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원장 선생님, 오늘 저도 그 문제 때무에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하여의 말에 원장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 말씀인가요? 아니면 두 명 전부요?”“세준이요. 다른 한 명은 정희민이라고 하는데 이미 입학했어요.”그 말에 원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유준 대표님의 아이가 강 대표가 낳은 아이라고?’교장은 부진석을 힐끔 쳐다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강 대표님, 애들을 저희 학교에 보내면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가 잘 가르칠 자신이 있거든요. 그리고 며칠 전에 애들의 교복 디자인을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하영이 웃으며 답했다.“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30분 정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선생님 두 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다.그리고 기쁜 표정으로 교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교장 선생님, 두 아이가 먼저 저희한테 입학 시험을 내달라고 하더군요. 성적이 나왔는데 두 아이 전부 입학 기준에 충분히 부합되고 있어요.”교장도 격동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잘 됐네요! 강 대표님, 괜찮으시면 바로 전학 수속 밟으시죠!”하영도 깜짝 놀랐다.아이들이 스스로 시험을 제안하고 또 통과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세 아이의 아이큐는 모두 높았고, 확실히 정유준의 유준자가 강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영아?”부진석이 부드러운 어조로 멍 때리고 있는 하영의 이름을 불렀다.하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애들의 테스트 결과가 너무 의외라 잠시 정신이 팔렸네요. 원장 선생님, 최대한 빠르게 전학 수속 밟을 테니까 앞으로 애들을 잘 부탁드려요.”“아닙니다, 저도 이렇게 똑똑한 아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네요.”일이 확정된 후, 하영은 인나와 캐리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인나는 바로 하영과 캐리를 단톡 방에 초대했다.“대박 사건! 저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축하해야지!”“나도 찬성! 두 아이의 첫 번째 인생의
하영이 웃었다.“오빠, 나 그 정도로 약하지 않아. 아직까지 오지 않으니 나와서 전화라도 하려고 했지.”그러자 예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봐?”“글쎄?”하영이 예준을 놀리기 시작했다.“우리 하영이도 이렇게 똑똑한데 오빠가 둔해서 되겠어? 얼른 올라가자.”“그래.”그때 길 건너편에서 정유준이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다리 위에 놓인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표정은 점점 싸늘하게 변해갔다.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욱이 서둘러 고개를 숙여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아, 도착한 거 같은데 이만 내릴까?”희민은 정신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현욱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고 한참만에야 대답했다.“네.”유준을 바라보는 현욱의 눈빛은 잔뜩 신나보였다.‘오늘 또 정유준이 질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현욱은 희민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유준이 꼼짝도 하지 않자 일부러 모르는 척하면서 말을 건넸다.“유준아, 가자. 뭘 멍 때리고 있어?”유준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시선을 거둔 뒤, 차문을 열고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레스토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현욱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희민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희민은 약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아저씨,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안 돼요?”현욱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희민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미안, 아저씨 다리가 길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희민은 따라갈 수 없는 게 아니라 다리가 저려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것뿐이다.레스토랑에 들어선 후, 유준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영의 모습을 찾았다.한참 둘러봐도 하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파티룸에서 세희의 즐거운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유준이 파티룸 쪽을 들여다봤을 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현욱도 유준의 시선을 따라 하영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하영 씨와 관련된 남자들
현욱은 강하영의 입에서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얼른 희민을 하영의 품에 안겼다.“그럼 사양하지 않을게.”현욱은 바로 인나랑 얘기하러 가버렸다.하영은 희민을 안고 정유준 쪽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으면 자리에 앉아요.”유준은 하영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세 남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어디 앉으면 적당할 것 같아?”그 말에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지금 남자친구인 소예준 곁에 앉을까, 아니면 너랑 썸타는 관계인 캐리 곁에 앉을까? 그것도 아니면, 네 자식들이 아빠라고 부르고 너랑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 부진석 옆에 앉을까?”그러자 하영의 안색이 바로 굳어졌다.“정유준 씨, 당신…….”하영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제정신이냐는 단어를 겨우 삼켰다.희민이도 있는데 너무 듣기싫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캐리도 불쾌한지 입술을 삐죽였다.“정유준 대표님, 참석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요.”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캐리를 쳐다보더니 이내 무시하고 곁에 있던 의자를 당겨서 자리에 앉았다.희민이 차가운 손으로 하영의 손을 잡았다.“엄마, 저 안을 필요 없어요. 힘들 텐데 그만 내려주세요.”상처도 다 낫지 않았을 텐데 괜히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희민을 내려놓은 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희민아, 요즘 밥 제대로 안 챙겨 먹었지?”그러자 희민이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그게 아니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 걱정하실 필요없어요.”하영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민의 곁에서 보살펴 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세 아이가 다시 뭉쳐서 즐겁게 놀기 시작했고, 하영도 다시 예준의 곁에 앉았다.캐리도 따라오더니 하영의 왼쪽에 자리 잡았고, 하영은 예준과 캐리의 사이에 끼고 말았다.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유준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했다.그는 속에서부터 끓어
