 될까요?”“저에 대해 꽤 많은 정볼르 알고 계시네요. 레스토랑 위치 보내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오세요.”존슨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준의 핸드폰에 존슨이 보낸 레스토랑 위치가 도착했다.“15분 뒤에 봅시다.”유준은 겉옷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레스토랑.유준은 존슨이 얘기한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초록색 상의와 붉은 바지를 입고, 세련된 짧은 머리와 진한 화장을 한 존슨이 보였다.존슨도 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유준 쪽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정?”존슨이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유준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뒤에야 이름 두 글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레아?”그 이름이 언급되자 존슨은 눈에 띄게 긴장해 하는 게 보였다.존슨은 유준의 등 뒤로 보이는 문을 바라봤다.“일단 그 문부터 닫고 얘기해.”유준은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다가왔다.“여기서 누가 알아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존슨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그래도 그 이름은 다시는 언급하지 마.”유준은 존슨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는 존슨이 레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 했다.레아는 그가 S국에서 만난 집주인이었다.그때 어머니가 S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학교 재학 중에 S국으로 떠났었다.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싫어서 학교 밖에 오피스텔을 하나 맡았는데, 집주인이 바로 레아였었다.레아도 꽤 고달픈 삶을 살고
존슨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시선을 거두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정, 지금 내 제자의 회사를 누르려는 거야?”존슨의 담담한 어조에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유준은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이유를 얘기해 봐.”“디자이너들이 명성을 쫓는 것처럼 우리 사업가들도 이익만 추구할 뿐입니다. 회사의 장래를 위한 일인데 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다른 사람이라면 아무 말도 안 하겠지만, 내 제자를 상대하는 건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이 안 들어?”“왜죠?”유준이 되물었다.“제자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그러자 존슨이 웃었다.“정, 지금까지 너에 대한 기사라면 나도 많이 봤어. 교섭이라면 내가 너를 이길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회사 일을 도와달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어. 다만 제자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선이란 게 있거든.”유준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제자에 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그럴 필요 없어. G의 실력이라면 다들 알고 있으니까.”“제자가 존슨을 뛰어넘을 실력이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지 않으세요?”존슨은 침묵을 지켰고, 유준도 더는 뭐라하지 않았다.이정도까지 얘기했는데도 만약 존슨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더 말을 많이 해도 의미가 없었다.한참 뒤에 존슨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하더니 테이블에 컵을 쾅하고 내려놓았다.“좋아,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어!”유준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얘기하세요.”“나한테 언제든 이 계약을 끝낼 권리가 있어!”“그리고 작업 공간도 내가 알아서 정해.”“적어도 1년은 채우셔야 합니다.”유준은 존슨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애써 모셔온 의미가 없으니까.존슨은 한참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좋아. 원고 재촉하지 마.”“최소한 2개월 내에 디자인 초안은 제출하셔야 합니다.”“문제없어.”오후.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와 간단히
진석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세희야, 나 보고싶지 않았어?”세희는 신나는지 두 다리를 흔들며 대답했다.“보고싶었어요! 엄청 보고싶었어요!”세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그런데 왜 한 번도 진석 아빠 얘기를 하는 걸 못 봤지?”세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째려봤다.“오빠는 마음으로 보고싶어하는 게 어떤건지 모르지?”‘정말 얄밉다니까!’세희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진석은 두 녀석 덕분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따가 학교에 갈건데 긴장되지 않아?”세준은 의자에 편안히 기대 앉으며 입을 열었다.“저는 괜찮은데 세희는 긴장할 것 같네요.”그러자 세희가 코웃음을 쳤다.“나 그런 겁쟁이 아니야!”“글쎄?”세준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두 귀염둥이를 바라보며 그간의 속상했던 일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하영은 시선을 거두고 고지훈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원장님, 혹시 지금 학교에 계신다면 애들을 데리고 잠깐 만나뵙고 싶어요.]