“아니.”하영이 설명하기 시작했다.“애들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월반한 걸 축하해주고 있어요.”“세준과 세희도 월반했어?”현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우리 희민이도 월반했는데!”인나는 그런 현욱을 흘겨보았다.“그게 현욱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당연히 있죠! 바로 하영 씨와 유준의 유전자가 엄청나다는 뜻이잖아요. 애들이 다 이렇게 똑똑한 걸 보면 나도 분발해야겠어요. 앞으로 우리도 이렇게 똑똑하 아이를 낳아야죠!”인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부끄럽지도 않아요?”“전혀요!”현욱이 말을 이었다.“나는 지금 우리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잖아요.”말을 마친 현욱은 소예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소예준, 안 그래?”소예준은 화를 꾹 참으며 현욱을 바라보았다.“세준이와 세희는 내 아이야.”곁에 있던 캐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야? 내가 뭘 놓쳤지? G가 지금 자기 오빠랑 손 잡고 정유준 앞에서 연기하는 거야?’눈치 빠른 현욱이 캐리의 표정을 포착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캐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캐리는 하영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인데 애들과 소예준의 관계를 모를리 없었다.현욱은 캐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캐리, 술도 많이 못 마시면서 왜 또 술을 마셔요? 지난 번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요?”캐리는 현욱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방금 뭐 라고 했어요?”그러자 현욱은 애꿎은 표정으로 다시 반복했다.“술도 제대로 못 마시면서 왜 술을 마셔요?”그 말은 캐리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주량이 약하다느 말은 또 처음 들어보네요! 지난 번은 지난번이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붙어봅시다!”현욱의 눈가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오늘 어떻게든 내가 알아내고 말 거야!’“좋아요! 끝까지 상대해 줄게요!”캐리는 씩씩 거리며 술을 주문하고 현욱과 결판을 내고자 했다.정유준과 소예준 사이의 말다툼이 잠시 중단되자, 하영은 얼른 예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주원은 전혀 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부렸다.“네가 손을 쓰기 전에 먼저 강하영 씨 의견부터 물어보는 건 어때?”“네 놈을 병신으로 만드는 데 강하영의 의견 따위 필요없어!”“좋아, 기대할게!”주원이 전화를 끊어버렸다.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있는 정유준의 주위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온 몸을 감쌌다.지금 아무리 하영에게 불만을 품고 있을지라도, 정주원이 하영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파티룸.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방금 밖으로 나와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려고 종업원을 찾고 있었는데, 누군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하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빈 방으로 끌려들어갔다.문이 닫히고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자 유준의 화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하영은 얼른 손을 빼내고 미간을 찌푸렸다.“정유준 씨, 예의를 지킬 줄 몰라요?”“대체 정주원이랑 어떻게 된 상황인지 얘기해 봐!”정유준의 당장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처럼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나랑 정주원 씨 사이에 있었던 일을 왜 당신한테 얘기해야 하죠?”“강하영, 그 자식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천배는 더 무서운 놈이야!”유준은 분노를 억누르고 말하자, 하영은 피식 웃었다.“저한테 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정주원이 저를 어떻게 할까 봐 걱정돼요?”그러자 유준의 눈빛이 굳어졌다.“나는 그저 그놈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알려주는 것뿐이야…….”“나한테 얘기해줄 필요 없어요!”하영이 바로 유준의 말을 끊어버렸다.“정유준 씨, 저의 생사따위 상관없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더 이상 남에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기어이 정주원과 만나겠단 거야?”“그래요!”유준의 물음에 하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러니 쓸데없이 상관하지 마세요!”분노에 찬 유준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도 섞였다.고집스러운 하영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던 유준은 순간, 갑자기 모든 분노가 사
캐리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아무리 취해도 정신은 말짱하다 이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술을 허투루 마신 것도 아니고.’배현욱이 자기한테서 뭔가 캐내려 한다면, 다른 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현욱이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캐리가 말을 이었다.“소예준이 강하영을 정말 아끼는것 같지 않아요?”“강하영 씨를 아껴요?”현욱은 피식 웃었다.“소예준은 하영 씨와 같이 지내는 것도 아니고, 돌봐주는 것도 아닌데 아낀다고 할 수 있어요?”“충분하죠! 배려야 말로 아껴주는 게 아니겟어요? 생각이 정말 짧네요.”캐리는 현욱을 흘겨보았다.“…….”그러고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자유와 믿음을 주는 것도 일종 사랑하는 방식이니까.현욱은 캐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확실히 취한 것처럼 보이자 의심을 거두었다.그리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강하영 씨는 가정도 있는데, 캐리 씨는 왜 하영 씨 집에서 지내요?”“내가 그집에서 지낼 수 없는 이유는 또 뭔데요? 소예준도 아무 말 안 하는데, 그쪽이 뭔데 그런 걸 물어요?”“난 또 캐리가 하영 씨를 좋아해서 거기서 지내는 줄 알았죠.”“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캐리의 눈빛이 순간 쓸쓸하게 변했다.“아쉽게도 이미 결혼했더라고요.”“누구에요? 남자에요, 여자에요?”“나 성향은 정상이에요!”캐리는 현욱을 노려봤다.“내가 그집에서 지내는 것도 괜히 정유준이 하영이한테 접근할까 봐 그러는 거죠.”“소예준도 있는데 캐리가 왜요?”“소예준이 없을 때 내가 악연을 막아줄 수 있잖아요.”그러자 현욱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캐리한테 하영 씨는 그저 친한 친구일 뿐이네요.”“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겠어요? 강하영이 아니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겁니다.”하영의 집에서 지내는 진짜 목적도 이젠 숨기고 싶지 않았다. 소예준이 이미 나서서 자기 아이라고 얘기까지 했으니, 굳이 자기까지 나서서 연기할 필요는 없으니까.정유준에게 호시탐탐 주시당하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었다.
정유준이 먼저 오빠 앞에서 언급했으니 이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하영은 컴퓨터를 껐다.“오빠, 나 정주원한테 접근해 보려고…….”하영이 자신의 목적을 소예준에게 얘기하자 예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영아, 결백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그 인간은 정주원이야. 지영 이모의 상황을 네가 못 본 것도 아니잖아.”“위험할수록 증거를 찾을 기회가 있을 거야.”하영은 확신했다.“정주원은 정유준에게 복수를 원하기 때문에 분명 나를 중시할 거야.”“잘 생각해 본 거야? 일단 이 한 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상처투성이가 될 각오해야 할 거야.”예준의 말에 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예준은 한숨을 내쉬었다.“하나만 약속해 줘. 정주원을 만날 땐 꼭 조심하겠다고. 특히 음식을 먹을 때 말이야.”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다음 날.유치원에 전학 수속을 밟으러 간 하영은 온 오전 바삐 돌아치고 나니 드디어 수속을 마쳤다.교장 선생님이 계신 덕분에 입학 수속은 매우 순조로웠고 내일이면 정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하영은 선물들을 사 들고 교장 선생님 교무실로 향했다.교장은 하영이 많은 선물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해 줬다.“강 대표님, 이게 다 뭡니까?”하영은 선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저의 작은 성의일 뿐이니 받아주세요. 저희 애들을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교장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그렇게 훌륭한 자녀들이 저희 학교에 입학한 것이야말로 영광입니다.”하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사실 그일 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께 다른 일로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교장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세 아이를 같은 반에 배정해 달라는 부탁인가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안 사정이 조금 복잡해서 말씀은 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 부디 그렇게 해주세요.”교장은 선물들을 다시 하영
“야!”캐리는 인정할 수 없었다.“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잖아.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상관도 안 했을 거라고!”“그럼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오늘 저녁에…….”띠링-하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휴대폰에 문자 알림이 떴다.정주원한테서 온 문자인 것을 확인한 하영의 표정이 굳어졌다.저녁 식사를 같이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하영은 문자를 보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몸 상태가 좋아진 거야? 아니면 나랑 정유준을 상대하려고 마음이 급해진 건가?’캐리는 하영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G,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하영은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아무 일도 아니야. 회사에 일이 조금 생겼거든. 저녁에 야식 먹을래?”“그럼 집에서 먹으면 되잖아. 괜히 애들 혼자 두지 말고. 나 아직 여기 할 일 남았으니까 회사에 일이 있으면 먼저 가 봐.”“그래, 저녁에 봐.”“응.”하영은 공장에서 나와 바로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휴대폰을 다시 꺼내 주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저는 의미 없는 저녁 식사는 안 좋아해요.]주원은 그 문자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로 답장을 보냈다.[그럼 어떤 게 의미 있는 거죠? 정유준을 어떻게 상대할지 계략이라도 꾸며야 하나?]하영은 계속해서 주원을 떠봤다.[아니면요?][어떤 식으로 타격을 줘야 좋은 복수일까요?]하영은 피식 웃었다.[그걸 제가 알았으면 정주원 씨 제의에 동의했을까요?][한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이성을 무너뜨리는 거죠. 그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무기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겁니다.][그게 우리 저녁 식사랑 무슨 상관이…….]문자를 반쯤 쓰다가 하영의 머릿속에 무언가 퍼뜩 떠올라, 쓰던 문자르 지우고 다시 썼다.[혹시 정유준에게 우리 둘이 식사하기로 했다고 얘기했어요?][강하영 씨는 역시 똑똑하다니까요.][제가 꼭 동의할 거라고 자신하는 것 같네요.][정유준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가 봐요?]얘기가 여기까지 나왔으니 하영은 이러지도 저럴 수도 없었다.만약 약속