문자를 보내자마자 원장한테서 답장이 날아왔다.[강 대표님, 언제쯤 도착하세요?]하영은 시간을 확인했다.[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네 그럼 학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2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차는 청담 국제 학교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세희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우와, 엄마! 여기 학교 너무 예뻐요! 우리가 다니던 유치원보다 훨씬 커요!”하영도 웃으며 부지 면적이 엄청 큰 학교를 바라보았다. 전부 유럽 양식의 건축이라 싫어하는 애들이 없을 것이다.하영은 세희의 손을 잡고 물었다.“세희야, 마음에 들어?”“네!”세희가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마음에 들어요!”그에 비하면 세준은 가만히 있었다.세준은 사영의 곁에 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금빛으로 된 교문을 살펴보았다.엄마가 희민이를 자주 만날 수 있게 하려면 반드시 이 학교에 입학해야 했다.곧 원장님이 하영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하영과
하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원장 선생님, 오늘 저도 그 문제 때무에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하여의 말에 원장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 말씀인가요? 아니면 두 명 전부요?”“세준이요. 다른 한 명은 정희민이라고 하는데 이미 입학했어요.”그 말에 원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유준 대표님의 아이가 강 대표가 낳은 아이라고?’교장은 부진석을 힐끔 쳐다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강 대표님, 애들을 저희 학교에 보내면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가 잘 가르칠 자신이 있거든요. 그리고 며칠 전에 애들의 교복 디자인을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하영이 웃으며 답했다.“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30분 정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선생님 두 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다.그리고 기쁜 표정으로 교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교장 선생님, 두 아이가 먼저 저희한테 입학 시험을 내달라고 하더군요. 성적이 나왔는데 두 아이 전부 입학 기준에 충분히 부합되고 있어요.”교장도 격동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잘 됐네요! 강 대표님, 괜찮으시면 바로 전학 수속 밟으시죠!”하영도 깜짝 놀랐다.아이들이 스스로 시험을 제안하고 또 통과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세 아이의 아이큐는 모두 높았고, 확실히 정유준의 유준자가 강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영아?”부진석이 부드러운 어조로 멍 때리고 있는 하영의 이름을 불렀다.하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애들의 테스트 결과가 너무 의외라 잠시 정신이 팔렸네요. 원장 선생님, 최대한 빠르게 전학 수속 밟을 테니까 앞으로 애들을 잘 부탁드려요.”“아닙니다, 저도 이렇게 똑똑한 아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네요.”일이 확정된 후, 하영은 인나와 캐리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인나는 바로 하영과 캐리를 단톡 방에 초대했다.“대박 사건! 저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축하해야지!”“나도 찬성! 두 아이의 첫 번째 인생의
하영이 웃었다.“오빠, 나 그 정도로 약하지 않아. 아직까지 오지 않으니 나와서 전화라도 하려고 했지.”그러자 예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봐?”“글쎄?”하영이 예준을 놀리기 시작했다.“우리 하영이도 이렇게 똑똑한데 오빠가 둔해서 되겠어? 얼른 올라가자.”“그래.”그때 길 건너편에서 정유준이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다리 위에 놓인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표정은 점점 싸늘하게 변해갔다.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욱이 서둘러 고개를 숙여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아, 도착한 거 같은데 이만 내릴까?”희민은 정신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현욱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고 한참만에야 대답했다.“네.”유준을 바라보는 현욱의 눈빛은 잔뜩 신나보였다.‘오늘 또 정유준이 질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현욱은 희민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유준이 꼼짝도 하지 않자 일부러 모르는 척하면서 말을 건넸다.“유준아, 가자. 뭘 멍 때리고 있어?”유준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시선을 거둔 뒤, 차문을 열고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레스토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현욱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희민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희민은 약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아저씨,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안 돼요?”현욱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희민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미안, 아저씨 다리가 길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희민은 따라갈 수 없는 게 아니라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것뿐이다.레스토랑에 들어선 후, 유준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영의 모습을 찾았다.한참 둘러봐도 하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파티룸에서 세희의 즐거운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유준이 파티룸 쪽을 들여다봤을 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현욱도 유준의 시선을 따라 하영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하영 씨와 관련된 남자들
현욱은 강하영의 입에서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얼른 희민을 하영의 품에 안겼다.“그럼 사양하지 않을게.”현욱은 바로 인나랑 얘기하러 가버렸다.하영은 희민을 안고 정유준 쪽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으면 자리에 앉아요.”유준은 하영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세 남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어디 앉으면 적당할 것 같아?”그 말에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지금 남자친구인 소예준 곁에 앉을까, 아니면 너랑 썸타는 관계인 캐리 곁에 앉을까? 그것도 아니면, 네 자식들이 아빠라고 부르고 너랑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 부진석 옆에 앉을까?”그러자 하영의 안색이 바로 굳어졌다.“정유준 씨, 당신…….”하영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제정신이냐는 단어를 겨우 삼켰다.희민이도 있는데 너무 듣기싫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캐리도 불쾌한지 입술을 삐죽였다.“정유준 대표님, 참석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요.”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캐리를 쳐다보더니 이내 무시하고 곁에 있던 의자를 당겨서 자리에 앉았다.희민이 차가운 손으로 하영의 손을 잡았다.“엄마, 저 안을 필요 없어요. 힘들 텐데 그만 내려주세요.”상처도 다 낫지 않았을 텐데 괜히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희민을 내려놓은 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희민아, 요즘 밥 제대로 안 챙겨 먹었지?”그러자 희민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그게 아니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 걱정하실 필요없어요.”하영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민의 곁에서 보살펴 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세 아이가 다시 뭉쳐서 즐겁게 놀기 시작했고, 하영도 다시 예준의 곁에 앉았다.캐리도 따라오더니 하영의 왼쪽에 자리 잡았고, 하영은 예준과 캐리의 사이에 끼고 말았다.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유준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했다.그는 속에서부터 끓어
“아니.”하영이 설명하기 시작했다.“애들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월반한 걸 축하해주고 있어요.”“세준과 세희도 월반했어?”현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우리 희민이도 월반했는데!”인나는 그런 현욱을 흘겨보았다.“그게 현욱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당연히 있죠! 바로 하영 씨와 유준의 유전자가 엄청나다는 뜻이잖아요. 애들이 다 이렇게 똑똑한 걸 보면 나도 분발해야겠어요. 앞으로 우리도 이렇게 똑똑하 아이를 낳아야죠!”인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부끄럽지도 않아요?”“전혀요!”현욱이 말을 이었다.“나는 지금 우리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잖아요.”말을 마친 현욱은 소예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소예준, 안 그래?”소예준은 화를 꾹 참으며 현욱을 바라보았다.“세준이와 세희는 내 아이야.”곁에 있던 캐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야? 내가 뭘 놓쳤지? G가 지금 자기 오빠랑 손 잡고 정유준 앞에서 연기하는 거야?’눈치 빠른 현욱이 캐리의 표정을 포착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캐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캐리는 하영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인데 애들과 소예준의 관계를 모를리 없었다.현욱은 캐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캐리, 술도 많이 못 마시면서 왜 또 술을 마셔요? 지난 번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요?”캐리는 현욱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방금 뭐 라고 했어요?”그러자 현욱은 애꿎은 표정으로 다시 반복했다.“술도 제대로 못 마시면서 왜 술을 마셔요?”그 말은 캐리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주량이 약하다느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요! 지난 번은 지난번이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붙어봅시다!”현욱의 눈가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오늘 어떻게든 내가 알아내고 말 거야!’“좋아요! 끝까지 상대해 줄게요!”캐리는 씩씩 거리며 술을 주문하고 현욱과 결판을 내고자 했다.정유준과 소예준 사이의 말다툼이 잠시 중단되자, 하영은 얼른 예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